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 사우디 방문!
5월, 바쁜 와중에 성호가 사우디에 찾아갔다.
제다 공항에서 성호가 내리자마자 많은 인파들이 모여 그를 환호했다.
사우디의 경호 요원들이 그를 에워싸듯 감쌌다.
“어서 오십시오. 국왕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지금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는 핵폭발로 방사능 오염 지역이 되어있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라 모두 그곳을 떠났다.
그래서 새로운 국왕이 된 알사우드는 제다로 피신해 있었다.
“오! 이성호 회장! 어서 오시오”
이런 걸 버선발로 뛰어나왔다고 표현하나 보다.
사우디의 알사우드 국왕은 방석에 누워 있다가 맨발로 성호를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래 그룹의 회장 이성호입니다.”
“사우디의 국왕 알사우드일세. 정말 우리 사우디를 구해 주어서 고맙네.”
“공짜는 아닙니다.”
“베라트에게 들었네. 돈이야 전에 모아둔 것이 있으니 얼마든지 주겠네.”
“그 뒤는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알지, 기름 시장의 축소”
“아마 녀석들의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될 겁니다.”
“하하하, 녀석에게 꼭 한 방 먹여 주고 싶었지. 지금쯤이면 닭 쫓던 개의 표정일 걸세. 하하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하게, 뭐든 들어 주겠네.”
사우디를 살려주고 놈들의 뒤통수를 치게 해준 은인이다.
통쾌하기가 짝이 없었다.
뭐든 들어 줄 수 있다.
“저는 오늘 리야드의 방사능을 처리하겠습니다.”
“오! 드디어 리야드의 방사능이 사라지겠군.”
알사이드 국왕은 방사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스러워하지 않았다.
이미 대한민국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들도 방사능을 깨끗하게 제거했으니 말이다.
“그 뒤에 제가 어딘가로 비밀리에 갔다 와야 합니다.”
“비밀리에 움직이는 정도야 저희가 도와줘야죠. 저희 첩보 대대를 준비하겠습니다.”
“미국 영토라서 그 정도로는 안 될 겁니다. 해동청 전투기 하나만 빌려주십시오.”
미래 그룹이 사우디에 판 해동청-D가 다운 그레이드 판이긴 해도 투명화와 스텔스 기능이 달려 있다.
자체에 투명화와 스텔스 기능이 있으니 어디를 가도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요인 암살이나 폭격을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투기일 것이다.
그걸 빌려 달란다.
“빌려주는 건 상관없는데……. 직접 조정도 하십니까?”
사우디 국왕은 해동청-D 전투기의 가격이 무려 1억 달러나 하지만 그 정도야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래 그룹으로 얻어지는 수입이 그것보다 많았다.
“네, 전에 약간 배워 두었습니다.”
예전에 서산 공군 비행장에서 해동청을 처음 만들 때 대한민국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인 이창훈 소령에게 직접 배웠다.
“그럼, 하나 선물하겠습니다. 기업 회장이니 전투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계셔야죠. 제가 제다 공항에 말해 두겠습니다.”
알사우드는 성호를 왕족처럼 생각하고 최고로 대우하는 것이다.
이 정도 뇌물은 주어야 앞으로 미래 그룹과 연결 고리가 두터워진다.
그러면 다음에 조금 더 싸게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민간인이 전투기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빌리기만 하겠습니다.”
“쩝, 어쩔 수 없네요.”
이 미래 그룹 회장은 들어갈 틈이 없다.
성호는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성호를 호위하기 위해 사우디 국왕은 최고의 경호 부대를 붙여 주었다.
미리 이야기되어 있었는지 해동청-D형 전투기 하나가 격납고에 대기 중이었다.
연료와 무기까지 풀로 채워 놨다.
“방사능이 너무 심해서 텔레포트로 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랬다.
리야드도 텔레포트 가려다가 두 번이나 캔슬 당했다.
매스 텔레포트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방사능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방사능은 마법을 방해했다.
그건 이용찬과의 전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력장과는 성격이 달라서 뚫고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성호가 가려는 남극 또한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 펼쳐지는 오로라가 좌표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마법이 캔슬된 것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쉬운 일은 없지.”
그래서 알사우드 국왕에게 부탁해서 해동청-D를 빌린 것이다.
“어디 보자…….”
성호는 자신이 들고 온 가방에 손을 집어넣었다.
-공간 확장 가방.
무려 내부에 50평 정도의 공간이 있는 마법 가방이다.
성호가 7 서클에 올라가면서 만들게 된 마법 가방이다.
안에 얼마든지 많은 물건이 들어가도 무게는 그냥 가방 무게일 뿐이니 가벼웠다.
“마나 배터리, 마나 드레인, 라면, 버너, 텐트, 옷이랑……. 워싱도 넣었고…….”
집안 살림을 다 들고 왔다.
“이제 출발해 볼까?”
아무도 모르게 해동청 전투기를 투명하게 한 다음 격납고 밖으로 나갔다.
-슈우웅!
해동청 전투기를 수직으로 이륙시킨 다음 최고 속력으로 리야드로 출발했다.
투명화와 스텔스 기능 때문에 아무도 성호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마하 2의 속도로 20분 만에 제다에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중에서 바라보는 리야드는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덩이가 보였고 주변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폭삭 주저앉아있었다.
“핵폭탄이라는 거 진짜 무섭군.”
메테오보다 그 파괴력이 더 엄청났다.
도시의 대부분이 핵폭발 반경 안에 들어가 있었다.
리야드 수도의 한가운데서 핵폭발이 일어나 주변 20㎞ 이상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100만 명의 죽음.
그 죽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슈우우웅!
해동청이 모래 바람을 일으키면서 리야드에서 한참 떨어진 산 뒤에 착륙했다.
방사능을 흡수하면 생기는 폭풍을 피해 멀리 착륙한 것이다.
-빠지지직…….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보다 더하군.”
확실히 발전소에 있던 방사능들하고는 달랐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더 공격적이고 더 미쳐 있었다.
마법 가방에서 방사능 제거 장치, 마나 드레인을 꺼내 등에 짊어졌다.
“엄청난 폭풍이 되겠어.”
방사능이 이렇게 많으면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성호는 리야드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가면 갈수록 방사능의 공격성은 높아졌고 천마 신공으로 만들어진 호신강기가 불꽃을 만들어 내며 방사능을 튕겨냈다.
드디어 핵폭발의 중심지에 왔다.
거대한 크레이터 중앙에 선 성호는 마법 가방에서 드럼 크기의 마나드레인 장치를 내려놨다. 성호가 손을 집어넣고 작동을 시키자 밝은 빛과 함께 연결되었다.
“마나 드레인!”
-슈우욱!
거대한 방사능이 성호에게 몰려들었다.
이건 폭풍이었다.
거대한 회오리가 만들어지며 성호에게 빨려 들어갔다.
성호의 몸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쿠과과과과!
성호를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이 생기면서 용오름 현상이 이어졌다.
갈색의 먼지구름이 하늘 높이 펼쳐지면서 엄청난 장관을 만들어냈다.
-쿠릉!
엄청난 방사능!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 하면서 나오는 방사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방사능으로 만든 마나는 약간의 불순물이 있어서 7 서클 이상 저장할 수는 없었다.
심장에 쌓는 것 이상은 밖으로 배출해야 했다.
구름 위로 올라간 성호는 거대한 번개를 만들어 냈다.
“메가 볼트!”
성호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번개가 만들어지며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콰르릉!
엄청난 수의 뇌전이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주변을 파괴했다.
이미 파괴된 도시를 또다시 파괴했다.
“응?”
그때 갑자기 주변에 있던 뇌전이 쭉 하고 성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에는 하늘로 모두 쏘아 올려서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번개들이 성호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다.
-빠지지직!
성호의 몸이 뇌전으로 밝게 빛났다.
그리고 천마신공이 번개를 삼켰다.
이 잡식성인 천마 신공이 방사능과 싸우다 말고 번개의 기(氣), 뇌성(雷聲)을 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방사능이 마나로 마나가 번개로, 번개가 천마신공의 내공으로 바뀌는 사이클이 만들어졌다.
-쿠구쿵!
그런데 빨아 들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 미친 천마신공이!”
천마신공을 멈추면 방사능을 방어할 수단이 없어진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빨랐다.
“크윽, 젠장!”
너무 엄청난 속도로 내공이 들어와서 감당할 수가 없다.
콩알만 한 중단전으로는 넘쳐 나는 내공을 마나로 변화시킬 수조차 없었다.
몸이 터져 나갈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붉게 달아올랐다.
성호의 내면에 있는 어두움.
7살부터 12년간 꿔온 악몽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무의식에 큰 상처를 입혔다.
힘이 없을 때는 상관이 없던 것이 힘이 세질 때마다 같이 커졌다.
-복수해!
-세상을 다 부숴 버려!
-전부 버러지 같은 것들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녀석이 성호를 괴롭혔다.
-암중일선광(暗中一線光)-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 빛)
천마신공은 불교의 심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천마, 명교에서는 천마를 악한 마음을 항복시키기 위해 악신이 된 부처, 교령륜신의 현신이라고 한다.
-우웅…….
성호의 몸이 밝게 빛이 나더니 몸의 어두움을 태웠다.
[성호야.]
따뜻한 목소리,
지금은 볼 수 없는 엄마의 목소리.
[성호!]
그녀의 목소리였다.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녹여 주던 그녀의 목소리.
[이성호 회장님.]
자신을 따르며 사랑하고 의지하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번쩍!
성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점점 더 강력해지더니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중심에 선 성호의 머리 위로 다섯 개의 빛 덩어리가 빙글빙글 돌더니 하나씩 흡수되었다.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였다.
-우웅…….
“천마신공, 제12장 천마재림!(天摩再臨)”
천마신공의 최종장이다.
무려 5갑자의 내공이 일시에 소모된다는 무공이다.
그동안 2갑자 내외였던 성호는 실행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천마신공의 정점!
엄청난 강기가 주변을 휘돌더니 어떤 형상을 만들어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거대한 거인!
악마의 형상이 아니었다.
교령륜신(敎令輪身)의 명왕(明王)이었다.
무서운 표정의 부처가 검과 쇠사슬을 들고 뒤에서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마다.
대일여래가 악마를 항복시키고자 분노의 모습으로 현신한 것이 바로 천마인 것이다.
-쿠오오오…….
명왕이 내지른 검강이 쭉, 하고 이어졌다.
단 하나의 폭발!
이건 핵폭발보다 더했다.
리야드의 북쪽 광야가 터져나가며 폭 3㎞, 길이 120㎞를 초토화했다.
그 폭발이 쭉 하고 이어졌다.
작은 산들은 흔적도 없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콰아아앙!
충격음은 파괴의 신이 다녀간 뒤에야 따라왔다.
-휘이잉…….
폭풍이 가라앉고 주변이 또다시 침묵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우웅…….
성호가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또다시 붉은 머리가 길게 자라 펄럭였다.
옷은 다 부서져 버려서 잘 다듬어진 몸이 아름답게 빛났다.
“5갑자.”
천마신공이 5갑자로 올라섰다.
극마의 경지를 넘어 탈마의 경지로 넘어왔다.
천마신공이 마공이 아닌 점을 생각하면 현경의 경지다.
현경의 초입일 뿐이다.
이제 과거 천마 가람이 올라선 경지의 절반까지 올라왔을 뿐이다.
온몸이 힘이 넘쳤다.
아니 원하기만 하면 지구를 절반으로 쪼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법은 아쉽게도 아직 심장의 서클은 7개였다.
“방사능을 다 먹었군.”
이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는 더 이상 방사능이 없었다.
“블링크!”
이제 공간 이동 마법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
성호는 아까 착륙시킨 해동청-D형 전투기로 돌아왔다.
모래 폭풍 때문에 먼지가 한 가득이었다.
“클리어!”
간단한 마법으로 먼지들을 해결했다.
성호는 해동청에 탑승해서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뭐, 알아서 하겠지.”
리야드에 방사능이 사라진 것도, 북쪽으로 이어진 거대한 웅덩이도 알아서 할 것이다.
성호는 해동청 전투기를 수직 이륙해서 하늘 위로 사라졌다.
테일러의 던전으로 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