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53화 (153/225)
  • 《153화》

    한중 전쟁 8일째,

    중국은 지금 만주 전체를 남북 연합군에 내주게 생겼다.

    북경 근처에 핵폭탄이 터지면서 반격은 고사하고 후퇴만 거듭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만들어낸 성호는 오랜만에 병원 신세를 졌다.

    외부 기자들이 접근 자체를 못 하는 한국 병원의 VIP 병동을 또 시용한 것이다.

    -호로록~.

    “역시 라면이 가장 맛있어.”

    버너에 냄비, 아삭한 김치까지 완벽한 세팅이었다.

    “나일론 환자가 이성호 회장님만 아니면 당장 쫓아냈을 겁니다.”

    장기영 박사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 환자는 언제나 특이했다.

    보통 사람은 죽을 수도 있는 부상을 당해 입원하고도 며칠이 지나면 멀쩡하게 돌아다녔다.

    “저 같이 의학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한 환자도 없을 겁니다.”

    “항상 위독하다고 데려오면 이러고 있으니 제가 불편합니다. 그리고 라면은 환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전 그냥 환자가 아니죠.”

    “그럼 뭡니까?”

    “나일론 환자!”

    “끄응.”

    “나일론 환자도 환자는 환자죠.”

    “그게 어떻게 환자입니까?”

    장기영 박사가 황당해서 물었다.

    “나일론 환자, 즉, 나 일하기 싫다는 질병의 환자죠. 현대인의 고질병인데 모르십니까?”

    “쩝, 그런 말도 안되는...그건 그렇고 라면은 맛있습니까?”

    “좀 나눠 드려요?”

    장기영 박사가 자리에 앉자 성호가 검은색 등산 가방에서 젓가락과 그릇을 꺼냈다.

    “이성호 회장님은 별걸 다 가지고 다니십니다?”

    “라면 뿔면 맛없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아, 그렇지요. 후루룩, 아 진짜 맛있네요.”

    의사와 환자가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뜻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똑똑.

    라면을 먹다 말고 장기영 박사가 굳어 버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이규철이 들어온 것이다.

    성호는 냄비에서 라면을 건지다 말고 들어온 이규철과 경호원, 그리고 청와대 비서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식사 중이신데 죄송합니다.”

    “쩝, 어서 오십시오.”

    장기영 박사가 라면 그릇을 들고 어정쩡한 자세로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쩝, 이규철 대통령 각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아쉬운 눈길을 라면에 보내며 장기영 박사가 밖으로 나갔다.

    “다들 나가 있게.”

    이규철이 수행원들도 밖으로 내보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말짱하죠.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께서 이야기하신 몽골, 대만, 인도와의 협상 내용을 전해 드리고자 왔습니다.”

    이규철은 과거 미래 자동차의 해외 통과 법안을 협약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때 몽골, 대만, 인도와 비밀 협약을 맺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장 먼저 몽골군이 움직였습니다.”

    “의외군요. 대만이 가장 먼저 움직일 줄 알았는데”

    “몽골이 러시아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의 눈치를 보고 말이다.

    “위구르족과 티베트는요?”

    “어제부터 독립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인도가 끝내 돕기로 했군요.”

    “대한민국의 군대가 선양시를 점령한 시점부터 인도가 움직였습니다.”

    “그럼 이제 중국은 내몽골 자치구, 티베트 자치구,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잃겠군요.”

    “그리고 광둥성 일대를 대만에게 내줘야 할 겁니다.”

    “대만이 그 정도인가요?”

    이건 좀 의외였다.

    대만이 중국 대륙으로 상륙을 한 뒤에 어느 정도 중국에 위협이 될 줄은 알았어도 광둥성 자체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다.

    광둥성을 차지한다는 것은 홍콩을 먹겠다는 뜻이다.

    “74 집단군이 대만에 회유되었습니다.”

    “그건 좀 의외네요. 74 집단군까지 넘어갔다면 광둥성은 끝났군요. 중국의 동해함대와 남해함대가 서해에 막혀 꼼짝 못 하고 있으니까 상륙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대만을 막아야 하는 동부 전구는 저희 상륙 부대의 대규모 훈련 때문에 꼼짝 못 하고 있습니다.”

    “남북 연합군은 어디까지 진격했죠.”

    “스펑시와 친황다오시까지입니다.”

    그렇다면 북경까지는 200km 정도 남은 것이다.

    “거기서 멈추라고 하세요. 궁지에 몰린 중국이 독한 짓을 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중국은 알아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나올 테고 일본은 항복문서 조인식과 이에 따른 협상만 남았네요.”

    “성호 님께서 항복 문서를 직접 받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과거 2차 세계 대전에서도 당시 현장 사령관이었던 맥아더가 항복 문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전할 말도 있고요. 대신 저에 대한 것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항복문서 조인식은 비공개 처리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퇴원해야겠네요.”

    이규철 대통령이 나가고 성호는 퇴원 준비를 했다.

    먹던 라면의 흔적을 치우고 환자복을 사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이번에는 또 누구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최태욱 실장의 표정이 심각하다.

    “회장님, 중요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

    -벌컥.

    최태욱 실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누군가 병실 문을 확 열고는 들어 왔다.

    “어?”

    “너 내가 답장 없으면 다 때려치우고 온다 했어, 안 했어!”

    수지다.

    그녀는 지금 영국의 오피선 앨범 차트에서 2위를 하고 있다.

    빌보드 싱글 앨범 차트에서는 5위로 올라왔다.

    계속되는 인기를 생각하면 곧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다 때려치우고 왔다.

    오직 남자 사람 친구 한 명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너, 소위라 출퇴근한다며? 그런데 어떻게 로봇을 타고 전쟁에 나가?”

    수지는 아직도 소위가 방위와 비슷한 줄 안다.

    “그건 말이지…….”

    “전쟁에는 안 나간다며?”

    “군인이 어떻게 전쟁에 안 나…….”

    성호가 말하다 말고 입을 닫았다.

    수지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는 걸 본 거다.

    “훌쩍, 너 또 전쟁터로 갈 거야?”

    “미안. 싸워야 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그것 밖에 해 줄 말이 없다.

    수지는 성호의 표정에서 진심을 봤다.

    이 고집불통은 분명 자신이 말려도 전쟁터로 갈 거다.

    “이 바보 말미잘, 딸기 뽀루룽아!”

    저게 욕일까?

    수지는 성호의 가슴을 작은 두 주먹으로 막 쳤다.

    “전쟁터에는 안 간다며, 영국에 있는 동안 안심하라며”

    “미안.”

    성호가 수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때 병실로 의외의 사람이 또 찾아왔다.

    영국의 전설적인 가수 애댈과 수지의 매니저가 들어온 것이다.

    “애댈 양까지 오셨군요.”

    “이성호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저는 보시는 대로 건강합니다.”

    애댈의 표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수지 때문에 오셨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이 그녀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니까요.”

    수지는 지금 영국과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인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기자들의 추적을 받고 있다.

    수지의 갑작스러운 외출은 기자들의 추적을 받았고 수많은 추측 기사들이 보도되었다.

    가장 왕성한 활동 시기에 휴식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전쟁 중인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지 양, 어떻게 할 거죠?”

    애델의 질문에 수지가 뭔가를 망설였다.

    자신이 외국에서 가수 활동하는 동안 성호는 전쟁에 참전할 거다.

    “가.”

    성호가 수지에게 말했다.

    “진짜?”

    “난 놈들과 싸워야 해. 내 아버지를 죽이고, 내 회사를 박살 내고, 전쟁까지 일으키려는 놈들과 말이야. ”

    성호의 말에 수지가 그 큰 눈을 깜박였다.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위험해져. 그러니 가서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

    성호의 단호한 표정에서 심각성을 읽은 수지가 한 발 물러났다.

    아버지를 죽이고 회사를 공격하는 상대라면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일 것이다.

    그리고 저런 표정의 성호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넌 정말...”

    -와락

    수지가 갑자기 성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키스를 했다.

    성호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수지를 꼭 안아 주었다.

    “이 바보 말미잘.”

    “미안.”

    “이거 하나만 약속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다치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

    “그래, 약속할게.”

    “좋아!”

    수지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더니 뒤를 돌아 병실 밖으로 나갔다.

    “가요.”

    그녀를 따라서 애댈과 매니저가 따라나섰다.

    이날 뉴스에는 수지가 성대에 이상이 생겨 대한 병원에서 힐러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방송되었다.

    ***

    하프전쟁.

    일본은 남북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하프 전쟁이라는 역사적인 굴욕을 겪었다.

    6일 만에 끝났다는 중동 3차 전쟁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중동 6일 전쟁은 이집트의 공군을 단 3시간 만에 80%를 박살 내 버리면서 시작했다.

    그 뒤로 6일간은 오로지 지상에서 전투하느라 걸린 시간이다.

    하프 전쟁인 한일전은 더 빨랐다.

    이번에 투입된 전투기는 마하 6의 속도인 데다가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공격을 받고 나서야 공격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일본군은 개전 후 단 1시간 만에 레이더 기지, 공군 기지, 해군 기지가 박살 났다.

    거기다 거대한 공중 항모가 무력시위를 하며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도쿄로 날아갔다.

    바로 도쿄에서 항복을 받아냈으니 반나절 만에 전쟁이 끝났다.

    만일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지상전이 벌어졌다면 결사 항전을 벌이는 일본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8월 26일,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중국의 침공을 받고 전쟁 중이다.

    대한민국이 중국과 전쟁 중임에도 항복한 일본이 아무런 도발을 못 하고 있는 이유는 도쿄 상공에 있는 거대한 공중 항공모함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중 항모 귀선!

    그동안 도쿄의 상공에는 일주일 동안 거대한 귀선이 떠 있어서 일본이 저항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반항은 불가능했다.

    일본은 지금 모든 군사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초기 일본 우익들의 저항도 만만치는 않았다.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고 테러도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이런 소요가 사그라진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명분이 없었다.

    침략도 먼저 한데다 핵미사일까지 발사한 게 일본이다.

    자신들의 잘못 때문임이 방송에서 연일 방송되면서 우익 세력이 점점 힘을 잃었다.

    일본 국민들은 모든 책임을 사배 총리와 우익 단체 때문으로 생각했다.

    두 번째는 항복으로 인한 변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대로 다녔고 주식도 일주일 사이에 안정되었다. 항복에 대한 체감이 적은 것이다.

    심지어 미래 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그동안 죽어가던 일본 경제를 살아나게 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이유가 하나 있다.

    마나 레이더 테러 감시 시스템!

    마나 레이더를 이용해서 살기 같은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잡아내서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막는 방법이다.

    테러리스트를 잡아들이는 것운 일본의 마테히토 친왕에게 맡겼다.

    마테히토 친왕은 대한민국의 눈치를 보느라 천황으로의 즉위도 미루고 있었기에 당연히 테러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테러를 계획하려던 우익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천황의 후계자가 자신들을 잡아들이자 도리어 황당해했다.

    8월 27일 아침,

    일본 내각의 부총리인 아시다 기이치가 사배 총리를 대신해서 일본의 내각 총리가 되었다.

    가이치 총리는, 자신의 집 앞을 나서면서 많은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불빛 때문에 얼굴을 찡그렸다.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그의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가이치 총리님, 이번 항복 조항에 대해서 아시는 대로 말씀 좀 해주시죠?”

    “일본 내각은 국민들에게 사과 안 하실 겁니까?”

    “일본의 평화 헌법을 무시한 이번 침략전쟁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한민국에서 요구한 사항이 있다면 언질이라도…….”

    가이치는 고개를 90도 숙여 사과했다.

    “이번 전쟁은 일본 정부의 오판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위이이잉!

    하늘에서 검은색의 자동차 하나가 날아와 착륙했다.

    천마 자동차 시리즈 중에서 베이스라는 녀석으로 길이 5m에 총인원 9명이 탑승 가능한 비행 자율 자동차이다.

    가이치는 착륙한 천마 자동차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대한민국은 마나 에너지 기술을 가짐으로 세계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베이스라는 천마 자동차 안에는 일본 내각의 여러 대신들이 먼저 타고 있었다.

    총무대신 미츠루, 법무대신 야마타카시, 외무대신 아시바, 재무대신의 류타로, 방위대신 사토마츠미가 그들이었다.

    전에 있던 대신들이 전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이들이 책임자가 되었다.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부터 잘못된 겁니다. 헌법 제2장에 보면 일본은 교전권이 없습니다.”

    법무대신 야마타가시의 말에 가이치 총리가 인상을 구겼다.

    “가이치 총리님, 우리 일본은 가장 큰 경제 협력 국가에 전쟁을 선포한 꼴입니다.”

    재무대신 류타로의 말에 가이치 총리가 뭐라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을 아는 겁니다. 이건 하룻강아지가 호랑이 꼬리만 보고 덤빈 꼴입니다.”

    방위대신 사토 마츠미가의 말에 가이치 총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번 항복 조항에 대항할 수단은 없습니까?”

    “선처를 부탁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외무대신 아시바의 말에 가이치가 눈을 감아 버렸다.

    대한민국을 침략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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