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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77화 (177/225)
  • 《177화》

    마나 인공위성 레이더를 바라보는 성호의 표정이 굳었다.

    태평양의 서쪽에 위치한 마셜제도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들이 퍼져 나가고 있다.

    “회장님아, 저거 움직이는데?”

    “움직여?”

    북태평양에서 시작된 시커먼 색이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빨라.”

    놈들이 퍼져 나가는 속도가 엄청났다.

    성호가 놀라서 지도를 확대해 보니 저 시커먼 것들은 작은 점들이 모여서 생긴 것이다.

    하나하나가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다.

    “악몽에서 보던 그 괴물들이다.”

    하나하나의 객체가 가진 어둠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태평양에서 필리핀해를 지나면 일본, 대만, 필리핀이 그 영향권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뒤에 대한제국이 있다.

    “나를 노리는 건가?”

    성호가 청와대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가 지난 뒤에 박성규 대통령이 전화를 받았다.

    [바쁘신 우리 이성호 회장님이 웬일이야? 황제가 되는 내 제안은 생각해 봤구?]

    박성규 대통령은 지금 성호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한 제국이 세계 경제를 휘어잡고 군사력으로도 아시아에서 초강대국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북한, 만주가 통합되면서 하나의 국가로 완전히 통합되지는 못했다.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게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박성규 대통령은 대한제국 황실을 재건하려고 했고 당연히 황제로는 이성호를 지목했다.

    문제는 성호가 안 한다고 하는 것이다.

    “전 황제 안 합니다. 제가 지금 미래 그룹 회장이라고요.”

    [겸직하지? 미래 그룹은 황실 기업으로 하고 말이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더 긴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니, 대한 제국에서 황실을 재건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다고?]

    “군대를 모아 주세요.”

    [왜? 이번에는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한대?]

    “폴 막스입니다.”

    [성호 네가 이야기한 그 똘아이?]

    박성규 대통령도 성호에게 폴 막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성호의 아버지를 죽이고 미래 그룹에 테러를 일으켰으며 아시아와 중동에 전쟁을 일으킨 존재다.

    한 달 전에는 핵폭탄 테러를 북경과 서울, 평양에 일으키려고 했고 말이다.

    [군대는 얼마나 필요한데?]

    “전부 다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

    30분 뒤, 태평양 서쪽에 있는 섬 괌!

    면적 554 제곱킬로미터의 크기의 섬이다.

    괌은 미국의 영토이기도 하지만 유엔이 정한 비 자치령이기도 하다.

    이곳에 미 7함대가 주군하고 있다.

    지금 미 7함대의 대부분은 중동에 가 있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요충지기에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두 대와 알레이버크 급 구축함 두 대가 남아 있었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급 핵추진 공격 잠수함 시카고 함과 키웨스트 함이 교대로 주변을 정찰 중이었다.

    오늘은 시카고함이 괌 주변 바닷속을 정찰 중이었다.

    시카고함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110미터 되는 길이에 6,000톤이 넘는 배수량을 가진 이 잠수함은 원자력으로 움직이며 130명이 승무원이 탑승한다.

    무장으로 4개의 어뢰 발사관과 상부에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12개나 가지고 있다.

    “함장님, 전방에 뭔가가 접근 중입니다.”

    “뭔데?”

    “식별되지 않습니다.”

    “뭐?”

    책을 보고 있던 시카고 잠수함의 함장 맥 라이언은 책을 덮고 머리 위에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썼다.

    눈의 초점에 잡히자마자 흐릿하던 소나 레이더의 화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깜짝 놀란 맥 라이언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더의 위쪽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저렇게 레이더에 표시되는 건 이상하군. AN/BQQ-10 액티브 소나 시스템이 고장 난 거 아냐?”

    “그건 이미 점검 해 봤는데 정상입니다.”

    “그럼 뭐야?”

    “괌에 있는 레이더 부대 연결해서 알아봐.”

    레이더 화면이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더니 이제는 절반 이상 물들어 있다.

    “거리 800미터, 점점 가까워집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어뢰 발사 준비하게.”

    “넵.”

    잠수함의 특성상 밖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면 매우 답답해지고 초조해진다.

    특히 소나 탐지기에서 미확인 물체라고 뜨면 더더욱 그렇다.

    “괌에 있는 레이더 기지에서는 아무것도 안 잡힌답니다.”

    “그래? 단순한 소나 레이더 고장인가?”

    “거리 650미터, 소나에 녀석들의 소리가 탐지됩니다. 짐승 소리 같습니다.”

    “뭐 짐승소리? 헤드셋 이리 줘 봐.”

    맥 라이언 함장이 헤드셋을 머리에 쓰자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 왔다.

    “꾸웨에엑!”

    “끼에엑!”

    꼭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이 바다에서 저런 소리를 내는 존재는 맥 라이언의 기억에 없었다.

    “뭐지? 물고기 떼 같은 건가?”

    “500미터 앞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물고기인지 뭔지 모르니까 Mk.48 중어뢰 하나 발사해서 경고해줘. 물고기면 놀라서 달아나겠지.”

    “알겠습니다.”

    Mk.48 중어뢰는 5.8 미터의 길이에 사거리가 5킬로미터나 되는 어뢰로 능동과 수동으로 유도가 된다.

    어뢰가 잠수함 정면 양옆에 있는 533mm 발사관에서 발사되어 스크류 물방울과 함께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어뢰 발사되었습니다. 목표와의 거리 300미터, 200미터, 100미터, 명중입니다.”

    -쿠우웅!

    어뢰의 폭발에 의한 충격파가 퍼지며 잠수함이 아주 조금 진동했다.

    “놈들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도리어 놈들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잠수함과의 거리 100미터!”

    소나 레이더 화면은 점점 붉은색으로 번져 갔다.

    “모두 충격에 대비한다.”

    위잉, 위잉!

    쿠웅, 쿠우웅, 쿵!

    잠수함의 기벽을 뭔가가 두들기며 지나갔다.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뭐?”

    잠수함이 갑자기 옆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나뒹굴었다.

    “뭐든 잡아!”

    “으악! 나 좀 잡아줘.”

    -까가가각……!

    뭔가 잠수함의 기벽을 끓어대는 소리가 계속 나더니 격벽 사이로 물이 뿜어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슈가가각!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잠수함 승무원이 죽는다.

    “긴급 부상한다!”

    맥 라이언 함장의 명령에 부상하기 위해 압축공기를 부력 탱크에 밀어 넣었다.

    “함장님, 부력 탱크의 에어 압력이 빠집니다.”

    부력 탱크가 뭔가에 의해서 찢어지면서 그 구멍으로 에어가 다 빠져나가고 있다.

    이대로는 위로 상승할 수가 없다.

    “맙소사!”

    사방에서 물이 뿜어져 들어오고 있고 잠수함이 옆으로 기울어 있어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물이 계속 들이차서 허리까지 올라왔다.

    “살려줘!”

    “엄마!”

    미국의 핵잠수함 하나가 꼼짝도 못 하고 침몰했다.

    이 소식을 들은 괌에 있던 미군들이 분주해졌다.

    미 제7함대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앤터덤은 괌에 정박해 있다가 핵잠수함이 침몰한 소식을 듣고 긴급으로 출항했지만 출항과 동시에 괴물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바다를 빠르게 헤엄쳐 오는 녀석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어디를 방어하고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쏴!”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에 달려 있던 모든 무기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미사일들이 하얀 구름을 매달고 날아가 수면 깊이 처박혔다가 터져 나갔다.

    폭뢰가 터지면서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럼에도 괴물들이 계속 달려들어 순양함 위로 올라왔다.

    3미터의 크기에 갑옷 같은 시커먼 비늘이 온몸에 달려 있다.

    그 모습을 보고 갑판 위에서 기관포를 쏘던 수병들이 깜짝 놀라 안으로 도망을 쳤다.

    “크르르르…….”

    시커먼 괴물들이 군인들이 도망간 문을 부수고 선실 안으로 들어가 병사들을 학살했다.

    -바바바바!

    기관총을 발사해 봤지만 비늘이 얼마나 두꺼운지 소용이 없다.

    “으아악!”

    “살려줘!”

    “도망가!”

    사방에 사람의 살점이 날아다니고 피가 흘렀다.

    엄청난 수의 시커먼 다크 머맨들이 괌으로 상륙했다.

    괌에는 16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그곳에 있었다.

    괌에 남아 있던 미 7함대의 군인들이 최선을 다해서 막았지만 삽시간에 괌은 괴물들의 천국이 되었다.

    배로 탈출한 사람들은 바로 괴물들의 습격으로 죽었고 섬에 남은 사람은 어디로 도망갈 수가 없어 그대로 학살당했다.

    아주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만이 비행기를 타고 섬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들이 찍은 영상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공항에 남은 사람들이 괴물들에 붙잡혀 찢겨지고 잡아 먹히는 영상이었다.

    -너무 잔인한 거 아냐? CG나 뭐 그런 거 아니지?

    -괌에 있던 미군들도 못 막은 거야?

    -친구가 저기 놀러 갔는데 맙소사!

    -영화 홍보인가?

    -갑자기 괌으로 모든 연락이 안 돼요.

    도시의 상점과 거리, 산속으로 트레킹 나간 사람들까지 모두 다 떼죽음을 당했고 피의 향연이 펼쳐졌으며 거리마다 찢겨진 시체가 넘쳐났다.

    괴물들은 건물 속에 숨어 있던 사람들까지 찾아내서 학살했다.

    바라쿠가 괌으로 올라오면서 고함을 질렀다.

    “뭘 꾸물거려? 우리의 목적지는 대한 제국이다.”

    괴물들이 바다를 건너 대한제국으로 향했다.

    놈들의 검은 물결은 괌을 공격하고 나서 필리핀해로 접어들었다.

    옆에 필리핀과 일본, 대만이 있지만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대한제국뿐이다.

    녀석들의 선투가 앞으로 쭉하고 나오면서 삼각형 대형으로 변하더니 일직선으로 대한제국으로 향했다.

    중간에 어업을 하던 일본과 한국, 필리핀의 어선들이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당연히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괴물들은 거침없이 쭉쭉 이동하더니 오키나와섬으로 돌진했다.

    오키나와섬은 제주도보다 더 큰 섬으로 140만 명이 살고 있다.

    과거 류큐 왕국이 존재했으나 1879년 일본에 병합되어 버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차지했다가 1972년에 독립하지 못 하고 일본에 반환되었다.

    오키나와에는 과거 주일미군의 기지들이 많았고 제1군단, 제1상륙전대, 제7함대, 제5공군, 제3해병원정군 등이 있었다.

    1년 전 남북한의 평화적인 분위기인 상황에서 중동전쟁이 확산되자 이곳에 있던 미군들이 대부분 중동으로 이동 배치되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삼백여 명의 미군들과 F-35A 전투기 2대, F-15 전투기 4대, 전차 5대,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한 척,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두 척만이 남았다.

    “저게 뭐지?”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의 갑판에서 일하던 수병들이 저 멀리 파도가 튀어오르듯 일렁이는 것을 보며 갑판에 모여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 모든 바다가 시커멓게 변하더니 물고기 떼가 지나가듯 표면이 튀어올랐다.

    “괴물이다!”

    “괌을 공격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맙소사.”

    오키나와에 있던 미군들도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미사일과 포탄을 마구 쏘고 기뢰를 터트렸다.

    하늘에서는 전투기들이 날아다니며 폭격했다.

    그러나 놈들의 수는 너무 많았고 끝내 두 대의 이지스함과 그것을 호위하던 고속정이 박살이 나고 괴물들이 오키나와섬으로 상륙했다.

    나하, 이코만시, 오키나와, 우루마시, 나고시가 불타오르고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괴물들은 감각이 뛰어나서 꼭꼭 숨어 있는 사람들까지 찾아 죽였다.

    길거리에는 사분오열된 시체들의 팔다리와 내장이 사방에 퍼져 있고 피가 흘러 강을 이루었다.

    괴물들은 오키나와섬에서 학살을 벌이는 동안에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들이 출현한 지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벌써 제주도 근해까지 왔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한제국의 제3함대가 제주도 남쪽 해상에 집결했다.

    FFG-813 전북함을 중심으로 광주함과 전남함이 나란히 따라붙었고 주변으로 고속정인 순천, 성남, 대천, 한문식, 김창학, 박동진, 전병익 함이 돌아다녔다.

    제3함대의 기함인 전북함의 새로운 함장 박창식은 마나 레이더가 보내오는 화면을 보면서 표정이 굳었다.

    필리핀해 전체가 온통 시커먼 색뿐이다.

    “정말 징그럽게 많군.”

    놈들이 삼각 대형으로 제주도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빨라.”

    이대로 가면 1시간 뒤에는 제주도로 상륙하게 된다.

    “총원전투 배치!”

    박창식 함장의 명령에 제3함대 전체가 전투준비를 했다.

    “총원전투 배치!”

    -위잉, 위잉!

    제3함대의 전함들이 모두 투명하게 변하더니 사라졌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투명화 스텔스 기능이 가동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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