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레이더에서 다이노 노야 핵순항 미사일이 갑자기 사라졌다.
“뭐지?”
일본의 총리 사배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참이나 레이더를 쳐다보고 있었다.
레이더 기지가 다 파괴되어 인공위성으로 핵미사일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갑자기 사라져?”
이동식 레이더 수십 개를 해안 도시 중간 중간에 설치해서 확인하는 중이다.
대부분이 민간인 지역에 설치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강하지만 민간인이 사는 곳을 공격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사배 총리님, 스텔스 미사일이지만 독특한 신호를 추적하기에 위치는 매우 정확합니다.”
“그런데 왜 사라지냐고!”
“요격되거나 재밍된 게 아닐까요?”
“몰래 발사했는데 그걸 알고 제밍을 해?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뭔래 재밍의 범위는 좁은 편이기에 목표의 위치를 미리 알아야 한다.
이런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은 재밍으로 막기 힘들다.
특히 저고도로 산자락을 타고 날아가는 다이노 노야 핵순항 미사일은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레이더에 핵순항 미사일이 사라졌다.
“요격된 건가? 아니면 레이더 고장인가?”
“레이더 고장은 아닙니다.”
“그럼 뭐야?”
“다이노 노야는 자신의 상태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요격되면 신호가 따로 오게 되어 있으니 요격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도 연료가 분사되면서 이동 중이라는 신호가 오고 있습니다.”
“이동 중이라고? 그럼 뭐야? 왜 레이더에서 사라진 거야?”
사배 총리가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모르겠습니다.”
“빠가야로!”
일본이 가진 유일한 희망이 바로 이 핵미사일이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공중 전함은?”
“레이더에 안 잡힙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그 무시무시한 전함이 스텔스로 사라졌다.
미국에서 사 온 항공모함은 별 힘도 못 쓰고 격침되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만든 야마토함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공군은 날아오르는 족족 격추되고 있다.
최첨단 스텔스 F-35 전투기들도 일반 전투기처럼 당했다.
그리고 해군기지가 폭격당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공중전함은 어디 있는지도 파악이 안 된다.
“미사일이 다시 레이더에 잡혔습니다. 위치는…… 도쿄 상공입니다.”
“뭐? 도쿄? 뭔 소리야? 갑자기 미사일이 도쿄에 나타나!”
“지금 미사일들의 위치가 모두 이상합니다. 위치가 도쿄, 히로시마, 오사카, 나가사기, 센다이입니다.”
“재밍이나 뭐 이런 거에 교란당한 건가? 그래서 위치가 잘못 잡히는 것 아냐?”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비밀 위성 두 개와 이동식 레이더뿐만 아니라 핵탄도 미사일 자체의 항법 장치, 카메라 식별 장치도 정상입니다.”
“그럼 뭐야?”
“모르겠습니다.”
“에라, 이 빠가야로!”
사배 총리가 일본의 방위성의 후나다 대신을 발로 찼다.
그런데 군 출신이었던 후나다 대신이 반사적으로 피하자 사배가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우당탕!
“아이고! 왜 피하고 지랄이야, 젠장!”
“…….”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사배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빨리 파악부터 해!”
도쿄의 수상관저 지하에 있는 일본 작전 통제실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들이 만든 최첨단의 핵순항 미사일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위치가 이상했다.
도쿄, 히로시마, 오사카, 나가사기, 센다이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레이더에 잡힌 것이 진짜 핵미사일인 건지, 아니면 레이더 교란으로 위치만 잘못 파악한 것인지 확인해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다이노 노야 한 발이 지금 국회 의사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회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해!”
“이유부터 파악을 하시라고…….”
“빠가, 빠가, 빠가!”
“국회의사당과 충돌합니다!”
-쿠웅!
밖에서 들리는 충격음에 통제실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작전 통제실이 있는 총리 수상관저와 일본 국회의사당과는 300m밖에 안 떨어졌기에 충돌음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조용…….
일본의 사배 총리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있었다.
“설마?”
“핵 순항미사일 다이노 노야 제1번이 지금 국회 의사당 지붕에 떨어졌습니다.”
레이더 탐지관의 보고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지금 일본의 수도 한가운데에 핵미사일이 떨어진 것이다.
아직 목표물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수동으로 터트리는 폭발 스위치도 누르지도 않아서 핵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의미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사배의 눈에 스위치가 오픈되어 있는 자폭 스위치가 보엿다.
붉은색의 스위치는 언제든지 폭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덮개가 열려 있었다.
“허걱! 모두 움직이지 마! 핵폭발 스위치 닫아!”
사배가 고함을 질렀다.
그 덮개를 조심스럽게 닫았다.
“휴우,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해.”
“알겠습니다.”
일본의 작전 지휘 본부는 핵미사일이 떨어진 일로 난리가 났다.
일본의 총리 관저에서 지하 통로를 통해서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지하로 우르르 달려갔다.
아무리 순항미사일이지만 갑자기 경로가 변경되면서 에러를 일으켰는지 똑바로 날아가서 일본의 국회의사당에 처박혔다.
우연도 저런 우연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우연이 아니다.
모두 성호의 계산에서 나온 정확한 공간 이동이었다.
“일본 해상 자위대 요코스카, 사세보, 마이즈루, 오오미나토, 구레 기지 폭격 성공!”
“일본 함대의 76% 격침!”
“일본은 이제 이지스함이 없습니다.”
“일본의 해상권을 장악했습니다.”
일본의 해군은 전 세계 4위다.
그 위로 미국 러시아 영국이 있을 뿐이다.
그런 나라의 해군을 전쟁 초기에 박살 내 버린 것이다.
“25개 레이더 시설과 방공관제사령부 폭격 성공!”
“조기 경보기 전부 격침 완료!”
“북부 제2 항공단 전멸, 마사와 공군기지 폭격 성공!”
“아루마 공군기지 폭격 성공!”
“항공 자위대 3항공단 전멸!”
일본의 공군력은 2017년에는 세계 8위였는데 2019년부터는 F-35 스텔스기가 대량 보급되면서 7위로 올라섰다.
그런 나라의 제공권이 전쟁을 시작하고 2시간 만에 대한민국에게 장악당했다.
***
독도함, 만 오천 톤급 상륙함이다.
길이 200m에 넓이 31m 정도이고 모양이 항공모함처럼 생겼다.
상륙돌격 장갑차 7대와 보급품을 가득 실은 트럭 10대, 700명의 해병이 탑승했다.
“빨리, 빨리!”
이번 상륙 작전을 위해서 해병 1사단 제2해병연대 제22상륙기습대대가 움직였다.
그리고 북한의 해상 저격 여단 제252부대가 움직였다.
“빨랑빨랑 움직이라우. 동무들!”
둘 다 서로 총부리를 겨눈 지 오래되었지만 요 몇 달 같이 생활하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동무들 밥은 먹었소?”
“다들 긴장해서 많이 못 먹었습니다.”
“그럴 줄 알고 내레 감자를 쩌 왔지비. 날래 나눠 먹읍세다.”
“오! 고맙습니다.”
“뭘? 그쪽 동무들이 유격 받을 때, 라면 끓여 준 거 잊지 않았시오.”
“그게 뭐라고…….”
“내 그렇게 맛난 라면은 처음이었습네다. 하하하.”
독도함이 상륙작전을 위해 동해상으로 나오자 그 뒤로 마라도함이 출발했다.
상륙정들이 바다로 나오자 제1함대의 DDH-971 광개토대왕함과 양만춘함이 이들을 엄호했다.
“지금 제1함대 시마네현으로 이동 중입니다.”
“포항에서 해병 1사단 상륙 부대가 출발했습니다.”
“북한의 제1군단 103보병 사단이 상륙 준비 중입니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이 상륙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마나 에너지 충전을 위해서 해동청 전투기가 회항합니다.”
“보라매 전투기들도 충전을 위해서 회항 중입니다.”
“대구 공군 기지에서 19, 20 전투 비행단 출격했습니다.”
일본 상공으로 대한민국의 전투기 F-15K 슬램이글과 F-35K가 출격했다.
F-15K 슬램이글은 길이 19m에 폭 13m 정도 하는 전투기다.
무장으로 7.3t을 장착하고 최고속도 마하 2.5로 날아간다.
1,800km의 작전 반경을 가졌다.
지금은 일본의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라 그대로 일본 상공을 누비고 다녔다.
“중국의 반응은?”
“아직도 훈련 중입니다.”
중국이 생각 외로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전에 마나 무기들에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한 중령, 작전 2단계로 갑니다.”
“넵!”
이대한 작전 통제관은 작전 계획 2단계를 기억해 냈다.
-도쿄 행진.
거대한 지도에 녹색 점선이 길게 그려졌다.
일본의 야마구치현의 나가토시부터 히로시마를 지나 교토를 거쳐 도쿄로 이어지는 길이다.
“귀선의 투명화 기능 정지.”
일본 나가토시, 야마구치현의 북쪽에 있는 나가토시는 부산에서 일본 본토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인구 3만 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전쟁에 대한 정보를 일본 정부가 막고 있어서 평상시와 같이 해안 도로를 따라 많은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끼이익!
-콰앙!
나가토시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191 국도를 지나가던 자동차 하나가 급정거를 하자 뒤따르던 차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했다.
“뭐야? 갑자기 왜 서고 그래?”
따질려고 차에서 내리니 급정거한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저, 저기.”
“뭘 보고 있는……. 아!”
나가토시의 북쪽 바닷가 상공이 서서히 일그러지며 거대한 그것이 나타났다.
길이만 930m에 높이가 240m나 하는 거대한 항공모함이다.
“우리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 거대한 것이 지금 공중에 떠서 자신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가토시의 모든 일본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거대한 귀선을 구경했다.
“F-15K 편대들이 귀선을 호위 중입니다.”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호는 일본이 다시는 제국주의 발상을 하지 못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바로 옆에 대한민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부터 무력 항진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도쿄 상공이다”
귀선의 뒤쪽 마나 엔진에서 푸른빛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더니 서서히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크기가 큰 만큼 멀리서 보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 속도는 지금 시속 600km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하 0.5의 속도다.
F-15K들과 F-35들이 귀선의 주변에서 호위 비행했다.
“곧 히로시마 옆을 지나갑니다.”
“히로시마에도 핵미사일이 추락해서 난리가 났겠군.”
8월 15일, 일본 국민들은 아침 9시가 넘어서야 전쟁 소식을 처음 접했다.
독도에서 일본의 해군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을 장악한 사배 총리는 최선을 다해서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패전 소식을 전할 수 없어서 아직 전쟁 중이라는 이야기만 했다.
그런데 아침에 전쟁 소식보다 더 큰 일이 터졌다.
-고쿄 성에 운석이 떨어짐.
-천황 폐하 서거.
일본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천황이 가지는 의미는 일본인에게는 각별한 것이다.
살아 있는 신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런 천황의 서거는 진짜 충격이었다.
-전쟁 초기에 운석이 떨어져 천황이 죽었다.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는 뭘까?
일본 사람들은 뭔가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전쟁에서 일본이 지고 있다는 것을 사배는 감출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폭격으로 터져 나가는 일본의 군사 기지들이 속속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왔다.
-방금 내가 근무하던 레이더 기지가 폭격당했는데 정확하게 레이더만 부순 것을 보고 후덜덜 함.
-쓰시마 섬 앞바다에서 우리 항공모함이 침몰하면서 난리 남.
-대한민국의 해군들이 몰려와 우리 군인들을 막 구조하고 있음.
-우리 집 뒷산에 F-35 전투기가 추락함, 증거 사진 올림.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던 군함이랑 지휘 통제실만 정확하게 타격당했다더라.
-공군도 마찬가지임, 활주로, 대기 중인 전투기하고 지휘통제실만 타격함.
이에 사배가 알바들을 풀었다.
-일본이 이기고 있음, 이기고 있음, 이기고 있음.
-일본이 대한민국을 박살 내는 중.
-인터넷은 다 뻥임, 이미 일본 해군이 부산과 다케시마를 먹음.
-윗분, 알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