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65화 (165/225)
  • 《165화》

    박성규가 편안한 표정으로 이대필을 바라봤다.

    이대필이 통합당의 후보지만 사실은 신제국당 안동희의 지시를 받는다.

    그가 오늘 해야 하는 일은 박성규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미래 그룹의 회장이 많이 도와줬다고 들었습니다.”

    “전혀요.”

    “박성규 후보님의 아드님께서는 미래 그룹의 법무팀 팀장으로 있으시죠?”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박 후보님은 미래 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혀요. 제 아들이 미래 그룹의 법무팀에 있는 게 문제라면 이대필 후보님의 아들은 삼오 그룹에 있지 않나요?”

    “네?”

    “제 아들이야 정당하게 법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거지만 이대필 후보님의 자녀분도 그러신가요?”

    “지금 해보자는 겁니까?”

    “해도 됩니다. 조사를 받죠.”

    “끄응.”

    이대필은 박성규 후보의 당당한 태도에 도리어 침음을 삼켰다.

    본인이 더 많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크흠, 좋습니다. 다음 질문하겠습니다. 대한제국은 현재 미래 그룹이 만든 신무기들을 대여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십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당연히 똑같이 운영할 겁니다.”

    “지금 미래 그룹에서 만든 무기들이 국가의 겁니까?”

    “아닙니다.”

    “미래 그룹에서 빌려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미래 그룹에서 국가로 빼앗아 와야 하지 않습니까?”

    “전혀요. 후보님은 그걸 빼앗아 올 생각만 하시는군요.”

    “네?”

    “미래 그룹과의 협력은 생각 안 하십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가 그 엄청난 무기들을 관리할 예산이 있습니까?”

    “예산이야 당연히 세금을 더 걷으면…….”

    “필요한 예산이 얼만지는 아시죠? 한 해에 150조입니다. 1억 명이나 되는 우리 대한제국 국민이 한 사람당 한 해에 150만 원씩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

    카메라가 이대필 후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이대필 후보님, 세금을 더 걷을까요?”

    “아닙니다.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이대필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참패였다.

    “다음은 기독당의 강독교 후보님 말씀하시지요.”

    “기독당의 강독교입니다. 저희 기독당은 대한 제국 내에 빛이 되는 기독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성규 님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박성규 님의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기독교인이라고 들었습니다. 후보님은 교회에 다니십니까?”

    강독교의 말에 전 국민이 박성규의 종교가 뭔지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종교는 나라와 민족을 움직일 힘이 있다.

    일본은 천황이라는 종교에 의해 움직이고 유태 민족은 유대교에 의해 움직인다.

    중동 국가들이 이슬람으로 움직여서 테러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저는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수님 믿을 계획은 있으십니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안 다닙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후보는 지금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믿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믿음은 교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 전국에 있는 교회를 무시하는 겁니까?”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말씀하시지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이야기를 아실 겁니다.”

    “압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강도를 만나 다치고 헐벗은 자가 있는데 지나가던 제사장(교회 목사)도 피하고 레위인(교회 장로)도 피해갔다.

    이 둘은 다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리는 거룩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나가던 사마리아인이 이 강도를 도와준다.

    사마리아인은 당시 인종이 섞여있다며 천대 받던 사람들이다.

    사마리아인은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어 산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인 것이다.

    “누가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이웃입니까?”

    “사마리아인입니다.”

    “요한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신 것이 있습니다.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고 말입니다.”

    “후보님 말씀대로라면 그럼 교회가 왜 필요합니까?”

    “제가 교회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까? 교회가 믿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 겁니다.”

    “끄응.”

    강독교가 할말을 잃고 입을 닫아 버렸다.

    믿음도 없는 자가 교회에 수두룩하다.

    단 10%라도 진짜 믿음이 있다면 교회가 지금 같이 썩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끝내자 조계종당의 안불상도 그냥 아무 질문 없이 넘어갔다.

    자연 연맹 이청남 후보는 박성규를 찬양하다시피 말하고 끝냈다.

    “박성규 님 같은 분 때문에 대한 제국은 앞으로 만 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무소속 곽창수 후보는 토론을 포기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박성규 후보의 팬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제국당의 안동희 후보가 질문했다.

    “박성규 후보님, 이 사진을 보시지요.”

    안동희가 커다란 사진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 사진에는 이성호와 박성규가 함께 찍혀 있었다.

    덕수궁의 고종 편지를 찾은 다음 대한문을 나오다가 찍힌 사진이었다.

    “여기 이 모자를 깊게 눌러 썼지만 붉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 보일 겁니다. 이분이 바로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이고 여기 옆에 있는 게 박성규 후보 본인 맞죠?”

    “맞습니다.”

    “이건 정권유착을 증명하는 사진 아닙니까?”

    “그 사진은 아마도 덕수궁 앞에서 찍었겠군요.”

    “그렇습니다. 박성규 후보님은 이 이성호 회장과의 만남을 인정하십니까?”

    “만난 건 인정 합니다. 그러나 그건…….”

    안동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박성규의 말을 잘랐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의 외침에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나라가 영토가 넓어지고 대한 제국으로 커진 것은 국민들과 군인들의 희생이 있어서이지 일개 기업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동희가 화면을 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저 안동희는 이 대한제국이 일개 기업에 휘둘리는 꼴은 못 봅니다.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일개 기업인과 이렇게 만나면서 돌아다닐 수 있습니까?”

    “끄응.”

    성호와의 비밀이 있기에 사실을 말하기도 그렇다.

    안동희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성규가 곤란해하자 속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질문을 마칩니다.”

    의문은 의문으로 남아야 힘이 있는 법이다.

    박성규는 자신이 불리했지만 입을 닫았다.

    방송이 끝나고 박성규의 지지율은 60%에서 46%로 떨어졌다.

    이대필이 안동희를 지지하면서 후보를 사퇴했다.

    기독당과 불교당도 후보를 사퇴하면서 신제국당의 안동희를 밀어줬다.

    그 뒤에는 만주 연합당의 곽덕구도 안동희를 지지하면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성규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안동희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대한국당 박성규 = 44%

    신제국당 안동희 = 44%

    북조선당 리만영 = 12%

    선거는 박성규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

    10월 24일,

    내일이면 대한민국, 조선인민공화국, 만주가 대한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다.

    그리고 대한 제국의 대통령이 뽑힌다.

    MBS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제국의 역사를 보다-

    대한제국(大韓帝國)의 부활인가?

    아니면 새로운 대한제국인가?

    사실 대한제국은 1897년 조선의 26대 국왕 고종이 세웠었다.

    제국이라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을 들어 보면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갑오개혁 때문에 왕의 국가가 아닌 대군주의 국가로 전락했다.

    이를 타파하고자 조선을 주권을 가진 제국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침탈로 대한제국은 멸망한다.

    대한제국의 국명인 대한과 국기인 태극기가 임시정부로 그대로 계승된다.

    일제 강점기를 시작으로 6.25와 남북한이 서로 대립했던 역사가 쭉 방송으로 나왔다.

    중국의 북침 때 대한민국이 참전하게 된다.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김동진 합참의 인터뷰가 잠깐 나왔다.

    “당시 미래 그룹에서 마나 에너지 무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승산이 없었습니다. 상대는 중국이었으니까요.”

    이때 중국의 북침으로 남북연합군이 결성되었다.

    북한의 제1군단 소속 31사단이 천안함 희생자 가족이 전해준 근조기를 달고 부산까지 행군한 것도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터진 일본과의 전쟁, 거대한 공중 항모, 귀선이 도교 상공에 떠 있는 모습과 일본의 항복 문서에 대한 내용이 방송으로 쭉 이어졌다.

    그리고 터진 중국의 침공과 핵미사일 공격.

    당시 일반 시민은 알지 못했던 비화가 이때 방송되었다.

    “당시 핵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로봇 형태의 마나 무기가 출동했었습니다.”

    “로봇이요?”

    “아실 겁니다. 인천 국제공항 근처 왕산 요트 경기장에서 올라온 로봇 말입니다.”

    “아! 그럼 핵탄도 미사일을 막은 게 이성호 회장이 되나요?”

    “당시는 회장이 아니라 군인 신분이었죠.”

    이 놀라운 이야기에 네티즌들이 시끄러워졌다.

    -역시 이성호 회장은 군 입대를 한 거야.

    -그룹 회장이 군대에 가다니.

    -로봇을 타는 게 내 꿈인데 개부럽

    -자기 회사가 만든 무기를 자기가 타고 군대 생활하는 회장님.

    방송의 마지막 부분에 러시아의 대사관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아비쉔초프 대사님.”

    아비쉔초프 러시아 대사는 덩치가 곰 같은 사람이었다.

    대신 순하고 밝은 외모가 특징인 사람이었다.

    아비쉔초프는 2020년부터 대한민국의 대사가 된 사람이다.

    그가 러시아로부터 대한민국의 옛날 유물들을 가져와 돌려주었는데 이를 인정하여 문화부 장관이 그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적도 있었다.

    “이 문서를 전해주기 위해 왔습니다.”

    아비쉔초프가 낡은 노란색 봉투를 꺼내 놓았다.

    검은색 반점으로 중간중간 얼룩진 것을 빼고는 이상해 보이지 않는 편지다.

    “이건 고종 황제가 헤이그 밀사인 이준에게 준 편지입니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회의로 고종은 밀사를 보낸다.

    일본의 탄압을 받는 대한제국의 억울함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준, 이상설, 이위종이 밀사로 보내졌다.

    그중에 이준은 법률가였다.

    그것도 대한제국에서 국제법을 잘 다루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고종의 측근 중에서는 그가 유일했다.

    헤이그의 만국회의에 이준을 비롯해 고종의 밀사들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일본의 방해로 헤이그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제국의 비통함을 여러 곳에서 호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이준이 죽었다.

    그가 네덜란드에서 할복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자결로 죽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독살을 당했고 며칠간 앓아누워 있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조국을 구원하소서, 일본이 한국을 침탈하고 있습니다.”

    그가 며칠간 밥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죽기 전에 고함치듯 한 말이다.

    화면은 아비쉔초프 러시아 대사를 클로즈업했다.

    “그때 이준 열사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같이 온 이위종 열사가 챙기셨죠.”

    “정말 대단한 편지가 아닐 수 없네요. 내용은 당연히 이준 열사가 일본의 횡포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들어 있겠군요.”

    “아닙니다. 편지의 내용은 고종 황제의 자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손이요?”

    뭔가 엉뚱했다.

    헤이그 특사에게 보낸 편지가 자손에 대한 이야기라니?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 보시죠. 당시 살아남은 이상설과 이위종 님은 일본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가 소련으로 가서 항일 투쟁을 했습니다.”

    “역시 대단하신 분들이시군요.”

    “당시 소련 공산당의 간부로 활동하며 일본군과 싸우셨는데 그때 일본의 첩보부가 그를 살해 했습니다.”

    “일본이요?”

    “당시가 1925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놈들은 계속 뭔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찾던가요?”

    “그게 이 편지입니다.”

    “그럼 이 검은 얼룩 자국은?”

    “이종위 열사의 핏자국입니다.”

    “정말 놀라운 편지군요.”

    “당시 편지의 내용을 믿을 수가 없어서 소련의 첩보부는 따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이완용에게서 정보가 나왔습니다.”

    “이완용이요?”

    “이완용은 원래 고종의 최측근이었는데 1904년 러일 전쟁 이후 친일파로 돌아서게 되죠. 하여튼 그가 순종의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종의 아들이요?”

    지금까지는 순종에게 자식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도 자세히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순종 황제의 부인이던 순명효황후께서 명성황후께서 시해되신 뒤 정신적인 이유로 골방에 지내시다가 1904년에 돌아가셨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난산으로 돌아가신 걸 안 거죠.”

    “그럼?”

    “순종의 아드님은 살아남았죠. 그리고 고종이 이를 철저하게 숨깁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합니까?”

    “이 편지가 증거입니다.”

    편지가 공개되었다.

    고종의 편지였다.

    [이만을 황태자로 책봉하니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국새를 찍고 총 세 개의 밀서를 후세에 남기노라.]

    [황제어새(皇帝御璽)]

    사람들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만이 누구지?

    사람들은 이만이 누군지 몰랐다.

    성호가 가진 외할아버지 김박규의 편지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누군가?

    조사 들어가면 다 털 수 있다.

    편지의 내용에 이만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았다.

    [이강의 친우인 김란사의 동생이 도쿄에서 크게 사업을 한다 하니 그곳으로 이만을 보내기로 하였다.]

    -김란사의 동생 김박규의 양아들 이만식!

    -미래 그룹의 이만식 회장이 개명하기 전 이름이 이만이다.

    -이만식 회장의 행적이 이만 황태자와 일치

    -뭐지 그럼? 미래그룹의 이성호 회장은? 왕손이야?

    -황태손이겠지.

    네티즌들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박성규와 이성호가 같이 찍은 사진이 문제가 되었다.

    둘이 찍힌 장소가 덕수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덕수궁에 있는 대안문(大安門)을 수리한 뒤에 대한문(大漢門)으로 개칭하면서 지붕의 기둥 사이에 상자를 넣고 그 안에 봉인하였다.]

    -덕수궁의 대한문 앞에서 둘이 왜 만난 거지?

    네티즌 수사대들이 움직였다.

    덕수궁의 대한문을 나오다가 찍힌 성호와 박성규의 사진들을 요리조리 뒤져 봤다.

    요즘은 트루스를 이용해서 입체적으로 사진이 찍힌다.

    둘의 사진을 빙글 돌려가면서 분석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성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노란색 봉투의 낡은 편지를 발견한다.

    대한제국 황실의 오얏꽃 문양이 그대로 찍힌 편지.

    고종의 편지였다.

    언론사들이 그날 이것을 대서특필했다.

    [박성규 후보 대한제국의 황제 재건을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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