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30화 (130/225)
  • 《130화》

    이른 새벽, 서울역 앞에 긴 줄이 기다랗게 서 있었다.

    모두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아직도 여기 있어?”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와서 음식을 나눠 주었다.

    그중에 나이는 대략 60대로 보이 사람이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백발에 은색 안경을 썼고 자상한 인상을 가졌다.

    “조금 있으면 저도 여기 못 옵니다.”

    “왜?”

    “일자리 잡았어요. 미래 그룹에서 요즘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막 뽑던데요.”

    “잘 되었네, 그래도 나갈 때 여름용 속옷이랑 양말 받아 가.”

    “됐습니다. 다른 분들 더 챙겨주세요.”

    김 씨는 밥과 반찬을 받고 따듯한 국물을 받으려고 움직이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국물을 퍼주는 사람이 눈에 많이 익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혹시…….”

    “생각하시는 그분이 절대로 아닙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어느새 펐는지 그릇에 따뜻한 소고기 국물에 무가 둥둥 떠 있다.

    “다음 분!”

    “어디서 분명 봤는데?”

    김 씨는 한참 걸어가다가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아봤다.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난 것이다.

    “이성호 회장?”

    그랬다. 가리긴 했지만, 모자 사이로 붉은 머리가 조금 보였다.

    그리고 저 우수에 찬 눈, 이성호 회장이다.

    “여기서 몰래 봉사하시는 건가? 역시 대단한 분이야.”

    2시간 동안의 무료 급식이 끝났지만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식기를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반백발에 60대로 보이는 봉사자가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싱크대에 섰다.

    “오늘은 좀 많군.”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봉사자, 성호였다.

    “왜 자꾸 찾아와?”

    “박성규 의원님, 제 부탁을 들어주시면 그만 오겠습니다. 진짜 안 하실 겁니까?”

    “안 해, 내 나이 60이 넘었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박성규, 미래 그룹 법무팀의 박동진 변호사의 아버지로 1년 전에는 무소속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이었다.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성호의 주식을 지켜낸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정경유착을 피하고자 미래 그룹에는 한 번도 안 찾아온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왜 그만두신 겁니까?”

    “아들이 기업의 법무팀에 들어갔는데, 내가 정치를 계속하면 안 되지.”

    “아니, 그거하고 정치하고 무슨…….”

    “그만! 알게 모르게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면 나라 망치는 거야.”

    “그럼 아드님을 제가 자를까요?”

    “자르든 말든 그건 회장님 맘 아닌가? 난 안 해.”

    “저같이 나라에 애국하는 기업인이 흔한 줄 아십니까?”

    “솔직히 네놈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없어서 그만두었다.”

    “네?”

    “국회의원들이 전부 너무 열심히 하니까 도리어 내가 할 게 없어졌어. 그래서 나왔다. 왜? 그것도 불만이야?”

    “아니, 왜 할 게 없습니까?”

    “전에는 국민들에 해가 되는 일을 나라도 반대를 해야 하니 남았는데 이제는 반대할 일도 없지. 그리고 내가 무슨 복지니 뭐니 말하기 전에 다른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하는 데 내가 왜 필요해? 나라 세금만 축내지. 다 너 때문이야.”

    “아니,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네 놈이 국회의원들을 저렇게 만들었다며?”

    “끄응.”

    설거지가 끝나자 박성규가 커피를 직접 타서 성호에게 주었다.

    “이거라도 처먹어.”

    “감사합니다.”

    “지랄을 한다.”

    성호가 믹스 커피를 홀짝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박성규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일주일 전에 온 편지는 모두 봤네. 내용이 길더군.”

    “어떠셨습니까?”

    “한낮 장사치의 계획치고는 거창하다고 생각했는데 편지 내용을 보니 자네, 합동 본부의 작전사령부 중령이더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과 만주를 전부 합치는데 왜 하필 나야?”

    “대한 제국의 초대 대통령입니다. 때 묻지 않은 분을 세우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밀어 드리겠습니다.”

    “미래 그룹이 밀어주려고? 절대 안 해! 나중에 무슨 청탁을 하려고.”

    “절대 청탁 같은 거 안 한다니까요!”

    “그걸 어떻게 장담하나? 앞일이라는 건 모르는 걸세.”

    “아오!”

    박동진 변호사의 고집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 아버지 박성규의 고집도 장난이 아니다.

    사람의 정신을 조정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악인에게만이다.

    성호의 신념이다.

    악인에게는 악으로 선인에게는 선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성호를 보며 박성규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하하하, 천하의 미래 그룹 회장이 못하는 게 있고만?”

    “에효, 내일 새벽에 또 오겠습니다.”

    “오지 마. 안 한다니까 그러네.”

    “꼭! 다시 오겠습니다.”

    성호가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기저기에서 그를 따라나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최태욱 실장, 박동진 변호사, 강동민, 문정철, 백광현과 나머지 망치파 조직원들이었다.

    “아버지, 그냥 허락하시지 그랬어요?”

    “심사숙고.”

    “어차피 하실 거면서.”

    “이놈이!”

    박동진 변호사가 급히 박성규에게 꾸벅 인사하고 성호 뒤를 따랐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

    8월 10일 독도, 천연기념물 336호.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다.

    울릉도와는 87킬로미터 떨어진 섬으로 18만 7천 제곱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화산섬이다.

    서도와 동도로 나누어져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우산(울릉도)에서 맑은 날 무릉(독도)을 볼 수 있었다고 되어 있다.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석도(石島)라고 불렸는데 전라도 방언에 돌을 독이라 부르면서 독섬이라고 불렸다가 지금의 독도가 되었다.

    일본은 5년 뒤에 일방적으로 독도에 다케시마라는 이름을 붙여서 시마네현에 편입했다. 그리고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도쿄를 경기도에 편입하면 대한민국의 땅이 된다는 엉뚱한 법칙이니 누가 이기나 해봐도 되지 않을까?

    오카카를 전라도로 편입시키고 교토는 함경북도에 편입시키자. 그리고 오키나와는 충청도에 편입시키면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 영토 늘리는 거 쉽네.

    -부앙!

    어선으로 보이는 일본의 배들 5척이 독도 앞바다를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배에는 플렌 카드를 달았고 마이크를 잡고는 마구 떠들어 댔다.

    “다케시마는 일본의 땅이다.”

    “조센징들은 즉각 물러가라!”

    “일본의 해양 조사단을 막을 권리가 대한민국에는 없다.”

    “한국의 해양조사선 독도 항해 절대 반대!”

    그들을 대한민국 해경 500톤급 경비정들이 막고 있었다.

    500톤급 경비정들은 태극이란 이름과 그 뒤의 번호로 불리는데 이곳에는 속초, 서귀포, 울진 소속의 태극 5호, 6호, 7호가 와 있었다.

    그 뒤로 5,000톤급 이청호함이 든든하게 대기 중이다.

    이청호함은 상봉급 전함으로 길이가 150미터나 된다.

    104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고 오토멜라라 76mm 함포와 40mm 쌍열 노포, 그리고 각종 발칸으로 무장하고 있다.

    “함장님, 그냥 쏴 버릴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대응 시스템이라는 게 있잖니. 좀 참고 신사적으로 가자, 우리.”

    “아오, 막 함포 발사 스위치에 손이 간다니까요.”

    “참아. 저 뒤에 보이는 하얀 배 보이지?”

    “일본 해양 보안청 순시선이요?”

    “그래, 뭔가 기다리는 것 같지 않냐?”

    “설마요?”

    일본의 해양 보안청의 220톤급 아사마 함정 3척이 뒤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 뒤에 더 큰 9,800톤급 사키시마호와1800톤급 키소함이 바다 위에 떠 있다는 것이다.

    사키시마호(PLH31)는 길이가 150미터에 폭이 17미터쯤 되는 순시선이다. 무장으로는 76mm 함포와 40mm 노포, 각종 기관포가 달려 있다.

    그리고 헬기 격납고까지 있어서 슈퍼푸마 헬기 2대를 탑재할 수 있다.

    “와사나베 경사, 카메라는?”

    “이미 촬영 중입니다. 함장님.”

    “작전을 시작하지.”

    “넵!”

    -뿌우웅!

    긴 뱃고동 소리가 나자 일본의 민간 선박들이 엔진을 최고치로 가동하며 독도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대한민국 영해입니다. 경고합니다. 더 이상 들어오면 공격하겠습니다.]

    일본의 배들 앞으로 태극 5호와 태극 6호가 지나가며 경고 방송을 했다.

    “조센징들의 경고는 무시합시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입니다.”

    “천황 폐하 만세!”

    일본의 조그만 배들이 대한민국 해양 경비정들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돌진했다.

    -쿠웅!

    그러다 끝내 태극 6호와 일본의 민간 선박 하나가 충돌했다.

    당연히 일본의 작은 선박은 옆으로 기울면서 침수되기 시작했다.

    “사람을 구해라!”

    “밧줄을 던져.”

    “구명정을 띄워.”

    태극 6호가 침수되는 일본 배에서 사람들을 빠르게 구조했다.

    “살려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내느라 정신없는 사이 다른 일본의 민간 선박들이 독도로 빠르게 달려갔다.

    “일본의 민산 선박들이 독도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경고 사격 실시!”

    -바바바바……!

    일본의 배들 앞으로 25mm 발칸포가 발사되었다.

    붉은 꼬리를 달고 수면을 때리며 지나간 발칸포의 위력에 일본 선박들이 주춤했다.

    -바바바바……!

    이번에는 반대쪽으로도 경고 사격을 했다.

    그때서야 일본의 민간 선박들이 급하게 배를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뭐 빠지게 도망가는군.”

    “함장님! 일본 순시선의 함포가 저희 쪽을 겨냥합니다.”

    “뭐?”

    -퍼엉, 퍼엉!

    500톤급 경비정 태극 6호 옆으로 포탄이 떨어지면서 바닷물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태극 6호는 지금 침몰하던 배에서 급하게 일본인들을 구조하는 중이었다.

    “자국민을 구조하고 있는데, 뭐야. 이 새끼들은?”

    -콰앙!

    태극 6호의 함수가 불꽃을 튀기면서 터져 나갔다.

    “으악!”

    “뭐해? 우리도 쏴!”

    “전속력 선회!”

    태극 6호가 탑재되어 있던 40mm 노포를 돌리며 발사를 시작했다.

    -쾅쾅쾅!

    일본의 순시선들도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해 왔다.

    사키시마호(PLH31)와 PL-53 키소함이 76mm 함포를 쏘면서 달려들었다.

    -쾅쾅!

    태극 6호에 이어 태극 5호도 함포에 맞으면서 기우뚱했다.

    “뭐하나? 우리도 쏴!”

    “넵!”

    대한민국의 이청호함의 75mm 함포가 불을 뿜었다.

    -쾅쾅!

    10분 넘게 수십 발의 포탄들이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500톤 밖에 안 되는 태극 급 순시함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로 가라앉고 있었고 5,000톤급인 이청호함도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일본의 피해도 상당했다.

    1,800톤급 키소함의 함교가 터져 나갔고 220톤급 아사마 같은 경우 2척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가라앉고 있었다.

    “일본 함선이 퇴각합니다.”

    “젠장!”

    이날의 해전으로 일본 민간인 12명이 죽고 대한민국 해경 22명이 전사했다.

    태극 급 경비정 5호, 9호, 10호가 침몰했고 이청호함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일본의 해양 보안청은 32명이 전사하고 아사마급 소형 순시선 3척이 침몰당했으며 1,800톤급 키소함이 반파 당했다.

    키소함의 함교가 이청호함의 75mm 함포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그 피해가 컸다.

    -대한민국의 민간인 학살.

    -일본 섬인 다케시마를 무력으로 빼앗은 한국.

    -일본도 무력으로 다케시마를 되찾자!

    일본 방송은 이때의 전투 상황을 한국이 먼저 발포한 것으로 포장했고 일본 해양 보안청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공격하는 모습으로 바꿔서 편집되었다.

    일본의 국민 여론이 다케시마를 무력으로 되찾자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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