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62화 (162/225)

《162화》

과거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소련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의한 독립이라 그들의 결정에 따라야 했다.

6·25전쟁도 휴전도 모두 강대국의 결정에 따라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민족이었던 민족이 갈라져 있었다.

모든 이유는 한 가지였다.

힘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힘이 있다.

중국의 북침을 남북한이 같이 이겨내고 연합군이 되었다.

침략한 일본에게서 반나절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과의 전쟁은 한 달 만에 일반적인 승리로 끝나 버렸다.

통일!

그리고 이제 그것을 시작했다.

***

함경북도 청진시의 작은 시골 산자락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원래 산소라고 보기에도 뭐한 작은 언덕에 잡초만 가득했다.

잡초를 제거하고 묘비도 다시 세웠다.

주변을 손질하고 나서야 무덤의 모양이 나왔다.

6.25 전쟁 당시 동생 둘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 갔던 아들 이충석은 110세의 나이로 고향에 찾아왔다.

힐러라는 장치가 없었다면 저번 년도에 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가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아버지의 산소에 절을 올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산소에 절을 올렸다.

그의 뒤로 그의 동생 둘이 절을 올렸다.

아들 손자며느리와 증손자까지 260명 정도의 사람이 절을 올렸다.

“어마이, 아바이…….”

이충석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과 동생을 살리라면서 짐 보따리를 싸주셨던 어머니의 손길과 아버지의 따뜻한 말들이 왜 이리도 뚜렷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지 몰랐다.

자신을 보내면서 하신 아버지의 단호한 말씀이다.

“충석아, 여기 있다가는 다 죽우니끼니 니는 동상들 데리고 어여 내려가라우.”

“아바이도 같이 가드래요.”

“일없어야, 나까지 가면 고향은 누가 지키네?”

이제 막 결혼한 그는 아내와 어린 동생 둘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그때 멀리서 계속 손을 흔들던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아바이, 이 못난 아들 왔습네다. 뭐라고 말씀이라도 하시라요.”

잡초를 제거하고 잔디를 다시 깐 무덤에 눈물만이 흘렀다.

***

평양북도 정주, 김말순 할머니는 전쟁 통에 남편과 헤어지던 일을 기억해 냈다.

“여보, 이제야 왔네요.”

6.25 전쟁 때 김말순 할머니는 30대의 한 남편의 부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다.

전쟁이 격해지자 김말순 할머니는 가족들과 한겨울 눈보라를 헤치고 피난을 가고 있었다.

큰 도로를 따라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전쟁 중이지만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나 자상했고 착했다.

어쩌다 이런 남편을 만났는지 정말 큰 복을 얻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옆에는 그런 든든한 남편이 이제 10살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가고 있었고 자신은 이제 막 태어난 아들을 업고 있었다.

-웨에엥!

-쿠과과과광!

비행기 소리와 함께 커다란 총소리가 들렸다.

사방으로 사람들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숲이나 바위 뒤로 숨었다.

한참 뒤에 매캐한 화약 연기만 남기고 비행기가 사라졌다.

주변에는 시체들이 즐비했고 비명 소리와 살려 달라는 고함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폭격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렇게 든든하던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복순이 아버지!”

피난 행렬이 워낙 크고 사람들이 많았기에 남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남편을 찾던 김말순 할머니는 그때 남편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진 남편은 30년 전에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아내와 헤어진 뒤에 마음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단다.

그가 남긴 편지만이 김말순 할머니 품에 남았다.

「그립소. 보소 싶소.」

편지의 마지막 글자를 손으로 만지고 또 만졌다.

“내도 보고 싶었소.”

눈물만 볼을 타고 흘렀다.

“아직 살아 있었구나. 혼자 어찌 살았누.”

그녀와 헤어졌던 딸 박순자와 만났다.

박순자도 이제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인사해라. 니 동생 기철이다.”

박순자의 동생 박기철이 서로 얼싸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대한 제국의 이곳저곳에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만나 기쁨과 아픔을 나누었다.

***

“이곳이 바로 광개토대왕릉비입니다.”

강원도 강릉의 강진 고등학교의 역사 선생님 허민은 침을 튀기며 광개토대왕릉비를 가리켰다.

강진 고등학교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비석을 바라봤다.

“오늘 여기서 나오는 문제를 맞히면 저녁에 랍스타를 먹고 틀리면 라면을 먹는다. 잘 들어!”

“넵!”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가장 큰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 대왕님께서 하신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장수왕이 세운 비석이다.

광개토 대왕릉비는 19세기 말에 이르러 발견되었으며 1882년경에 일본군 참모본부의 밀정 사카와에 의하여 비문의 일부 문자가 변조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이 엉뚱한 말을 주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 뭐냐?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해적질이나 하던 왜놈이던 시절, 신라와 백제를 정벌하고 신민으로 다스렸다는 주장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이런 개소리가 정말 당시에 일본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 정설이라 하니 세계 각국이 그것을 또 믿었다.

그런 거짓 역사가 제일 동포 사학자 이진희(李進熙) 씨에 의해 밝혀진다.

그분께서 석회도부작전설(石灰塗付作戰說) 주장하며 임나일본부설은 조작된 역사임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광개토대왕릉비를 일본군이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글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임나일본부설이라는 개소리를 100년이나 지난 1981년에서야 정확하게 해석하여 광개토대왕 님의 억울함을 풀어 드렸다.

허민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강진 고등학교 학생들의 눈이 흔들렸다.

랍스타를 먹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다 기억하고 있지? 저녁에 문제를 낼 테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하하!”

허민 선생의 횡포에 학생들이 눈물을 흘렸다.

“랍스터는 저 멀리……. 오늘 저녁은 모두 라면이구나.”

“수학여행으로 중국으로 와서 라면이라니.”

“중국이 아니지. 이제 여긴 대한 제국이잖아. 우리나라 땅이야.”

“아차. 그러네. 그건 그렇고 책에서만 보던 광개토 대왕릉비를 직접 보다니 대단하다.”

“우리 학교 정도 되니까 여기 오지.”

“그런가? 그런데 우리 그냥 보통 학교 아니었어?”

“그럼 여기 왔겠냐?”

“그럼 저기 다른 학교 애들은 뭔데?”

“…….”

주변에는 전국에서 온 학생들로 주변이 시끌벅적했다.

***

백두산 천지, 이곳으로 가을 수학여행을 온 학교도 있었다.

백두산 해발 높이가 2750m다.

그러나 천마 비행 자동차가 있으니 이런 산꼭대기쯤이야 그냥 올라왔다.

“제주가람여고 여러분, 여기가 어디라고요?”

“백두산 천지요!”

“천지는 산에 있는 호수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요. 둘레가 14㎞나 되고 깊이는 최대 384m에요. 엄청나죠?”

“선생님! 여기에 괴물은 안 살아요?”

“저거요?”

학생들이 선생님이 가리키는 곳에서 천지 위로 떠서 움직이는 뭔가를 봤다.

“괴물이다!”

“물 위에 떠다닌다!”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

“저건 현무암이죠.”

“네에?”

“어떤 조건이 되면 내부의 기포에 의해서 저렇게 불쑥 올라 왔다가 가라앉고는 한답니다.”

“오!”

“백두산은 화산으로 만들어져서 현무암이 많아요. 그리고 아직 활화산이죠.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의미에요.”

“백두산이 터지면 어떻게 돼요, 선생님?”

“진도 7의 지진, 주변 강물의 오염, 화산재는 대만과 일본까지 영향을 줄 거고, 천지의 담수가 증발해서 발생한 물이 산성비로 변하면서 시간당 800밀리씩 우리 머리 위로 내리게 되죠.”

“맙소사.”

“그것을 막기 위해 미래 그룹이 연구 중이라니 그렇게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해요.”

제주도에서 온 가람 중학교 여학생들이 천지의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백두산 장군봉에서 야호를 외쳤다.

***

반대로 서울로 여행을 온 학생들도 있었다.

검은색 바지에 하얀 티셔츠, 그리고 빨간 마후라의 꼬마들이 광화문 광장을 줄지어 지나고 있다.

북한 평양 혁명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을 수련회를 서울로 온 것이다.

“우와아앙!”

그냥 감탄사 연발이다.

높은 빌딩과 그 빌딩 사이로 지나다니는 비행자동차들이 아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동무들 저기 보라우!”

빌딩만큼 거대한 사람이 나타나 역기를 들고 있었다.

[피로야, 가라! 우열사!]

“이거이 놀라서 입이다 안 닫히는구나야.”

“많이 놀랍지?”

혁명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가을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28살에 평양의 혁명 초등학교로 배정받았다.

누가 선생님이 되고 평양의 초등학교로 배정받을 줄 알았겠는가?

“우리는 하나도 안 놀랐습네다.”

아이들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아닌 척했다.

“여기는 선생님의 고향 서울이에요. 이곳에는 평양에는 없는 많은 것들이 신기할 거예요.”

“일 없습네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왔시오.”

“저거 봐요.”

쓰레기가 알아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중으로 날아가는 쓰레기를 보며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다.

“우와아아아~”

“저건 클린이라는 장치인데요.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서 쓰레기를 치우거나 정리 정돈을 한답니다. 어때요 놀랍죠?”

“큼큼, 선생님 동무레 우리를 뭘로 봅네까? 다 조사했습네다.”

아이들이 언제 놀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뗐다.

“그럼 저건요.”

아이들의 시선이 또 돌아갔다.

“우와아아아~~~”

입체화면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로봇이 싸우고 있다.

사방으로 레이저 광선이 날아가고 로켓포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광선검과 각종 격투기를 이용한 박투까지 진짜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었다.

[메탈 토탈 워]

이 게임은 입체 화면을 통해서 만들어진 두 로봇이 대결하는 게임이다.

작은 공터만 있으면 소형 트루스를 통해서 입체화면으로 자신이 개발한 로봇을 꺼낼 수 있다.

-콰과광!

-카가강!

트루스로 만들어진 로봇은 1m 정도밖에 안 하는 크기다.

그러나 너무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에 아이들이 눈을 못 떼고 있다.

근육질의 로봇이 강력한 파워를 이용해서 상대를 찍어 누르며 경기가 끝났다.

“하하하! 내가 이 동네 짱이다.”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하늘을 보며 웃었다.

“흑염룡을 이길 자 누가 있으랴! 하하하”

그때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평양의 혁명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한가을 선생님이 앞으로 나섰다.

“선생님께서 직접 해보실겁네까?”

“여러분들은 모르지만 이 선생님이 왕년에 메탈 토탈 워 서울 강남구 챔피언이었어요.”

아이들의 시선이 혁명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가을에게 모아졌다.

“나와랏! 무적의 슈퍼울트라 고등어!”

“…….”

작명 센스에 아이들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면서 얼음이 되었다.

“큼큼, 선생님이 고등어를 좋아해서…….”

여성형 로봇이었다.

흰색의 몸체, 날렵해 보이는 체구, 그리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레이피어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무적의 슈퍼울트라 고등어다.

일명 MSG!

아이들이 로봇의 뒤에 펄럭이는 망토에 그려진 MSG 글씨를 보고 한가을 선생님을 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우웅……!

한가을 선생님의 상대인 흑염룡이 양손에 거대한 검을 뽑아 들었다.

“이 검이 바로 용을 죽였다는 전설의 용살검이지! 이쯤에서 항복하는 게 어때?”

“싸움은 말로 하는 게 아니지!”

흑염룡이 먼저 움직였다.

거대한 검이 위에서 내려찍을 때의 엄청난 에너지 파장이 퍼지면서 피할 곳이 안보였다.

-콰앙!

바닥 깊숙이 거대한 검이 박혀 버렸다.

무적의 슈퍼울트라 고등어, MSG는 거대한 검의 옆면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레이피어를 빠른 속도로 찔러 넣었다.

-까가강!

그러나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흑염룡에게는 그런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후우웅!

바닥에 박혀 있던 거대한 용살검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러자 검을 피하며 공중에 몸을 띄운 무적의 슈퍼울트라 고등어는 엄청난 속도로 흑염룡의 품으로 달려들더니 레이피어를 또다시 찔렀다.

-파바박!

“그런 공격에 당할 흑염룡이 아니다!”

“과연 그럴까?”

-쿠웅……!

흑염룡의 한쪽 무릎이 접히면서 무릎이 저절로 꿇렸다.

“저건?”

“갑옷으로 보호를 못 하는 무릎의 관절 사이를 공격했지.”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MSG의 공격!

관절 사이의 빈틈으로 수많은 레이피어가 찔러 들어 왔다.

관절이란 관절이 전부 망가진 흑염룡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졌다.”

“아싸, 내 승리!”

혁명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가을은 그날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아이들은 커서 라면 스프를 넣다가 그때의 전설적인 한가을 선생님을 기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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