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중국 북부전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있다는 제78 집단군은 북한의 가장 북쪽 온성군으로 침략을 시작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회수하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소식이 없자 직접 군대를 이동한 것이다.
라진에서 북한의 동해 함대의 공격을 받아 주춤했지만, 폭격기들이 날아가 북한 전투함들을 박살 내버렸다.
전투기와 폭격기의 수만 해도 100대가 넘었다.
중국에서 날아온 J-11, Su-27 같은 전투기들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공격하자 막을 수도 없었다.
단 하루였다.
북한에서 가장 큰 전함인 서호급, 나진급 호위함이 침몰하고 청진급 경비정 32척이 박살이 나면서 북한의 동해 함대가 전멸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선봉군과 청진시까지 쉽게 진격한 78 집단군은 해안선을 따라 길주군으로 진격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북한의 핵폭탄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거기서 백호 전차로 이루어진 백귀들과 해동청 전투기들을 만나게 된다.
“후퇴하라!”
“도망가라!”
“살려줘!”
이건 전쟁이 아닌 학살이었다.
공중 지원을 나온 중국의 J-11, Su-27은 1시간도 안 되어 전멸했고 78 집단군이 그렇게도 자랑하던 제4기갑여단은 녹아내렸다.
중국의 제204 기계화 보병여단은 포와 미사일 발사대를 그대로 놓고 도망가기 바빴다.
이제 북쪽의 제일 끝자락 함경북도 온성군까지 후퇴했다.
그 많던 장갑차들과 전차는 몇 대 보이지도 않았다.
이 모든 소식은 북부전구 사령관 왕교성 상장에게 전해졌다.
“적군이 얼마나 강력하기에 이렇게까지 밀릴 수가 있지?”
“무기의 성능 차이가 너무 납니다.”
“뭔 소린가 그게, 아무리 무기 성능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저기 있는 전차, 전투기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 줄 알고 하는 소리야!”
“말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F-22라는 미국 놈들의 5세대 전투기가 4세대 전투기인 F-15와의 모의 전투에서 108대 1로 승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모의 전투 아닌가?”
“실제 있었던 전투를 원하시면 걸프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세대 전차인 M1A1과 이라크군의 2.5세대 전차들이 붙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알아, 이라크군의 전차 600대가 전부 전멸하는 동안 M1A1은 단 2대만 파괴되었지. 그것도 기능 고장으로 말일세.”
“맞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진 전차는 4세대인데 상대는 5세대 전차 이상입니다. 상대가 안 됩니다.”
“공군은?”
“5세대 전투기인 J-20 2개 편대가 힘도 못 쓰고 전멸한 것을 보면 상대는 6세대 이상의 전투기로 보입니다.”
“흐음, 이렇게 되면 한 가지 방법뿐이군.”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북부지구 왕교성 사령관으로서도 이 작전은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
“전군은 지금부터 폭해전술(爆海戰術)을 실시한다.”
“폭해전술이라 하심은?”
“북구 전구에 포탄을 쏠 수 있는 전력이 어느 정도 같은가?”
“북한으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전차만 1,000대이고 자주포 200문, 야포 550문, 다련장 로켓이 1,000문이나 남아 있습니다. 폭격기는 아직 사용하지 않아 그대로 H-6K가 80대가 배치되어 있고 스텔스 폭격기인 H-20도 10기나 배치되었습니다.”
“해군은?”
“함포와 함대지 미사일까지 합하면…….”
“적군을 여기, 그리고 여기로 몰아 놓고 전부 다 쏴.”
“꿀꺽. 전부 다요?”
“그래 전부 다.”
북한의 서해에 떠 있던 랴오님함에서 전투기들이 이륙을 준비했다.
“J-31 선양 35, 이륙을 허가한다.”
“로저, 캐터필드 오피서.”
“푸쉬백 및 엔진 시동을 허가한다. 택싱 준비되었으면 보고하라.”
J-31 선양이 갑판의 활주로로 올라서자 갑판원이 전투기를 점검했다.
갑판 위에 제트 분사 편향판이 올라가고 곧이어 J-31이 뒤로 주춤하더니 시속 250km의 속도로 튕겨 나갔다.
랴오닝 항공모함의 스키 점프대 같은 활주로를 지나 공중으로 날아오른 J-31은 신의주로 날아올랐다.
총 12대의 J-31이라도 보내서 적의 진군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랴오닝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같이 다니는 항공모함 타견 전대를 지휘하는 웨성정 제독은 들려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말이 되는가. 79 집단군이 밀리다니. 미국의 신무기인가?”
“아마도 그렇게 보입니다.”
보이지 않으니 다들 미국의 신무기로 착각했다.
“전 함대, 황해로 진군한다.”
“넵!”
중국에서는 북한의 서해를 황해로 부른다.
55형 구축함 2척과 52C형 미사일 구축함 3척, 54 구축함 2척, 호위함 3척, 핵잠수함 3척, 종합 보급함 하나가 북한의 서해로 움직였다.
그 뒤로 중국의 052C형 구축함 4척,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4척, 051형 구축함 1척. 지앙카이 2급 호위함 9척, 자앙카이 1급 호위함 2척이 뒤따랐다.
-슈우우웅!
55형 구축함과 52C형 미사일 구축함이YJJ-18A 초음속 대함미사일을을 발사했다.
목표는 북한의 서해 함대.
55형 구축함은 중국해군에서 가장 큰 구축함이다.
-콰앙!
북한의 전투함은 회피 동작 같은 건 할 수도 없었다.
북한 서해 함대에서 제일 큰 전투함인 나진급 호위함이 반쪽이 되면서 바다로 가라앉았다.
-콰아앙!
주변에 대기하던 배수량 천 톤 규모의 농어 급 중형 전투함 3척이 YJ-18A 초음속 대함미사일에에 맞아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여기, 여기, 여기로YJ-18, CJ -10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
웨성정 대교는 신의주와 중국으로 넘어가는 다리, 전차가 넘어가기 쉬운 곳들을 지정해서 미사일 공격을 명령했다.
“어느 정도 발사합니까?”
“30분 간격으로 10발씩, 2시간 동안 발사한다.”
“적군의 위치 정도는 알고 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이지도 않는 적을 어떻게 찾겠나. 지금 쏘는 것은 시간벌기용이다.”
“네?”
“80 집단군과 중부 전구의 81 집단군까지 움직이고 있다.”
“그럼?”
“엄청난 수의 포병 공격과 공중 폭격이 있을 거다.”
***
그 시각 대한민국의 군 최고 군령사령부에서는 이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의 군대는 모르지만 모든 작전 상황은 마나 레이더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작전 참모실은 총 120명의 상황 분석관들과 행정 요원, 보안 요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합동 총무 총장 김동선 대장이 작전을 지휘했다.
그 뒤에는 육군 참모 총장인 남종태, 해군 참모 총장인 최진철, 공군 참모 총장인 신명현이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의 북해 함대와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서해로 움직입니다.”
작전 회의실 중앙에 거대한 지도가 입체 화면으로 띄워져 있었다.
탐색 범위가 1,000km 이상인 마나 레이더는 사람 한 명까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다.
“진철아, 니가 나서야 할 차례다.”
“하하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적같이 생긴 최진철이 큰소리로 웃자 작전 통제실의 모든 사람이 쳐다봤다.
“흠흠…….”
뻘쭘해진 최진철이 통화하는 척하며 자리를 피했다.
“쯧쯧, 언제 철이 들는지…….”
김동선이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밖으로 나온 최진철은 바로 제3함대를 지휘하는 이회 사령관에게 보안이 걸린 전화기로 연락했다.
“나다. 중국 배들이 선을 넘었다. 박살 내 버려.”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제3함대를 지휘하는 이외 제독은 최진철의 전화를 받자마자 모든 전함에게 전투태세를 명령했다.
-뿌아앙!
-총원 전투 배치!
앞뒤로 나누어진 두 개의 화살 모양 대형으로 나아가는 제3함대.
앞서가는 첫 번째 화살 모양 대형에는 고속함인 한문식함, 김창학함, 박동진함, 전병익함 등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뒤의 화살 모양 대형에는 3200톤급 호위함인 전북함과 광주함을 중심으로 초계함인 전남함, 순천함, 성남함, 대천함이 뒤따랐다.
-화아악!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전함들이 투명하게 변하면서 사라져 갔다.
오직 파도를 가르는 물살만이 그곳에 대한민국 제3함대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쏴!”
전북함과 광주함, 전남함, 순천함, 성남함, 대천함에서 해성 아음속 대함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해성 아음속 대함미사일은 마하 9의 속도로 250km 밖에 있는 전투함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다. 비행 중에는 최대 8번 방향을 바꿔 아군과 섬들을 피하도록 설계되었다.
-슈아앙! 슈아앙!
하얀 꼬리를 만들며 날아간 해성 미사일은 약간의 선회를 거쳐 중국의 랴오닝 함공모함 전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수면을 스치듯 날아가는 해성 미사일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미사일 공격입니다.”
“FL-3000N 발사해.”
055 난창급 미사일 순양함은 50km밖에 해성 미사일이 도달해서야 알아차렸다.
FL-3000N은 함대 방어용 미사일로 미국의 RAM 미사일을 그대로 따라 한 녀석이다.
-쿠광!
12발의 해성 미사일 중에서 9발이 항모전단의 방공 전함들에서 발사한 FL-3000N에 의해 격추되었다.
남은 것은 3발이다.
2 발은 랴오닝 항공모함으로 날아갔고 1발은 055 난창급 미사일 순양함으로 날아갔다.
-바바바바…….
중국식의 SGE-30 골키퍼가 30mm 개틀링 포를 발사했다.
-콰앙!
두발의 해성 미사일이 근처에서 요격되면서 파도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콰가강!
랴오닝 항공모함으로 날아가는 해성 미사일을 막겠다고 나선 054급 호위함이 전력 기동했다.
해성 미사일은 저고도 시스키밍 기능이 있기에 해수면 위로 낮게 날아오다가 위로 솟구쳐 오르면서 054급 호위함의 갑판 위에 처박혔다.
-쿠과광!
054급 호위함이 불을 뿜으며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디서 쏘는 거야? 한국이야?”
“한국의 함대에서 쏜 게 아닙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날아옵니다.”
이번에는 해성 미사일이 24발이나 날아왔다.
“젠장! 막아! 막으라고!”
랴오닝함의 앞으로 055형 방공 구축함과 052C형 방공 구축함 6척이 나섰다.
해수면을 따라 움직이던 해성 미사일 중 여럿이 중국의 FL-3000N에 의해서 격추되었다.
그리고 격추되지 않은 해성 미사일 8발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바바바바!
미친 듯이 SGE-30 골키퍼가 30mm 개틀링 포를 발사했다.
“또 날아옵니다.”
레이더 관제병의 말에 랴오닝함의 웨성정 제독이 고함치듯 외쳤다.
“막아.”
-쿠웅!
“DDG-170 란저우가 맞았습니다.”
052C형 구축함 하나가 선미 부근을 맞고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제독님 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다. 한국 해군을 공격한다!”
“네?”
지금 레이더상으로는 대한민국의 제2함대만 보였다.
“이 정도의 첨단 무기라면 미국일 거다. 한국이 우방이면 어떻게든 방어하겠지. 램 미사일 발사하는 순간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때 공격한다.”
“넵!”
중국 북해 함대의 모든 함대함 미사일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하늘에 하얀 줄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