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에 바닷물이 수백 미터 위로 솟구치고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이 갈라지며 둥글게 퍼져 나갔다.
또다시 귀선의 주포에 일본의 시라네 급 구축함이 사라졌다.
시라네 급 구축함이 어떤 전함인가?
바로 하루나급 구축함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아무리 조선소에서 급하게 만들어 오느라 훈련이 모자랐다고 해도 그 크기나 방공 능력, 무장을 생각하면 절대로 저렇게 허무하게 부서져서는 안 된다.
시라네 급 구축함이 단 한발의 공격 때문에 흔적도 없이 폭파되었다.
다카마루 사령관의 눈에 비장함이 서렸다.
일본 천황이 죽고 이제 후퇴하는 것이 맞는 소리겠지만 저 괴물 같은 전함을 피해서 도망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저 괴물 같은 전함을 그냥 둔다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유도 관측은?”
“육안으로만 관측하고 있지만, 좌표는 정확합니다.”
“좋아!”
도쿄의 수상 관저.
지하 1층의 일본 작전 통제실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일본의 정신적 지주인 천황이 죽었다.
그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 전쟁까지 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대한민국을 침공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걸 그는 알지 못했다.
-삐, 삐, 삐…….
붉은 점 하나가 대한민국의 동해 중간에 깜박거리고 있다.
저곳에 그 거대한 공중 전함이 있다.
제3 호위함대의 대부분이 격침되고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시라네 급 이지스함 한 척, 하루나 구축함 한 척, 그리고 시라네 급 구축함 두 척이 남아 있었다.
이키즈키급 범용 호위함 4척이 50km 밖에서 대기 중이기는 하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핵미사일을 쏜다.”
“진짜 쏘실 겁니까?”
“자네도 봤지 않나?”
사배 총리는 총리 관저 지하 벙커 상황실에 모여 있는 군 관계자들과 각계 인사들, 장관들이 다 바라보았다.
“다른 해결책이 있는 사람?”
상황실에서는 이 모든 상황의 대부분은 레이더가 아닌 무전이나 함대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서 보고 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레이더에는 그 거대한 전함이 보이지 않았다.
전투함들은 고속 기동을 하는 하고 있어 카메라에 잘 잡히는 것도 아니었다.
화면의 상태도 좋지 않았고 워낙 거대하다 보니 전체를 볼 수도 없었다.
인공위성은 안개와 구름이 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정말 거대한 배였다.
저런 것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믿기지 않았는데 그런 거대한 전함이 지금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일본의 군함들을 향해서 포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일본 해군의 자랑이라는 신형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대공미사일은 대부분이 실드로 보이는 보호막에 막히면서 다가가지도 못했다.
공중 함포 사격이라 일본이 자랑하던 근접 방어 무기는 소용이 없었다.
거의 학살당하는 것 같았다
“사배 총리? 핵미사일을 빨리 쏩시다!”
일본 우익의 대표인 센타로가 핵미사일을 쏘자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반대하는 분이 없으니 핵미사일을 발사하겠습니다. 자바 현 미사일 기지 연결해. 핵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빨리 준비하도록! 지금 제3 호위함대는 전멸을 각오하고 저 괴물 전함을 붙잡고 있다. 이때가 아니면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도 없으니 서둘러!”
레이더에서 또다시 일본의 이지스함 하나가 사라졌다.
“아키즈키급 테루즈키함 격침!”
“즉시 가장 가까이 있는 후휴즈키함과 호위함들을 작전 지역으로 투입해서 핵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놈의 발목을 잡는다.”
“넵!”
후휴즈키함은 아키즈키급 이지스함으로 5000톤 급 전함이다.
길이 150m에 폭 17m 정도 크기를 가졌고 200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5인치 함포와 미사일 발사대 128문을 가지고 있다.
그 정도의 전투함도 시간벌기용일 뿐이다.
“핵미사일 다이노노야 발사 준비 완료.”
***
귀선 내부의 작전 통제실서는 이미 일본이 핵미사일을 준비하는 것을 알았다.
“일본 자바현에서 핵미사일 발사 준비가 확인되었습니다.”
핵미사일 이야기가 나오자 통제실이 술렁거렸다.
성호가 술렁이는 통제실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
성호의 외침에 소란스러운 통제실이 조용해졌다.
“핵미사일 가지고 뭘 놀라는가! 이회 사령관님께서 항상 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다.
“전쟁 중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성호의 외침이 통제실을 장악했다.
“전체 지휘관들에게 알린다. 적이 핵폭탄을 꺼낸 지금 무력시위를 끝내고 실제 전투로 넘어간다.”
지금까지는 무력시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말이 가지는 무서움을 적들은 알까?
일본의 항공모함이 포함된 제3 호위함대가 박살이 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보여 주기 위한 무력시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공격 목표 3,816개 확인!”
“투명화 스텔스 작동 준비.”
“엡솔루트 보호막 작동.”
“핵융합로 75% 가동.”
도쿄 아래에 보라색의 점들이 잡혔다.
“핵미사일이 터지기 전에 요격해야 한다. 워프 게이트 미사일 발사 준비!”
성호의 명령에 사격 통제 담당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8 서클인 워프 게이트 마법은 공간과 공간을 이을 수 있는 구멍을 만드는 마법이다.
5 서클 마법인 블링크 같은 경우 이동 반경이 좁아 필요가 없고 텔레포트는 탄도 미사일에 직접 마법을 걸어야 해서 불가능하다.
탄도 미사일 같은 경우 마하 5의 속도로 날아오다가 지상으로 낙하할 때는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떨어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물체에 텔레포트 마법은 소용이 없다.
그래서 8 서클 마법인 워프 게이트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핵탄도 미사일의 수는?”
“거리가 멀어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더의 탑지 거리는 1000km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건 최고 탐지 거리고 700km를 넘어가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마나 레이더를 천리안 ESP로 확장한다.”
“넵.”
천리안 ESP는 마나 레이더의 확장판으로 마나 핵융합로에서 만들어지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이용한 마나 레이더다.
탐지거리가 무려 5,000km나 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에고와 연결되면서 무한대에 가까운 수의 목표물 추적과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단점은 단 2시간 가동하고 12시간 동안 냉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리안 가동 완료.”
작전 통제실의 레이더가 확, 하고 변해버렸다.
레이더의 지도가 한반도를 넘어서 러시아의 북쪽 북극해까지 보였다.
아래로는 오스트리아 대륙 끝자락까지 보였고 양옆으로는 인도와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탐지 거리다.
천리안 ESP로 일본의 핵미사일 위치와 수를 정확하게 감지했다.
“일본의 핵미사일은 대륙 간 순항미사일로 보이며 5발이 준비 중입니다.”
“좋아! 우리 쪽 요격 미사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주변 함대를 모두 격침시킨다.”
천궁-5를 일본의 이지스함이 요격이라도 하는 날에는 핵미사일을 막을 수가 없다.
거기에다 귀선의 보호막을 계속해서 일본의 미사일과 함포가 건드렸다.
“레이저 포인트입니다. 제3함대가 수동으로 핵미사일을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성호가 눈을 꿈틀하더니 툭 하고 말했다.
“제3 호위함대를 먼저 전멸시킨다.”
성호의 말 한마디에 사격 통제 요원들이 또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귀선 함대함 미사일 사격 통제 시스템 가동.”
“목표물 추적 및 설정 완료.”
귀선에는 마나 에너지로 움직이는 무기만 달린 게 아니다.
귀선의 옆구리에는 아스록용 8 연장 발사기 4개가 내장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이 발사된다.
해성은 사거리가 150km이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순항 유도탄이다.
-콰앙!
수직으로 날아오는 혜성 미사일은 정확하게 일본의 살아남은 구축함들을 공격했다.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제3함대 구축함들이 회피 기동을 하면서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DDH 141 하루나에서 다카 마루 사령관은 옥쇄를 각오했다.
5인치 함포를 수십 발 맞았지만 다른 함정들을 방패 삼아 끝까지 살아남았다.
“우리는 여기서 목숨을 건다.”
다카마루 사령관은 망원경으로 침몰하는 야마토 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박살이 나버린 나머지 전투함들을 침통하게 바라보았다.
“유도 좌표는?”
“계속 조정 중입니다.”
“핵미사일이 발사될 때까지 적을 겨냥한다.”
그런데 공중에 떠 있던 거대한 대한민국 전함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투명화?”
투명하게 변하면서 그 거대한 전함이 사라지자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만 보였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다카마루 사령관님, 핵미사일 유도는 어떻게 합니까?”
문제는 이들이 옥쇄하면서까지 유도하던 목표가 눈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적은 방어막이 있다. 사방으로 함포와 미사일을 쏴서 방어막의 위치를 찾아내!”
“남아 있는 미사일이 얼마 없습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넵!”
-쾅, 쿵, 콰콰광!
일본의 군함들이 엉뚱한 곳으로 미사일들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그런 일본의 전함으로 해성 미사일들이 떨어져 내렸다.
엄청난 수의 미사일들이다.
“미사일 공격이다!”
“근접 방어 시스템은?”
“RAM 미사일이 얼마 없습니다.”
“팔라스의 총알이 떨어졌습니다. 장전 중입니다.”
“빨리 장전해!”
근접 방어 무기들은 30분간 쉴 새 없이 발사하다 보니 이미 장전되어 있던 램 미사일과 팔랑스 기관포의 총알이 떨어진 것이다.
[DDG-175 콩고급 미사일 호위함 묘코 격침!]
이즈함인 묘코함의 갑판이 터져 나가고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내부에 있던 미사일 적재함이 연쇄 폭발하면서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고는 옆으로 기울면서 바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카마루 사령관이 이끄는 제3 호위함대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했다.
CIWS 근접 방어시스템을 최대한 작동시켰다.
램 미사일은 새로 장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새로 탄환 보충이 가능한 펄링스를 이용해서 최대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
펄링스는 레이더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6 연장 30mm 기관포를 발사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녀석이었다.
펄링스는 초당 발사량이 엄청나고 파괴력도 있어서 사격 면적 안에 있는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을 이용했어도 하나루 구축함과 나머지 전투함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미사일이 이곳으로 날아옵니다.]
[근접 방어 시스템 작동.]
[늦습니다. 미사일에 맞을 것 같습니다.]
하루나의 근접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해성 미사일이 마카마루 사령관 눈에 보였다.
이제 끝이었다.
“젠장! 일본 천황 폐하 만세!”
그는 고함을 치듯이 말하고는 눈을 꼭 감았다.
일본이 자랑하는 구축함 하루나는 만재 배수량 5000톤의 구축함이다.
함포가 앞쪽에 두 개 달린 게 특징이었으며 뒤쪽으로는 커다란 헬기 격납고를 가지고 있다.
그런 하루나는 지금 여기저기 포탄에 맞아서 너덜너덜했다.
그리고 끝내 해성 미사일이 근접 방어 시스템을 뚫고 들어와 함교에 맞았다.
-콰앙!
함교 정 중앙이 함대함 미사일 해성에 의해서 폭파되었다.
검은 연기와 엄청난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올랐다.
독도와 울릉도를 침략하려던 제3 호위함대 지휘관 마카마루의 최후였다.
바닷속에는 지금 일본의 잠수함이 항해 중이었다.
소류급 잠수함은 전장 84m 정도의 잠수함으로 533mm 어뢰 발사관을 6문 가지고 있으며 수중 20노트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런 잠수함도 레이더에 걸리면 그냥 느린 배에 불과했다.
바닷속에 있는 잠수함이라고 귀선의 천리안 ESP 레이더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귀선에서 홍상어가 발사되었다.
홍상어는 대한민국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세계 최고의 대잠 로켓이다.
유도탄에 탑재되어 날아가다가 잠수함이 숨어있는 바다 위로 입수되어 타격하는 방식이다.
-퍼엉!
거대한 물줄기가 여기저기 솟아오르면서 잠수함 두 대가 격침되었다.
“제3 호위함대 전멸.”
항공모함 키티호트, 이타고급 이지스함 5척, 하루나급 구축함 2척, 시라네 급 구축함 6척, 고속정 25척, 잠수함 2척, 야마토 전함 1척이 모두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