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83화 (83/225)
  • 《83화》

    북한의 국도는 정말 오래된 도로였다.

    조용하게 달려가던 백호 전차가 점점 투명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눈이나 레이더, 모든 감시 장비로는 백호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400대의 백호 전차는 모두 제6 기갑연대로 재편되었다.

    모두 백호 전차로 만들어진 제6 기갑 연대는 위로 향하는 화살표 마크가 아닌 도깨비 모양의 마크를 사용한다. 부대의 이름은 백귀(白鬼)라고 지어졌다.

    제6 기갑 연대는 다른 전차 연대와 다르게 오직 백호 전차로만 구성되어 있고 40대씩 총 10개의 전차대대로 나누어졌다.

    “지금부터 백귀 전차연대는 평양으로 진격한다. 이미 레이더에 적군의 위치가 표시되어있고 같은 편인 북한군들도 표시가 되어있다. 그러니 잘 구별해서 공격하기 바란다.”

    마나 레이더는 피아식별 기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송철 상장을 따르는 북한군과 중국 편을 드는 북한군을 구별해서 지도에 표시해 줬다.

    “포를 쏘는 즉시 표적이 되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저번 훈련 때처럼 숨어서 쏜다고 기다리거나 목표물을 조준한다고 기다리는 습관은 버리도록 한다.”

    지난 한 달간의 훈련을 통해서 백호 전차의 최적 전술이 나왔다.

    투명화된 백호 전차는 엄폐가 필요 없다.

    다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포를 발사한 직후다. 발사 위치를 추정해서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빠른 기동 속도로 이동하며 적을 공격해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 기갑 부대로 모여 있기보다는 흩어져서 적을 포위 섬멸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았다.

    “자, 이제 각자 흩어져서 보이는 적군에 대해서 자유롭게 공격을 한다. 다만 마나 배터리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니 기존 포탄 무기들을 사용하고 나중에 플라즈마 포를 사용한다. 알아들었으면 각자 흩어져.”

    “넵!”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흔적은 이미 지나가 버린 자리에 남는 바퀴 자국뿐이다.

    백호 전차의 가속력은 기존의 모든 전차를 뛰어넘는다.

    시속 150km까지 가속하는데 20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 속도로 평양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는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를 통해서 달려갔다.

    보통의 전차전은 화력의 집중화나 방어를 위해서 대형을 만들어서 몰려다닌다.

    그러나 백호 전차부대는 모두 한 대씩 흩어졌다.

    한 대씩 흩어져야 적에게 걸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강력한 화력을 가졌기 때문에 유사시에 대비가 가능하다.

    백호 전차 27호는 평양개성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방도로를 타고 대동강 역을 향했다.

    “우측 건물 옥상 대공포 진지 발견, HE(High Explosive) 장전 발사”

    -위잉, 투둥!

    백호 전차의 내부에는 아직 기존의 포탄을 쏠 수 있는 장비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기존 포신에 플라즈마 포를 장착했을 뿐이다. 포신이 굵어지긴 했지만 새로 부착한 플라즈마 포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포탄도 사용이 가능하다.

    플라즈마 포를 마구 쏘면서 달리고 싶지만 마나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 마나 배터리가 떨어지면 투명화뿐만 아니라 보호막도 사라진다. 그러면 전차 속도는 70킬로미터로 떨어지고 자가 중력이 없기에 승차감은 엉망이 된다.

    그리고 대량 살상을 위해서는 플라즈마 포보다는 일반 포탄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적의 전차를 향해서는 플라즈마 포를, 일반 군인들에게는 HE(High Explosive)를 사용하는 훈련을 했었다.

    -쿠웅!

    백호 전차 내부에서 포탄을 자동 장전하는 소리가 나더니 바로 발사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런 소음은 전차 내부에서 들리는 것일 뿐 밖에서는 전혀 소리가 안 난다.

    소음기를 장착한 전차라고 보면 된다.

    -콰앙!

    대동강 역 옆에 위치한 5층 높이의 건물 옥상이 폭발하며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주변에 대공포 진지 4곳 추가 발견, HE(High Explosive) 장전 발사!”

    백호 전차도 해동청과 마찬가지로 마나 스캔을 이용한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그로 인해서 주변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적에게 바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계속해서 장전하는 소리와 발사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 왔다.

    적은 공격을 받는 중에도 백호 전차를 향해서 응사할 수 없었다.

    보이지도 않고 포탄을 쏘는 소리도 안 난다. 거리는 대략 3km 밖에서 쏘기 시작하는데 누가 알겠는가?

    “HE(High Explosive) 탄약 15발 전부 사용했습니다. 지금부터는 APFSDS 뿐입니다. 플라즈마 포를 사용하겠습니다.”

    APFSDS는 날개 안정식 분리 철갑탄으로 불리는데 APDS 탄의 개량형이다.

    APDS탄은 포탄이 포구 밖으로 발사가 된 뒤에 한 번 더 폭발하면서 내부에 장착된 꼬챙이 모양의 포탄을 다시 발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 포탄은 날탄이다. 충격만 전해줄 뿐 폭발물이 들어 있지 않다.

    그냥 전차의 장갑을 뚫는 용일 뿐이지 대인 살상용은 아니라는 거다.

    “대공 진지 공격인데 날탄은 소용없겠네, 플라즈마 볼 사용을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백호 전차의 포신 윗부분에 장착된 플라즈마 포는 엄청난 온도의 화염 덩어리를 발사해서 상대방을 녹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어느 정도냐 하면 상대방 전차의 절반이 순식간에 붉게 변하면서 녹아내릴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면서 대폭발을 일으킨다.

    “현재 마나 충전 98% 상태입니다. 총 122발의 플라즈마 볼이 발사 가능합니다.”

    “준비되는 대로 발사.”

    “발사”

    백호 전차는 건물 사이로 들어가며 엄폐한 다음 플라즈마 볼을 쏘기 시작했다.

    연속으로 쏘아진 총 7발의 불덩어리가 건물 사이에서 튀어나오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며 곡선을 그리고 날아갔다.

    유도 기능이 있어 포신을 돌리거나 조준할 필요가 없다. 그냥 쏘면 알아서 날아간다.

    -피웅! 피웅!

    연속으로 날아간 불덩어리는 북한이 자랑하는 대공포 진지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고열을 내기 시작했다. 주변 10m 근방이 바로 녹아 버리고 그로 인한 폭발로 50m 근방에 사망자가 속출했다.

    “제1, 2, 3, 4, 5, 6 목표에 명중, 3번 목표 지점에서 AT-3 Sagger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방향은? 우리 쪽이야?”

    “500m 근방에 있는 건물입니다. 방금 그곳에 명중했습니다.”

    “휴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우리를 못 보는 거군.”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차피 맞춰도 방어막이 막아준다. 자리를 옮기며 플라즈마 볼을 계속 발사한다.”

    “알겠습니다.”

    백호 전차가 소리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주변에 보이는 대공 진지나 장갑차 등에 플라즈마 볼을 발사했다.

    ***

    김송철 상장은 곡산으로 포병과 기계화 부대를 다 밀어 넣었다.

    곡산이 바로 북부 전선에서 평양에 있는 서부 전선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평안 방위 사령부와 그들을 따르는 4군단, 12군단이 움직였다.

    특히 12군단의 제934포병여단이 엄청난 포탄 공격을 퍼부었다.

    곡산에서 가장 높은 산에 장갑차를 타고 오른 김송철 사장이 자신을 따르는 1군단과 5군단을 지휘했다.

    “우리도 쏘라우!”

    김송철 상장이 1군단의 제1사단을 시켜 2, 3, 14 포병 연대의 공격을 명령했다.

    엄청난 포탄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며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뭐하네? 6사단 1, 13, 15포병 연대도 같이 쏘라!”

    1군단은 원래 최전방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된 포병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강했다.

    그런 포병이 일제히 공격하자 934포병여단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밀고 올라가라우!”

    제820 전차 군단이 움직였다.

    동원 가능한 모든 군대가 평양 바로 아래의 상원으로 몰려들었다.

    -위이이이잉!

    “전투기다!”

    안 그래도 기름이 없어 뜨질 못한다는 북한 전투기들이 떴다.

    전투기인 MiG-23, MiG-29와 지상 공격기인 Su-25가 나타난 것이다. 나머지는 기름도 없을뿐더러 전력에 도움이 안 되고 도리어 방해만 된다.

    지금부터는 누가 제공권을 가져가는지에 따라서 승리가 정해질 것이다.

    ***

    개성 상공, 해동청 전투기의 꽁무니를 F-22랩터가 쫓았다.

    F-22를 타고 있는 마이클은 해동청의 뒤를 쫓아가며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지만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다.

    떡하니 레이더에 잡히고, 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이 좀 많이 달리긴 했어도 날개 아래에 다 보였다.

    해동청의 어깨 부분에서 엔진 부위로 이어지는 몸통이 완만하게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FA-50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급하게 제작하느라 반쪽짜리 비행기를 만든 것 같았다. FA-50도 미국의 기술을 흡수하며 만든 비행기가 아닌가 말이다.

    “뭐가 다른 거지?”

    F-22 랩터의 편대장인 마이클 대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동청이라는 대한민국의 신형 비행기가 별로 특이한 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에게 들어온 비밀 정보 안에는 해동청 전투기는 레이더에 걸리지 않으며, 엄청난 화력이 있는 것으로 쓰여 있었다.

    “지금부터는 북한 상공이니게 모두 조심혀.”

    해동청의 이창훈 소령이 모든 조종사에게 조심할 것을 지시했다.

    이곳은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실제 전장이다.

    “북한의 첫 번째 대공포 사격이 시작되면유 스텔스, 투명화, 사일런스를 작동시키고 블링크를 사용해서 F-22를 떨궈야 혀.”

    “알겠습니다.”

    “우리는 온천 비행장과 평양 일대의 대공망을 장악한 뒤에 중공군의 머리에 불벼락을 떨궈 줄 거여.”

    “옛써!”

    -퍼엉!

    공중으로 북한의 대공포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북한의 대공포는 레이더를 보고 쏘는 게 아니다. 그냥 쏘는 거다.

    -삐삐삐삐!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북한의 대공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SA-3 고아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2단 고체로켓 추진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재수가 없었던 걸까, 한국의 신형 전투기 해동청 뒤로 북한의 대공 미사일 SA-3이 추격해 왔다.

    전부 날리는 건지 거의 수십 발이 동시에 날아왔다.

    “이창훈 소령, 그쪽으로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피해라!”

    그 모습을 멀리서 레이더로 보던 F-22 편대를 이끌던 마이클은 안타까워했다.

    만에 하나 F-22 랩터가 레이더에 걸려 저런 미사일 공격을 받는다면 솔직히 피할 자신이 없었다.

    한국군의 해동청 전투기 편대가 북한의 대공 미사일을 피해서 빨간 불덩이를 뿌리고는 여기저기로 산개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흩어지는 방식으로는 빠르게 뒤따라오는 대공미사일을 피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번쩍!

    그때 갑자기 밝은 섬광이 터지면서 해동청 전투들이 모두 사라졌다.

    “뭐야?”

    F-22 전투기 조종사들은 지금 자신의 눈을 비비고 있었다. 조금 전에 눈에 보이던 한국의 신형 전투기들이 사라진 것이다.

    “설마 그대로 미사일에 맞은 건 아니겠지?”

    북한이 쏜 SA-3 미사일들이 허공을 지나 구름 위에서 방향을 못 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게 F-22의 레이더에도 보였다. 그러나 해동청이라는 한국의 신형 전투기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냥 전투기가 아니란 말인가? 백두산 나와라, 여기는 독수리다.”

    백두산은 해동청 편대의 암호명이다.

    [여기는 백두산,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있네. 입은 다물고, 뭘 그리 놀래는가?]

    F-22 조종사 마이클 대령은 무전 내용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자신이 놀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위치에 한국의 신형 전투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구름도 없는데 어디로 사라진 거지?”

    한국의 신형 전투기는 미국에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스텔스 기능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해동청 전투기들은 지금 F-22 랩터의 눈을 속이고 주변에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창훈 소령? 자네들 지금 어디 있나?”

    [눈앞?]

    “농담하지 말게.”

    [하하하, 우리는 평양의 제공권을 장악한 뒤에 함경북도로 올라가겠네. 잘 놀다가 돌아가게.]

    지금 레이더를 보니 해동청이라고 불리는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스텔스 기능이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대체 어떻게 눈앞에서 사라진 거지?”

    이걸 확인해 보는 확실한 방법은 더 좋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는 F-22 편대장 마이클 대령이다. 지휘 통제 본부 수신 바란다.”

    [여기는 1526조기 경보기 E-2C 호크아이다. 말하라.]

    “그쪽에도 한국의 신형 전투기들이 안 보이나?”

    [이쪽에서도 사라졌다. 전혀 잡히지 않는다. 인공위성 쪽에서도 못 찾는 것을 보면 구름 안에 들어간 것 같다.]

    “무슨 소리인가? 여기는 구름 한 점 없다.”

    F-22의 레이더에도 보이지 않는다. 150 킬로미터 밖에서 비행 중인 조기 경보기 E-2C 호크아이의 눈에도 보지 못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되는 레이저 망원경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의 형태와 모양을 가지고 자동으로 파악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확인을 못 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레이더에 잡힌 것은 스텔스 기능을 실행하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여기는 독수리 백두산 나와라.”

    [여기는 백두산, 바쁜데 자꾸 불러. 왜?]

    “방금 자네 비행기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그런 기능을 뭐라고 부르는 건가?”

    마이클 대위가 말하는 사라졌다는 표현은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서 사라진 것을 말하는 것이다.

    [놀랐지? 대단하지? 지리지?]

    100점 맞은 자식 자랑을 이제 막 하려는 부모의 심정이 이럴까?

    좋은 직장에 취직했는데 그것을 이제 막 친구에게 자랑하는 심정이 이럴까?

    [기밀 사항이네. 그럼 이만.]

    “…….”

    무전이 꺼졌다.

    이창훈 소령의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영어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이클은 그냥 F-22 랩터를 끌고 돌아가야 했다.

    뭔가 보여야 정탐을 할 것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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