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04화 (104/225)

《104화》

사우디아라비아에 핵폭탄이 터졌다.

죽음의 비명이 사방을 에워싸고 검은 저주의 잿빛 가루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30만 명이 비명도 못 지르고 산화했으며 70만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방사능 낙진으로 죽었다.

그 자리에서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죽고 알사우드가 국왕이 되었다.

미군이 또 다른 핵폭발의 위험을 피하고자 후퇴하자 사우디는 SLD의 침공으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다.

사우디의 운명은 어두웠다.

그때 알사우드 국왕은 미래 그룹의 신무기에 대한 소식과 방사능 제거 기술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자신이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국의 감시가 삼엄했다.

알사우드는 필사의 각오로 한배에서 태어난 친동생인 베라트를 대한민국의 미래 그룹으로 보냈다.

그리고 끝내 베라트는 이성호 회장과 만났다.

5층으로 올라가자 긴 복도가 나왔고 구석을 돌자 구내식당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네, 이영선 사원도 잘 있었죠?”

“어머! 제 이름을 아세요?”

“전에 테러 사건 때 26번째로 올려 드린 거로 기억하는데?”

“우와 대박!”

성호의 머리에는 지금, 미래 그룹의 사원 45만 명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회장님, 제가 식사를 받아 오겠습니다.”

깍듯해 보이는 30대 정도의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식판을 들었다.

“아닙니다. 윤덕기 과장님. 저는 제가 알아서 음식을 받아 오는 걸 좋아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이름을 아십니까?”

회장이 자신과 같은 직원을 기억하다니!

“기획팀의 윤덕기 과장님을 당연히 알고 있죠. ‘숨기면 열고 싶다’라는 광고 기획 참 보기 좋았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어떤 회장이 한낱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다닐까?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회장이라는 갑질 의식도 없다.

“베라트 왕자님?”

“아, 네. 제가 알고 있는 다른 회장님들과 너무 달라서 제가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왜 구내식당에 온 겁니까?”

베라트는 성호가 자신을 구내식당으로 데리고 온 것을 황당하게 생각했다.

자신은 나라의 중대한 위기를 이겨내고자 목숨을 버릴 각오로 왔는데 가장 먼저 구내식당으로 인도하다니 황당했다.

“아침은 아직 안 드셨죠? 저희 구내식당은 아침이 참 잘 나옵니다.”

“아, 네…….”

“지금 1층 로비에 총 6명의 사람이 당신을 쫓아 왔습니다.”

-꿈벅.

베라트가 성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껌벅였다.

“전에 여기에 테러 사건이 있었죠.”

그렇다.

미래 그룹에는 옛날에 테러 사건이 있었다.

4개의 폭탄이 터졌고 그 자리에서 미래 그룹의 사원들 36명이 죽었다.

그때 이성호 회장이 살아남은 직원들을 구출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나가며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저 유리는 방탄유리일 뿐만 아니라 도청 방지 장치까지 달려 있죠. 그뿐 아니라 이곳을 저격할 수 있는 장소 7곳을 도깨비 부대가 직접 지키고 있습니다.”

도깨비 부대라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강하다는 특수 부대다.

“그럼?”

“여기가 저희 빌딩에서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아!”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성호의 환한 미소에 베라트는 그동안 긴장으로 굳어진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식으로 소개하죠. 저는 미래 그룹의 회장, 이성호입니다.”

“저도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신 알사우드의 동생 베라트입니다.”

성호가 수저를 들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계란찜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그걸 베라트 왕자가 따라 했다.

성호가 진한 소고기 국물에 끓인 미역국을 한 수저 떠서 먹더니 따뜻한 밥을 넣어서 말았다.

그 모습을 또다시 베라트 왕자가 따라 했다.

그리고 한 수저 뜨니 따뜻함과 고소함, 그리고 미역 특유의 향이 느껴져서 맛이 너무 좋았다.

절로 웃음이 났다.

“어떻습니까?”

“여기 음식이 맛있습니다.”

베라트의 표정에 성호가 웃었다.

확실히 미래 그룹의 구내식당 아침밥은 맛이 있었다.

비싸거나 그렇다고 화려한 밥은 아니었지만 뭔가 따듯함이 묻어 있었다.

인간다움.

모든 직원의 정직원화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입맛에 맞아서 다행입니다. 말씀하시죠. 식사하며 천천히 듣겠습니다.”

“사우디와 미국은 옛날부터 악연이었습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아비아는 이스라엘과 서방 세계를 경계해 왔고 그 증거가 바로 1, 2차오일 쇼크다.

석유 시장이 불안정화되자 미국이 움직였다.

석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꽃을 피운 것이 걸프전이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무기를 판 게 미국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라크를 공격한 것도 미국입니다.”

“압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사우디를 침략한 SLD가 가진 무기는 모두 미국이 판 것이고 SLD를 공격하는 것도 미국입니다.”

“저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사우디아라비아에 핵폭탄을 터트린 것도 미국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은 아닙니다.”

성호의 말은 의외였다.

베라트도 이번 일의 배후가 따로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 정도 정보를 얻는 데만 어마어마한 돈과 사람 목숨이 들어갔다.

그런 정보를 일개 기업 회장이 알고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럼?”

“세상에서 음모론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곳이 3개 있습니다.”

“저도 압니다. 로스차일드 가문,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죠.”

“이 3곳이 함께 움직인 적이 있습니다.”

“네?”

“모든 이야기를 하자면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97년?”

“당시 투기 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와 IMF를 일으키려고 했고 그것을 막은 게 제 부친이십니다.”

“그러나 끝내 금융 위기가 왔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13년 전 놈들이 또 그짓을 하려고 하는 걸 아버지께서 막아 내셨죠.”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그래서 살해 당하셨습니다.”

“!”

“꼭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과 칼리드 국왕의 죽음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사우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OPEC을 이용해 미국의 압박을 벗어나려 했던 파이살 국왕은 조카에게 암살당한다.

미국의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국유화로 전환하여 석유 유통을 통제함으로 미국을 견제하려던 칼리드 국왕은 갑자기 심장 마비로 죽었다.

“그렇긴 하군요.”

“그때 움직인 자본들의 출처가 이 3개의 단체입니다.”

“로스차일드,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의 자본이 전부 다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특히 로스차일드 가문의 멘츄스 그룹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왜 멘츄스 그룹을 주목한 겁니까?”

“제 부모님을 죽인 원수, 그리고 얼마 전 저희 미래 그룹에 테러를 일으킨 녀석들이 바로 멘츄스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멘츄스 그룹이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목하고 있었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의 자금이 중국과 대한민국의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아! 저도 그때의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도 로스차일드 가문만 움직인 게 아니라 동시에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자금들이 움직였죠. 서로 같은 조직이 아니면 힘들 정도의 움직임이었습니다.”

“그 세 조직이 같은 조직이라는 말입니까?”

“같은 조직이 아니면 동업자 같은 걸 겁니다. 그런데 놈들은 당시 중국이 승리하리라 생각했는지 전부 올인하더군요.”

“놈들은 운이 없었군요.”

운석이 중국의 인민대회당에 떨어지면서 역전되어 버렸다.

당시 어떤 미친 투자자가 50배 레버리지로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소식만이 들렸다.

아직도 중국은 그때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엄청난 돈을 벌기는 했죠. 저기 보이는 안경 쓴 분이 보이시나요?”

“네……. 보입니다만.”

“저 순진해 보이는 분이 미래 그룹의 구조조정 본부, 재정팀 팀장이고 이름이 문정철입니다. 이 3개의 단체가 가진 돈을 추적한 분이시죠.”

문정철은 밥을 먹다 말고 성호가 자신을 가리키자 고개를 90도 꺾으며 인사를 했다.

진짜 한국 직장인의 표본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저분의 영어 닉네임이 JC-M입니다.”

“네?”

베라트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안에 있던 음식을 내뿜을 뻔했다.

JC-M!

중국의 외환 보유금과 투기 자본 녀석들의 돈을 다 털어간 미친놈의 아이디!

“저분이 JC-M이라고요?”

“그 뒤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기 네모난 뿔테 안경에 통통하고 사람 좋게 보이는 사람이 그 전설의 미친 투자자란다.

그 거대한 중국을 IMF의 아가리로 밀어 넣은 장본인!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저분의 말을 빌리자면 로스차일드 가문,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가 협력해서 당시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 투기 자본을 투입했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동안 음모론에 거론되어 온 로스차일드,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가 같이 움직였다니 말이다.

그리고 저기 있는 순박해 보이는 사람이 그런 그들의 음모를 막고 한 방 먹여 줬다니 놀랍니다.

아마 엄청난 이익을 이성호 회장에게 안겨줬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내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핵폭탄이 터진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수천 킬로미터 밖에 있는 아시아에 있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의아해하는 베라트의 표정을 보고 성호가 웃었다.

“멘츄스 그룹의 회장이 얼마 전 죽고 새로운 회장이 탄생했습니다.”

“젊은 회장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사우디 국왕의 동생이라면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정도라면 놈이 모든 정보를 차단한 것 같다.

“그 회장의 이름이 폴 막스입니다.”

베라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폴 막스!”

자신의 형이 조심스럽게 말한 이름.

그 녀석이 바로 사우디에 이란의 핵폭탄을 들어오게 한 놈이다.

그 녀석이 바로 SLD의 모든 무기를 대주는 놈이다.

그 녀석이 바로 미군을 끌고 와서 중동에 전쟁을 일으킨 놈이다.

“그 녀석이 바로 사우디에 핵폭탄을 터트린 놈입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을 죽인 놈이죠.”

성호가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어디 있는지만 알면 메테오의 비를 뿌려주고 싶다.

처음 만났을 때 놈의 정체를 알았다면 죽였을 것이다.

아직 힘이 없었기에, 아직 놈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몰랐기에 내버려 뒀더니 미래 그룹에 테러를 일으키고 36명의 무고한 직원을 죽였다.

그리고 중국을 선동해서 북한을 침공하고 대한민국을 날로 먹으려 했다.

“그건 그렇고 베라트 왕자님은 왜 7,600km나 되는 여기에 오셨습니까?”

여기 말고 도움을 청할 곳은 많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눈치를 봅니다.”

“저는 한낮 기업의 회장일 뿐입니다. 뭘 원하십니까?”

“미래 그룹에서 중국을 물리칠 정도의 무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무기하고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력, 그리고 미래 그룹의 사우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가 대한민국의 것이라는 것을 알 정도면 상당한 정보력을 가졌다고 봐야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

“그럼? 원하시는 것은 무기, 핵융합, 방사능 제거인가요?”

“그렇습니다.”

“무기와 방사능 제거야 핵폭탄이 터졌으니 이해하겠지만 사우디는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미래 그룹의 투자가 왜 필요하죠?”

-으드득…….

베라트는 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핵탄도가 터지기 일주일 전에 폴 막스, 그자가 왕궁에 찾아왔었습니다.”

“폴 막스가 직접?”

“형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녀석이 핵폭탄의 위치 5곳을 알려 주는 대가로 아람코의 지분 80% 달라고 했답니다.”

“아람코는 사우디의 생명줄 아닙니까?”

“핵폭탄이 터지면 사우디의 미래가 없어지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끝내 사우디에 핵폭탄이 터졌으니 5개가 아니라 6개였겠군요. 그래서 수도인 리야드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거고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철저히 이용당한 겁니다. 이성호 회장님, 저희 사우디아라비아를 도와주십시오.”

“좋습니다. 미래 그룹 차원에서 도와 드리지요. 미래 그룹에서 무기와 방사능 제거를 약속드리지요. 다만 사우디는 앞으로 석유 에너지 사업을 접고 핵융합 사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핵융합 사업?”

“아람코가 없는 사우디는 뭘 먹고 살려고 하십니까?”

“솔직히 없습니다.”

“핵융합 사업은 앞으로 거대 석유 재벌들과 산유국들이 반대하고 나설 겁니다.”

“그럼?”

“사우디가 핵융합 발전소를 통해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석유 기업인 아람코를 빼앗겼어도 사우디는 먹고살 만해질 겁니다.”

“아!”

“어떻게, 저와 친구가 되시겠습니까?”

“친구가 되겠습니다. 저희는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

미래 그룹에서 생산한 백호 전차 50대와 해동청 전투기 30기가 사우디아라비아로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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