《183화》
생각보다 후발대로 나타난 괴물들이 강했다.
“지금부터 정한민 부함장이 통제실을 맡습니다.”
“네?”
갑작스러운 성호의 말에 정한민 부함장이 놀라 되물었다.
전에 중국이 쏜 핵미사일을 막겠다고 성호가 나간 적이 있었다.
“천왕기들을 출격시킬 겁니다.”
“아!”
천왕기(天王機), 그 정체를 아는 자들은 극히 적었다.
인간형 기갑 병기 문종이 일반 병사라면 천왕기는 기사급이다.
“제가 갔다 올 동안 귀선을 부탁합니다.”
“넵. 다녀오십시오.”
정한민 부함장이 성호에게 경례를 했다.
성호가 제복을 벗어 정한민 부함장에게 주고 검은색 전투복으로 갈아입으며 통제실을 나섰다.
통제실 밖으로 나가자 붉은 도깨비 가면을 쓴 백광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광현 뒤에는 40명의 도깨비들이 시립해 있다.
“오셨습니까!”
조폭이나 사용하는 90도 인사를 했다.
“준비되었으면 가지.”
“넵!”
도깨비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격납고로 내려갔다.
귀선의 중앙 격납고에는 거대한 녀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천왕기(天王機)!
높이 15미터, 붉은색의 몸체에 얼굴은 치우천왕을 상징하는 도깨비 가면을 씌웠다.
온몸을 두른 갑옷의 여기저기에 대 방어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서 빛을 내면서 반짝거렸다.
당연히 핵융합로는 문종의 것보다 출력이 높았고 방어력은 프록실드와 베리어를 교차해서 사용한다.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으며 블링크를 통한 공간 이동도 가능하다.
거대한 검과 헬파이어 건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공을 사용한 무공을 사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훈련받은 대로 하면 된다.”
“넵!”
“그리고 여기 있는 분들은 너희들이 군인인 줄 안다. 그러니 입조심 하도록.”
“넵!”
-위잉, 위잉!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려 대자 정비병들이 주변을 빠르게 정리했다.
“출격 준비!”
“연결 장치들을 치워!”
“탑승 사다리차 설치해.”
백광현과 그 일당들이 천왕기 앞에 놓인 탑승용 사다리차로 다가가자 그를 발견한 정비병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도깨비다.”
“그 전설적인 도깨비 부대다.”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정비병들이 백광현이 지나가자 경례를 했다.
“충성!”
“좆나 고생이……. 큼큼. 아니, 엄청 고생하십니다. 충성.”
군대를 갔다 온 적이 없는 백광현이 어색하게 경례를 하고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천왕기의 가슴 부위에 탐승했다.
그 모습에 정비병이 입을 한 자만큼 벌렸다.
천왕기의 가슴에 있는 탑승구까지의 높이가 무려 8미터나 되었기 때문이다.
-슈가각!
천왕기의 가슴이 닫히고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위리리리릭…….
눈앞에 복잡한 글씨들이 쭉하고 올라갔다.
[천왕기 시스템 시작]
[싱크로 나이트 59%]
[핵융합로 33% 가동중]
[방어 시스템 정상]
[공격 시스템 정상]
탑승하기 위한 사다리차가 제거되고 모든 사람들이 멀리 피했다.
-위잉, 위잉!
노란색 경고등이 불이 들어오자 격납고의 바닥이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격납고가 열리자 강풍이 몰아치며 제주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와 많은 수의 빌딩, 호텔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한제국의 군인들과 기갑 병기 문종들의 모습이 보였다.
-삐!
녹색 불과 함께 가장 앞 열에 있던 기갑 병기 천왕기가 바닥의 구멍 밖으로 뛰어내렸다.
-쿠콰콰콰카……!
아래로 추락하던 천왕기의 뒤에서 푸른 섬광이 터지더니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시간 제주시의 동쪽을 막고 있던 제33 기갑병들은 위기가 찾아왔다.
보라매 무인 전투기들과 해동청 전투기들의 엄호를 받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포위가 된 것이다.
머맨 전사들과 머맨 아처들이 떼로 달려들면서 방패의 보호막을 하나씩 부수기 시작했다.
“막아!”
-꽈자자작!
거대한 방패가 불꽃을 튀기며 찌그러졌다.
“젠장!”
방패의 프록실드는 이미 박살이 났고 룬 플에이어 건은 너무 많이 쏴서 시뻘겋게 변한 뒤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꽈자자작!
방패진의 한쪽이 뒤로 출렁거리면서 뒤로 밀렸다.
“이대로는 못 막아!”
“보스 레이드보다 힘드네.”
“퇴로는?”
“완전히 포위되었어. 젠장.”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제33 기갑병기들은 최선을 다했다.
-콰르릉!
-콰아앙!
그때 한 줄기의 번개가 머맨들의 한가운데로 떨어지면서 폭발했다.
엄청난 폭발에 흙먼지가 일대를 뒤집자 기갑병기 문종과 머맨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우웅…….
공중에 워프게이트가 만들어 지면서 거대한 존재가 서서히 드러났다.
백색의 몸체는 드래곤을 형상화한 갑옷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얼굴은 흰색의 도깨비 가면을 썼다.
-빠지지직……!
그리고 이어진 붉은 마법진들이 갑옷의 이음새마다 빛나며 스파크를 튀겼다.
치우천왕기(蚩尤天王機)!
높이 17미터에 폭 5.5미터인 대 마법사용 기간트!
백색의 도깨비 얼굴의 눈이 반짝이며 붉게 타올랐다.
[치우천왕기 작동 시작!]
[트리플 핵융합로 가동 정상]
[방어 시스템 가동 정상]
[공격 무기 가동 정상]
[마법 증폭 시스템 가동 정상]
이 치우천왕기는 기존에 있던 대마법사용 기간트 이미르가 부서지면서 새롭게 만든 기간트다.
천왕기가 기사급 기간트라면 치우천왕기는 마법사만 뿐만 아니라 소드 마스터를 위해 설계가 된 다용도 기간트다.
“꾸라라락!”
머맨 전사병들이 경계를 하면서 달려들었다.
-빠자작!
치우천왕기의 팔이 붉게 방전하면서 거대한 마나 에너지가 뭉쳐졌다.
“기가 어퀘어스트!”
엄청난 마나 에너지를 품은 치우 천왕기의 팔이 땅에 처박히자 주변으로 기가 어궤어스트 마법의 파장에 퍼져 나갔다.
-꽈자자작!
땅이 수십 미터 위로 솟구치더니 파도처럼 앞으로 퍼져 나갔다.
흙의 파도는 퍼져 나가면서 머맨들을 덮쳤다.
땅이 뒤집어지고 진도 9가 넘어가는 엄청난 지진이 쭉 이어지면서 땅을 전부 뒤집어졌다.
거대한 구릉 하나가 그대로 터져 나가면서 수십 미터의 땅이 솟아오르거나 아래로 꺼져 버렸고 그 가운데 살아남은 머맨들은 보이지 않았다.
-쿠르릉!
이 장관을 보고 제33 기갑병기 문종의 조종사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볐다.
지진으로 인한 여파로 땅이 흔들리는 가운데 폭발로 인한 먼지구름이 뒤덮었다.
“저게 말이 돼?”
“맙소사. 인공 지진을 일으키다니.”
지진의 여파로 파편과 먼지구름이 일어 사방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직 흰색의 갑옷에 붉은색의 마법진이 반짝이며 치우천왕기의 희미한 실루엣만 보였다.
“아군이야?”
“적을 공격해 주는데 아군이 아닐까?”
“마나 레이더에도 아군이라고 표기되는데?”
제33 기갑병 연대는 눈앞에 순식간에 펼쳐진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 앞에 쭉 퍼져 나가면서 남긴 거대한 지진 흔적!
그 거대한 구릉과 그 위에 있던 바위들이 전부 뒤집어져 있다.
그렇게 강력하던 괴물을 단숨에 처리했다.
-쉬아아악……!
강력한 마법을 실행한 뒤에 마나 증폭기에 냉각기가 작동하면서 수증기를 내뿜었다.
잠시 후 수증기가 사라지며 치우를 형상화한 도깨비 얼굴이 드러났다.
붉게 달아오른 드래곤을 형상화한 흰색 갑옷, 17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와 붉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경이로웠다.
치우천왕기의 거대한 몸이 하늘로 튀어올랐다가 푸른 불꽃을 뒤에 달고 한라산 산 너머로 사라졌다.
“백광현.”
[넵!]
“난 서귀포를 막을 계획이다. 나머지는 4개로 쪼개져서 제주도 남쪽 해안에 있는 남원읍, 성산읍, 대정읍, 안덕면을 막는다.”
[넵!]
망치파 백광현의 호위대로 불리는 삼혈해왕(三血海王), 고등어, 갈치, 삼치로 불리는 이들 셋은 남원읍, 대정읍, 안덕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백광현은 성산읍으로 향했다.
마하 4의 속도로 단 몇 초 만에 30킬로미터나 떨어진 성산읍에 도착한 백광현은 머맨 전사들과 머맨 아처들이 해안가를 따라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바라봤다.
“쓰벌, 뭔 생선 대가리들이 겨 올라오고 지랄이여”
“쥐포를 만들러 불라.”
“니미 애미 어떤 개새이가 이렇게 많이 생선을 싸질러 놓은겨?”
공중항모 귀선의 주포인 헬 썬더볼트가 터져 나가며 거대한 폭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녀석들은 그 가운데서도 살아남아 앞으로 전진을 계속했다.
-쿠웅!
천왕기들이 착륙하면서 놈들의 길목을 막았다.
머맨들이 천왕기를 발견하자마자 새까맣게 달려들었다.
“지랄 병신들이 뒤질려고 온다.”
“생선뼈를 발라 주마.”
“이 젓갈로 만들 것들이!”
백광현과 그의 부하들의 시원한 욕지거리를 한 뒤에 12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을 뽑아 들었다.
검에서는 마나로 이루어진 푸른 섬광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패왕검법 제1장 만천검(滿天劍)]
그리고 퍼져 나가는 거대한 검기!
달려들던 정예 크로커맨들이 뭉텅이로 반쪽이 되며 나뒹굴었다.
그 뒤에는 머맨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꾸웨에엑!”
검은색 갑옷을 입은 괴물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지만 천왕기들은 침착하게 검을 고쳐 잡았다.
푸른 검기가 넘실거리는 거대한 검을 머리 위로 쳐든 천왕기들이 달려오는 괴물들을 노려봤다.
-쇄에에에!
하늘 가득히 화살이 날아왔다.
머맨 아처가 쏘아 올린 크로스 보우의 화살 하나하나의 위력이 미사일급이었다.
머맨 전사들이 거대한 검을 들고 무섭게 달려들고 있다.
놈들이 코앞까지 왔을 때에야 천왕기들의 검이 움직였다.
[패왕검법(覇王劍法) 제2장 거악검(巨嶽劍)]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 거대한 검기를 따라 거대한 산과 같은 기세가 퍼져 나가 일대를 짓눌렀다.
-쿠아앙!
하늘에서 쏟아지던 크로스 보우의 활도, 무시무시하게 달려들던 머맨 전사들의 돌격도 소용없었다.
그냥 거대한 힘으로 눌러 버렸다.
-콰아앙!
검기의 폭발에 100여 미터 이상이 초토화되고 그 안에 있던 머맨 전사들과 머맨 아처들이 떼죽음 당했다.
백광현과 그 일당들이 천왕기를 타고 머맨들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성호는 한라산과 백록담을 넘어 서귀포로 날아왔다.
괴물들이 서귀포의 해안을 따라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다.
“헬파이어 건 장전.”
치우천왕기의 등에 달려 있던 포신이 어깨 위로 올라왔다.
트리플 핵융합 발전기가 고속으로 회전을 하면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었다.
포신에 마법진이 그려지면서 새하얀 헬파이어가 고속으로 회전하다가 미사일처럼 변해 버렸다.
“발사!”
일직선으로 쏘아진 헬파이어가 한라산으로 오르던 괴물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순간 엄청난 열기에 수백 미터 안에 있던 머맨들이 타죽어 버렸고 그 뒤에 이어진 폭발이 수 킬로미터로 퍼지며 주변을 헤집어 놓았다.
-콰아앙!
폭발 중심에 있던 놈들은 죽어 버렸지만 주변에 있던 수천 마리의 녀석들은 살아남았다.
놈들의 갑옷에는 어둠의 힘이 담겨 있는데 그것이 헬파이어의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게 해준 것이다.
“갑옷이 방어막 비슷한 역할을 해서 살아남은 거군. 이렇게 되면 헬파이어의 살상반경이 급격히 좁아져 버리겠군.”
서귀포에서 상륙하던 머맨들이 치우천왕기를 발견하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구릉과 도로를 가득 메우며 녀석들이 몰려왔다.
“그렇다면 더 큰 걸 먹여 주지. 마력 증폭!”
-우우웅…….
치우천왕기의 양 팔이 붉게 달아오르며 움직이자 달려드는 괴물들의 주변이 방전하면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꾸륵?”
둥근 보호막이 수 킬로미터를 뒤덮으면서 괴물들을 그 안에 가두어 버리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다크 머맨들이 시미터로 마법진을 공격했다.
-쩌저정!
그러나 검이 도로 튕겨져 나왔다.
“꾸웨액, 뭐야 이게?”
자신의 검이 도리어 튕겨져 나오자 머맨들이 당황스러워했다.
“라이트닝 인피니티! (Lightning Infinite)”
둥근 막 안에서 엄청난 수의 번개들이 만들어지더니 금세 가득 찼다.
“쿠웨에엑!”
번개들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머맨들이 비명을 질렀다.
샛노란 번개들이 방어막 안에서 서로 엉켜 붙더니 점점 푸른색으로 변해가면서 위력이 커졌다.
-콰르릉…….
“쿠륵.”
온몸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머맨들이 타죽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스 크리스탈(Ice Crystal)”
7서클의 아이스 크리스탈은 냉기의 결정체인 빙정을 발사해서 상대를 순식간에 얼려 버리는 마법이다.
-쩌저적!
주변에 있던 머맨들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빠가강!
그리고 머리부터 그대로 터져 나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튀어오른 파편을 맞은 머맨들까지 모두 얼음 기둥이 되었다가 부서져 나갔다.
성호가 서귀포를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남쪽 모든 해안선을 대한제국군이 점령했다.
“이제 마루와 망치작전을 시작한다.”
마루와 망치 작전은 아주 오래된 전술로 보병이 앞을 막는 동안 기병이 뒤를 치는 작전을 말한다.
과거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사용되었고 걸프전에서도 사용된 전술이다.
성호가 오러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을 꺼내 들어 앞을 가리켰다.
“전군!”
성호의 목소리가 대한제국의 모든 군인들에게 통신으로 퍼져 나갔다.
“총공격!”
그 한마디에 귀선의 주포와 미사일, 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기갑병기 문종이 방패진을 열고 앞으로 돌격을 시작했다.
보라매들이 더욱 날뛰며 지상을 폭격했다.
제주시에 웅크리고 있던 기갑 전력과 백호 전차들도 앞으로 나아가며 포탄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