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핵융합.
핵융합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력, 핵폭발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둘 다 원소가 가진 자신을 유지하려는 힘을 이용하지만 하나는 원소를 분리하는 거고 하나는 합하는 거다.
원자력은 무거운 원자의 중성자가 분리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며 이때 무거운 원자가 바로 우라늄, 플루토늄이다.
핵융합은 반대로 가벼운 원자끼리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때 가벼운 원자가 바로 수소다.
수소가 더 무거운 헬륨으로 바뀔 때의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핵융합의 장점은 너무나도 많다.
핵융합은 작은 원료로 큰 에너지를 만든다.
50kg의 수소만으로 1GW급 핵융합 발전소를 1년간 돌릴 수 있다.
1000톤의 수소만 있다면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핵융합은 폭발하지 않는다.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 워낙에 핵융합 반응 조건이 까다로워서 다운되는 즉시 반응이 죽어 버린다.
핵융합은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석탄 원료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방사는 물질을 내뿜지도 않는다.
오직 핵융합 반응로를 철거할 때만 방사능 폐기물이 나오게 되는데 이 또한 방지하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친환경
-매우 높은 효율
-무한대의 연료
-안전성
인류가 앞으로 사용 가능한 석유는 길어야 50년밖에 사용할 수 없고 원자력은 방사능 문제로 계속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핵융합이 미래에 꼭 필요했다.
전 세계가 핵융합을 실용화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런데도 힘든 이유는 3가지다.
첫째, 1억 도를 견디는 소재가 없다.
둘째, 중력이 강한 태양과 같이 수소의 밀도를 높일 수가 없다.
셋째, 핵융합 중에 나오는 제동복사는 관리가 힘들고 전기로 바꾸기는 더 힘들다.
아직도 핵융합의 성공적인 테스트까지 5년 이상,
그 뒤로 실용화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미래 그룹 핵융합 실험 성공.
-11월 15일 미래 중앙 연구소에서 재실험 실시 예정.
이 말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한 달 전만 해도 중국과의 전쟁으로 어려웠던 나라가 핵융합을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실 핵융합은 여러 국가가 모여서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ITER,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일이지만 너무 어려운 과제이기에 나라끼리 연합하여 핵융합 개발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ITER다.
사업비로만 약 71.1억 유로가 투입되었고 미국, 러시아, 유럽 연합, 중국, 인도, 일본, 대한민국까지 총 34개의 국가가 참여 중이다.
특히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 만들고 있는 카다라쉬의 핵융합 발전 실험로는 한국에서 그렇게 자랑하던 KSTAR 핵융합 실험로의 20배에 다다른다.
지금까지 투입된 돈만 200억 달러다. 한국 돈으로 20조에 이르는 돈이다.
그런 그들에게 핵융합 성공은 큰 충격이었다.
-닭 쫓던 개.
그들이 느낀 감정이었다.
국가적인 실험이었던 핵융합을 일개 기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핵융합에 대한 연구진들부터 기초 연구 자료까지 대부분이 ITER과 연관되어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가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뻥을 쳤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뻥일 수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아르노!
고집스러운 프랑스 남부 출신 억양을 가진 자였다.
약간 마른 체형에 은색 안경을 쓴 아르노는 순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핵융합에 관해서는 목숨까지 내놨다는 사람이다.
그가 12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왔다.
“여기가 얼마 전에 전쟁이 있었다는 나라인가?”
뿌연 먼지, 복잡하고 시끄러운 서울 도심을 지나가며 이곳이 과연 한 달 전에 전쟁을 치른 나라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6·25전쟁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중국과도 전쟁한 나라였다.
전 세계에서 전쟁과 평화를 가장 오랜 시간 접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3시간이나 차를 달려서야 아르노는 대전에 있는 미래 연구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핵융합 반응 성공 경축!」
입구에는 작은 플랜카드 하나만 있어서 핵융합 성공이라는 놀라운 사실에 비해 뭔가 허전해 보였다.
아니 뭔가 귀찮은 티가 많이 났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A4 용지에 대충 그린 안내 표지가 쓰여 있다.
-핵융합 실험실로 가는 길
안내 표지판을 보니 사람이 대충 글씨를 썼다.
A4 용지에 대충 그린 안내 화살표를 따라 한참을 가니 회색의 창고가 보였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이 자리에 앉아서 핵융합 시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핵융합에 관해서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보였다.
대한민국의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최명준 박사, 기포 핵융합의 니그마 박사, 일본의 유카 카다 박사, 유럽의 핵융합 컨소시움 프로그램 책임자 스티브 박사가 그것이다.
그 이외에도 저명한 과학자들과 그들의 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츄럴에서 편집장이 직접 와 있었다.
한국의 KBC, MBS, CBC 방송사와 한국일보, 민족일보, 중도 일보가 와 있었다.
외국 언론사로는 영국의 BBS, 미국의 CBA, 일본의 NHT가 와 있었다.
밖에 엉성하게 만들어진 플랜카드에 비해 찾아온 사람들의 수가 많았다.
대충 봐도 300명쯤 된다.
이 정도의 인물들이 모인 행사에 저런 플랜카드와 안내장이라니 누군지는 몰라도 엄청 귀찮아하는 티가 났다.
“아니, 이게 누군가?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아르노 아닌가?”
“안녕하셨습니까? 니그마 박사님.”
니그마는 기포 핵융합을 연구하는 박사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초음파 발광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1억도 이상 올라가면 플라스마 상태에서 핵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론적 규명이 되지 않아 거짓이라는 평이 많다.
“나야 항상 그렇지. 뭐. 아르노 자네도 미래 그룹이 만든 핵융합이 궁금했는가 보군.”
“그렇습니다.”
“저기 강단 뒤에 보이는 구체가 미래 그룹의 핵융합 장치라네.”
아르노는 니그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있는 둥근 물체를 바라봤다.
지름 3m 정도 되는 구 원형인데 주변으로 많은 전선과 보안 라인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뒤에는 그것보다는 몇 배는 더 커 보이는 수정처럼 생긴 기둥 3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무슨 용도인지 알 수는 없었다.
“으아암. 잘 잤다.”
그때 갑자기 핵융합 발전기 옆에 누워 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그가 거기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음냐, 반갑습니다. 강동민입니다.”
곱슬거려 지저분해 보이는 긴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뿔테 안경을 쓴, 꾀죄죄한 실험복을 입은 강동민이 나타났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지 눈에는 다크서클이 생겨 있었고 수염이 듬성듬성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벅벅.
머리를 긁자 하얀 비듬이 투투둑 떨어졌다.
“하암, 오늘은 이미 성공한 핵융합을 다시 한번 더 재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품하며 핵융합 장치 앞으로 나온 강동민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봤다.
“제가 이 핵융합 발전기를 개발한 사람입니다.”
‘아! 이 사람이 미래 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는 강동민이군.’
아까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성호가 아닌 강동민이 마나 에너지의 발명가다.
핵융합 실험을 성공한 미래 그룹의 천재, 마나 에너지를 발견하여 인류 문명의 한 획을 그었다는 그가 저런 모습이라니!
“바쁜 관계로 실험을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하암.”
강동민이 하품을 계속하며 품속에서 작은 리모컨 꺼냈다.
“뭐, 일단 간단한 설명해 드리자면 이 핵융합로 안에는 태양과 비슷한 엄청난 중력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서 공간의 일그러짐, 즉 시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하고 공간 확장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서 핵 반응로 내부는 10만 제곱미터 이상의 공간을 가지게 됩니다.”
‘뭔 소리야? 지금 저 3미터짜리 구 모양 안에 태양과 비슷한 중력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서 공간이 뒤틀린다고?’
태양의 중력이 얼마인가? 지구의 27배나 된다. 그런 중력을 저런 작은 구에 가둬 두었으니 시공간이 뒤틀리는 거야 당연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그런 환경으로 인해서 미래 그룹에서 만든 핵융합 반응로는 PP 반응이 일어납니다.”
PP 반응이라는 말에 이곳에 모여 있던 모든 과학자와 기자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PP반응! 진짜 인공 태양을 만든 거라고?”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항성을 만들었다는 뜻이야?”
PP 반응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태양이 바로 PP 반응 핵융합으로 움직이고 있다.
태양이 가진 핵융합!
그것은 연속 핵융합을 뜻하는 것으로 양성자와 양성자의 연쇄 반응을 말한다.
PP반응이 일어나면 중심에서 밖으로 총 3겹의 서로 다른 핵융합 층이 만들어진다.
중심에서 수소 4개가 중수소가 되면서 한번 핵융합 반응을 하고 두 번째 층에서 중수소가 헬륨3가 되면서 한 번 더 핵융합 반응을 한다.
가장 밖에 있는 표면층에서는 헬륨3가 반응을 하면서 헬륨4가 되는 핵융합을 한 번 더하게 된다.
이때 연속적인 핵반응은 양성자가 연속적으로 추가되기에 10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핵융합을 하게 되는데 이를 PP반응이라고 부른다.
“이미 원료는 핵융합로에 채워져 있고 시간이 없는 관계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강동민이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을 눌렀다.
-우웅…….
그러자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면서 3m 지름의 동그란 핵융합 반응로가 약간 빛났다.
“지금 핵융합 반응 중입니다.”
-꿈벅, 꿈벅.
이곳에 모인 세계적인 박사들이 모두 강동민과 핵융합로를 보면서 눈만 껌벅거렸다.
‘핵융합 반응이 원래 이런 건가?’
수소의 원자의 전자가 분열되면서 플라즈마 상태에서 재결합해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 바로 핵융합이다.
말은 간단해 보여도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조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요즘 한창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토카막 핵융합은 자기장을 작동하고 그 자기장 안에서 플라즈마를 형성하는 데만 한참이 걸린다.
중수소와 삼중 수소를 주입하고 토카막이라는 자기장 안에서 수소 플라즈마끼리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회전을 하며 조건을 안정화하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러고 나서 핵융합을 시작하기 위해 1억도 넘게 온도를 올리는 것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고 핵융합이 일어난 이후 제어하는 건 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지금 장난하는 거요?”
“이거 완전 뻥, 사기 아니오!”
“완전 우리를 가지고 놀았군.”
여기 모인 저명한 박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뭐 이딴 실험이 있냐면서 항의를 했다.
“음냐, 그냥 딱 보면 모르나? 빨리 끝내고 자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
강동민은 사람들의 불신 어린 항의에 조금 더 설명해주기로 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도록 하죠.”
강동민이 손짓을 하자 그의 주변으로 거대한 입체 화면이 떠올랐다.
트루스를 이용한 입체 영상이었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미래 그룹에서 만들었다는 핵융합 장치였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마나라는 에너지에 대해서 들어 봤을 겁니다. 여기 중심에 있는 것이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서 중력을 올리는 장치입니다. 하나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1600kWh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입체 화면에는 실제 사용되는 전기의 양과 그로 인해서 중력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었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가중력 장치, 1600 kWh 정도면 일반 가정집이 사용하는 3kWh의 533배나 되는 양이다. 그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는 장치다.
-1.4만 kWh!
그런데 실제 소모되는 전기의 양은 그 9배인 1.4만kWh다.
“중력을 올리는 장치는 무려 9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처음 시동 거는 에너지로 보자면 과할 정도로 엄청나죠. 그러나 나중에 핵융합으로 나오게 되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별로 아깝지도 않은 에너지입니다.”
실시간으로 핵융합로의 중심 온도가 표시되었다.
10만도.
56만도.
182만도.
225만도.
450만도!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서 수소는 자연적으로 압축되게 되고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450만 도를 넘어가면서 플라즈마 상태가 됩니다. 이때 공간이 일그러지게 되는데 이 공간은 양자가 이동하기 위한 공간으로 27배 이상 커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핵융합이 일어나는 증거로 볼 수 있는 수치들이 입체 화면으로 띄워졌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 중성자가 방출됐다는 증거가 나와야 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핵융합 증거인 중성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믿을 수밖에 없다.
저 중성자 검출기는 독일제로 아주 유명한 분석기니까 말이다.
사방에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플래시가 터져 나갔다.
“핵융합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터빈이나 반도체를 이용해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지 않고 바로 마나 에너지로 변환되어 뒤에 보시는 거대한 마나 배터리에 저장됩니다.”
아! 저 거대한 3개의 수정 결정이 바로 마나 배터리였군.
마나 에너지를 전기의 수치로 화면에 계속 보여 주고 있는데 그 수치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1,250만 kWh!
1,250만 kWh의 전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400만 가구가 하루 종일 사용할 전기였다.
핵융합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중력 증가 장치의 1.4만 kWh가 초라할 정도다.
“미래 그룹에서 만든 핵융합 반응로는 마나 퓨전이라고 이름 지었으며……. 하암.”
강동민이 매우 귀찮은 듯 앞에 놓인 테이블에 핵융합 리모컨을 올려놨다.
“여기 리모컨이 있습니다. 4시간을 드릴 테니 자유롭게 테스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핵융합이야 잘못되면 알아서 꺼지니 그렇게 아시고요.”
강동민이 하품을 크게 하더니 터벅터벅 밖으로 나갔다.
“강동민 박사!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작동되는지 한 번 더 설명을!”
사람들이 달려들었지만, 미래 그룹의 보안 요원들이 막아섰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강동민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홈페이지 참조하세요.”
그대로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강동민이다.
-우웅!
아직도 핵융합 반응은 진행 중이었다.
“…….”
서로 눈치를 보던 핵융합 과학자들이 리모컨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중에서 ITER 국제기구의 사무총장 아르노가 가장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