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미래 에너지의 윤재현 사장은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했다.
고리원전 1호기의 원자로가 충분히 식지 않은 점과 불순물에 의해서 핵연료 중심부가 아직 반응 중이었다는 것, 그로 인해서 냉각수가 파열되었고 내부 방사능 수치가 높아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냉각수 부피가 줄어들면서 핵연료봉이 위험하단 이야기도 했다.
[바로 가겠습니다.]
성호는 최태욱 실장과 미래 중앙 연구소의 강동민을 데리고 왔다.
강동민은 그동안 잘 쉬었지만 털털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원자로 내부의 격벽에는 지금 방사능으로 오염된 냉각수가 가득 차 있었다.
250 메가 베크렐이라 하는 방사능 수치다.
이 정도면 당연히 안에 들어 있던 사람은 피폭당해 죽는다.
“인명 피해는?”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지만 일부 피폭된 사람이 있습니다.”
피폭된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에 성호의 표정이 굳었다.
“회장님아 어떡하지?”
강동민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 상황을 대처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건 가져왔죠?”
“가져왔긴 했는데…….”
강동민은 드럼통같이 생긴 원통형 장치를 가리켰다.
승용차에 급하게 싣고 오느라 대충 트렁크에 묶여 있었다.
「방사능 흡수 장치」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장치였다.
「마나 드레인」
주변의 마나를 흡수해 자신의 마나로 만드는 마법이다.
그 마법을 이용해서 방사능이 내뿜는 파장 에너지를 마나 에너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방사능이 가진 파장은 너무 광폭해서 통제할 수 없었다.
방사능을 흡수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흡수한 방사능이 압축되면서 끝내는 방사능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게 터지면서 방사능 흡수가 아니라 폭탄이 되어 버렸다.
한 마디로 별 쓸모없는 장치이기도 했다.
“회장님아 어떻게 하려고?”
“직접 들어가서 통제해야죠. 이건 저만 할 수 있고요.”
“어? 직접 들어가려고! 안 돼, 너무 위험하다고!”
강동민이 놀라서 성호를 말렸다.
성호는 강동민이 뭐라고 하던 방호복을 입고 방사능 흡수 장치를 등에 짊어졌다.
“너 가면 죽어! 못가, 못 비켜줘!”
강동민이 두 팔을 벌리고 성호 앞을 막았다.
“시간이 없습니다. 핵연료가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성호가 강동민을 밀치고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강동민이 방호복을 입고 따라나섰다.
“이 불량 회장님아! 나도 간다 가!”
강동민이 나서자 최태욱이 방호복을 입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미래 에너지의 윤재현 사장도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그 몸으로 들어가시게요?”
“회장님도 가시는데 저도 가야죠.”
성호는 원자력 발전소의 통제실로 먼저 들어갔다.
-웨엥, 웨엥!
알람이 울리면서 현재 상황을 알려 주었다.
방사능 수치는 벌써 치사량을 넘긴 지 오래다.
“여러분들은 여기 남으세요. 저기 들어가면 진짜 죽습니다.”
그럼에도 강동민이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최태욱 실장이 말렸다.
성호는 따라온 강동민, 최태욱, 윤재현을 뒤로하고 원자로로 향했다.
긴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이 나왔다.
계단 아래는 원자로의 냉각수가 가득 차 있으니 위로 오르며 원자로의 상부로 이동했다.
“여기가 중심인가?”
원자력 발전소의 거대한 돔 안에 들어왔다.
안에는 거대한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기들이 복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저 아래에는 냉각수가 터져 생긴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저곳에서 나오는 방사능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은 죽어 나간다.
“드디어 원자력 발전소의 맛을 보게 생겼군.”
그런 곳에서 성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3m 이상 차 있는 원자로의 냉각수는 엄청난 방사능을 내뿜고 있었다.
그런 방사능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엄청나군.”
-파박!
성호의 몸으로 침투하기 위해 방사능이 공격하고 있지만 천마 신공의 반발력 때문에 불꽃이 튀며 튕겨 나갔다.
“아까우니 다 먹자.”
이게 성호가 생각한 방법이다.
방사능을 먹는다!
방사능이 뭔데 먹겠다는 건가?
원자가 분리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전자의 형태로 날아가는 것이 바로 방사능이다.
방사능은 물질을 이온 결합해 버리는 성질이 있다.
우리 몸속의 DNA와 세포들도 이 이온 결합을 피할 수는 없다. 이건 세포 하나하나에 강산을 부어 버리는 것과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
약간이라도 방사능에 피폭되면 사망할 수 있다.
메스꺼움이 10일 정도 지속하고 식욕 부진과 피로와 같은 증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남성 불임이 일어난다.
여기서 조금 더 많이 피폭되면 메스꺼움과 함께 탈모, 대량의 백혈구 손상이 일어나며 사망률은 50%를 넘어간다.
많이 피폭된 사람은 100% 사망하며 위 및 내장 조직 세포가 괴사하면서 대량의 설사, 내부 출혈, 탈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다가 혼수상태에서 죽는다.
그런 방사능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잡식성인 천마 신공이지만 방사능을 물과 기름처럼 튕겨 냈다.
반발력이 심해서 흡수할 수가 없다.
“일단 천마 신공과는 반발력이 심해서 불가능하고, 유일한 방법은 마법인가?”
-쿠웅!
거대한 원통형의 마나 드레인 장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방사능 흡수 제거 장치」
마나 드레인을 이용해 방사능을 마나로 변환시키는 것은 실패했다.
방사능을 모으는 것은 성공했지만 마나로 변환시키는 것은 실패한 것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쉬운 일이 없지.”
성호는 12년간 악몽을 통해서 테일러의 삶과 천마 가람의 삶을 살아왔다.
7살의 나이에 시작된 악몽은 전쟁과 살인, 광기의 연속이었다.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런 성호에게 있어서 이런 처절한 삶은 본능이었고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수지라는 존재가 특별했다.
부모님의 기억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사람이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처절한 삶에서 돌아가야 할 안식처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단 한 번의 폭주로 전 세계를 명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존재가 성호다.
“진짜 공격적인 에너지로군.”
방사능은 보통 에너지 보다 매우 공격적이었다.
조금만 통제하려고 하면 싸우자고 달려들었다.
얼마 전의 자신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나 드레인 장치로는 방사능을 모을 수는 있지만 마나로 변환할 수는 없었다.
방사능 에너지가 너무 강력했기에 통제가 안 된 것이다.
그러나 성호가 직접 통제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파바박!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따끔거리면서 불꽃이 튀었다.
그만큼 방사능은 반발력이 강했다.
“따끔하군.”
온몸을 공격하는 방사능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시작해볼까.”
본격적으로 심장에서 돌고 있는 마나 서클 다섯 개를 고속으로 회전시켰다.
-우웅!
단전의 내공이 온몸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성호의 마나와 내공이 활발해지자 주변에 있던 방사능들도 활발해지며 성호를 공격했다.
불 속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엄청난 열기가 일어나며 주변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올라왔다.
-타다다닥!
“크윽!”
방사능의 반발 때문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성호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끝내는 그가 이곳에 있었다.
생각보다 내공은 방사능을 철저하게 막았다.
“마나 드레인!”
마나 드레인을 작동시키고 장치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우웅…….
마나 드레인은 5 서클 마법으로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마법이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는 전투 중에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마나를 빨아들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변과 상대방의 마나를 빨아 들리고자 고속으로 회전을 시작한 마나 서클이 마나를 빨아들이지 못하면 그대로 진공 상태가 되며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마나 드레인은 심장이 터져 버리면서 죽을 수 있기에 전투 중에 사용하지 않는다.
-꾸자자작!
원통형의 마나 드레인이 장치와 성호의 손과 연결되었다.
-빠짜작!
성호의 손에서 수많은 스파크가 방전되며 방사능이 몰려들었다.
-콰르릉!
방사능이 몰려들면서 성호의 몸에 있던 내공과 충돌했다.
주변이 그 충돌로 파랗게 타올랐다.
입고 있던 방호복뿐만 아니라 옷까지 바로 타서 재가 되어 버렸다.
“으드득.”
마나 드레인을 통제하기 위해 성호의 심장이 움직였다.
심장의 마나 서클이 고속으로 회전을 했지만, 방사능은 통제가 잘 안 되었다.
심장의 서클이 주변에서 빨아들일 마나가 없자 과부하가 걸려 버렸다.
“크억!”
심장 부위가 움푹 들어가면서 피가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으득, 까딱하다간 여기서 죽는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성호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보았다.
아주 작은 양이기는 하지만 방사능이 마나로 변한 것이다.
“조금 더!”
처음에는 약간의 산들바람처럼 방사능이 마나로 변하면서 성호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회오리바람이 되었고 폭풍이 되었다.
-쿠쿠쿠궁!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었다.
바닥에 있던 방사능으로 오염된 냉각수들이 뿜어져 올라오며 마나 드레인 장치로 빨려들었다가 반대쪽으로 뿜어져 나갔다.
핵연료들도 자신이 가진 힘을 잃고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 가더니 끝내는 퍼석하며 갈라져 버렸다.
제1호 고리원전의 통제실에는 방사능 방호복을 입은 3명의 사람이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태욱, 강동민, 윤재현이 그들이었다.
최태욱은 주인이 있으니 기다렸고 강동민은 연구에 미쳐 있었으니 결과가 궁금해서 남아 있었다.
윤재현은 미래 에너지 사장으로서,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의 책임자로서 이곳에 남았다.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경고에 발전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대기했다.
이제 원자력 발전소에는 성호를 포함해서 단 4명의 사람만 남은 것이다.
-쿠쿠쿵!
갑자기 시작된 진동에 세 사람의 몸이 휘청거렸다.
최태욱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균형을 잡았고 윤재현은 바로 책상 아래로 들어가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강동민은 흥분하며 방사능 수치가 보이는 모니터를 붙잡고 버텼다.
“드디어 회장님아가 시작하시는구나! 와! 방사능이 줄어든다. 줄어들어! 150메가 베크렐, 120메가 베크렐, 80메가 베크렐!”
강동민이 쭉쭉 줄어드는 방사능 수치에 흥분해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가 흥분하며 내지른 비명은 윤재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아이고, 나 죽네.”
윤재현 사장이 책상 아래로 굴러 들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진동은 한참이 지나도 줄어들 생각이 없는지 계속되었다.
-쿠르릉!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진동은 뭔가가 땅바닥에 떨어지며 나뒹구는 소리를 끝으로 멈췄다.
“0 메가 베크렐!”
강동민이 소리를 질렀다.
모든 방사능이 없어진 것이다.
“회장님아! 성공이다.”
강동민이 환호성을 지르며 입고 입던 방사능 방호복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통제실의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강동민이 뛰쳐나가자 최태욱도 방호복을 벗고 옷에 묻은 먼지를 툴툴 털어 버리더니 밖으로 따라나섰다.
“저 인간들은 겁도 없나?”
미래 에너지의 윤재현 사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들을 따라나섰다.
그의 손은 목숨 줄인 방사능 측정 장치를 꽉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