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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73화 (173/225)
  • 《173화》

    미래 중앙 연구소, 성호는 완치가 되지도 않은 몸으로 이곳으로 찾아왔다.

    온몸이 화상으로 쓰라렸지만 이정도야 참을 수 있다.

    “강동민 팀장을 불러줘!”

    성호의 부름에 낡은 실험 가운을 입은 강동민이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왜 회장님아……. 어? 괜찮은 거야?”

    성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의 여기저기에 피딱지가 앉아 있고 옷은 너덜너덜했다.

    한쪽 팔은 부러졌는지 덜렁거리고 있다.

    “급한 게 있습니다. MOS(Mana Observation Satellite)는 어떻게 되었나요.”

    “마나 관측용 위성이라면 일단 8개가 만들어졌지.”

    “테스트는요?”

    “당연히 못 했지.”

    “그걸 지금 바로 우주로 텔레포트 해줘요.”

    “지금 당장? 하나당 12조 원짜리야. 실패하면 그냥 날아가는 거야”

    “날려도 내 돈 날리는 겁니다.”

    “하긴 그렇군. 그런데 왜 갑자기?”

    “오늘 폴 막스 그녀석이 대한제국에 왔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되었……. 회장님아가 졌어?”

    강동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호의 몰골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뇨, 간신히 이겼는데 녀석이 공간이동으로 도망갔어요. 그래서 MOS가 필요하니까 빨리 우주로 텔레포트 하죠?”

    “아! 그런 거였어? 그럼 빨리해야지.”

    강동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성호를 이끌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그 뒤로 강동민의 제자들이 뒤따랐다.

    그들이 바로 지구의 인첸트 학파들이다.

    -위이잉…….

    지하 5층에 내려가니 공간 확장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실험용 도구들로 가득했다.

    각종 선과 호스들, 계측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청소 좀 하시죠?”

    “내 방도 안 치우는데 여길 치우라고?”

    “…….”

    하긴 강동민의 생활 습관이 그렇기는 하다.

    5층 실험실의 중앙에 사람 키만 한 팔각형 인공위성 8개가 세워져 있는데 그 주변으로 인첸트 학파 연구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인원이 많이 늘었네요.”

    “난 바쁘고 배우려는 사람은 많으니까.”

    성호가 나서서 인공위성의 여기저기를 살폈다.

    방어막이나 통신 설비, 소형 핵융합 발전기, 인공 자아인 에고, 마나레이더, 마법 증폭 시스템까지 살폈다.

    강동민의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 모든 마법진이 완벽했다.

    “바로 우주로 날리죠.”

    “바로?”

    “네.”

    “잠깐만.”

    강동민의 손짓에 그의 제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 기다란 팸플릿을 설치하고 풍선까지 달았다.

    「인류 최초 마나 에너지 우주 탐사 경축」

    「마나 에너지로 우주를 정복하다.」

    강동민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마이크를 들고 서 있다.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시간이 없어요.”

    “아, 그렇군.”

    성호의 말에 울상이 된 강동민이 준비한 모든 행사를 뒤로하고 발사 스위치 앞에 섰다.

    “텔레포트!”

    그 한마디에 한 달간 밤을 새워 준비해 온 MOS(Mana Observation Satellite), 즉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관측용 인공위성이 우주로 텔레포트 되었다.

    8개의 인공위성들은 자가 중력 시스템을 이용해서 지구의 어느 곳이든 이동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마나 레이더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MOS 시스템 온.]

    [방어막 가동.]

    [좌표 이동 엔진 정상.]

    [마나 레이더 정상.]

    [모든 시스템이 정상입니다.]

    성호가 양손을 펼치자 실험실 가득 거대한 지도가 펼쳐졌다.

    지구의 거의 모든 것이 표시된 지도다.

    사람과 동물, 자동차와 비행기까지 모두 표시가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레이더에 안 보이는 잠수함과 스텔스기까지 모두 잡혔다.

    “어디로 튄 거냐.”

    성호의 눈이 흔들리며 지도의 모든 곳을 세세하게 살폈다.

    그런데 놈의 흔적이 없다.

    심지어 그동안 하나둘 보이던 어둠의 흔적까지 사라졌다.

    “죽었나?”

    그럴 리가 없다.

    놈은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남아 성호를 노리고 있을 거다.

    “나타나기만 해봐, 아주 개 박살을 내주지.”

    ***

    미래 그룹이 성장하는 속도는 너무 빨라서 그에 따른 영향력이 전 세계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문화이자 새로운 시대의 도래였다.

    역사가들은 이때를 마나 1차 혁명이라고 불렀으며 사람들은 그에 변화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워했다.

    핵융합 발전소에 의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퍼져나가자 초저가 에너지 시대가 왔고, 누구도 자신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가격에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자동차들의 원료가 석유에서 전기로, 전기에서 마나 에너지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제는 마나 에너지에 의해 반중력 장치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었다.

    모든 모니터가 입체영상으로 변화면서 거리에도 입체화면을 이용한 간판들이 퍼져 나갔다.

    암이나 에이즈, 어떤 병도 일주일만 병원에서 힐러로 치료하면 모두 낫는다.

    집에서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이 마나 에너지에 의해서 자동으로 되면서 주부들의 삶이 너무 윤택해졌다.

    옷에 마나 회로를 달아서 체온을 유지한다거나 몸의 피로를 없애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전 세계 어떤 곳이든 이동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텔레포트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는 기존 산업을 더욱 빠르게 발전시켰다.

    이 빠른 변화는 경제의 부흥, 그리고 산업의 발전과 엄청난 양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어머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미래 빌딩이구나.”

    “이 지지배가 쪽팔리게 시골에서 올라온 티를 팍팍 내네.”

    “그럼 어떠니, 너도 처음 보고 어머어머 했으면서.”

    미래 그룹의 본사 빌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별로 없었다.

    45층인 것도 같았고, 외형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위상만큼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져서 관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덜덜덜…….

    요즘 같은 마나 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낡은 자동차 하나가 덜덜거리면서 미래 빌딩 앞에 주차했다.

    아판테라는 아주 오래된 차로 무려 20년 넘게 굴러다니는 자동차다.

    “어머, 저 낡은 차 좀 봐.”

    “아주 골동품이네 골동품이야.”

    “저런 차가 미래 빌딩에 주차하다니!”

    주변 사람들이 낡은 차를 보며 뭐라 한소리씩 했다.

    그때 빌딩의 주차 요원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차를 빼달라고 하려나 보다.”

    “여기가 어딘데 감히! 수준이 있지 말이야.”

    “분명 쫓겨날 거야.”

    달려가던 주차요원이 숨을 고르더니 옷매무새를 고쳤다.

    그리고 낡은 자동차의 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최 아저씨.”

    낡은 차에서 붉은 머리를 한 젊은이가 내리면서 자동차 키를 건네줬다.

    “부탁해서 키를 드리기는 하는데 저도 지하주차장에 주차 잘합니다.”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안 그럼 제가 할 일이 없잖습니까. 그리고 이게 저의 자부심입니다. 세계적인 회장님 차를 매일 아침 주차하는 사람이 저잖습니까? 하하하.”

    “쩝,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회장님은 자동차 안 바꾸십니까?”

    “뭐 어때서요. 아직도 잘 굴러가는데요, 뭐.”

    성호가 미래 빌딩으로 들어가자 그 옆으로 언제 나타났는지 날카로운 인상의 최태욱 비서실장이 따라붙었다.

    최태욱 실장의 뒤로 법무팀의 박동진, 기획팀의 강동민, 재정팀의 문정철, 기획팀의 안찬호, 인사팀의 박규영이 따랐다.

    그리고 경호팀과 기타 임원들이 줄줄이 그 뒤에 따라붙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한 자만큼 벌렸다.

    “저……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바로 이성호 회장?”

    “맙소사!”

    “왜 미래 그룹 회장이나 되는 사람이 저렇게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성호 회장, 이성호 회장하더니 진짜 검소하게 산다.”

    성호는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늘 아침은?”

    “북엇국에 계란찜, 장조림입니다.”

    “맛있겠네.”

    성호는 오늘 아침이 기대되었다.

    언젠가부터 구내식당의 밥이 점점 맛있어졌다.

    성호는 모르지만 미래 빌딩의 모든 사람은 성호에게 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이 행복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사람의 변화가 음식 맛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구내식당에 성호가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모였다가 흩어졌다.

    이제야 회장이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에 적응한 것이다.

    성호가 식판을 들고 직접 밥을 푸고 반찬을 덜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밥과 계란찜, 그리고 각종 반찬과 북엇국이 맛있게 보였다.

    자리에 앉아서 한 수저 떠먹고 나니 웃음이 절로 났다.

    -띵동!

    공중에 떠오른 화면을 위로 올리니 수지의 문자다.

    [뉴욕에 왔어!]

    [뭐해?]

    [여기는 겨울이라 추워잉.]

    수지는 요즘 저번 주부터 드디어 빌보드 차트 1위를 찍고 미국에서 콘서트를 돌고 있다.

    1위를 한 노래의 제목은 Still remaining letters(아직 남은 편지)인데 사랑하는 남자에게 편지를 썼지만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전하지 못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밥 먹고 있었어.]

    [무슨 반찬?]

    [북엇국에 계란찜.]

    [맛있겠다. 난 이제 스테이크가 질려.]

    [요즘 거기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다녀.]

    [응, 나 이제 연습하러 가야 해.]

    [수고.]

    [너도.]

    수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호에게 문자를 했다.

    성호는 그게 고마웠다.

    “회장님, 골렘 로봇 판매가 오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최태욱 실장의 말에 성호가 휴대폰 화면을 닫았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반반입니다. 일에 도움이 되니 반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일자리가 빼앗길까 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침해하는 곳에는 판매하지 마세요. 그런 일을 프로그래밍하지도 말고요.”

    “알겠습니다.”

    ***

    안산에 있는 일산산업,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안에 들어가는 철판을 프레스로 찍어 모양을 내고 그 위에 가죽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고무를 덮어서 성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당연히 작업장은 시끄러웠고 고무 냄새와 열기로 가득했다.

    그곳의 사장인 한편수 사장은 요즘 고민이 생겼다.

    여러 일자리가 넘쳐나자 이런 냄새나고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며칠째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공장이 쉬다니 문제군.”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소음을 줄이고 고무 냄새가 안 나게 했지만 그런데도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기껏 찾아온 사람도 며칠을 일하고 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고심에 고심하던 일산산업 사장은 인터넷을 보다가 미래 그룹에서 골렘 로봇을 판매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골렘 로봇, 인간의 대체인가 대립인가?」

    기사의 내용은 미래 그룹에서 만든 골렘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일산산업의 한편수 사장에게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일터에는 일자리를 위협할 만한 건더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전화번호를 뒤져서 미래 생활 전자에 전화를 걸어서 바로 주문했다.

    가격이 이천 만 원이나 해서 놀랐지만 일 년간 한 사람 월급을 생각하면 싼 편이라고 생각했다.

    [텔레포트 택배 서비스를 받으시겠습니까?]

    “네.”

    대답과 함께 공장 정문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번쩍하고 뭔가가 튀어나왔다.

    “오, 바로 왔구만.”

    키는 1.8 미터에 인간처럼 서 있는 하늘색 로봇이었다.

    머리에는 두 개의 눈이 커다랗게 달려 있고 코와 입은 달리지 않았다.

    외형 골격을 강화 플라스틱과 고무로 덮고 있어 깔끔해 보였다.

    [반갑습니다.]

    “그래 반갑다.”

    한편수 사장은 사람같이 이들을 대하면서 일을 가르쳤다.

    골렘 로봇들은 머리가 좋아서 하나를 가르치니 나머지 일들을 알아서 척척 해냈다.

    “하하하, 오늘부터 일할 사람 걱정은 끝이구만!”

    인류 역사상 처음 골렘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된 곳은 공장과 건설 현장이었다.

    사람이 하기에 어렵고 위험한 일에 골렘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다음은 가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실 가격이 이천 만 원이나 하다 보니 웬만한 집에서는 골렘 로봇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에 누군가 아프거나 돌볼 사람이 생겼을 때 한두 명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끝내는 여기저기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만약 미래 그룹으로 인해서 온 세상에 일자리가 넘쳐나지 않았다면 엄청난 부작용으로 인류의 일자리를 위협했을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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