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93화 (93/225)
  • 《93화》

    미국은 중동에서 한창 전쟁 중이었다.

    이슬람 무력 단체인 보코하임은 중동 전체로 세력을 확장하며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연합국 정도로 세력이 커진 보코하임은 이름을 SLD라고 바꾸고 중동의 원유 생산을 통제했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제2의 공황 사태가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거렸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가 크게 반대했지만 이미 연합군을 형성한 SLD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일루미나티들의 계략이었고 SLD에게 무기를 엄청나게 수출했다.

    엄청난 수의 총기류와 미사일, 전차, 전투기들이 전해졌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백악관 폭파.

    -미합중국 대통령 타계.

    -CG-71, 케이프 세인트 조지함 피격.

    모든 것은 SLD에서 저지른 일들이었다.

    미국은 총력전을 준비했다.

    작전 반경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지상군의 투입이 절실하게 되었고 아시아에서 한미 연합군의 70%와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 중 80%를 중동으로 이동 배치했다.

    그런데도 전쟁이 어렵게 흘러가자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을 중동으로 이동 배치했다.

    그리고 항공모함 전단 7개가 움직였다.

    엄청난 군사력이 중동에 몰렸다.

    -아시아의 공백.

    -북한 김성은 사망.

    -북한 내전.

    -중국의 북침.

    그로 인해서 북한의 김성은이 죽자마자 중국이 북한을 침공했다.

    대한민국은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북한을 침공한 뒤에는 대한민국이었고 뒤통수에는 일본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누가 세계 강대국 중국을 막을 것인가?

    중국이 북한을 속국으로 만들 것으로 생각했다.

    -러시아 전차 군단의 참전.

    이 소식까지 전해지자 이제 대한민국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전차 군단에 떨어진 핵미사일.

    -북한 내전 종식.

    -중공군의 후퇴.

    -5개의 운석이 떨어져 전쟁 중지.

    -중국 국가 주석 선샤핑 사망.

    6일 만에 끝난 전쟁이라 아시아의 6일 전쟁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대한민국은 북한으로 진격해 북한 내전을 3일 만에 끝내고 중국을 3일 동안 막았다.

    단 6일 동안의 전쟁,

    솔직히 스스로 거둔 승리는 아니었다.

    러시아 전차 군단은 핵폭탄이 터지면서 발이 묶여 버렸다.

    중국은 하늘에서 5개의 운석이 떨어지면서 중요 시설이 파괴되어 전쟁 수행 능력을 잃었다.

    조금만 더 전쟁이 길어졌다면 대한민국과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 전쟁으로 대한민국 국군장병 총 178명이 전사했다.

    중국군 2만 5천 명, 북한의 군인 및 민간인 6천3백 명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숫자였지만 사람 목숨이라는 건 단 하나라도 그만한 무게가 있는 법이다.

    -육군 총 12명 사망, 공군 총 4명 사망, 해군 총 162명 사망

    -총 사상자 425명 중 178명 사망

    육군과 공군은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신무기만 전쟁에 투입해서 그나마 피해가 적었지만, 해군은 피해가 컸다.

    중국의 북부 전구는 투명화와 스텔스 기능이 있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때 중국 북해함대는 사정거리 안에 대한민국의 서해 2함대가 보였기에 그거라도 공격하겠다고 총공격을 했다.

    그 바람에 FFG-811 인천함과 FF -958 제주함, 그리고 고속정 윤영하, 한상국, 박동혁이 격침당했다.

    주변에 있던 전투함에서 급하게 구조를 나섰지만, 사상자가 속출했다. 비명과 탄성이 서해를 물들였다.

    -중국이 먼저 시작한 전쟁이다.

    -어쩔 수 없이 참전했다.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속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는 희생자 가족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라는 희생한 장병에 대해 배상하라.

    -전쟁은 왜 해가지고 내 아들을 죽게 했냐!

    -전쟁에 대한 대비가 없어서 내 남편이 죽었다.

    죽음은 사람들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한다.

    이들을 위로하겠다고 많은 사람이 위로의 편지와 성금을 모았지만 정작 그들을 진짜 위로하는 것은 없었다.

    누가 자신의 가족이 사라진 아픔을 대신 할 수 있겠는가?

    자식과 남편, 부모를 잃은 슬픔을 누가 대신할 수 있는가?

    그런 피해자들이 가진 것은 분노와 원망이었다. 그런 원망이 누군가에게로 향하지 않고는 정신이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었다.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천막이 설치되었다.

    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분양소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무능하여 이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국회의원과 장관들의 수가 무려 350명이다.

    -변화된 국회의원들인데 과거와 좀 다르지 않을까?

    -너는 지금까지 그렇게 당해 놓고 아직도 모르냐?

    -과거를 잊지 맙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아직 믿음이 가려면 멀었죠.

    -나는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함.

    여론은 아직 변화된 국회의원들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우를 나타나 욕하며 계란과 돌 들을 던졌다.

    “너희들이 우리 아들을 사지로 몰았다.”

    “그동안 전쟁 분위기 상황인데도 준비하지 않아 내 남편이 죽었다.”

    “우리 아빠를 살려내!”

    국회의원 일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성호의 노예가 되기 전의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파렴치(破廉恥)!

    이런 국가적 재난이 벌어지면 발뺌하고 핑계 대고,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 떠넘겼다.

    뒤에도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당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국민들의 월급이 줄던, 자영업자들이 죽건, 기업이 죽던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정당의 이익이 되어야 움직이는 이익 집단일 뿐이었다.

    북한이나 다른 나라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방비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을 위해서 뛰어다녔다. 국방 예산을 짜며 여기저기에서 주는 로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 자들을 성호가 다단계 판매처럼 끌어모아 노예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들의 노예가 되었다.

    국민들의 노예가 되고 나서 눈을 떠보니 새로운 세상이었다.

    수면견인(羞面見人)

    괴천작인(愧天 人)

    국민들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건 모두 자신들이 한 짓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친 듯이 마구 뛰어다녔다.

    재산을 팔아 국민들을 도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업자를 줄였고 기업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신장과 간을 내주는 국회의원부터 버스에서 멱살을 잡힌 국회의원까지 다양하게 뛰어다녔다.

    일본에 일제 강점기에 있던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 문제도 정식으로 항의했고 뇌물을 받은 자들은 양심 고백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변화는 있지만, 과거의 사건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정몽춘 의원님 이마에서 피가 납니다. 일단 병원에서 치료를…….”

    “돌아가게.”

    “허일섭 총재님 오물이 묻어 있는 옷이라도 갈아입으시고…….”

    “됐네!”

    하루 종일 무릎 꿇은 그들에게 사람들은 또다시 쇼한다면서 욕을 했다.

    과거, 큰 사건마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해왔으니 말이다.

    그들은 물도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았다. 오물이 묻어 있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다. 화장실을 갔다 온 것을 빼고는 그냥 광장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제 자리도 있습니까? 선배님.”

    정몽춘은 자신의 뒤에 환하게 웃고 있는 이규철을 보았다.

    전에 보이던 탐욕에 찌든 모습이 아니라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니, 대통령 각하!”

    그 옆에 있던 오만혁이 고개 숙여 정몽춘에게 인사했다.

    “저도 왔습니다.”

    “아니, 너는 그 싸가지 후배 아닌가?”

    “큼큼…….”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되고 나서 오만하게 행동한 과거가 있었던지 헛기침만 했다.

    “대통령이다!”

    “이규철 대통령까지 쇼하러 왔구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 대해서 사과하라!”

    유가족들이 계란과 쓰레기들을 집어 던졌다.

    “대통령님을 보호하라!”

    대통령 경호원들이 이규철을 감쌌다.

    “비키게.”

    “하지만 대통령 각하!”

    “비키게, 나는 오늘 용서를 받기 위해 왔네. 내 걸음을 헛되게 하지 말게.”

    이규철이 경호원들을 밀어냈다.

    사람이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항상 인기와 이익만 좇던 대통령이 갑자기 이러니 적응이 안 된다.

    -퍼억!

    날계란 하나가 이규철의 가슴에 맞으며 터져 나갔다.

    -털석.

    이규철이 계란 세례를 받으면서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무릎 꿇은 대통령!

    전국의 신문과 방송에 이 장면이 방송되었다.

    -쏴아…….

    다음 날 비가 왔다.

    겨울을 알리는 가을비다. 하지만 모든 국회의원과 장관, 대통령은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은 살이 터져나가 파리하게 변해 있었고 이마의 핏자국도 그대로였다.

    “대통령 각하 저희가 왔습니다.”

    김동선 합동 참모 총장이었다.

    그도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온 것이다.

    그의 뒤에는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 공군 참모 총장 신명현이 함께 했다.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해 무릎을 꿇었다.

    안 와볼 수가 없었다.

    “저도 군인들을 사지로 몬 사람입니다.”

    자신의 명령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용서가 먼저다 정당함은 그 뒤에 찾는 것이다.

    “어서 오게.”

    이규철 대통령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왜 이제야 오나?”

    김동선의 1년 선배이자 국방장관인 박영기가 그곳에 있었다.

    “선배님도 몰골이 말이 아니십니다.”

    “허허허, 전쟁 두 번 더 하다가는 국민들에게 뼈도 못 추리게 생겼네.”

    장장 5시간 동안이나 내린 비가 멈추었다.

    우산도 없이 무릎 꿇은 상태로 그대로 모든 비를 맞았다.

    머리카락은 빗물 때문에 흘러내려 앞을 가렸다.

    ‘어떤 사람이 한 번에 용서하는 법이 있던가?’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이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설탕 발림으로 국민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성호의 명령이었다.

    -국민들의 노예가 되어라!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기억해 내자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들이 살고자, 자신들의 뜻을 이루고자 금식하는 쇼가 아니었다.

    -진심!

    이제 더 이상 그들을 욕하는 사람도 무언가를 던지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지나가던 시민들이 그들에게 담요를 덮어 주고 물을 전해 주었다.

    심지어 어떤 시민은 따뜻하게 안아주고 돌아갔다.

    “여기 물이라도 마시세요.”

    “죄송합니다.”

    “…….”

    그런 시민들에게조차 그들은 고맙다는 말보다는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6일이 지났다.

    가장 먼저 나이가 많은 의원들 순서로 실신해서 119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물을 먹지 않아 탈수 증상과 허약해진 체력이 원인이었다. 그들이 실려 나가자 사람들은 이들이 하는 것이 쇼가 아님을 알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모두 30명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이규철 대통령도 끼어 있었다.

    “내가 기절한 건가?”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유가족들은?”

    “아직입니다.”

    “가세.”

    “네?”

    “가서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그들이 병원에 있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그들을 막는 의사와 비서진들을 물리치며 독하게도 다시 이곳으로 왔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또다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용서를 빌었다.

    7일째 아침, 목숨을 건 그들의 사죄가 마음을 움직였다.

    피해자 가족들이 이들에게 찾아온 것이다.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한 아주머니가 이규철의 손을 잡았다.

    김미선은 남편을 잃었다.

    FF -958 제주함에 승선해 있다가 중국이 쏜 함대함 미사일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전사했다.

    자신과 7살 딸아이를 놔두고 그렇게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죄송합니다.”

    이규철 대통의 눈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국회의원들, 장관들, 군 관계자들 모두가 진심이었다.

    “원망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남편분을 사지로 몰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늘에 있는 남편도, 저도 이미 용서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이규철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용서받는 것이란 이런 거다.

    모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용서를 빈 정치인들과 군 관계자들이 피해자 유족들과 서로 부둥켜안고는 마구 울었다. 이 장면을 TV를 통해서 보던 대한민국이 같이 울었다.

    과거에도 저랬으면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저렇게만 했다면 정치가 그렇게 썩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심이 아닌, 쇼만 해왔기에 국민들이 믿지 않았고 등을 돌린 뒤에는 자신들의 이익만 찾았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용서.

    이것이 국민들의 마음에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남을 용서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용서를 받고자 하는 용기와 용서 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용서는 서로에게 큰 희생이 필요하다.

    희생 없이 용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대신 짊어지고 죽지 않는 한 인류의 원망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