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92화 (92/225)
  • 《92화》

    이규철 대통령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지지율이 벌서 80%를 넘겼다.

    이 정도면 연임을 주장해도 국민이 오케이할 것 같았다.

    -이번으로 인한 군의 피해 보고서.

    -육군 총 25명 사망, 공군 총 4명 사망, 해군 총 162명 사망.

    -총 사상자 525명.

    이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제 자신은 역사적 영웅으로 남을 거다.

    “역사에 통일을 앞당긴 대통령, 중국 군대를 물리친 대통령으로 남겠군. 하하하”

    이 정도면 남북통일을 핑계로 연임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야, 요즘 국회의원들이 미쳤는지 내 말을 듣지 않아. 참내 원…….”

    생각해 보니 비자금도 잘 걷히지 않았다.

    이 모든 건 전부 미래 그룹의 회장이 바뀌고부터다.

    “미래 그룹 이성호라…….”

    이번 미래 그룹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이겨 나갔지만, 마지막에 약점을 드러냈다.

    적은 수량과 작전 시간이 짧다는 약점은 치명적이었다.

    “정말 무서운 무기야.”

    그런데도 현대전에서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들은 무시무시했다.

    미국은 어떻게 그 정보를 알았는지 비싼 돈까지 주며 기술을 달라고 한다.

    전에도 이런 경우는 가끔 있었다.

    신소재가 발견되거나 핵융합 발전의 데이터들이 이런 식으로 팔려나갔다.

    당연히 개발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그것 신경도 쓰지 않았다.

    “500만 달러.”

    미국의 대통령이 미래 그룹에서 발명한 신무기의 소식을 듣고 기술을 넘겨주는 대가로 받은 돈이다.

    매국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쟁 중이었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핑계로 미사일들을 수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중국과의 전쟁으로 신무기의 위력이 알려졌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 신무기가 미국에서 개발한 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미국은 알고 있었다.

    이건 대한민국의 미래 그룹에서 만들어낸 괴물들이다.

    -부스럭.

    이규철은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 펴 봤다.

    어제저녁에 팩스로 온 미국 대통령의 지시서다.

    미래 그룹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와 마나 에너지의 기술을 빼 오는 것에 대한 것이 적혀 있었다.

    -기술이 이전되는 계약 체결에 1억 달러.

    -이성호 회장을 압박할 것.

    -미국에 망명 온 이용찬 회장이 미래 그룹 인수 예정.

    대가는 1억 달러다.

    결코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용찬이라…….”

    미국의 도움으로 교도소를 탈옥한 이용찬이다.

    그런 사람이 미래 그룹의 회장으로 앉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언론과 정치인, 사법부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은 통째로 먹을 생각이군.”

    모든 이슈는 미래 그룹의 본사가 미국으로 이전되면 그만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움직일 정도면 모든 일은 숨겨질 것이고 조작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시민권자가 되었다면 법적인 문제로 압박할 카드가 별로 없다.

    이용찬이 나온 이상 미래 그룹은 미국의 기업이 된다는 뜻이다.

    “1억 달러.”

    이규철에게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 기업, 중국의 전쟁 압박을 벗어나게 하는 신무기들은 관심 밖이다.

    “이성호 회장을 부르게.”

    이규철이 이성호를 불렀다.

    ***

    미래 그룹 본사 빌딩 회장실, 성호는 모든 전쟁 상황을 자신의 회장실에서 전부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거대한 입체 화면에는 마나 레이더가 만들어내는 한반도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러시아가 대기 중이었는데 다행이야.”

    러시아는 핵폭발로 극동군구가 박살이 났어도 또다시 상황을 봐서 참전하려고 했나보다.

    엄청난 군대들을 국경에 또다시 몰아넣고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일주일 만에 끝나 버리면서 닭 쫓던 개가 되었다.

    “나중에 러시아와 협상을 좀 해 봐야겠어.”

    러시아가 참전했으면 대한민국은 무조건 패전했다.

    마나 레이더를 아래로 내리니 일본이 보였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모든 함대를 동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고 일본에는 안 떨어지나?”

    성호는 분명 7발의 메테오를 발사했다.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늦게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메테오 마법은 순차적으로 실행되었고 순서대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건 아마 처음 5개를 찾은 뒤에 주변에 운석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분명히 떨어지게 되어있다.

    -똑똑.

    주변을 밝히던 수많은 화면이 사라졌다.

    “들어와요.”

    최태욱 실장이 40대 중반의 어느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회장님, 청와대에서 왔습니다.”

    “청와대에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비서실장 오만혁입니다.”

    비뚤어진 입술, 거만해 보이는 표정, 뻣뻣한 자세만 봐도 이 사람의 성격이 보였다.

    전에 봤던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다.

    전에 돈 받으러 왔다가 노예 마법진에 걸린 녀석은 바로 갈아치웠나 보다.

    “반갑습니다. 이성호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부르십니다.”

    “대통령이?”

    의외였다.

    ‘대통령이 뭐 먹을 게 있다고 나를 찾나? 아! 이제 보니 나도 먹을 게 많긴 하군.’

    미래 빌딩의 지하로 내려가자 청와대의 상징 봉황이 그려진 의전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의전차량까지 부를 정도면 실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 아닌 것 같았다.

    “타시죠.”

    성호와 최태욱 비서실장이 같이 뒷자리에 탔다.

    청와대의 입구를 지나자 경호실 옆으로 돌더니 산으로 올라갔다.

    우리들이 알던 청와대로 가는 게 아니라 관저로 가는 것이다. 관저는 대통령이 머무는 곳으로 침실과 집무실, 식장 등이 있다.

    주변에 경호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입구에 들어가면서 몸수색을 했다.

    “최 실장님은 여기 남으셔야 합니다.”

    오만혁이 최태욱을 막았다.

    “그래도 저는 회장님과…….”

    “최 실장은 여기 남게.”

    성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무서운 회장님의 표정이 얼음장 같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복도를 한참 지나서야 대통령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사방에 갈색 계통의 창이 있고 집무실 책상과 탁자, 소파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통령 각하. 이성호 회장을 모시고 왔습니다.”

    “어서 오게. 이성호 회장.”

    이규철이 활짝 웃으며 성호를 맞이했다.

    -철컥.

    대통령 비서실장 오만혁이 문을 잠그더니 지키고 섰다.

    ‘왜 문은 잠글까?’

    점점 의심이 드는 성호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각하.”

    어느 정도 예의는 차려줘야 했다.

    “어서 앉지, 그동안 이야기만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키도 훤칠하고 잘 생겼군.”

    성호와 이규철이 자리에 앉자 오만혁이 차와 과자 몇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성호 회장이 전에 만년호 사건도 그렇고, 이번 전쟁에서도 그렇고, 많은 도움을 주어서 고마워서 불렀어요.”

    성호는 아무 말 없이 이규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탐욕이 깃들여 있었고 이런 자는 결코 이런 일로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이익이, 빼앗아 먹을 게 있어야 부르는 자다.

    “하하하, 이 친구는 별로 말이 없는 친구로군.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고마워서 부른 것도 있지만…….”

    이규철이 약간 망설이며 성호를 바라봤다.

    “말씀하시지요.”

    “미국에서 좋은 제안을 주어서 부탁 하나 하려고 불렀다네.”

    아마 이게 진짜일 거다.

    “마나 에너지에 대한 기술 협약을 미국과 맺기로 했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

    이거였던가?

    자신을 청와대로 데리고 온 이유가 말이다.

    “미국에 마나 에너지에 대한 기술을 넘겨주면 앞으로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걸세. 북한에 있는 자원 개발권이 얼마나 되는 줄 자네도 알지?”

    북한에는 6500조 원에 달아는 광물이 매장되어 있고 이는 대한민국의 14배 규모다.

    철이 50t, 아연이 2,110만 톤, 몰리브덴 6만 톤, 마그네사이트 60억 톤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원유가 60억 배럴 정도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자원 개발 중 중국이 전체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통일되어도 큰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은 약간 달라진 상태다.

    중국과 남북 연합군이 대립 중이니 말이다.

    “외람됨 말씀이지만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마나 에너지의 기술은 미국에 넘겨줄 수 없습니다.”

    “진짜 안 되나? 후회할 텐데?”

    “절대로 안 됩니다.”

    “미래 그룹이 어떻게 돼도 난 모르네. 국가적인 압박이 있을 수도 있네만.”

    “국가가 싫다면 떠나야죠. 유럽도 좋은 나라가 많고 그것도 안 되면 베트남이나 인도로 가겠습니다.”

    뜨끔.

    진짜 미래 그룹이 다른 나라로 가면 지금 막 살아난 경제는 곤두박질칠 거고 앞으로 그 놀라운 신무기도 사용하기 힘들어진다.

    미국으로 넘기고 꿀물을 나눠 먹는 게 낫다.

    “허허, 젊은 사람이 너무 극단적이군. 거래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면 되지 않겠나? 얼마면 되겠나. 내가 미국과 협상해 보겠네.”

    “그럼 계약 조건으로 10조…….”

    성호가 말을 끌었다.

    “10조? 그 정도면 내가 미국과 협상해 보겠네.”

    10조 원이면 큰돈이긴 하지만 신무기의 위력을 생각하면 미국과 협상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돈이 많은 나라니까 말이다.

    “달러…….”

    “뭐? 10조 달러!”

    10조 달러면 일경이 넘어가는 돈이다.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를 1년에 한 번씩 주면 기술 제휴 정도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네 장난하나? 10조 달러를 일 년에 한 번씩이라니. 한낱 기술 하나 가지고 말일세.”

    “그 이하로는 절대 불가합니다.”

    성호는 아예 팔짱까지 차고 눈을 감아 버렸다.

    이 정도면 1억 달러는 고사하고 미래 그룹과도 척을 지게 생겼다.

    이규철의 표정이 굳어지며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 지금 전쟁이 막 끝났지만, 혹시 몰라 계엄령을 해제 안 했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차를 한 모금 먹은 이규철이 비서실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대통령 비서실장 오만혁이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성호의 관자놀이에 갔다 댔다.

    장전도 안 한 권총에 성호가 피식 웃었다.

    “국가 위기 때 대통령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지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자네를 죽여도 보안이니 뭐니 하면서 처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성호는 태연하게 팔짱을 끼고 소파에 등을 기대앉으며 다리까지 꼬았다.

    이규철이 성호의 태도에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이용찬 회장이 미국에 있더군. 자네가 죽어도 미래 그룹은 유지가 될 걸세.”

    이용찬의 이야기가 나오자 성호의 눈이 떠졌다.

    이제 알 것 같다.

    이용찬의 탈출, 대통령의 협박, 갑작스러운 김성은 사망과 중국의 침공.

    지금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

    멘츄스 그룹이 또 끼어 있는 거다.

    “이성호 회장, 나와 손을 잡고 미국에 마나 에너지 기술을 넘겨, 안 그럼 여기서 죽는다.”

    -벌떡!

    갑자기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깜짝 놀란 오만혁이 급하게 총을 장전하고 겨누었다.

    -철컥!

    아까는 위협용이라 장전까지는 안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앉아. 이성호!”

    오만혁이 고함치듯 외쳤다.

    “여기 CCTV도 많을 텐데 쏘게?”

    “당연히 꺼놨지. 주변에는 아무도 없을 거야.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모르니까.”

    “그래? 다행이군.”

    “어떻게 할 거지 이성호 회장, 여기서 죽을 건가? 아니면 마나 에너지를 넘길 텐가?”

    이규철이 한 번 더 성호를 압박했다.

    “쏘려면 쏴.”

    송호가 한 발자국씩 이규철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더 움직이면 쏜다.”

    오만혁이 권총을 겨냥하며 소리쳤다.

    K-5 권총이었다.

    단 한발만으로도 사람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우웅!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지며 갑갑해졌다.

    청와대의 집무실 전체가 성호의 마나에 지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크크크, 이딴 새끼들이 대통령을 하니 하나 같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 가지.”

    “뭐? 어디서 막말인가!”

    이규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은 일이 많아 웬만하면 사용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뭘 안 해?”

    “홀드!”

    성호의 시동어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이규철과 총을 겨누던 오만혁이 어정쩡한 자세로 멈추었다.

    이규철이 움직이지 않는 몸에 놀라서 눈만 굴리며 성호를 바라봤다.

    오만혁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주 먼 어떤 나라에는 노예가 합법이었어.”

    성호의 주먹으로 작은 빛무리가 모여들면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전쟁의 포로나 범죄자들을 노예로 만들었는데 반항심이 심했지. 그런 녀석에게 억지로 충성심을 심어 주기 위해 마법을 이용했어.”

    이규철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몸은 왜 안 움직일까?

    오만혁 비서실장은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이성호 회장의 저 말은 무슨 뜻이지?

    마법이 왜 여기서 나와?

    “노예를 만드는 마법의 이름은 인슬레이브!”

    노예를 만드는 마법이 있다고?

    설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장관들이 국민들의 노예가 된 게 이것 때문인가?

    “맨정신이면 이 은총을 받을 수 없지. 정신 붕괴 마인드 컬랩스!”

    노예 마법은 정신이 붕괴된 자만 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정신을 붕괴시키는 마법인 마인드 컬랩스 마법을 걸었다.

    성호가 5 서클로 올라서면서 가지게 된 무한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주변을 짓눌렀다.

    “크윽…….”

    이규철과 오만혁은 눈을 까뒤집은 뒤에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몸은 움직이지 않으니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이규철, 국민들의 노예가 되어라!”

    -쿠웅!

    성호가 주먹을 날려 이규철의 이마에 마법진을 찍었다.

    “오만혁! 너도 국민들의 비서실장이 되어라!”

    -쿠웅!

    노예 마법이 찍히며 오만혁이 뒤로 넘어갔다.

    -우당탕!

    이규철과 오만혁이 뒤로 넘어가며 의자와 집기들이 쓰러져 나뒹굴었다.

    “꿇어.”

    주인의 명령이 떨어졌다.

    -척.

    “주인님을 뵙습니다.”

    이규철이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성호에게 예를 표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오만혁도 무릎을 꿇고 주인에게 예를 다했다.

    “이규철, 오만혁!”

    “넵, 주인님.”

    “딱 두 가지만 명령한다. 첫 번째, 국민의 노예가 되어라.”

    “넵!”

    “두 번째, 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평상시처럼 움직여라.”

    “넵!”

    “아니, 평상시처럼 하라고.”

    “아, 네. 이성호 회장님.”

    노예가 주인에게 하대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장관들에 이어 대통령까지 국민들의 노예가 되었다.

    아니, 성호의 노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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