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일본 국회의사당의 핵미사일로 사배가 고함을 버럭버럭 지르고 있는데 일단의 무리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 가슴에 벚꽃 모양의 금 빼지를 단 것이 일본 천황성의 대신들이다.
그 중심에 40대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외모에 금테 안경을 쓴 자가 앞으로 나섰다.
“사배 총리, 천황 폐하께서 서거하셨는데 장례는 왜 자꾸 미루는 건가?”
그의 일갈에 사배고개를 들었다가 표정이 와락 구겨진 뒤에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마테히토 친왕 전하!”
마테히토 친왕, 오늘 아침 운석이 떨어져서 죽은 구로히토 천황의 장남이다.
“전쟁 중이라 천황 폐하의 장례가 늦어지는 점 사죄드립니다.”
“하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걸 전국이 다 알고 있으니 수습하기 바빴을 수도 있겠어.”
“네? 지고 있는 걸 전국이 다 알다니요?”
“20분 전에 히로시마 상공에 공중 전함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 생방송 되었네.”
“!”
레이더에 잡히지 않던 그 거대한 전함이 히로시마 상공을 날아가고 있단다.
“그리고 폭격당해 파괴되어 버린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뿐만 아니라 사가토시오에 상륙하고 있는 한국 군대들도 TV에 나오고 있네.”
“아니, 그게 방송에 어떻게?”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정보를 막고 있었는데 어떻게 방송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사배 총리가 옆에 있던 문무과학성의 시바 대신을 째려보았다.
“저도 5분 전에 보고 받았습니다.”
시바 대신의 말에 사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국회의사당에 핵순항 미사일이 떨어져서 정신이 없다 보니 방송이 나가는 줄도 몰랐다.
“진짜 우리가 지고 있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야?”
“해군과 공군의 80%를 전쟁 초기에 잃었습니다.”
“빠가!”
마테히토 친왕의 일갈에 사배의 목이 자라처럼 쏙, 하고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본토로 핵순항 미사일을 쐈습니다.”
“그것도 방송에 나갔어! 그 핵순항 미사일이 왜 도쿄, 히로시마, 오사카, 나가사기, 센다이에 추락했는데? 저거 안 보여?”
마테히토가 국회의사당 바닥에 처박혀 있는 다이노 소야 핵 순항미사일을 가리키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알아 보고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 중간에 나온 공간이동은 무슨 소리야?”
“말도 안되는 가설일 뿐입니다.”
“사배, 니가 전문가야? 이거 담당 전문가가 직접 설명해봐.”
운석에 맞아 죽은 천황도 독선적이더니 그 아들도 똑같은 성격이다.
핵순항 미사일의 개발과 발사의 총 책임자인 일본 육군 중부방면대의 아키 소장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 떨어진 다이노 노야의 항법 장치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운행 기록과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 식별 장치를 분석해보니 공간 이동한 것이 맞습니다.”
“빠가야로! 공간이동이 말이 돼?”
사배가 황당하다는 고함을 질렀다.
그에 마테히토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사배, 난 말이 된다고 생각하네.”
“네?”
“자네는 마나 에너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뭐……. 신기한 가전제품들 몇 개하고 천마 자동차하고……. 무기를 만들었다는 것만 압니다.”
솔직히 쥐뿔도 모른다.
“자네는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게 문제야. 그래서 방사능 문제도 그따위로 해결을 했지.”
사배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놔둬서 많은 일본 국민이 방사능에 피폭 당한 뒤에야 알게 된 사건이 있었다.
“…….”
“난 대한민국이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공간이동 기술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네.”
“말도 안 됩니다. 공간이동이라뇨?”
“잘 듣게, 어렵게 구한 미 국방성 자료에는 대한민국의 마나 신무기를 검토한 내용이 있더군.”
폴 막스가 그냥 일부러 넘겨준 자료다.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 잘 써먹으라고 말이다.
그런데 전쟁 초기에 일본의 천황이 죽으면서 사배에게 아직 전달되지 못한 자료가 그의 장남인 마테히토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해동청이라는 전투기는 공간이동을 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 적혀 있네.”
“그럼?”
“진짜 공간이동일 수도 있네.”
“정말 공간이동이란 말입니까? 조센징이 그런 무기를 만들었다고요?”
“생각해 보게. 핵미사일을 다시 돌려보내는 공간이동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아무도 핵미사일을 발사 못 하겠죠.”
“지구 최대의 무기라는 핵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지.”
핵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쏘면 자기에게 떨어지는데 누가 쏘겠는가?
“조센징들이 어떻게 그런 기술을!”
사배 총리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획기적인 기술이 일본이 아닌 대한 제국에 있다는 것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저기……. 사배 총리님, 대한민국으로부터 연락입니다.”
“누가?”
“대한민국 제1 항공 전단 사령관이랍니다.”
“뭐라는데?”
“항복하랍니다.”
“조센징 놈들이!”
“지금 바꿔 달라는데요?”
“이리 내놔.”
-탁!
전화기를 획하고 낚아챈 사배 총리가 흥분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숨을 골랐다.
감정을 다스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나 일본 총리 사배다.”
[사배, 항복해!]
일본어다.
그런데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이 항복하란다.
일본어는 경어, 정중어, 반말로 나눈다.
그중에서 반말하고 있다.
거기다 상당히 젊은 목소리다.
나이도 어린놈이 지금 일본의 총리에게 반말로 항복하란다.
대한민국의 제1 항공 전단 사령관이 이렇게 젊었나?
“나 일본 총리 사배다. 예의는 지키지?”
[나이도 어린 게 반말하니까 기분 나빠?]
사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젊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호였다.
성호의 원칙이 하나 있다.
악에게는 악으로 선에는 선으로!
전쟁을 일으킨 사배에게 예의 같은 건 저 멀리 던져 버린 성호다.
제1 항공 전단은 오직 항공모함과 그 안에 있는 보라매 전투기로만 구성된 전단이다.
따라서 사령관은 귀선의 함장이 맡게 되어 있다.
“나 일본 총리 사배다. 젊어 보이는데 반말하지 말지?”
[나도 원칙이 있어서 말이지, 꼬우면 여기까지 올라와 보던가?]
한국어로 하면 통역관이 존댓말로 바꿔 버릴까 봐 일부러 일본어로 했다.
젊은 목소리, 짧은 반말에 사배는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은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대신이다.
그런 자신에게 어린놈이 반말이라니!
“이 빠가야로가!”
[쪽팔이가!]
“쪽팔이?”
[그래 쪽팔이, 이제 그만 항복하지?]
“우리가 항복할 것 같은가?”
[지금 도쿄 상공에 우리 전함이 떠 있어. 거기서도 보일 거야.]
“무슨?”
사배 총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창문 너머로 뭔가를 보고 눈이 한 자만큼 커졌다.
사배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진 그의 발걸음은 끝내 국회 의사당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억!’
사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곳에 거대한 항공모함 귀선이 당당하게 떠 있었다.
길이가 무려 930미터나 되고 폭이 420미터나 되는 거대한 전함이 공중에 떠 있었던 것이다.
“원하는 게 뭔가?”
[얌전히 항복하지?]
“안 해! 우리는 아직 핵미사일이 많이 남아 있다. 그걸 다 쏴버리는 한이 있어도 항복은 안 해!”
사배는 아직 배짱을 부렸다.
[그건 발사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아까 봤지 미사일이 공간이동 되는거 말이야.]
“우리가 못할 거 같나!”
[만약에 말이야 여기서 국회 의사당에 포를 쏘면 당신들이 만든 핵미사일이 핵폭발하면서 다 죽을 거야. 나도 그걸 바라지는 않아. 그러니 항복해.]
성호의 말에 사배 총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사배 총리는 분노로 떨리는 몸뚱어리를 진정하느라 움직이지도 못했다.
‘우리 대 일본 제국을 뭐로 보고, 이 조센징 새끼가. 으드득…….’
성호의 귀에도 사배 총리의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사배가 분노에 휩싸여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만하다.
아직도 제국주의 망상에 사로잡혀 일본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은 하등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하등 민족이 항복하라고 했으니 아마 분노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거다.
“우리가 그런 장난에 넘어갈 것 같은가?”
[장난 같아? 그럼 먼저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녀석부터 터트려 주지.]
귀선의 거대한 주포가 움직이더니 국회의사당을 겨냥했다.
“?”
[진짜 항복 안 하는 거지? 나도 진짜 쏠 거야, 카운트다운 시작할게. 셋…… 둘…….]
이에 당황한 사배 총리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잠깐!”
[왜? 항복하시게?]
“세…… 셋부터 세는 건 너무 하잖아.”
[그럼 넷부터 다시 셀게. 됐지? 넷, 셋…….]
“잠깐! 여…… 열부터 다시 세는 걸로……. 아, 진짜.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 보여?]
“그게 아니면 뭐야!”
[맞아, 장난.]
“크헉!”
너무 쉬운 긍정에 도리어 사배 총리가 뒷목을 잡았다.
[좋아, 장난은 그만하고 열부터 세지. 단, 숫자를 다 센 뒤에는 바로 국회의사당에 있는 핵폭탄을 터트릴 거야.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성호가 빠른 속도로 숫자를 불러나가기 시작했다.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자 뒷목을 잡고 있던 사배 총리가 놀라서 전화기를 급하게 집어 들었다.
그런데 당황했는지 전화기를 놓쳤다.
-타탁.
천천히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핸드폰을 보는 사배 총리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안 돼!”
몸을 날려 데굴데굴 구른 뒤에야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조, 좀 천천히…….”
-세~~~에~~엣, 두~~~우~~울…….
“…….”
-두~~~울~~~반~~~.
“…….”
사배 총리가 멍하니 수화기를 바라봤다.
자신을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다.
자신이 누군가? 그리고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일본은 세계 경제 대국이면서 얼마 전만 해도 중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의 군사 강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자가 바로 총리고, 그 총리가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지금 대한민국의 항공전대 사령관이지만 나이 어린 녀석이 항복하라면서 장난질을 하고 있다.
“장난하지 말고 쏘려면 쏴 봐!”
-콰앙!
귀선의 주포에서 붉은 섬광이 발사되자 마자 엄청난 진동과 폭발음이 들렸다.
사배 총리와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고개가 확하고 돌아갔다.
일본 황거인 고쿄(皇居) 성이 있는 장소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보였다.
이미 운석이 떨어져서 황궁은 이미 말 그대로 거대한 구덩이만 만들어지고 사라져 있었는데 거의 폐허 수준이었다.
그런 곳에 헬파이어가 발사된 것이다.
-화악!
주변으로 열폭풍이 퍼져 나가면서 뜨거운 바람이 사배 총리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에게 날아온 것은 뜨거운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뜨거운 바람과 함께 들어 온 것은 두려움, 그것이었다.
[이제 항복하시죠.]
“항복 안 해!”
사배가 고함치듯 말했다.
귀선의 주포가 서서히 일본의 국회의사당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던 마테히토가 고함치듯 말했다.
“사배를 제압하라!”
마테히토 친왕의 명령이다.
주변에 있던 군인들과 대신들이 달려들었다.
-퍼억, 파악, 팍!
“으억! 뭐 하는 거야? 난 일본의…… 크억!”
사배는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제압되어 한쪽에 꽁꽁 묶였다.
양쪽 눈은 퍼렇게 멍이 들고 쌍코피까지 흘렸다.
마테히토가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저는 돌아가신 구로히토 천황 폐하의 장남, 마테히토 친왕입니다.”
[마테히토 친왕?]
“제가 다음 대의 천황입니다.”
[항복하세요. 우리는 민간인 희생을 원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항복하겠습니다.”
비록 사배는 항복을 안 했지만 다음 대 천황인 마테히토가 항복을 하자 성호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사배가 항복을 안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항복을 받아내는 것과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