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인천 앞바다에 상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지면서 거대한 물체가 쑥하고 튀어나왔다.
대 마법사 전용 기간트 아미르!
-콰가가가!
“크윽.”
무리한 마법 운용으로 심장이 아려 왔다.
바다 위로 이동한 성호의 눈에는 저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핵미사일이 보였다.
이미 대기권을 지나 붉게 달아오른 미사일이 사드 미사일에 요격되면서 지상에서 10km 도 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여기서 저게 터져 버리면 인천 공항이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주인님이 계신 곳까지 도착 시각 22초, 21초…….]
“이미르, 워프 게이트 시스템을 가동한다.”
워프 게이트 시스템이란 적의 공격을 다른 곳으로 공간이동 시키는 방어 시스템이다.
이미르의 왼편에 달린 방패에 장착되어 있다.
다만 텔레포트와 달라 엄청난 마나 소비를 가져오기에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방법이다.
[불가합니다. 마나 핵융합 엔진의 가동이 20% 이상일 때만 사용 가능합니다.]
지구는 판타리아 대륙과 같이 마나가 있는 곳이 아니다.
공기 중에 마나가 없으니 마법진의 유지에도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절약되거나 보충되는 마나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마나로 마법진을 실행하고 유지해야 한다.
한마디로 몸으로 때워야 한다.
“내 심장에 있는 마나까지 사용한다.”
[불가합니다. 주인님의 심장에 있는 마나를 사용하면 워프게이트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주인님의 생명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강제 명령이다. 내 심장의 마나를 사용해!”
[주인님의 강제 명령으로 워프 게이트 시스템을 실행합니다.]
[마나의 대규모 소모로 인한 쇼크에 대비하십시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성호의 심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숨조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몰려왔다.
[가동까지 35%.]
“으드득!”
이를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쿠카카카카!
[가동까지 68%.]
이제 코앞까지 핵미사일이 날아온 상황!
계속해서 성호의 심장에 있는 마나들이 빠져나갔다. 얼마나 많은 양이 빠져나가는지 성호의 심장 부근이 안쪽으로 밀려들어 갈 정도였다.
그때 내공이 마나로 바뀌며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으득! 제발!!!!”
[가동까지 88%.]
성호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마나를 쥐어짰다.
순식간에 5갑자나 하던 내공이 바닥을 드러냈다.
[100%, 워프 게이트 시스템 가동합니다.]
성호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방패 앞으로 거대한 구멍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런데 마나가 모자라서 출렁거렸다.
원래는 거울처럼 매끈해야 하지만 마나가 충분하지 않아 불안하게 생성된 것이다.
-쿠아아아…….
성호의 눈에 핵탄두의 거대한 모습이 바로 앞에 보였다.
그런데 워프 게이트는 불안정하게 출렁거리면서 부서지기 직전이다.
“들어가 버렷!”
성호가 심장과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며 고함을 질렀다.
순간 워프 게이트가 다시 형태를 유지했고 핵미사일이 워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득!”
이제 남은 내공도 마나도 없다.
-콰아아아!
갑자기 핵미사일이 터졌다.
중국 쪽에서 요격된 둥펑 41의 자폭 스위치를 눌러 핵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워프 게이트의 뒤쪽으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콰자작…….
그리고 워프 게이트 마법이 유리처럼 깨져 나가며 이미르가 그 충격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쿨럭!”
성호가 피를 토하고 두 눈을 뒤로 까뒤집으면서 의식을 잃었다.
입과 코, 눈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마나가 이제 남아있지 않습니다.]
[플라이 기능이 해제됩니다.]
[스텔스 기능이 해제됩니다.]
[역중력 시스템이 가동을 멈춥니다.]
[마나 핵융합 쿼터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가동을 멈춥니다.]
[강화 마법이 해제됩니다.]
기간트 이미르의 가동이 멈췄다.
그리고 모든 마나를 소비하고는 가동을 멈춘 이미르는 인천 앞바다에 추락했다.
지상에서 무려 5km 이상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시작해서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수면과 충돌 때는 무려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바다에 처박혔다.
강화 마법도 사라져 버려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정면 장갑이 찌그러졌다.
-푸학!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바다에 쳐박힌 아미르는 바닷속 빠르게 가라앉았다.
반중력이 없는 지금 이미르의 무게는 무려 107톤이다.
마법을 이용하지 않고는 일어설 수조차 없는 무게다. 그런 엄청난 무게를 가진 이미르는 너무 빨리 바닥에 처박혔다.
-쿠웅!
바닷속에 있던 바위와 충돌하면서 한 바퀴 빙글 돈 이미르는 더더욱 깊은 바다로 내려갔다.
수심 80미터 정도인 곳까지 내려간 이미르는 뻘 위로 떨어졌다.
처음 떨어질 때 암초와 충돌하면서 외형 장갑이 부서져 나갔다.
강화 마법으로 보호되던 장갑이 아니기에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여기저기 부서지면서 안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오며 공기 방울을 만들었다.
-꼬로록…….
수압의 영향으로 내부 공기가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주변의 수압과 빠져나가는 공기로 인해서 갑옷의 여기저기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미르는 이제 마나가 없으니 강화 마법이나 실드, 경량화 마법은 실행되지 않았다.
성호는 그런 위험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과, 코,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기절해 있었다.
-찰랑…….
다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성호가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엉망이군.”
지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마나가 고갈되었으니 분명 추락했을 것이고 물이 차오르고 있으니 바다로 추락했을 것이다.
주변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마나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내공도 내상을 입었는지 순환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내공이 막혀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보던 성호도 지금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이미르?”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나 고갈로 꺼진 건가?”
-찰랑…….
물은 천천히 계속 들어왔다.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입체 화면이 공중에 떠오르면서 주변을 밝혔다.
주변이 밝아지니 암흑 속에 있는 것보다 나았다.
화면을 보니 여러 문자들이 와 있었다.
[성호, 어디야?]
[지금 중국과 전쟁 중이라는데 총 들고 싸우는 건 아니지?]
[너 소위라며? 방위 같은 거니까 전쟁터로 가진 않지?]
[성호! 왜 문자 씹는데? 어디야? 설마 진짜 전투 중이야?]
[너 전쟁터로 가면 나한테 죽어!]
[10분 안에 답장 없으면 나 다 때려치우고 달려간다?]
수지의 문자가 가장 많았다.
[주인님, 러시아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최태욱 실장의 문자도 와 있다.
[이성호 함장, 중국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문자는 대한민국의 합참의장 김동선의 문자였다.
바다 속이라 데이터 통신이 안되니 추락하기 전의 문자들이다.
“많이도 와 있었네.”
성호는 핸드폰에 저장된 수지의 음악을 틀었다.
지금 영국의 오피셜 차트 1위를 하고 있는 곡이다.
빌보드 차트 5위에 올라섰다.
제목은 ‘그대에게 반한 날’이었다.
그녀 특유의 시원시원한 음색과 영혼을 울리는 감성이 진하게 묻어났다.
감미로운 수지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위기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도 가라앉았다.
계속 여기 있을 수 없다.
이미르의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으로 열어야 하나?”
내공을 움직여 봤다.
-꿀렁…….
단전은 이미 비어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내공들이 돌덩이처럼 막히면서 순환되지 않았다.
“밖의 상황을 알려면 에고 시스템을 살려야겠군. 세상일이라는 게 쉬운 일이 없지.”
손을 아래로 움직여서 물속에서 검은색 등산 가방을 찾았다.
공간 확장 가방이다.
성호는 그 안에서 마나 배터리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팔뚝만 한 마나 배터리 5개를 꺼냈다.
“이것뿐인가?”
40 헤르의 마나를 저장한 녀석이다.
총 5개의 마나 배터리니까 전부 200헤르의 마나다.
전기자동차라면 하나만으로도 수백 킬로미터를 일주일 이상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미르를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성호가 7서클일 때는 5832헤르나 되는 마나를 가지고 있었으니 정말 작은 양이기는 했다.
“일단 이미르를 살리자.”
자아를 가진 이미르가 살아나야 상태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다만 에고를 깨우기 위해서는 마나 배터리 하나를 소모해야 한다.
계기판 하나를 뜯어내고 마법진에 마나 배터리 하나를 연결했다.
-우웅…….
조정실의 불이 들어오면서 이미르가 되살아났다.
[주인님, 안녕하십니까?]
“다행하게도 되살아났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치를 열어줘, 여기서 나가야겠다.”
[주인님, 이곳은 수심 78m 깊이입니다.]
“78m면 그냥 나가도 되지 않나?”
[지금 주인님은 내공이 없으셔서 일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반인이 갑자기 70m 깊이의 바다로 나가면 바로 죽을 수 있습니다.]
“왜?”
[공기주머니인 폐는 바닷속으로 10m만 들어가도 절반으로 쪼그라들고 30m에서는 절반에 절반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66.2m 수심 이하면 산소부분압이 1.6을 넘기게 되고 이로 인해서 산소 중독을 일으키게 됩니다.]
산소중독에 걸리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면서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사지가 뒤틀릴 거다.
수영은 고사하고 버둥거리다 그대로 죽는다.
“그냥 나가면 그대로 죽겠군. 기간트의 현재 상태는?”
[마나 핵융합 퀘터 엔진의 터빈 코일이 타버려 가동을 멈췄습니다.]
[좌표 37.404257, 126.104378, 서해의 수심 78m 아래에 있습니다.]
[외부 장갑이 파손되었고 침수 중입니다.]
[마나 배터리 0.1% 남아 있습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수심 78미터, 성호는 지금 마나와 내공이 고갈된 상태라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수심 78미터로 퉁겨져 나오면 성호는 반드시 죽는다.
“핵미사일은?”
[모릅니다. 워프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만 확인되었고 그다음은 다운 모드였기에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 워프 게이트가 불안정하게 열려서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는데……. 걱정이네.”
대부분의 핵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보내 버렸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겠지만 지구 어딘가에 떨어져 방사능을 퍼트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10개의 핵폭탄이 터지면 전 세계에 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미사일이 문제다.
좌표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발목 근처였던 물이 종아리 아래까지 잠기고 있다.
[시간당 8리터 정도의 물이 조정실 내부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성호 님께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입니다.]
마나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다.
성호가 남아 있는 마나 배터리 4개를 이미르와 연결했다.
“이걸로 기간트를 움직여 육지까지 이동할 수 있나?”
[160 헤르의 마나면 12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섬인 덕적도까지 17km입니다.]
육지까지의 이동은 불가능하다.
“해수면이 낮아질 때 해치를 열고 탈출하는 건?”
[남쪽 덕적도 앞으로는 해수면이 점점 깊어지는 지형입니다.]
[그러나 영종도 방향으로 12km까지 가면 수면의 높이가 37m라 해치를 열고 탈출하실 수 있습니다.]
“좋아, 일단 가자.”
[넵, 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경량화 마법 실행]
[초절전 모드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15m나 되는 이미르의 몸이 뻘에서 일어나자 물고기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달아났다.
서서히 움직이는 거대한 기간트!
물속이라 느린 움직임이다.
거대한 기간트가 움직이자 주변의 뻘들이 일어나면서 뿌옇게 변했다.
-쿠웅!
이미르는 경량화 마법을 실행했지만 마나가 모자라 반중력 마법은 사용할 수 없어 30t 이상의 무게다.
-꾸구구국…….
움직일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외형 장갑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깊은 바다 사이에 골짜기의 주변은 거의 암흑과 같았고 여기저기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