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26화 (126/225)
  • 《126화》

    어느덧 6월이 되었다.

    성호가 미래 그룹의 회장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천마 자동차가 출시된 지는 한 달이 지났다.

    성호에게 편지가 하나 전달되었다.

    「한국 대학교 일일 강의 초빙.」

    한국 대학교에 합격하고도 가질 못했다.

    테러 사건으로 성호가 미래 그룹 회장인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소원이 학교 다니는 거였는데 그건 나중에 해야 할 듯했다.

    그 뒤로는 새로운 제품 출시와 전쟁 준비 때문에 대학교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한국 대학교에서 일일 강사로 성호를 초빙했다.

    「매년 그해에 가장 뛰어난 경영인을 초대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성호 회장님께서 선정되셨기에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오셔서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에게 비전을 심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바쁜 와중에 하루의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대학교의 총장이 직접 편지를 자필로 썼다.

    성호에게 돈으로 압박을 하거나 유혹하면서 부탁을 했으면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글씨로 쓴 편지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안 가볼 수가 없네.”

    날씨는 6월이 지나가면서 햇볕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였다.

    성호는 한국 대학교에 가기로 했다.

    성호가 움직이자 또다시 엄청난 인원이 이동했다.

    미래 그룹의 구조조정 본부의 임원들, 경호원들까지 5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올해의 경영인 초빙 강의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

    전 세계 1위 기업이자 미래인 그룹의 회장이 왔다.

    한국 대학교의 문화관 대강당에 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모여든 사람들만 수천 명!

    “안녕하십니까? 한국 대학교 총장 허청일입니다.”

    한국 대학교의 총장인 허청일은 작은 키, 백발에 대머리였고 동글한 얼굴로 자상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오늘은 이 시대에 기적을 일으키는 분을 초대했습니다. 소개합니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님입니다.”

    조명 하나가 비치고 성호가 무대 중앙에 섰다.

    자유롭게 여기저기 삐져나온 붉은 머리, 맑고 진심이 담겨 있지만, 왠지 모르게 슬픈 눈, 그리고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이 비쳤다.

    성호가 자신을 보러 온 한국대의 학생들을 쭉 살펴봤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여기 있는 자 중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최고의 인재들이다.

    “안녕하십니까? 이성호입니다.”

    담담한 그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다.

    이성호는 회장이 되고 단 2년 만에 미래 그룹을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정치인의 변화, 미래 빌딩의 테러, 마나 에너지 가전의 창조, 침몰되던 만년호 구출, 핵융합 발전의 확장 등의 사건들 마다 세상을 뒤흔들었다.

    그런 그가 여기 왔다.

    “저는 오늘 여기로 오면서 무슨 강의를 할까 고심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주제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무대 뒤에 거대한 글씨가 떠올랐다.

    「인간다움.」

    “인간다움은 미래 그룹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가치관입니다.”

    입체 화면이 변하면서 분홍색으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삼풍백화점」

    “저기 보이는 백화점은 당시 최고의 백화점이었습니다. 현세계 백화점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명품 백화점이었습니다. 그런 삼풍백화점이 1995년 6월 29일 무너지면서 502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쿠구구궁!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장면과 당시의 뉴스 방송들이 배경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사건은 삼풍백화점 경영진에 의해 벌어진 참상입니다. 돈을 위해서 정치 권력과 손을 잡았고 편법으로 무리하게 건물을 신축했습니다.”

    아주 과거의 일이고 잊혀간 아픔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경영진들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질 것을 알고도 침묵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손님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자신들만 탈출했습니다.”

    입체화면 배경이 이번에는 거대한 흰색의 여객선을 만들어 냈다.

    -세월호!

    이 말은 대한민국에서 금기어 같은 말이다.

    그 슬픔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며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권력과 손을 잡았고 더 많은 승객과 물건을 실기 위해 배를 개조했습니다. 배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무시했고 끝내 배는 침몰했습니다. 그때 선장은 승객들을 놔두고 가장 먼저 탈출합니다.”

    -욕심

    -정권유착

    -위험을 알고도 방치

    -고객과 승객을 놔두고 도망감.

    “이 두 가지 사건은 매우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끔찍한 사건을 부실시공이나 정부의 비리, 누군가의 실수로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그것 말고 사건의 진실이 더 있나?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인간다움이라는 빛을 찾아 수 있습니다.”

    성즉형 형즉저(誠則形 形則著)

    저즉명 명즉동(著則明 明則動)

    진실하고 성실함은 행동을 변화 시켜 밖으로 드러나게 한다.

    밝아진 것이 드러나게 되므로 다른 자도 밝게 한다.

    “중용 23장의 내용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변하면 마음이 변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변해야 우리의 인격이 변하게 되죠.”

    뒤의 모든 배경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다움보다는 일과 성공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성공을 가장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남을 이기고, 짓밟고, 빼앗아야 하고 남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 바보라고 손가락질받습니다”

    성호의 뒤에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를 형상화한 모습이 나타났다.

    갓난아이 때부터 어린아이, 청소년, 청년, 가장, 중년, 노년으로 이어지다 끝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몸은 갓난아이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변할 겁니다. 그러나 인격은 그렇게 변하지 않습니다. 노력해야 하고 수많은 갈등과 고심, 그리고 선택을 한 뒤에야 조금씩 성장합니다.”

    성호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올라왔다.

    7살의 성호, 겁먹은 얼굴에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었다.

    “7살 때 저는 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2년간 재산 문제로 큰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혀 살아야 했고 끝내 살해당할 위기까지 몰립니다.”

    성호의 뒤에 바짝 마른 몸, 작아 몸에 맞지도 않는 흰색 환자복을 입은 성호가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나온 핸드폰에 찍힌 성호의 사진이다.

    “저기 보이는 게 바로 10년 전 제 모습입니다. 저는 뭘 선택했을까요? 어두운 선택은 어두운 인격을, 밝은 선택은 밝은 인격을 가지게 합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화면에서는 성호가 마리아 보육원에서 밝게 웃으며 빨래하는 모습이 나왔다.

    피투성이에 검게 그을린 모습의 성호, 테러로 불타는 미래 빌딩에서 소방 호스로 직원을 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래 그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직원화 하면서 변화된 모습이 그려졌다.

    아무런 거리감 없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성호가 웃는 모습이 나왔다.

    신검을 받기 위해 병무청에 들러 1급 판정을 받고 떠나는 성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미래 그룹은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며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저는 밝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의 지금 선택은 어떤 것입니까?”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오늘 제 강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방청석의 조명도 전부 꺼졌다.

    침묵 속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후회하고, 고치고, 앞으로의 일을 다짐했다.

    -짝짝…….

    누군가 시작한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짝짝짝짝!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역시 이성호 회장이다.

    -정치인들이 바뀐 이유가 있더라.

    -나도 착하게 살아야지.

    -우리 조금만 느리게 살자.

    대한민국은 외형만 바뀌어 가는 것이 아닌, 내면도 변하고 있었다.

    ***

    대한민국이 점점 고도로 발전해 가는 가운데 중국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었다.

    -일본의 외무성 대표인 오카모토, 중국의 상하이를 방문!

    경제 위기인 중국에 일본이 돈을 빌려준다는 소문이 돌았다.

    상하이의 상징은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에 있다. 빌딩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만들어진 야경은 장관이다. 그중에서 상하이 빌딩의 121층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은 대단하다. 그런 상하이빌딩의 전망대에서 이 둘이 만났다.

    “어서 오시오, 오카모토 외무대신.”

    “천민월 주석께서 직접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경제적 위기 상황인 중국을 이끌어가게 된 천민월 주석이다.

    그를 따라서 경호원과 비서진들까지 100여 명이 전망대로 올라와 있었다.

    “오카모토 외무대신께서 얼마나 도와주시는지 직접 꼭 와봐야 하겠더군요.”

    “아, 네…….”

    여기서 틀어지면 가만 안 있겠다는 뜻이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주석님, 전망이 시원시원하고 좋군요.”

    “그렇죠? 여기는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를 안 했습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모르죠.”

    “아, 네…….”

    여기서 헛소리를 하면 가만 안 있겠다는 뜻임을 오카모토도 알았다.

    “그런데 어디서 지린내가 나지 않습니까?”

    “지린내요?”

    “아닌가? 제가 좀 예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솔직히 천민월의 코에도 어디선가 지린내가 나기는 했다.

    이런 중요한 회의에서 지린내라니, 그러나 그 정도의 일로 난리를 피울 수는 없었다.

    “이야기는 대충 들으셨는지요?”

    “8월에 저희 중국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무력시위를 했으면 한다고 들었습니다.”

    “무력시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무슨?”

    “중국에서 북한을 침공해도 좋습니다.”

    “북한을요? 러시아가 요즘 대한민국 편을 들고 있어서 곤란합니다.”

    천밀월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뉘었다.

    그는 이미 북한을 침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상황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안 그런 척했다.

    “천밀월 주석님, 핵폭탄이 터지면서 러시아의 동부 군관구가 훈련 중 반파된 건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무력시위한다고 생방송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미국이 중동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서부 군구나 남부 군구를 뺄 수도 없죠. 따라서 러시아는 중국이 북한을 침공해도 막지 못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침공하면 일본은 뭘 줄 겁니까?”

    천밀월이 이것 때문에 모른 척하는 거다.

    “북한의 광물 채굴권을 드리죠.”

    “그건 이미 저희 겁니다.”

    미래 그룹이 전쟁 이후 엄청난 투자를 통해서 북한의 광산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사실 80%는 중국과 이미 채굴권 계약이 되어 있었다.

    서로 전쟁 중이고 적대국이라 채굴권을 주장하지 못하지만, 중국이 다시 북한을 침공한 뒤에는 빼앗아 오는 거야 당연했다.

    “천밀월 주석님은 뭘 원하십니까?”

    “일본이 지금 전쟁을 원하는 이유는 막대한 부채 때문인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뜨끔!

    일본의 부채는 2015년 250%로 알려졌다.

    세계 1위다.

    그 뒤로는 부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 300%를 넘겼다.

    문제는 이 모든 부채는 공공채무라는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사간 국채라는 뜻이다.

    정부가 갚지 못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거다.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경제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

    문제는 일본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계속 저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방법은 전쟁 특수를 통한 경제기반의 개혁이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전쟁을 통해서 승리하지 못하면 일본은 다음 해에 경제 위기가 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해를 넘기지 못합니다.”

    “천밀월 주석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차피 일본은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 아닙니까?”

    “당연히 대 일본 제국이 승리할 겁니다.”

    천밀월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럼, 저희 쪽으로 돈을 빌려주는 국채를 일본이 발행할 때 저희도 일본에 돈을 빌려 드리죠. 서류로만 오고 가는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둘 다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겁니다.”

    “윈윈 전략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금리는 마이너스니까 말입니다.”

    일본이 중국에 돈을 빌려주고 중국이 일본에 돈을 빌려준다.

    서류상으로는 엄청난 돈들이 오고 가겠지만 실제로는 서로 오간 돈이 없는 그런 방법이다.

    “어차피 전쟁에서 승리하면 서로 갚는 건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좋습니다. 일본도 전쟁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천밀월이 비릿하게 잠깐 웃었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신무기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일본이 초기에 패전할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은 지금 너무 자만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전쟁으로 지친 틈을 노릴 거다.

    당연히 일본은 전쟁에 질 것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중국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고 나중에 일본에게 돈을 요구하며 압박할 수 있다.

    “8월 15일인가요?”

    “그렇습니다. 15일에 시작하려 합니다.”

    8월 15일은 일본이 미국에 항복함으로 패전국이 된 날이다.

    오카모토 외무대신이 서류를 꺼내자 천밀월도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꺼냈다.

    서류는 전문가로 보이는 담당자들의 검토를 거쳐 둘에게 돌아왔다.

    -사사삭…….

    서류에 사인이 끝나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했다.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서로 총부리를 겨둔 두 나라가 손을 잡은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봅시다.”

    가장 먼저 일본의 오카모토 외무대신이 나가고 천밀월이 나갔다.

    전망대의 불이 꺼지고 모든 사람이 나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까?

    기둥 뒤의 그림자 안에서 서서히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붉은색의 도깨비 가면이 보였다.

    “여기는 도깨비 비형 3호 모든 장면을 녹화했다.”

    도깨비 베타 부대 비형 3호 박찬길 대위였다.

    박찬길은 예전에는 707특임대였지만 지금은 도깨비 부대의 베타팀 비형 3호다.

    [잘했다. 귀국을 위해 해동청 전투기가 약속 장소에서 대기 중이다.]

    “알았다.”

    도깨비 3호인 박찬길은 마나 배터리를 확인했다.

    -5.8%

    아슬아슬했다.

    무려 6시간이나 대기하고 있었다.

    “쌀 뻔했네.”

    너무 급해서 화분에다 소변을 봤다.

    그래서 상하이 빌딩의 121층 전망대에서 지린내가 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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