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84화 (84/225)

《84화》

미래 그룹의 회장실.

“엄청나군.”

성호는 문정철이 만지는 금융거래 화면을 보며 감탄했다. 뭉텅이로 돈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 단위가 어마어마하다.

반대쪽 화면에는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표시하고 있었다.

붉은 점으로 나타난 중국의 북부전구 군대들과 푸른색 대한민국의 군대들, 그리고 노란색의 북한 군대들이 어지럽게 그려졌다.

모든 전쟁 상황은 마나 레이더에 포착되게 되어 있다.

장갑차나 전차, 포대, 전투기, 항공모함과 전투함부터 잠수함까지 모든 것을 포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군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성호가 메꿔줘야 희생이 작아질 것이다.

“백귀들이 백호 전차를 타고 날뛰기 시작했군.”

평양으로 백호 전차들이 진격하는 게 보였다.

그때 개성시 위로 녹색의 점들 6개가 되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미국의 F-22 랩터였다.

“해동청 전투기들도 작전을 시작했고,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인가?”

러시아와 일본의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이들이 움직이는 순간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메테오가 떨어지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일단 러시아는 동부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전차만 무려 5,000대 넘게 대기 중이다. 각종 포는 6000문이 넘어간다.

전투기들은 Su-27이 편대 비행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참전하는 순간 전쟁은 순식간에 끝난다.

다행인 점은 중국이 북한을 침략한 뒤에 러시아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느라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슬그머니 교토의 마이즈루에 위치한 제3 호위대군을 움직였다.

항공모함 1척, 이지스 구축함 3척, 구축함 4척, 잠수함 2척이 제주도와 독도 근방에서 훈련이라는 핑계로 대기 중이었다.

“이 녀석들은 확실히 대한민국이 중국에 당하는 순간 밀고 올라올 거고…….”

이 녀석들도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문제는 이곳이군.”

함경북도의 풍계리에는 중국의 군대로 표시되는 붉은 점들 250여 개가 쫙 깔려 있고 15개의 보라색 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보라색 점은 핵폭탄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 1개의 보라색 점이 산꼭대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성호가 급하게 김동선 대장에게 연락했다.

“김동선 대장님 저 이성호 소위입니다.”

[말하게.]

전쟁 중이라 그런지 말투에서 긴장감이 묻어 나왔다.

“도깨비 부대원을 바로 모아 주십시오.”

[지금까지 명단만 만들고 한 번도 소집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네.”

707 특수 임무 대대, 줄여서 707특임대는 대한민국 육군 특수작전 사령부 소속의 특수 부대다.

대테러 부대로 소개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X파일이라 불리는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부대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국내 테러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고 해외의 테러 사건들을 전담하고 있다.

707 특임대의 신상은 2급 보안 사항이라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박찬길 대위, 무려 8년이나 707 특임대에 있으면서 중동, 러시아, 동남아 등에서 특수 작전을 지휘 및 참여했다.

170 정도의 작은 키였지만 혼자 맨손으로 일반인 100명 정도와 붙어서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미래 빌딩 45층 4502호로 들어갈 것.]

작은 쪽지에는 목적지만 적혀 있었다.

이곳에 자신을 보내면서 일급 비밀이며 목숨을 걸라고만 했다.

“이게 목숨을 걸 정도의 일급 비밀이라니…….”

미래 빌딩의 45층 4502호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죽음을 각오하라면서 707특임대에서 쫓아냈다. 나오면서 모든 장비를 놓고 나와야 했다.

미래 빌딩의 중앙 로비를 지나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는 엘리베이터는 피했다.

45층 정도야 계단으로도 거뜬하니까 말이다.

올라와 보니 좁고 작은 복도가 보였고 많은 수의 방이 보였다.

4502호 방은 가장 끝에 있었다.

“뭐지, 여긴?”

문을 여니 500평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

복도 가장 끝에 있는 방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 거대한 공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문밖과 안을 번갈아 살피는 박찬길이다.

“신기하네.”

“꼴찌네요. 박찬길 대위님.”

짧게 기른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가 거기 있었다.

줄무늬 추리닝 바지만 입어서 상체의 잘 다듬어진 근육들이 아름답게 꿈틀댔다.

“설마 이성호 회장?”

여기가 미래 빌딩인 건 맞으니 그렇다 치지만 1급 비밀이라는 이곳에서 이성호 회장이 직접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저를 아시는 것 같으니 넘어가고 일단 한 번 붙어봅시다.”

“네?”

“일단 덤비라고.”

성호가 손가락을 까딱하며 박찬길을 도발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로 합니다.”

“거 말 많네, 실력 한번 보자고. 얼른 덤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먼저 온 선객들이 보였다.

다들 쟁쟁한 실력자들 같은데 다들 기절해 있었다.

그중에서 10명은 아는 얼굴이고 4명은 모르는 얼굴이다.

특히 오른쪽 구석에 거꾸로 처박혀 있는 사람은 한때 707 특임대 교관이었던 분이다.

작은 대검 하나만 있다면 100명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대검이 없으셨나?’

아니다. 떡하니 바닥에 부러져 나간 대검이 보였다.

주변을 자세히 보니 자기와 같이 작전하느라 몇 번 본적이 없는 UDU 해군첩보부대원이 보였다. 그리고 해체되었다고 소문만 자자한 HID 대원들도 보였다.

이 정도면 저 이성호 회장의 실력이 보통은 아니라는 뜻이다.

박찬길이 몸을 약간 풀면서 전투 자세를 잡았다.

“갑니다!”

일직선으로 튀어 나간 박찬길은 성호 앞에서 급격히 몸을 회전하면서 발차기로 바닥을 쓸었다.

“몸이 꽤 빠르군요.”

한발 물러서며 간단하게 피하는 성호다.

보통 발차기는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큰 동작이 나오기 때문에 근접전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박찬길의 빠른 발차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팍팍팍!

성호의 손과 부딪칠 때마다 들리는 타격음만으로도 파워와 스피드가 상당했다.

“이게 다라면 실망입니다.”

“아직!”

박찬길의 몸이 쭉, 하고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빨라 다리가 여러 개로 보이는 연속된 발차기는 성호의 허리와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성호가 그 중심을 향해 움직였다.

-휘리릭.

성호의 손짓에 박찬길의 몸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회전했다.

-쿠웅!

“끄윽!”

박찬길은 끝내 바닥에 처박혔다.

“지금까지 오신 분 중에 가장 정확하고 빨랐어요.”

자신이 익힌 것만 해도 검도부터 유도, 태권도, 킥복싱 등에서 프로 선수급이며 특공 무술을 더 하면 거의 살인 병기와 다를 게 없다.

그런 자신이 손도 못 써보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끄응, 대검을 써도 됩니까?”

“쓰세요. 이미 쓰신 분들도 많으니. 아! 어떤 분은 권총을 꺼내셨는데 그게 특기라면 그걸 써도 됩니다.”

‘권총을 꺼내라고?’

성호의 말에 놀란 박찬길이 주춤했다.

‘뭐지, 이 빨간 머리 불량 회장님은?’

하지만 성호의 말을 무시하기에는 707특임대에서 대검의 대가라는 교관이 거꾸로 고꾸라져 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대검을 꺼내 들었다.

“조심하십시오.”

-휘리릭.

대검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성호의 몸을 공격했다.

“요기가 비어있네요.”

-퍼억!

대검이 성호의 어깨를 노리는 순간 턱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종이 한 장 차이!

이 주먹 한 방에 박찬길의 몸이 1미터가량 떠올랐다.

‘무슨 실력 차이가…….’

이 생각을 끝으로 707 특임대에서 ‘블랙윈도우’라고 불리는 박찬길이 의식을 잃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웨이크.”

성호의 목소리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끄응.”

시간이 지났다고 맞은 부위가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아팠다.

박찬길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반짝이는 천장이었다. 무슨 이상한 모양들이 서로 겹쳐져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 정체는 급하게 만든 공간 확장 및사일런스 기능을 유지하게 만드는 마나 회로다.

실제로는 10평의 방이 500평으로 변한 것도, 이곳의 소음을 밖으로 들리지 않게 하여 도청이나 투시, 소음을 방지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짝짝!

“다들 일어나셨으니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성호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군기가 사람을 만든다.

아니, 구타가 사람을 만든다.

이미 대련을 통해서 이성호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인지 그냥 서 있어도 오와 열이 딱딱 맞았다.

총인원 15명, 세상에 알려진 707 특임대, UDT, 공군의 제6 탐색구조 비행대들이 보였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룡 특수 수색대, HID 북파 공작대, UDU 해군첩보부대까지 다양했다.

“저는 앞으로 여러분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이성호 소위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 대단히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대답은 우렁차게 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뭐지? 그룹의 회장의 직위가 왜 소위야?’

‘왜 일개 그룹의 회장이 우리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는데?’

그러나 강력한 성호의 무력 앞에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말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은 도깨비 부대 베타 팀인 비형(鼻荊) 대대입니다.”

“넵!”

‘아! 도깨비 부대.’

‘도깨비 부대의 베타 팀 비형 대대!’

비형랑,

삼국유사에 나오는 인물로 귀신의 아들로 태어나 도깨비를 부렸다는 인물이 바로 비형랑이다.

그 이름에서 따온 것이 비형 대대다.

성호가 백광현과 망치파의 도깨비들과 구분하기 위해 따로 이름을 만든 것이다.

당연히 백광현이 속한 진짜 도깨비들이 바로 알파팀이다.

“도깨비 부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도깨비 가면을 쓴 이 부대는 만년호 침몰에서 사람들을 구함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세상에는 미래 그룹의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장비들을 활용하는 특수 부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는 도깨비 부대다.

그런 부대로 차출해 온 것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기밀이다. 누설하는 즉시 내가 찾아가 박살을 낼 겁니다. 알겠습니까?”

“넵!”

“우리는 30분 뒤에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로 이동합니다.”

“넵!”

-꿀꺽.

풍계리가 나오자마자 다들 긴장했다.

북한의 핵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 풍계리다. 그런 곳에 침투해서 해야 하는 일은 뻔했다.

“이미 중국의 제67 특수 작전 여단과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특수부대가 북한의 핵폭탄을 탈취 중이며 이를 막고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넵!”

“지금 여러분들 뒤에는 마나 에너지로 작동되는 장비가 놓여 있습니다. 단 5분 줍니다. 착용!”

“착용!”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커다란 가방을 열자 검은색의 전투복이 나왔다.

검은색 특수복이야 전에 많이 입어 봤으니 금방 착용했다.

“이게 바로 그거군.”

붉은색의 도깨비 가면이 나왔다.

보통 전투 헬멧을 쓰는데 도깨비 부대는 이 가면을 착용했다.

자신들이 평상시 사용하던 HK416 돌격 소총과 제리코 941 권총도 보였다.

총열의 커버에 뭔가 장착한 것을 빼고는 전에 쓰던 것과 비슷했다.

방탄복도 전에 쓰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주머니 안에는 탄창이 아닌 수정구처럼 보이는 것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들어 있었다.

“장비를 착용했으면 전부 이쪽으로 모입니다.”

“넵!”

성호도 이들과 똑같은 장비를 입었다.

도깨비 모양의 전투 헬멧, 검은색 복장에 방탄복과 옆에 찬 제리코 941 권총과 HK416 돌격 소총이 보였다.

도깨비 가면이 흰색인 것과 팔과 다리에 마나 배터리가 더 많이 달린 것만 달랐다.

“가장 먼저 대검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전부 대검을 꺼냅니다.”

성호가 허리에 걸려 있던 대검을 뽑아 들었다.

“어?”

박찬길은 대검을 꺼내며 황당해했다.

칼날이 없다. 날만 없는 게 아니라 칼 자체가 없다.

대검은 손잡이만 있었다.

“손잡이만 있어서 당황하셨을 겁니다. 손잡이를 움켜쥐면 칼날이 나오는데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고 광선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티타늄까지 댕겅댕겅 잘라낼 정도니, 주의 바랍니다.”

-쭈웅……!

30㎝ 정도의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나타났다.

“다음은 총기류입니다. 여기 보이는 HK416 돌격소총은 다들 자주 사용하는 장비니 아실 겁니다. 여기에 소음을 억제하는 장비를 달았습니다.”

-처컥!

성호가 총을 장전하더니 바로 박찬길에게 발사했다.

-팅팅팅!

“으악!”

박찬길은 성호의 갑작스러운 총질에 반사적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갔다.

-팅팅팅팅!

총알이 눈앞에서 튕겨져 나가고 있다.

“뭡니까, 이거!”

발사된 총에서는 전혀 소리가 안 나니 놀랍기는 했다.

그런데 방어막이라니!

발사된 총알이 눈앞에서 튕겨 나가고 있었다.

“놀랐습니까?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방탄복에는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실드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드 사용 중에도 적을 공격 할 수는 있죠.”

놀라운 장비다.

전쟁 중에 보호막이 생겨서 총알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전투력이 얼마나 올라갈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벌써 입을 벌리고 있으면 안 되죠. 이제 막 시작인데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