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19화 (119/225)
  • 《119화》

    무려 1400년이나 지난 던전이다.

    “아직까지 남아 있을까?”

    다른 누군가 발견했을 수도 있고 무너져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남극의 중앙에 펼쳐진 이름 모를 스노우 필드,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인 이 지역은 이름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다.

    -휘이이잉…….

    아무것도 없는 눈밭 중앙에 거대한 바람이 일면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투명해서 사람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눈보라에 의해서 빛이 아른거리며 거대한 실루엣이 보일 뿐이었다.

    -터덕.

    남극은 여름이라 따뜻하다고 하지만 아직 영하 20도다.

    “우미! 그냥 보기만 해도 추운 거.”

    실제 추위를 느끼는 건 아니다.

    영하 20도의 온도가 성호에게 추위를 느끼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탈마의 경지이자 현경의 경지이기 때문에 한서불침(寒暑不侵)은 기본이었다.

    해안가 중심으로 눈이 어느 정도 녹아 푸른 풀들이 자라난다고 하지만 이곳은 아직도 사방이 하얀 눈밭이었다.

    보기에만 추워 보인다는 뜻이다.

    “여기 근처인데 세월이 너무 흘러서 알 수가 없네, 너무 많이 변했어.”

    성호는 테일러의 던전을 찾아 근처를 돌아다녔다.

    “여기 같기도 하고……. 저기 같기도 하고……. 1400년이나 지났으니 낭패네.”

    사실 주변은 너무 넓었다.

    기억을 찾아왔는데도 어디가 어딘지 헷갈릴 정도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겠군.”

    성호는 가방에서 텐트와 이불, 난로까지 꺼냈다.

    그리고 버너와 냄비 라면을 꺼냈다.

    이 추운 남극에서 끓여 먹는 라면 맛은 어떨까?

    -호로록.

    국물은 벌써 식어 버렸다.

    아니 살얼음이 둥둥 떠 있다.

    -아삭!

    김치가 얼어서 아삭거렸다.

    “이래서 집 나오면 고생인 거로군.”

    성호는 마나를 이용해서 이미 끓인 라면을 데워 먹었다.

    하늘을 보니 하늘에 커튼처럼 오로라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보고 싶네.”

    오늘따라 저 아름다운 풍경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다음날이 밝았다.

    거의 하루종일 뒤진 결과 1400년 전에 테일러가 세워 놓은 비석, 아니 거대한 바위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땅에 박혀 있는 이 바위는 눈 속에 대부분이 들어가 있어 끝부분만 보였다.

    “디그! 디그, 디그…… 디그!”

    바위 옆으로 땅이 꺼지면서 구멍이 만들어졌다.

    디그는 땅을 파는 마법으로 한번 사용할 때마다 2m 정도의 땅이 지하로 사라진다.

    “정말 오랜만이네.”

    테일러의 기억은 이미 성호의 기억이다. 그래서 자신이 오래전에 왔다 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왜 마법사인 테일러와 무림인 천마 가람의 악몽을 꾸고 그들의 기억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의심이 가는 것은 테일러가 자신의 차원이 아닌 지구로 오면서 모든 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라이트!”

    성호의 머리 위에 사방을 비추는 빛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성호는 그 빛에 의지해서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작은 동굴을 지나가다 보니 얼음에 막혀 있는 거대한 동공이 나왔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막혀 있었는지 암석보다 단단해 보였다.

    “플레어 스톰!”

    5서클 마법인 플레어 스톰은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 내는 마법이다.

    플레어 스톰의 초고온의 이 불길은 거대한 강철도 붉게 달궈서 녹여버릴 수 있다.

    -츠…….

    얼음이 사방에 수증기를 내뿜으면서 증발했다. 이런 수증기는 동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고드름이 되었다.

    발생하는 수증기의 온도는 3백 도나 되었지만, 성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밖과는 다르게 약간은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로군.”

    강철로 만든 거대한 문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테일러가 죽어간 장소이자 그가 사용한 연구실, 던전이었다.

    “이 문은 가짜야. 진짜는 바로 옆에 있는 이 바위지.”

    이 거대한 철문은 그냥 모양만 문이다. 문 뒤에는 거대한 바위가 떡 하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성호가 이 거대한 철문은 그대로 두고 옆에 있는 바위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 바위 뒤에 있는 작은 홈에 손가락을 넣고 꾸욱 눌렀다.

    -크르르르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기관이 작동하니 신기하기는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마법으로 바위를 뚫고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바위 옆으로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걸어 들어갈 정도의 통로였다.

    “1400년 만인가?”

    성호는 그 작은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10분 정도를 걸어갔을까, 거대한 동공이 하나 나왔다.

    “여기로군. 테일러가 마나를 찾아 연구하던 던전이.”

    테일러의 던전은 중앙에 커다란 광장에 3개의 방이 있는 형태였다.

    “이곳에 테일러가 판타리아 대륙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이 있다.”

    테일러는 이곳에 판타리아 대륙에서 가져온 모든 물건을 보관했다.

    그러나 마나가 점점 빠져나가면서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다.

    “일단 첫 번째 방부터 들어가 볼까나.”

    테일러가 사용하던 던전은 거대한 광장처럼 넓은 공동과 3개의 방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테일러가 그동안 사용하던 생필품과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낡아서 검은색으로 탈색되고 부식되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테일러…….”

    그곳에 있었다.

    테일러의 시체가 말이다.

    그가 죽은 지 1400년이 지났지만 그 형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세계가 그의 육체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다른 차원의 존재이기에 부식되거나 또는 변하지 않고 이렇게 죽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 남겨진 것이다.

    “영면을 방해해서 미안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곳에 묻어 줄게…….”

    성호가 그 방을 나와서 두 번째 방으로 갔다.

    “마법 주머니가 부서졌군.”

    이 마법 주머니는 내부에 아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물건들을 넣도록 만든 아티팩트다.

    무려 8 서클 마법이 적용되었다.

    공간을 확장하는 마법 가방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다.

    문제는 아공간을 유지하는 마정석의 마나가 오랜 세월로 방전된 것이다.

    당연히 마법 주머니의 아공간이 사라지고 안에 있던 것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차원이동장치, 타이탄급 기간트, 각종 보석과 금속, 최상급 마정석, 미스릴 등이 들어있었다. 그런 것들이 이 방 안에서 한꺼번에 튀어나왔으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안 봐도 뻔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타이탄급 기간트도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 녀석도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방전되어 버렸군.”

    성호의 눈에 10m 크기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얼음덩어리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얼음에 갇혀 있는 기간트!

    드래곤의 뿔과 같은 투구와 풀메이트 갑옷을 입은 듯한 거대한 덩치,

    가슴 부위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거대한 강철 장갑이 독특해 보였다. 그리고 등 뒤로는 거대한 검이 보였다.

    높이 10m에 중세 시대에서도 무거워서 잘 안 입었다는 프레스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형학적인 마법 무늬들이 아름답게 그려진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타이탄급인가?”

    기간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사람이 입는 갑옷 형태였기에 스켈레톤 급 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스켈레톤 급은 보통 기사보다 몸을 조금 더 빠르게 할 뿐 익스퍼트급 기사에게 걸리면 별 힘도 못 쓰고 당했다.

    그래서 보호력을 강화하고 덩치를 키운 기간트가 만들어졌다.

    크기는 4m 정도로 컸지만, 몸의 비율이 어린아이 같다고 해서 파로비급이라고 불렀다.

    파로이급은 방호력은 뛰어났지만 관절이 사람과 같지 않아서 느렸고 불편했다.

    그 뒤에 이를 개선하고 6m 크기의 기간트가 만들어졌는데 아르티큘리 급이라고 불렀다.

    아르티큘리 급이 더 커져서 10m를 넘기자 그때서야 전략 무기가 되었고 타이탄 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0m면 아파트 4층 높이다.

    “죽어 있군.”

    너무 오랜 세월 때문인지 마나 엔진과 에고가 죽어있었다.

    타이탄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없는 셈이다.

    하나는 마나 엔진이고, 또 다른 하나가 에고다.

    마나 엔진은 타이탄이 움직이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이고 에고는 타이탄이 가지고 있는 자동 제어 장치다.

    사람이 이 거대한 물건을 전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에고가 타이탄을 어느 정도 조율하게 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기간트의 마나 엔진에 들어가는 마정석의 마나도 사라져 있었다.

    “너도 데리고 가주마.”

    성호가 등에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열고 타이탄에 손을 댔다.

    “인 세이브!”

    -쭈우욱!

    무슨 고무가 늘려지듯 강철로 만든 타이탄이 쭉 늘어나더니 검은 가방으로 들어갔다.

    -후웅!

    거대한 공간이 사라지면서 남아 있던 빈 공간으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타이탄이 사라지자 한가운데에 검은색 수정구 3개가 보였다.

    바로 마법 주머니를 유지시켜 주던 중급 마정석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마나가 흩어져서 검은 돌멩이처럼 변해 버렸다. 주변에서 빨아들일 수 있는 마나가 없었기에 지금은 아무런 마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마정석을 잡자 성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요 녀석 배가 고팠나 보군.”

    성호의 몸에 있는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빨아들이는 것을 보니 아주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한쪽에는 바람 빠져 찌그러진 구 형태의 장치가 보였다.

    “차원이동장치.”

    테일러를 판타리아에서 이곳으로 차원 이동시킨 장치!

    그러나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마법진은 이미 훼손되어서 쓸 수가 없다.

    단 하나 안에 박혀 있던 최상급 마정석만은 다시 살려서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이 녀석도 아공간 주머니에 넣자.”

    성호는 이 마정석들도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건…….”

    대부분 오랜 세월이 지나며 부서지거나 타이탄의 무게 때문에 찌그러져 있었다.

    미스릴 가루는 은색의 분말 형태였는데 한 주먹 정도밖에 없었다. 그냥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마나의 양과 안정성을 측정하는 팔찌도 아공간에 넣었다.

    구석에서 반지 2개를 찾았다.

    둘 다 마정석이 방전되어 죽어있었다.

    반지 하나는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중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반지를 먼저 집어 들었다.

    “나의 사랑 라일리…….”

    테일러가 판타리아 대륙에 두고 올 수밖에 없던 시골 소녀의 이름이었다.

    그녀에게 청혼할 생각으로 준비한 반지가 이것이었다.

    이 반지에는 몸을 항상 건강하게 유지 시켜 주는 마법과 머리를 맑게 해주는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위기 때 테일러를 소환하는 마법이 세겨져 있다.

    성호가 이번에는 금빛의 반지를 집어 들었다.

    “멀린이 사랑하는 제자에게…….”

    테일러가 최초로 기간트를 만들었지만, 최초로 설계한 사람은 그의 스승 멀린이다.

    타이탄을 창조한 사람은 멀린인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사랑하는 제자에게 준 것이 바로 이 반지이다.

    이 반지에는 일주일에 한 번 사용 가능한 피로를 풀어주는 리플러쉬 마법이 새겨져 있고 위험한 상황에서 그레이트 실드가 작동하게 되어있다.

    멀린이 그의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서 무려 한 달 동안 만든 작품이다.

    “이곳에 에고에 관한 지식이 들어 있다.”

    이것을 찾고자 온 것이다.

    테일러도 에고 마법에 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스승인 멀린을 쫓아가려면 멀었다.

    멀린이 남겨 놓은 에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이 반지에 들어있다.

    “다만, 전부 똑같은 음성, 크기, 박자로 설명하는 것을 한 달 동안 들어야 하지. 중간에 잔소리도 들어 있고…….”

    그래서 테일러도 포기한 에고 마법에 관한 지식이다.

    5분만 듣고 있으면 잠이 온다.

    일주일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에휴, 잠이 안 올 때마다 들어야지.”

    성호는 이 두 개의 반지를 왼손의 검지와 중지에 끼었다. 그러자 죽어 있던 반지가 살아나면서 반지 중앙에 있던 마나석이 약간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방으로 들어가 볼까?”

    이제 마지막 방만 남았다.

    “큼큼, 마지막 방은 화장실이니 이제 나가야겠군.”

    그렇다. 이 던전의 마지막 방은 화장실이다.

    다들 엄청난 것을 바랐겠지만 생리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화장실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1400년이나 지난 화장실.

    “열어보기조차 무섭군.”

    성호가 화장실 앞에서 발길을 돌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동공으로 돌아왔다.

    “언락! 그레이트 실드!”

    성호는 아무도 이곳을 출입할 수 없도록 언락과 그레이트 실드를 걸어 주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고향으로 보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사우디를 거쳐 해동청을 돌려주고 대한민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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