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닭 쫓던 개.
이게 바로 미국의 모습이었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미국이 가진 군사력 절반 이상이 중동에 몰렸다.
-사우디에서 핵폭탄이 터졌다.
보복 전쟁으로 시작했는데 핵폭탄 하나로 후퇴를 했다.
혹시나 모를 핵폭탄 공격을 방어하려는 조치였다.
그런데 후퇴하고 보니 사우디가 도리어 SLD 연합군을 물리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수입한 무기들을 가지고 말이다.
나중에 미군이 사우디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찬밥 신세였다.
“좀 엉뚱하게 되었군.”
폴 막스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후퇴하다가 엄청난 첨단 무기들을 선보이며 사우디를 대신해 복수하는 그림을 그렸다.
독일이 유럽을 점령하듯이 SLD가 중동을 점령하면 2차 세계 대전 처럼 연합군이 밀고 올라간다는 전략이다.
전쟁은 길어질 것이고 잔인해져야 했지만 정당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죽어서 차원의 문을 여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틀어졌다.
이제야 100만 명이 죽었다.
아시아에서는 3만 명밖에 안 죽었다.
이렇게 해서 언제 차원의 문을 연단 말인가?
“사우디 놈들이 갑자기 SLD를 막아낼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게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모든 전쟁의 균형은 자신이 통제하고 있었는데 이 모양이다.
“어디서부터 틀어진 거지, 구스타프?”
구스타프, 거대한 거인이 그곳에 있었다. 2m가 넘는 키에 200㎏은 넘어 보이는 덩치의 소유자였다.
암흑 시장의 무기 상인이자 로스차일드의 숨은 6개의 가문 중 하나의 가주다.
그리고 이용찬의 12 사도 중 하나다.
“미래 그룹에서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를 팔았습니다.”
“또 미래 그룹인가?”
“미래 그룹에서 만든 전투기는 6세대급이고 전차는 5세대급입니다.”
지금 최고의 전투기라 불리는 F-22 랩터가 5세대 전투기고 최고의 전차라는 소련의 T-14 아르마타가 4세대 전차다.
그런데 그 조그만 대한민국에서 만든 전투기가 6세대고, 전차가 5세대라고 한다.
“루이스, 아람코 주식은?”
루이스는 전 세계의 지하 금융을 지배하는 황제다.
“한 달 전 사우디와 러시아에 핵융합 발전소가 지어진다는 뉴스가 나가자마자 폭락하기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마나 엔진과 초저가 전기 에너지를 수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휴짓조각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미래 그룹?”
“그렇습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중동의 석유를 차지하는 명분이 없어집니다. 아직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으니 시간이 걸리겠지만 곧 석유가 지배하는 시대는 끝날 겁니다.”
“아시아에서 4조 달러를 말아먹더니 이번에는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는군.”
모든 일에 미래 그룹이 끼어있다.
마나 에너지라는 것이 발표가 될 때만 해도 가전제품이나 생산한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폴 막스는 더 큰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바쁘게 돌아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기를 만들었다.
그걸로 아시아 전쟁을 막고 중동 전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핵융합 발전소다.
중동의 전쟁으로 석유 시장이 주춤한 사이를 이용해 번개같이 에너지 시장을 장악했다.
“이성호 회장을 죽여야겠다. 이용찬.”
이용찬이 그곳에 있었다.
붉은 피부는 더 붉어졌고 눈까지 붉어진 이용찬이 그곳에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스파크가 일었다.
“주인이시여, 명령만 하소서.”
“가서 아시아에 전쟁을 일으켜, 그리고 이성호를 죽여.”
“알겠습니다.”
이용찬이 아시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만 명의 죽음으로 열린 차원의 문에서 튀어나온 능력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용찬을 괴물로 만들었다.
쿠로히토 천황, 2019년 요키히토 천황이 물러나고 새롭게 126대 천황이 되었다.
약간 동글동글하게 생겨 유하게 보이지만 입가에 점이 있어 독선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고쿄는 도쿄 치요다구 중심에 위치해 있는 일본의 천황이 머무는 황거다.
천황의 거처인 고쿄의 중심에 고쇼라는 건물이 있다.
이곳이 바로 구로히토 천황이 진짜 사는 왕성이다.
“어서 오십시오. 13번째 사도시여.”
붉다 못해 피처럼 붉은 얼굴, 대머리에 배불뚝이 놀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커다란 방의 상석이 털썩 앉았다.
“구로히토.”
“넵.”
어떤 누가 일본의 천황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까?
이용찬의 13번째 사도, 이용찬이다.
아무리 천황이 일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폴 막스 앞에서는 일개 종일뿐이다.
그리고 오늘 폴 막스의 종들 중에서 사도 급인 이용찬이 찾아왔다.
“오늘부터 아시아는 내가 담당한다.”
“넵!”
폴 막스의 사도가 되고 나서 그의 정신은 옛날과 달라졌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얻었다.
폭력적이면서 급한 성격은 그대로였지만 전보다 조금 치밀해졌고 여유로워졌다.
“주인님께서 요구하신 것은 두 가지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을 죽이는 것과 아시아에 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미 보고를 받았습니다. 특히 이성호 회장을 감시하기 위해 많은 요원들이 투입되었습니다.”
-츠츠츠…….
이용찬이 앉은 방석과 주변에 있던 가구들이 하얀 연기를 내며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이성호 그놈은 지금 뭘 하고 있지?”
“요즘 사우디와 러시아 같은 나라들과 협약을 통해 핵융합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녀석을 죽이기 위한 준비는?”
“북한군을 동원할 계획입니다.”
“북한군을?”
“북한군을 이용하면 이성호 회장을 죽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연합 사이를 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사이를 틀어 놓는 다라……. 마음에 드는 군, 자세히 말해봐.”
“남북연합이 깨지면 이성호 회장이 그동안 북한에 투자했던 모든 것은 헛수고가 됩니다.”
“오호!”
“그리고 남북한이 틀어져서 서로 국지전이라도 하면 중국이 북한을 침략할 명분이 생기고 일본도 한국을 공격할 기회가 생깁니다.”
“좋아, 마음에 드는군. 북한군은 어떻게 동원할 거지?”
“북한에 있는 주인님의 종들 중에서 리만수 라는 특수부대 중좌가 한 명 있습니다.”
“리만수?”
“한국을 침투하기 위한 SOF 특수부대로 112 교육소 교관이었는데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녀석을 탈출 시켜 한국 한가운데서 테러를 일으키자?”
“그렇습니다.”
“테러를 통해서 이성호 회장을 죽이고?”
“그렇습니다.”
“이성호 회장을 죽이러 내가 직접 가겠다.”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리 알고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내가 이성호 회장을 죽이고 나서 일본이 대한민국을 침략할 거니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이용찬이 이성호를 죽이기 위해 직접 한국으로 움직였다.
일본의 천황 쿠로이토는 사배 총리와 이번에 새롭게 편성된 일본군 장성들을 불러 모았다.
제국주의, 일본은 아직도 제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있다.
19세기 후반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상품들을 팔 곳이 필요했고 그래서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것이 19세기 제국주의의 시작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까지 모두 지배하려고 했고 이건 거의 사람들의 생활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는 일이었다.
인도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이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에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그중에서 가장 누더기처럼 변한 것은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의 그 누더기처럼 변한 곳 중에서 가장 비참한 곳이 소말리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마가 태어났었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1868년 1월 3일 황제의 명령에 의해서 메이지 정부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
일본이 1945년 폐망하고 난 뒤에 1947년 5월 3일 일본제국 헌법이 일본 헌법으로 변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지금, 일본 천황은 또다시 제국주의를 일으켜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나이 많은 천황이 물러나고 구로히토 황태자가 천황이 되었다.
그의 즉위식은 1월 3일에 열렸다.
왜냐하면 일본의 제국주의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 바로 1월 3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제국주의 부활을 선언한 것과 같았다.
구로히토 황제는 사배 총리와 내각 각료들, 그리고 모든 군을 통솔하는 방위청 장관을 자신의 비밀 가옥으로 불러들였다.
비밀 가옥은 일본의 국회의사당이 있는 도교의 지요다구 근처였다.
지요다구에는 국회의사당 이외에 야스쿠니 신사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식 전통 가옥의 정원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졌다.
-쪼로로로…… 통.
일본의 시시오도시가 대나무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울렸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정원의 여기저기 조명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구로히토 천황은 작은 키에 둥근 얼굴과 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왼쪽 눈썹 위에 커다란 점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의 인상이 독선적으로 보이게 했다.
불혹의 나이지만 결코 진중하거나 겸손해 보이는 인상이 아니었다.
“지금 생산되는 무기들은 언제 끝나나, 사배 총리.”
“5월 초에 거의 마무리가 됩니다.”
“좋아. 지금 일본군에 만들어지는 무기들이 과거에 있던 것들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들었는데 정확하게 알고 싶군.”
이미 이들은 일본군을 자위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 천황 폐하. 현재 미국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함고 키티호크 함을 구매해서 가나가와현의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이동 배치, 수리 중입니다.”
전에 대한민국 부산에 있던 폐항모 엔터프라이즈호가 일본으로 양도된 것이다.
“일주일 뒤면 미국이 또 다른 항공모함 포레스틀을 팔 예정입니다. 모두 다 노후한 퇴역 항공모함들이지만 원자력 터빈 엔진을 다시 수리하고 저희 조선소에서 새롭게 개조를 한다면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항공모함 못지않은 전력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이 그런 무기들을 순순히 주는 이유를 아나?”
“일본에게 러시아와 중국의 견제를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맞아. 미국이 중동에 총공격하는 순간 비어버린 아시아를 일본에 맡긴 거지.”
“그런 이유로 저희 군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한 뒤에는 미국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하긴 대 일본 제국이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나면 어떤 나라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핵미사일은 어디까지 준비했지? 중국이나 러시아를 생각하면 꼭 준비해야 한다.”
“저번에 미국이 철수하면서 핵미사일 3발을 받았고 일주일 뒤에 도착하는 항공모함 포레스트에 10발이 더 실려 올 예정입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상황입니다.”
“그럼 우리가 가지게 된 핵미사일이 미국에서 준 13발이랑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12발을 합쳐서 총 25발인가?”
“그렇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고 급 이지스함 10척이 조선소에서 추가로 만들어지는 중이며 신형 야마토급 전함 5척이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야마토급 전함이란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강력한 방공력과 함포를 가진 전함이었다.
일본은 그런 전설적인 전함을 업그레이드해서 21세기의 신형 야마토 전함으로 만들고 있었다.
“육군에도 지금 신형 전차들과 장갑차, 무기들이 지급 되고 있으니 5월 초에 전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 전력이면 할 만했다. 일본의 눈에는 한국은 있지 않았다.
이미 중국이 운석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데다가 한국과의 전쟁으로 거의 육상 전력의 절반이 사라진 상황임을 일본은 알고 있었다.
러시아도 아시아 쪽 전차 군단이 핵폭탄으로 거의 전멸한 상황이다.
해군 전력은 옛날부터 중국을 일본이 앞서고 있었다.
“조센진 놈들이 요즘 몇 가지 신무기 가지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에 운석이 떨어져서 중국이 한 수 접어 줬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전으로 갔으면 조센징은 중국에 먹혔을 겁니다. 그리니 우리 대 일본 제국과 붙으면 당연히 박살이 날 것입니다.”
“그렇지, 조센진 놈들이 대 일본 제국에 상대가 될 수 없지.”
지금 일본은 항공모함 3대에 이지스함이 무려 22대로 늘어난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초거대 전함인 야마토 함이 5대나 만들어지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대도 위협할 수준이다.
일본의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보니 엄청난 속도로 무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무기들을 생각하면 한국이 아니라 중국, 어쩌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일본은 어느 때보다 제국주의적 망상이 커지고 있는 시기이다.
“하하하……. 내가 아시아 전체를 통치하는 대 일본 제국의 천황이 될 날도 멀지 않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