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64화 (164/225)
  • 《164화》

    박성규는 다음 날 태평로에 있는 카페에 왔다.

    바로 옆에 덕수궁의 대한문이 있어서 오가는 시민이 많아서 카페 안은 많은 사람이 가득했다.

    “무슨 커피 값이 밥값보다 비싸군.”

    박성규가 비싼 커피 값에 투덜거렸다.

    그때 카페 안으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한 청년이 들어왔다.

    요즘 미세 먼지가 없어져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어졌다.

    세균에 대한 힐러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흔치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들어온 청년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이 모든 게 모두 미래 그룹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들어온 사람이 미래 그룹의 회장이다.

    “오셨습니까?”

    “왜 여기로 불렀어?”

    “증거가 확실해야 한다면서요.”

    성호가 자리에 앉으며 낡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위에는 다섯 개의 꽃잎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그 증거입니다.”

    “이게 뭔데?”

    성호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편지를 꺼냈다.

    “고종 황제의 편지입니다.”

    박성규가 조심스럽게 편지를 꺼내서 읽었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 나가면서 박성규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이거 진짠가?”

    요즘 가짜들이 하도 진짜 같이 만들다 보니 한 번쯤은 의심이 갔다.

    이게 말이 되는가?

    순종의 자식이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데 그 자식을 지금까지 숨겨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진짜입니다. 이것도 믿지 못하실 것 같아 오늘 여기로 모셨습니다.”

    “응?”

    “편지의 끝에 보면 이를 증명하는 밀서는 모두 3개로 그중에 하나는 지금 보시는 그 편지고 나머지 하나가 여기 대한문에 있습니다.”

    박성규는 한 번 더 편지를 읽어 봤다.

    「이만을 황태자로 책봉하니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국새를 찍고 총 세 개의 밀서를 후세에 남기노라.

    하나는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화란국(네덜란드)의 헤이그로 보낸 밀사 이준(李儁)에게 주었다.

    두 번째는 덕수궁에 있는 대안문(大安門)을 수리한 뒤에 대한문(大漢門)으로 개칭하면서 지붕의 기둥 사이에 상자를 넣고 봉인하였다.

    세 번째는 왜놈들이 강제로 데려가는 이은에게 주었으니 이를 확인하여 대한 제국이 다시 되살아나고 새로운 세상이 돌아올 때 확인하라.」

    여기서 이만은 미래 그룹의 초대 회장 이만식을 뜻한다.

    성호의 할아버지다.

    “대한문에 있다면 확실히 믿으시겠죠?”

    “그래서 직접 대한문이라도 뜯어보게.”

    “네, 이번에 제가 대한문 복원 사업에 좀 투자했습니다.”

    성호는 대한 국립 역사 연구소에 미래 그룹이 덕수궁의 유지 보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했다.

    대한 국립 역사 연구소,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대한 국립 역사 연구소는 총 오 천 명이 넘는 역사학자들이 만든 단체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다.

    이들이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 의해서 엉망이 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부터 세계 각지에 빼앗긴 역사 유물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러는데 딱 한 시간만 대한문을 보수할 때 개인적으로 살펴봐도 될까요?”

    “오! 이성호 회장님의 부탁인데 들어드려야죠.”

    역사학자들이 성호의 부탁을 바로 허락해줬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성호 회장은 은인 중의 은인이다.

    핵융합 발전소 유치를 위해 프랑스에서 문화재가 반환될 당시 그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 그의 부탁이다.

    저 커다란 대한문을 한 시간 동안 조사한다고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대한문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 찾았다면 벌써 찾았을 것이다.

    ***

    덕수궁의 정문의 이름이 바로 대한문이다.

    「미래 그룹의 역사 살리기 지원 사업으로 대한문 보수를 시작합니다.

    시민들께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대한문 출입을 막고 보수 공사를 위해 칸막이를 설치했다.

    모든 사람이 나가고 성호와 박성규만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을 겁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보고 또 봤을 텐데 그게 아직까지 있겠어?”

    “일단 확인해 봐야죠. 대한문은 다포계 지붕이라 여러 겹을 겹쳐서 만들었으니 그 사이에 있을 겁니다.”

    “분해하게?”

    “아뇨, 밀지는 대한문을 분해하면서까지 찾게 숨겨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성호가 대한문의 지붕을 한참 바라봤다.

    “저기가 의심되네요.”

    밀서는 기둥과 기둥이 서로 교차하는 부위에 구멍을 파고 상자를 넣어둔 형태였다.

    아주 조심스럽게 구멍을 막고 있던 나무 조각을 빼내고 안에 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안에 들어 있는 고종의 밀서를 찾을 수 있었다.

    “맙소사. 진짜 문서가 있었군.”

    “그런데 글씨가 번져서 알아볼 수가 없네요.”

    밀서는 오래되었고 빗물이 스며들어 번져있었다.

    “그럼?”

    “다른 밀지를 찾아야죠.”

    “찾을 필요 없네.”

    “네?”

    “그냥 내가 믿도록 하지. 누가 여기에 이런 밀지가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자네의 끈기가 이겼네.”

    “그럼 이번에 대한 제국 대통령 선거에 나가시는 겁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후보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당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등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섯 개의 도시에서 각각 500명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그 뒤로 25일간 선거 기간이 된다.

    이번 대한 제국의 선거는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모두 106명이나 된다.

    너도 나도 나온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1% 이상의 지지자들만 뽑으면 다음과 같았다.

    신제국당 안동희 = 22%

    북조선당 리만영 = 12%

    만주 연합당 곽덕구 = 8%

    기독교당 강독교 = 2%

    조계종당 안불상 = 1%

    자연 연맹 이청남 = 1%

    이 모든 대선 주자의 지지율을 다 합해 봐야 46%밖에 안 된다.

    나머지 54%는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과 장관이 지지하는 사람을 말이다.

    뒤늦게 대한제국 대통령 선거에 박성규가 등록했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과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박성규를 지지하며 민족당과 한국당을 해체해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대한민국당!

    대한민국당에는 과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었던 대부분의 사람들과 장관들이 참여했다.

    그 수만 400명이 넘었다.

    당연히 박성규의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시작부터 남북한 국민들과 만주 지역까지 60%가 넘게 그를 지지했다.

    박성규는 선거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엄청난 지지자들이 몰렸다.

    과거 그가 행한 많은 선행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

    10월 18일, 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선거 일주일 동안 열렸다.

    그동안 총 3번의 토론회 중에서 한 번도 박성규는 출연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토론회를 싫어했다.

    이곳에 나온 후보들마다 서로를 비방하고 뜯어 먹기 바빴다.

    그런 자리에 나가느니 미래에 대해서 검토하고 구상하는 게 나았다.

    문제는 대통령 유력 후보인 박성규가 나오지 않으니 TV 토론회 시청률이 1%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채널 돌리다 가끔 보는 수준이다.

    방송국에서는 박성규에게 출연해 달라고 매일같이 부탁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출현하는 게 좋겠지.”

    박성규는 자신을 좋아하고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단 한 번은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 토론회에 나왔다.

    토론회는 대한제국의 대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이를 지방 방송국 6개가 지원했으나 좋지 못한 시청률에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박성규 대통령 후보가 출연하겠다고 하자 난리가 났다.

    작은 토론장이 여의도 본관에 있던 콘서트홀로 변경되었고 광고 방송을 따로 만들어 방영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대통령 후보 토론을 진행할 이반석입니다.”

    그동안 시사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이반석 아나운서가 나왔다.

    마른 얼굴에 안경을 써서 지식인다운 이미지와 단호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의 당당하게 뜻을 전달하는 당당한 말투가 국민들의 인기를 얻었다.

    “오늘은 대한 제국의 대통령 후보들을 모시고 그분들을 검증하는 마지막 토론입니다. 특히 오늘은 기호 1번 박성규 후보가 토론장에 나올 예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기호 1번이 되었다.

    기호 1번은 의석 보유수가 가장 많은 정당이 추천한 자가 가지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이 모두 그가 만든 대한국당에 들어 왔기 때문에 박성규가 기호 1번이 되었다.

    “먼저 지금까지의 지지율을 보시겠습니다.”

    트루스로 만들어진 화면이 공중에 떠올랐다.

    대한 제국의 전국 지도가 펼쳐졌는데 북쪽으로 만주 땅과 남쪽으로 제주도. 마라도. 이어도. 독도까지 넓게 영해가 그려졌다.

    그런 지도에 여러 그래프가 그려지면서 대통령 후보의 인지도가 표시되었다.

    “여기 보시는 데로 박성규 후보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87.9%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이변이 없다면 대한 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이제 이변이 없다면 박성규 후보가 대한제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오늘은 다른 후보들이 박성규 후보를 공격하거나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박성규 후보가 대한제국의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 평가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카메라로 화면이 돌아가면서 이반석가 자세를 약간 바꿨다.

    “오늘 토론에 도움을 주실 분들을 모셨는데요. 한국 대학교 정치학 교수님이신 이봉권 교수님. 신라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님이신 박덕명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카메라가 방청석을 비췄다.

    “그뿐만 아니라 무작위로 300분의 국민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카메라가 방청석과 그 중간에 놓인 특별석에 있는 검증 인사들을 비추었다.

    “먼저 오늘 토론회에 나온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신제국당의 안동희 후보.”

    안동희 후보는 대머리에 큰 코, 뚱뚱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냥 길가에서 만난다면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20년 이상 정치판에서 살아온 늑대 같은 사람이다.

    상대방의 약점이 보이면 가차 없이 물어뜯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에 타고난 사람이다.

    그리고 5년 전에 뇌물 혐의로 정치판을 떠난 사람이기도 했다.

    “기독교당의 강독교 후보, 그리고 조계종당의 안불상 후보, 자연 연맹 이청남 후보, 무소속 곽창수 후보, 마찬가지로 무소속의 이대필 후보입니다.”

    기독교당의 강독교나 불교 조계종당의 안불상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왔다기보다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이미지나 위치를 고수하고자 나왔다.

    기독교에서 당을 세우고 대통령 후보를 내보내자 불교 측에서도 후보를 만들어 내보낸 것이다.

    자연 연맹의 이청남 후보는 남색의 개량 한복을 입고 나왔는데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였고 눈매가 크고 턱이 각이진 강인한 인상이었다.

    곽창수는 미국에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중국의 대사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마른 체격에 안경을 써서 유약해 보였다.

    이대필 후보는 반대로 뚱뚱한 외모에 눈이 작고 동글동글한 외모였다.

    “그리고 대한국당의 박성규 후보입니다.”

    화면이 돌아가면서 가장 왼쪽 끝에 앉아 있는 박성규를 비추었다.

    “안녕하십니까. 박성규입니다.”

    박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의 어디에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교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낡은 양복과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는 그를 더 늙어 보이게 했다.

    모든 후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진행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5분간 말씀해 주시고 만일 다른 후보에게 질문이 이어질 경우 답변 또한 5분 안에 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가장 먼저 이대필 후보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

    이대필이 두터운 서류를 집어 들고는 자신의 자리에 올려 두었다.

    “안녕하십니까. 통합당의 이대필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적인 발전과 위대한 옛 영토를 회복하고 제국으로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그가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한 제국이 앞으로 세계 질서를 움켜쥐고 강력한 힘을 발휘함으로 이익을 증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필는 언제나 당당하게 말했고 그는 언변에 정말 소질이 있었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대한 제국이 제국으로서 갑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

    힘 좀 생겼으니 다른 나라에 갑질을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옛날 일본이 그랬듯이 대한 제국도 다른 나라를 누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약간의 권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먼저 기호 1번 후보이신 박성규 님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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