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물은 이미 턱까지 차오른 상태다.
휴대폰의 불빛은 공간 확장 가방에서 나온 물건들 속에 처박혀서 보이지도 않았다.
얼굴은 많은 물건들에 밀려 벽에 눌려 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물에 잠겼는지 음악 소리도 나지 않는다.
주변이 적막함으로 싸였다.
[2km 남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흩어졌던 내공을 계속 모으고 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이제 조금만 있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마나가 없습니다.]
[기동을 멈춥니다.]
이제 육지까지 1.8km 남은 상황에서 이미르가 멈춰 버렸다.
턱까지 차오른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입안이 짰다.
“아 누와 지으짜”
(아놔 진짜)
성호의 인생이 언제나 이랬다.
위기를 하나 넘기면 그다음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내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내공이 진짜 쥐꼬리만큼이지만 약간 돌아왔다.
“오느 저어도우 나아고옹이 모요어쓰니 하치르으르 부스우자.”
(어느 정도 내공이 모였으니 해치를 부수자)
-우웅…….
성호는 내상을 다스리면서 생긴 내공을 단전에 조금이나마 모아서 움직여봤다.
천마신권으로 이미르의 해치 부분을 강하게 때리고 싶었다.
-천마신권 제3장 만마천래(萬魔天來)!
천마신권을 운용해봤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주변에 물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텐트, 겨울 점퍼, 라면, 버너, 휴지…….
벽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성호가 절망하듯 외쳤다.
“죄엔자앙!”
내공의 힘으로 물건들을 눌러 해치를 밀어 봤지만 열리지 않는다.
내공이 적었던 부분도 있지만,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4겹으로 둘러쳐진 장갑들이 너무 단단했다.
-촤아……!
문제는 해치가 더 벌어지며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들어 왔다.
“오우러 모우드 자아악도우웅”
(오러 모드 작동)
[한 번 더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죄엔자앙!”
성호가 자신의 뒤통수를 누르는 라면 봉지를 밀면서 말했다.
“오러 모드 작동!”
[오러 모드를 작동하겠습니다.]
오러 모드는 마나를 소진한 기간트를 움직이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 오러 모드다.
기사가 가진 오러만으로 이 거대한 기간트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성호가 이미르의 조정실 판낼에 내공을 밀어 넣었다.
“끄으윽.”
억지로 단전에 있는 얼마 있지도 않은 내공을 또다시 움직였다.
순환되지 않는 내공들이 한곳에 몰리며 터져 나갈 듯 부풀었다.
-쿠구궁……!
이미르가 한 걸음을 떼 냈다.
각종 관절에 있던 오러 증폭 마법진이 작동되면서 관절이 움직였다.
그나마 아직 경량화 마법이 깨지지 않았기에 내공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무리한 내공의 운용으로 코와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내상을 입어 엉망진창인 혈맥들이 찢어지며 터져 나갔다.
“끄응…….”
악다문 이빨 사이로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쿠우웅!
또다시 한 걸음을 힘겹게 걸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기간트가 앞으로 넘어졌다.
-꼬르륵…….
그 바람에 조정실이 물에 잠기면서 성호가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절대 여기서 죽지 않는다!’
또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다‘
-촤악…….
5분 뒤,
바닷물이 갈라지며 서서히 거대한 무엇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쿠웅!
왕산 요트 경기장의 방파제 위로 거대한 팔이 솟아올라 콘크리트로 만든 블록을 잡았다.
그 뒤로 올라오는 거대한 기간트!
-쿠궁!
드디어 대 마법 기간트이미르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높이 15미터나 되는 거대한 녀석의 웅장함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지금 이곳에는 군인들과 119 구급대원들, 그리고 금창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있었다.
“저게 뭐야?”
“로봇이야?”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입체 영상 아냐?”
이제 노을이 지고 있는 태양을 등지고 있어 검게 보이는 거대한 강철 거인의 모습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니었다면 트루스로 만든 입체 영상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촤르르르……!
기간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유난이 크게 들렸다.
이제 조정실 내부에 있던 물이 점점 내려가면서 공기가 기간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성호는 눈을 뜨지 못했다.
마나와 내공 모두를 소진한 지금의 성호는 완전 탈진한 상태였다.
-끼기기긱…….
-쿠웅!
거대한 기간트가 한쪽 무릎이 접히며 옆으로 기울었다.
“쓰러진다.”
“다 피해!”
-쿠웅!
굉음을 내며 기간트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 바람에 앞에 주차되어 있던 작전 통제 지프 차량 하나가 납작하게 눌려 버렸다.
“빨리, 빨리!”
119 구급대원들이 달려들어 해치에 해당하는 부위를 용접기로 절단하고 압착기를 가져와 벌렸다.
-와르르르!
구급 대원들이 안에서 나온 라면 봉지와 텐트, 휴대용 버너, 물에 뿔은 두루마리 휴지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물건들 사이에 퍼렇게 죽어가는 성호가 있었다.
“심장이 뛰지 않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창백하게 누워 있는 성호를 꺼냈다.
즉시 심폐 소생술이 실시되었다.
건장한 구급대원이 달려들어 성호에게 심장 마사지를 했다.
“제세동기 가져와!”
상의가 벗겨지고 AED, 자동 심장 충격기가 부착되었다.
-털석!
심장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갑자기 들어온 전기가 마나로 변환되면서 성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쿠궁!
“쿨럭!”
깨어난 성호가 입에서 바닷물을 토해내며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크윽……. 죽을 뻔했네.”
누워서 하늘을 보니 해가 지면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 모든 장면을 금창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휴대폰으로 찍었다.
왕산 해수욕장에 있던 사람들까지 몰리자 군인들이 달려들어 출입을 통제했다.
-애앵, 애앵!
앰뷸런스가 떠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거대한 로봇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전쟁 중에도 바쁜 사람들이 있다.
기자,
세상에 진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자들!
그중에서도 가장 발 빠른 기자가 있었으니!
10년 차 기자인 MBS의 조방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MBS의 조방원입니다. 지금 많은 국군 장병들이 일본의 무장 해제와 중국의 침공을 막느라 고생하시고 있습니다. MBS는 국군 장병들을 응원합니다.”
카메라는 커다란 천막으로 가려진 뭔가를 잡고 있다.
“저기 보이시는 것은 대한민국의 신무기로 보이는 로봇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높이 10m가 넘고 약간 파손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방송이 나가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나라에서 외계인을 납치한 거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지붕이 열리며 태권 V가 발사된다는 것이 사실일 줄이야.
-63 빌딩에서 한강으로 비친 레이저 광선이 이상하더라니.
-일본이 반나절 만에 항복할 만하군.
-한국과 전쟁하는 중국이 불쌍하네.
방송 화면은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장면을 찍은 제보자의 동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방파제를 넘어 그 위로 올라오는 거대한 실루엣!
그 정체는 거대한 로봇이었다.
한쪽으로 쓰러진 로봇으로 119 구급 대원들이 달려들고 군 관계자들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그리고 조종사로 보이는 사람이 안에서 구출되었다.
-저거……. 붉은 머리 아냐?
-설마?
-아니겠지?
사람들이 분주히 추측을 하는 와중에 급히 손을 놀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상 편집의 신이라 불리는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절단 신공 이영신!
이영신은 영상을 편집해 왕산 요트경기장에 나타난 로봇의 탑승자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저화질의 영상이라 이성호 회장임을 확신하지 못했다.
화질을 선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분석을 끝낸 이영신은 급히 SNS에 사진을 업로드 했다.
선명하게 나온 붉은 머리의 잘생인 얼굴!
-이성호 회장임.
선명하게 만든 영상을 보니 이성호가 확실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전에 신검받았다더니 군대 입대한 것임?
-그룹의 회장이 지금 참전한 거임?
-저 로봇도 미래 그룹에서 만든 거 아냐?
-군과 미래 그룹의 합작인가?
-만년호 구출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
중국의 안샨, 랴오닝시의 남서쪽에 있는 북부전구 공군 제1 섬격사가 그곳에 있다.
그곳에서 J-11 전투기들이 줄줄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J-11은 러시아의 Su-27을 중국이 카피한 놈이다.
“북한의 백마산에 쳐 있는 거대한 방어막을 우회에서 남북연합군을 공격한다.”
이것이 지금 출격하는 J-11 전투기들의 목적이었다.
-슈아아앙!
하나가 공중으로 이륙하자 그 뒤로 줄지어 이륙 준비를 했다.
-콰르릉!
-콰앙!
그러나 어디선가 날아온 번개 줄기가 막 하늘로 날아오른 J-11 전투기를 격추했다.
“공습이다. 빨리, 빨리!”
북부전구의 제1 섬격사 비행장의 통제실이 바빠졌다.
공중으로 대공포가 불을 뿜었다.
-콰앙!
또다시 막 날아오르던 J-11 하나가 번개에 맞아 옆으로 추락하면서 불바다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쓰핑시에 있는 제11 강기사 비행장과 선양시 외곽에 있는 제16 특수사 비행장도 마찬가지였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그 족족 격추되었다.
랴오닝시의 입구의 산자락에 대규모로 공격헬기들이 날아왔다.
-바바바바…….
모여든 모든 공격 헬기들이 불을 뿜었다.
얼핏 아팟치를 닮은 중국의 공격헬기들 수십 대가 아무것도 없는 산에 엄청난 화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다.
“뭔가 날아온다!”
공격 헬기가 플레어를 뿌리며 급선회를 시도했다.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지나가는 물체!
헬기 조종사는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는 커다란 소나무를 보며 눈을 껌벅였다.
“소나무가 왜 여기로 날아와?”
엄청난 화력이 쏟아 부어지는 가운데, 또다시 뭔가가 튀어 올랐다.
방어막에 막힘 발칸포의 총알들이 튕겨 나가며 불꽃이 허공을 수놓았다.
“!”
그것을 본 공격헬기의 조종사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급선회하면서 기관포를 발사했다.
-팅팅팅팅!
야심차게 쏘아낸 공격도 방어막에 가로막히면서 튕겨져 나갔다.
그것을 본 조종사의 눈이 한 자만큼 커졌다.
조종사가 놀라 방향을 틀려고 할 때였다.
-콰작!
뭔가가 공격헬기의 꼬리를 잡았다.
마치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무언가가 헬기의 꼬리 끝부분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조종사는 필사적으로 헬기를 조종하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악! 조정이 안돼!”
-위이잉…….
이상한 방향으로 내던지듯이 밀쳐진 헬기는 옆에 있던 다른 헬기들을 들이받고는 추락했다.
-콰앙!!
“막아!”
“쏴!”
공격헬기들은 랴오닝시로 들어오는 대한민국의 괴물들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투명해서 정체를 알 수는 없는 데다가 방어막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방어막에 맞고의 튕겨져 나가는 형태를 볼때 거대했고 빨랐다.
-콰앙!
그 와중에 공격헬기 하나가 공중에서 밀쳐지더니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이미 꼬리만 남은 헬기는 숲으로 떨어지더니 이내 큰 산불로 번졌다.
[누구야, 나무를 던진 녀석이? 죽을래?]
[영화에서는 멋지던데…….]
[니가 킹콩이야? 누가 헬기를 잡아 돌리래?]
[…….]
결국 백마산을 우회해서 남북연합군을 치려던 중국의 북부전구 공격 헬기들은 별 힘도 쓰지 못하고 괴멸되었다.
같은 시간, 번시시에 있던 78 집단군과 다롄시에 있던 80 집단군들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적에게서 공격을 받았다.
이것의 정체가 100기가 넘는 기갑 병기 문종이라는 것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상한 점은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전차나 장갑차 등의 기계만 노리고 있었다.
랴오닝, 다롄, 번시에 주둔 중이던 군사들은 급히 선양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미 포병과 기갑 전력 대부분이 박살이 난 상태다.
인간형 기갑 병기 문종 군단이 중국의 기갑 전력을 찾아다니며 가장 먼저 박살 냈기 때문이다.
“제1 남북 연합군 전진!”
중국군의 포병과 기갑 전력이 와해하는 것을 확인한 제1 남북 연합군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에 뒤따라 제2 남북 연합군도 옌볜 조선족 자치주로 진격을 시작했다.
백귀!
총 300대의 백호 전차들이 창춘시에 나타났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남은 잔당들을 박살 낸 지 불과 6시간이 되지 않아 300km 떨어진 창춘시까지 달려온 것이다.
어마어마한 속도다.
백호 전차가 주축이 된 백귀, 제 6 기갑 연대가 옌볜에 있던 중국의 군사를 박살 낸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기세를 이어 백귀 전차 대대는 하얼빈과 창춘시까지 진격했다.
-콰앙!
창춘시에 주둔한 군사들은 이렇게 빨리 남북연합군이 나타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나마 몇 개 남아있던 군부대와 장갑차들은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이 났다. 검은 연기만이 어지러이 하늘로 흩어졌다.
저항이랄 것도 없었다.
“후, 후퇴하라.”
그냥 박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