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94화 (94/225)
  • 《94화》

    전국적으로 가을비가 내렸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중국의 군대를 몰아내고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엄청난 수의 트럭들과 기술진들이 북한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쌀은 무려 3만 톤을 가지고 갔다.

    전과 다른 점은 북한 주민의 태도였다.

    -남한 동무들을 환영!

    -동포의 도움에 감사합네다.

    -한민족, 한 동포, 함께 합세다.

    전에는 다른 뜻으로 대한민국에서 온 쌀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위대한 수령 동지에게 백기를 들고 조공을 바치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북한 주민에게 전해진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남한에서 오는 쌀이나 약품, 각종 물품에 대한 북한 정부의 강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의 군대에서 직접 쌀을 나눠준다.

    그로 인해서 북한 주민의 인식이 변했다. 한민족이기에 도와준다는 점이 주목받은 것이다.

    -북한 재건 사업 시작!

    대한민국에서는 성호의 발 빠른 대처로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 대북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정부의 허락을 받고 넘어가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북한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은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개성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지만 원산 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배를 이용했다.

    그 수가 무려 3만 명이 넘어가면서 인천항,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경의선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사람 중에서 대부분이 정부에서 미리 선정한 건설 업체, 의료 봉사 단체, 식품 전달 봉사 단체, 적십자, 어린이 구호 센터,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카페리어 화물선은 이번에 많은 물자와 봉사 단체들을 싣고 남포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중에는 한국대 병원에서 나온 의대생들이 있었는데 배에 오른 뒤에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김기봉은 한국 병원의 내과를 담당하다가 이제 나이가 많아 은퇴하고 의료 봉사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김기봉 선생,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몰라, 나도 갑자기 정부에서 북한에 들어가 봉사할 사람을 구한다기에 오기는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몰랐네.”

    “가면 안전은 한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미 북한의 내전을 막기 위해서 우리나라 기갑 사단이랑, 보병 사단들이 떠났다고 그러더라고. 여기 안내문에는 그런 부대들이 우리들의 안전을 책임지게 되어 있다는데.”

    “그래도, 북한이라는 동네가 워낙 불안해서 말이지.”

    “걱정하지 말게 소식 못 들었나? 북한군이 한국군을 받아준 거 말일세. 같이 평양에서 일어난 내전도 막고 중공군하고도 같이 싸웠다고 하더군.”

    “그런데 이거 이러다 통일되는 거 아냐?”

    “아마 그렇지 않을까? 대규모 군인들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우리 같은 의료 봉사 단체뿐만 아니라 건설업자, 자원 개발자, 선생님까지 대규모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인도적 차원을 넘어선 거지.”

    “그래도, 얼마 전에 전쟁이 끝났는데 북한에 이렇게 민간인을 보내도 되나?”

    “뭘 그리 걱정이야! 대한민국 군대가 중국도 이기는데. 그리고 우리들은 1차 투입 인력이라고 하더라고, 2차는 더 많데, 저기 양복 입은 사람들 보이지?”

    한쪽에 검은 양복을 입은 일단의 무리를 가리켰다.

    “저 사람들 누군데?”

    “미래 건설에서 왔다고 하더라고, 그 이성호 회장이 있는 미래 그룹 계열사 미래 건설 말이야.”

    “그런데?”

    “이런 답답한 친구 보게나. 북한에 대규모의 건설 회사가 올라가는데 임직원이 다 올라가고 있다고, 저기 보이는 사람이 미래 건설의 한지룡 사장이야.”

    “진짜? 그럼 이거 혹시 통일 사업 같은 건가? 통일되기 전에 하는 거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야.”

    미래 건설의 한지룡 사장은 큰 키에 마른 체격, 안경을 쓰고 인자하게 생긴 대머리였다.

    대머리였지만 인덕이 많아 보였다.

    “사장님, 오성 건설에서 한 그 부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해?”

    한지룡 사장이 인상을 팍 쓰며 자신의 비서로 있는 박지숙을 쳐다보았다.

    거의 10년 넘게 한지룡 사장을 보필하고 있는 박지숙은 미혼인 데다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오성 건설에서 부탁한 북한 개발 건에 대한 것이다.

    큰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좋은 조건을 내걸며 오성 건설에서 한지룡을 유혹한 것이다.

    “오성 그룹에서 이번 북한에 대한 개발을 듣고는 자신에게 개발 위치나 건설 업체의 자재 동향, 협력 회사에 대한 발주 등의 자료를 넘겨 달라고 한 거? 절대 안 돼!”

    “왜요?”

    “너도 앉았다 일어섰다. 두 시간 해봐!”

    “…….”

    한지룡 사장은 이번에 북한의 재건 사업에 대한 독자 개발권을 얻었다.

    정부가 밀어준단다.

    광산 개발권부터 아파트 건설, 공장 플랜트 건설까지 어마어마하다.

    그걸 미래 그룹이 다 할 수는 없고 수요 조사를 한 뒤에 마땅한 기업들에게 나눠주어야 했다.

    그런 일에는 꼭 침을 미리 발라 놓기 위해 나서는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회장님께 오성 건설뿐만 아니라 한지 건설 이야기도 했지.”

    “이미 이야기를 하셨어요?”

    “했지, 회장님께서 뭐라 하셨는지 알아?”

    “뭐라 하셨는데요?”

    “건드는 놈들 다 박살 내 버려.”

    “크큭.”

    박지숙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우리의 불량 회장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성호가 원하는 것은 마도 대한민국이다.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에 많은 마도 문명을 만들어 낼 기반을 다져야 했다.

    그래서 미래 건설을 투입했다. 엉뚱한 건축 회사가 마구 건설하기보다는 마도 문명에 맞는 제대로 된 건축물들이 필요했다.

    “설계도 봤지?”

    “네, 설계도 보고 소름 돋았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아. 엉뚱한 놈들에게 놀아날 시간이 없다는 말이지.”

    “넵.”

    “모든 건설 자료는 비밀이라는 걸 잊지 말고.”

    “당연하죠. 그런데 핵융합로는 뜻밖이에요.”

    “내 생각에는 당연한 것 같아. 우리가 건설하는 모든 설비의 가동을 위해서는 핵융합은 필수적이니까.”

    “하긴 그렇긴 해요.”

    “일단 철도나 도로 건설도 그래.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자기 부상 능력을 가진 기차를 만든다거나 또는 그 뭐냐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 도로 같은 걸 보면 상상이 안 돼.”

    한지룡 사장은 인천 부두에서 떠나는 여객선 위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북한에는 많은 노동자가 있지. 그곳에 병원과 중공업 공장들, 최첨단 가전들을 만들어 낼 공장들이 지어질 거야. 그렇게 되면 남북한의 경제적인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추어 갈 수 있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북한의 인력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겠군요.”

    “그렇지, 그 발판을 우리가 만들기 위해 가는 거지. 회장님께서 통일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서 계획을 세우신 거야. 그러니 보안에도 신경을 쓰라고.”

    “알겠습니다.”

    한지룡 사장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박지숙의 눈에서는 상사에 대한 어떤 느낌이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뭉클함이 있었다.

    아직까지 미혼인 그녀는 입사 이후 한지룡 회장을 사모해 왔었다.

    10년 전, 박지숙 나이 28에 찾아온 첫사랑.

    당시 한지룡은 대머리도 아니었고 32세의 엘리트였다.

    유능하고 젊은 한지룡은 승승장구하며 끝내 전무이사가 되었고 그녀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잘나 보였다.

    “박지숙 과장은 안 추운가? 바닷바람이 추운데 들어가지?”

    “아, 예.”

    박지숙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한지룡 사장의 눈에는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연인에 대한 그런 따뜻한 눈빛이었다.

    한지룡 사장은 32세의 나이로 전무이사가 된 엘리트였다.

    미국의 MIT에서 건축 기계 공학을 배웠고 이탈리아에서 건축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에 와서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 전무이사가 되었다.

    그러나 바쁜 일 때문인지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비서로 배정받은 것이 박지숙이었다.

    당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한지룡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할지 당혹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숙은 지적이고 도도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대머리인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당시 박지숙은 28살의 꽃다운 나이였다.

    이렇게 서로 바라만 보던 게 이제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박지숙도 38세의 나이로 노처녀가 되어 있었고 한지룡 사장은 42의 중년인이 되어 있었다.

    “사장님 먼저 들어가시죠.”

    “그럴까?”

    “불편하지 않아? 수행 인원이 다들 남자뿐인데 말이지. 방을 따로 잡아 줄 수도 없고…….”

    “아니에요. 비서가 남자들하고 있다고 불편해하면 안 되죠.”

    그런 그들에 대해서 미래 건설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사귀는 줄 안다.

    항상 같이 밥 먹고, 같이 동행하고, 같이 차를 타고 다니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 둘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어떤 누가 눈치채지 못할까?

    이런 일은 항상 당사자만 모르니 아이러니하다.

    ***

    김송철, 김성은이 없는 북한은 위태위태했다.

    오직 군사 정부로서 모든 불만을 찍어 누를 수밖에 없었다.

    -굶지 않는 인민.

    -자주 인민 공화국 건설.

    북한 김승철 상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무력 통치였고 말 안 듣는 녀석은 무조건 총으로 위협했다.

    그 방법 이외에 북한의 정국을 안정화할 방법이 없었다.

    그중에서 통일을 반대하던 극단적 공산당원들이 있었지만, 김송철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벌벌 떨었다.

    그런데도 공산당원 몇몇이 김송철 상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김승철 상장 동지, 지금 남조선 군대들이 평양, 원산, 함경도에 이미 들어 왔습네다.”

    “거기에다가 남포, 함흥시, 원산시에는 남조선의 군함들이 들어와 정박하기 시작했고 말입네다.”

    “공중에는 남조선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데 이거이 우리 북조선이 남조선에 먹힌 거 아닙네까?”

    집무실에 있는 소파에 누워 있던 김승철 상장이 그 거대한 몸을 일으키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보이네? 그카믄, 우리 기갑이랑 해군이 남조선의 서울이랑 강릉에 가 있는거이 어떻게 설명 할거이네.”

    “네?”

    이건 처음 듣는 소식이다. 북한의 군대가 남한에 있다고?

    “잘 듣고 생각해 보라우. 남조선에서 우리 조선 인민 공화국에 부탁했는데 뭐였는지 아네?”

    “모릅네다.”

    “위대한 한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남쪽을 지키는 일을 도와 달라고 했어야. 일본 쪽발이의 도발을 대비해달라고 한 거지?”

    “네?”

    “생각해 보라우. 우리네 전력으로 중국 군대가 남침해서 내려오는데 이길 수 있갔어?”

    “없습네다.”

    “그거이 아네? 그 중국 79 집단군이레 거의 전멸 하다시피 국경선 너머로 도망갔어야. 그게 무슨 말인지 아네. 남조선 동무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조선 인민 공화국은 벌써 박살 났어야. 알간?”

    김송철 상장을 찾아온 공산당원들이 그의 기세에 자라목이 되었다.

    “그런데 남조선 동무들이 일본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어야. 남쪽 해안선하고 섬들의 보호를 맡긴 거지. 우리야 해안포하고 고속정들을 가지고 무력시위만 하면 되니끼니, 별로 어려울 것도 없어야. 이게 무슨 뜻이겠네?”

    눈만 껌벅이는 공산당원들을 바라보며 김송철 상장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가 한 일이 뭐가 있네? 미안해 죽갔는데 남조선 동무들이 우리를 배려했다 이 말이야! 통일 과업에 동참하게 해주는 거 안 보이네?”

    “그래도…….”

    -철컥!

    김송철이 권총을 꺼내 장전했다.

    이것들은 논리가 아니라 이걸 꺼내야 말이 통한다.

    “알아 듣갔지?”

    “넵, 알아들었습네다!”

    “알갔으면 다음부터는 그딴 쓰잘때기 없는 소린 집어 치우라우.”

    “넵!”

    “괜히 평화적 한민족 행사에 반기 드는 놈들은 내가 대갈통을 빠사 주갔어! 알간?”

    “넵, 김승철 상장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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