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60화 (160/225)
  • 《160화》

    핵폭탄이 터진 이후부터 더 이상 포성이 들리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만주 지역 안정화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남북 연합군은 중국의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다 차지했다.

    내몽골 자치구의 츠펑시, 퉁랴오시, 후룬베이얼시도 차지했다.

    그 넓은 땅에 들어온 남북 연합군의 군인 수는 50만에 불과했다.

    거기에다가 한족들까지 이주시키고 나니 이쪽 지역의 인구수가 1억2천에서 4천만으로 확 줄어들었다.

    이렇게 줄어든 인구 때문에 도시는 휑하기까지 했다.

    여기저기에서 중국군의 잔당들이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얼빈에서는 만주족들이 자치구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했었다.

    옌볜 조선족 자치구도 자기들만의 독자 노선을 걷고자 대표를 뽑고 대한민국과 협상을 해보려다가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후렌베이시 같은 경우 중국군이 후퇴하다가 그곳을 점령하고 무력시위를 했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남북 연합군은 이 넓은 땅의 안정화를 위해 숨 고르기를 시작한 것이다.

    10월이 오면 이쪽 지역은 추워지기 시작하기에 그 전에 이 일대를 안정화하고 정비해야 한다.

    중국은 한족 이주민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한민국은 만주 지역을 안정화하느라 바빴다.

    만주 지역은 한족들이 대규모로 이주를 시작하면서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

    이 광활한 만주 지역에 총인구는 오천만 뿐이다.

    그로 인해서 도시는 삭막해야 하건만 또 다른 활기가 가득 차 있었다.

    -만주 지역에 핵융합 시설 건설.

    -미래 그룹 만주에 총 5개의 공단 건설.

    -대한민국의 국민 보건 시스템 운영 시작.

    -만주 지역 1년간 세금 감면.

    가장 큰 변화는 TV 방송과 인터넷이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막혀 있던 문화들이 만주에 봇물 터지듯 퍼져나갔다.

    ***

    하얼빈, 중국에서 10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900만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족 100만 명 정도가 중국 본토로 떠났다.

    남은 800만 중의 대부분이 만주족이지만 100만 명은 조선족이었다.

    조선족은 흔히 영화에서는 북한 사투리 비슷한 말투에 가난하고 거친 사람들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다.

    조선족은 일제강점기 시절 먹고 살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뜻한다.

    1945년 일본이 주도한 만주 개척 운동에 의해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이때 독립 운동가들이 만주로 많이 이주해 왔다.

    만주 일대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오늘 하얼빈의 남쪽 작은 마을 핑팡시에 모여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온당.”

    7살이나 되었을까?

    눈이 커서 귀여운 소녀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빠의 목을 타고 있었다.

    주변은 엄청나게 많은 군중들이 모여서 도시로 들어오는 군인들을 보고 있었다.

    “우리 쫑춘이레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야?”

    “응!”

    쫑춘은 하얼빈시의 외곽에 있는 핑팡구에 살고 있었다.

    핑팡구는 731부대로 유명한 지역이다.

    “아빠, 쪼거 할부지 무덤에서 보던 거당.”

    “태극기라고 하는 거지비.”

    “태꼬끼?”

    “고래, 태극기, 아빠가 뭐라 그랬네?”

    “우리는 독립 운동가 윤세주의 자손이당!”

    “고렇지, 우리네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디.”

    김원봉과 함께 의혈단을 조직한 인물이 바로 윤세주다.

    윤세주는 중국의 8로군과 함께 전쟁에 참전하고 이때 전사한다.

    그의 가족들은 난징 학살 때 정저우시로 피난 갔다가 중국의 이주 정책으로 이 추운 하얼빈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만주에 남은 독립운동가의 자손을 나 몰라라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 그거이 부를까?”

    “아리랑!”

    “고러치.”

    “아리라앙, 아리라앙~”

    7살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아리랑을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 아리랑~ 아라리요~ 요오.”

    하나둘 목이 메 울면서 아리랑을 불렀다.

    먼 타국에서 조선족이기 때문에 받은 서러움을 다 쏟아내며 불렀다.

    우리는 여기 남아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울부짖었다.

    하얼빈은 그동안 제2 남북 연합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넓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제15보병사단과 제1 전차대대가 하얼빈으로 이동 배치되었다.

    제15사단 승리부대는 하얼빈으로 들어가다가 갑자기 들려온 아리랑에 어리둥절해 했다.

    지휘용 지프차를 몰던 운전병은 중국에 와서 아리랑을 듣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사단장님, 여기서 아리랑을 다 듣습니다.”

    “여기에 조선족이 살고 있으니까.”

    “조선족도 아리랑을 부릅니까?”

    “김 상병은 젊으니 잘 모를 수도 있겠어. 조선족은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는데 먹고 살기 힘들어 여기로 이주해 오거나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이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는 왜 몰랐죠?”

    “그냥 잊고 산 거지. 우리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중국이 그동안 막아 왔던 것도 사실이고……. 하여튼 저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

    “그런데 왜 아리랑 노래를 부르는 거죠?”

    “같은 민족이 아직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뜻이지.”

    그때 서행하던 지휘용 지프차로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테러에 대한 훈련을 받았기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총을 겨눴다.

    “멈춰, 움직이면 쏜다.”

    그걸 보던 제15보병사단 사단장 박중기가 지프차에서 내렸다.

    “총 치워!”

    그의 명령에 병사들이 겨누었던 총을 바로 했다.

    눈에서 진물이 흐르는 할머니는 박중기를 보더니 다 빠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할머니, 위험한데 왜 오셨습니까?”

    “우리 오마이가 조선에서 군인이 오무는 꼭 이거이 전해 주라 했시오.”

    “이게 뭡니까?”

    “태극기입네다.”

    “!”

    그 자리에서 펼쳐 보았다.

    정말 낡은 태극기였다.

    그리고 검게 물든 흔적들.

    핏자국이었다.

    “우리 아바이레 일본군에게 잡혀서 총살 당했시오. 그때 품에 있던 겁네다. 그거이 오마이가 꼭 전해 주라 했시오.”

    “왜?”

    “독립군 병사였던 우리 아바이를 기억해 달라 했시오. 우리 아바이도 대한민국의 군인이었습네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박중기 사단장이 태극기를 소중하게 받았다.

    “고맙습네다.”

    할머니의 진물 흐르는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박중기 사단장이 할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아리랑, 아라리요~오.”

    행군하던 병사 한 명이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하얼빈에 남아 있던 조선족들과 한국의 군인들이 함께 불렀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청천(靑天)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꿈도 많다.”

    한반도기와 태극기가 휘둘러지고 다 같이 아리랑을 불렀다.

    “아리랑, 아라리요~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동지섣달에도 꽃만 핀다.”

    목이 터져라 부르는 아리랑에는 어떤 한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쿵더덕 쿵덕!

    -쨍째째 쨍쟁!

    저 멀리서 사람들이 꽹과리와 장구를 쳤다.

    그 정겨운 소리에 군인들이 목이 터져라 아리랑을 불렀다.

    대한민국의 군인들과 하얼빈의 조선족이 한마음이 되어서 아리랑을 불렀다.

    ***

    9월 25일.

    중국 민주당이 3차 천안문 사태 열흘 만에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다.

    칭융민, 중국 민주당을 세운 세 명의 사람 중 한 명이다.

    2차 천안문 사태 때 만들어진 중국 민주당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핍박을 받으며 해산되었다. 그런 민주당이 이번에 부활하며 혼란스러운 중국의 정부를 안정화시켰다.

    시민의 지지를 얻은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칭융민 주석은 천안문 광장에서 연설했다.

    그곳에 무려 10만의 사람들이 자유를 외치며 모여들었다.

    “저는 앞으로 인민의 힘이 중국에서 최고의 권력이 되게 하겠습니다.”

    “와아!”

    그의 연설에 중국 국민들이 열광했다.

    “우리 중국은 위기입니다. 지금 즉시 대한민국과의 전쟁을 끝내고 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나 밝은 미래로 나아가 합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칭융민의 말에 희망을 가졌다.

    다음 날, 중국 외교부의 자오밍 장관이 칭융민의 명령으로 서울로 향했다.

    칭융민은 자오밍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하며 서울로 보냈다.

    자오밍 장관과 두 명의 수행원들은 북경의 공항에서 칭융민의 배웅을 직접 받았다.

    칭융민은 간절히 부탁했다.

    “종전을 위해 자존심과 목숨을 버려 주십시오.”

    “꼭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북경에서 자오밍을 태운 비행기가 공중에 뜨자마자 그 옆으로 검은색의 전투기 두 대가 따라붙었다.

    검은색 몸체 옆에 흰색의 해동청과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저게 그 무서운 해동청 전투기로군.”

    북경 하늘을 대한민국 공군이 장악했다더니 사실이었나 보다.

    “중국의 공군은 저 해동청 전투기가 무서워 뜨지도 못한다던데 놀랍군.”

    보통은 투명화와 스텔스 기능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모든 기능을 끄고 나타났다.

    [여기는 대한민국 제42 전투 비행단 소속 공군입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에스코트하겠습니다.]

    북경 하늘을 해동청 전투기가 접수했다.

    이미 중국의 공군은 해동청 전투기가 무서워 하나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에어포스원이라는 B-2472를 대한민국의 해동청이 호위해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시간 반 정도 비행기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 상공 위에 도착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밍 장관과 2명의 수행원들은 대한민국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저게 다 뭐야.”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한두 대도 아니고 수십 대의 항공 자동차 천마가 줄지어 하늘을 날아다녔다.

    공항에 내려 사람들을 보니 신천지였다.

    사람들은 공중에 떠오른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며 걸어 다녔고 광고 화면이 입체적으로 공중에 떠다녔다.

    “그동안 대한민국 제품을 수입하지 못했다고 이렇게 문화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그들이 공항에서 나오자 많은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이번 중국은 종전하실 겁니까?”

    “남북 연합군이 차지한 만주 지역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때 검은 양복을 입은 일련의 사람들이 나타나 기자들을 막았다.

    그리고 노란 갓과 노란 의복에 붉은색 수실을 단 의전대가 나타나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의 끝에 한 사내가 이들을 안내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비서실장 오만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중국 외교부 자오밍입니다.”

    “가시지요. 모두 청와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뿌우웅!

    국악 의전대가 대취타를 연주했다.

    대취타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행진곡으로 임금이나 대관들의 행차나 귀인의 환대에 사용되던 음악이다.

    의전대가 칼을 뽑고 길을 만들었다.

    -우우웅!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비행 자동차 하나가 이들 앞으로 착륙했다.

    천마 임페리스였다.

    -슈욱…….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먼저 타시죠.”

    오만혁의 말에 중국 외교부의 자오밍 장관이 먼저 탔다.

    “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운전기사가 없다.

    아니, 아예 운전석이 없다.

    “완전 무인이란 말인가?”

    오만혁이 마지막으로 천마 자동차에 탔다.

    자오밍의 표정을 보고 오만혁이 속으로 웃었다.

    [목적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청와대.”

    [청와대를 목적지로 말씀하셨습니다.]

    [청와대는 아무리 관용차라도 보안상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청와대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국가 보안 법률에 의거 승객의 신분에 대한 스캔을 시작하겠습니다.]

    뭔가 번쩍하더니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을 훑고 지나갔다.

    [중국의 외교부 자오밍 장관과 그 일행들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분들의 청와대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청와대까지 22분 소요됩니다.]

    비행 택시가 공중에 떠오르더니 약간 선회를 한 뒤에 속도를 올렸다.

    중국의 외교관들이 탄 천마 임페리스 뒤로 청와대 경호원 차량들이 뒤따랐다.

    유리창에 떠오른 속도계는 무려 250㎞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전혀 흔들림이 없어.”

    “맙소사. 이런 걸 만드는 나라와 싸우려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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