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한일전이 하루만에 끝나 버려서 가장 당황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 인민공화국 국방부, 북경의 자금성 북쪽 징산에 위치한 중국의 국방부는 모든 군사력을 통제하는 곳이다.
국방부가 있지만 그동안 중국은 공산 국가이기 때문에 중앙군사위원회가 통제했었다.
처음 북침 전쟁 때도 중앙군사위원회가 작전을 통제했었다.
인민대회당에 공산당 지도부들을 다 불러다 놓고 북한을 침공하는 작전을 지휘한 것이다.
그런데 인민대회당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몰살당해 버렸다.
그래서 국방부에 작전 통제실을 만들었다.
-한반도 전쟁 통제실.
“대한민국하고 일본의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서 문제군.”
중국의 천밀월(天密越) 주석, 요즘 그의 마음은 매우 초조했다.
중국은 지금 경제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의 자본을 받았지만 그건 산소호흡기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도 부도가 나면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빼앗기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을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일본이 대한민국과 전쟁하는 사이, 뒤를 칠 생각이었다.
마나를 이용한 무기는 분명 작전 시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할까, 말까?”
그것이 천밀월의 고민이었다.
“전쟁을 안 하면?”
전쟁을 안 하면 일단 경제적 위기는 기정사실이 된다.
거대한 외국계 자본에 휘둘리면서 중국은 그저 그런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경제는 50년 뒤로 후퇴할 것이다.
부채가 많으면 다른 나라에 휘둘리게 되다는 것을 중국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 잘 알고 있다.
다른 나라에 부채를 씌워 조정하는 일이야말로 중국이 그동안 해오던 중국몽의 실체니까 말이다.
-중국몽!
과거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
청나라가 무너지고 여기까지 오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까지만 해도 좋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란 중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중동, 유럽을 잊는 육로와 해상로를 만들어 경제 실크로드를 만들자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몽의 바탕이 되는 사업인데 이 사업에 뛰어든 동아프리카, 파키스탄, 몽골, 몰디브,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몬테네그로 등등의 나라들이 중국에게 큰 채무를 지고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도리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허덕이고 있다.
그러자 채무 때문에 중국 눈치를 보던 나라들이 하나둘 이탈했다.
채무에 허덕이던 나라들이 돈 없으니 배 째란다.
당연히 돈이 필요한 중국은 그런 나라들을 외교적으로 압박했지만, 소용이 없다.
이대로 가면 중국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또 10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너무 강해.”
천밀월이 전쟁을 꺼리게 되는 이유다.
만일 전쟁에서 지면?
그건 정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여기서 중국이 군사력을 잃기라도 하면 그동안 꼭꼭 눌러둔 문제들이 튀어나올 거다.
소수민족들이 독립할 거고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옛 땅을 찾겠다고 난리를 피울 거다.
그럼 중국은 사분오열된다.
대만이 중국 본토로 상륙해 대립할 수도 있다.
「마나 무기에 대한 약점 보고서」
천밀월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이걸 누가 보냈는지는 모른다.
문서의 출처도 어디인지 쓰여 있지 않다.
자료의 출처는 미 국방성과 여러 과학자의 실험 데이터들이었다.
안에 들어 있는 USB 안에는 실험 동영상까지 들어 있었다.
“이걸 믿고 전쟁을 해야 하나?”
문서에는 마나 에너지를 실험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적어 놓았다.
마나 무기의 약점은 2가지였다.
첫째, 강한 방사능에 의한 기능 정지
둘째, 충전으로 인한 작전 시간의 한계
“시간의 한계야 이미 알고 있는 건데 방사능이라…….”
방사능을 일으키는 방법이야 많다.
병원에도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사용하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양이 8000 미리 시버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방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방사능이다.
“핵전쟁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인류 역사상 핵무기를 사용한 전쟁은 단 한 번뿐이었다.
미국이 일본에 떨어트린 두발의 핵폭탄이 전부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위력이 어쩌고 하지만 실제로 전쟁에 사용된 사례는 없다.
-탁탁탁…….
책상을 가만히 두드리던 천밀월은 계속 고민을 했다.
“국방부 8 위원회를 소집하게.”
천밀월의 명령에 국방부 8 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쉽게 말해서 중국의 모든 군대를 통솔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통제실에 한 명씩 들어오며 천밀월에게 경례를 했다.
“육군의 전쟁 준비는?”
“이미 육군은 78, 79 집단군을 합친 뒤에 81, 83 집단까지 이동 배치했습니다.”
“해군은?”
“남해 함대와 북해 함대가 함께 무력시위 중입니다.”
“공군은?”
“대한민국의 신무기들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경계비행 중입니다.”
“제2포병은?”
“탄도 미사일 DF-15A 300발과 DF-11 500발을 바로 쏠 수 있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좋아. 지도를 띄워.”
공중에 입체 영상으로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도가 만들어졌다.
중국도 미래 그룹에서 만든 트루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마나 무기들은?”
“지금 일본 쪽에 집중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공작부 주임이 자료 화면을 띄웠다.
하얀색 전차가 일본의 대로변을 달리는 것이 고스란히 잡혔다.
백호 전차가 일본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동청 전투기가 스텔스 기능을 풀고 도쿄 공항에 착륙해 있는 것이 찍혀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력 무기들이 일본에 있는 지금이 기회다.”
천밀월이 약간 뜸을 들인 다음에 말했다.
“핵미사일 공격을 할 생각이다.”
“!”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중국의 국방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핵미사일이라니?
그동안 보유는 했지만 사용한 적도 없는 미사일이다.
무려 11개의 국가가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진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암묵적으로 핵무기 선제 사용 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핵무기 선제 타격 금지(NFU)라고 부른다.
서로 핵무기로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전에 중국과 미국이 대립할 때 이 NFU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핵미사일을 먼저 쏜 사례가 없다.
“주석님, 굳이 핵공격을 생각하신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마나 에너지가 방사능에 취약하다는 정보가 있다.”
“마나 에너지가 방사능에?”
마나 무기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던 그들로서는 뜻밖의 사실이었다.
“핵폭탄이 터지면 마나 무기들은 쓸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이번 전쟁은 어떨 것 같나?”
“마나 무기만 없다면 중국의 군사력으로 밀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공격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 핵미사일 사용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8인의 군사 위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천밀월 주석 각하, 핵폭탄을 사용할 정도면 이번 전쟁의 명분은 무엇입니까?”
“솔직히 살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지만 대외적인 명분은 우방인 일본을 돕는다는 것으로 한다.”
“넵!”
천밀월의 말에 중국의 국방 8 위원회들이 비장한 각오로 대답했다.
“지금부터 일주일 뒤 창폭전격전(槍爆電擊戰)을 시작한다.”
“넵!”
전격전은 2차 세계 대전 독일이 빠른 속도로 전차 부대를 방어선이 취약한 지점을 돌파하면서 후속 부대가 적의 방어선을 무너트려 포위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앞에 창폭이라는 말을 더 추가했다.
그것은 창과 같이 뾰족하게 한곳을 집중 포격하면서 침략한다는 뜻이다.
-쿠우웅!
-콰아앙!
중국은 신의주 바로 위에서 군사 훈련 중이었다.
그것도 79 집단군과 78 집단군을 합쳤다.
전차만 2,000대가 넘게 몰려 있었고 장갑차는 그보다 더 많았다.
공격 헬기들이 떼를 지어 하늘을 날아다녔고 견인포와 자주포는 2,000문이나 끌고 나와 야산에 마구 포탄을 퍼부었다.
특히 1,000대의 다연장 로켓이 발사되면서 하얀 구름 기둥을 만든 것이 장관이었다.
중국의 단둥시는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군사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북한의 신의주도 이제 민간인이 살지 않는다.
***
남북연합군, 무려 80년을 넘게 총부리를 겨둔 그들이 하나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육군만 따지면 세계 4위다.
북한도 재래식 무기의 양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온다.
그 둘이 합쳐졌다.
대한민국의 육군과 북한의 육군이 합치면 얼마나 강해지는 걸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신의주 뒤쪽 능선 뒤로 백마부대 9사단과 북한 13사단이 주둔 중이다.
논밭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지금 10만 명이나 되는 대한민국의 군대와 북한군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제1군단과 그 예하 부대인 제1, 25보병사단이 모여 있었고 북한의 제1군단의 1, 2사단과 2군단의 6, 8사단이 이곳에 함께 있었다.
제1 남북 연합군 본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초로 남북이 하나의 부대가 되었다.
그 연합군의 사령관으로 대한민국 제1군단의 강철문 중장이 사령관을 맡았다.
북한의 군 지도부들이 한발 양보하면서 그가 사령관이 된 것이다.
강철문 사령관은 마른 편이지만 까맣게 탄 피부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군인이다.
“우리도 질 수 없지.”
강철문 사령관의 말에 북한의 1군단 사령관인 김리영이 맞장구쳤다.
“고럼! 우리도 쏴야지비!”
강철문과 김리영은 서로 닮은 것이 많아서 쉽게 친해졌다.
둘 다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난 것도 그렇고 운명인 건지 둘이 동년배에 같은 달에 태어났다.
그리고 둘다 술을 너무 좋아해서 금방 친해졌다.
“발사 준비.”
“좌표 확인”
“탄종 K315 확인!”
“장전 완료!”
“쏴!”
-쿠웅!
커다란 진동음과 함께 K-9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했다.
무려 500대가 넘는 K-9 자주포의 포격은 압록강 근처 야산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야포 4,000문과 다연장로켓 2,000문도 포탄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그 위력을 뽐냈다.
-콰앙!
-콰앙!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북한의 다연장로켓들이 먼지구름을 무수히 만들며 날아갔다.
전차들이 떼 지어 지나가며 포를 쐈고 아팟치 헬기들이 기관포를 마구 쏘며 날아다녔다.
남북 연합군의 무력시위에 중국도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가면서 이제는 중국과 남북연합군 간의 훈련 경쟁까지 벌어졌다.
중국이 천 발을 쏘면 남북 연합군은 천백 발을 쐈다.
중국이 천 이백발을 쏘면 남북 연합군은 천 삼백발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