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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82화 (82/225)
  • 《82화》

    북한의 기갑 사단에서 강하기로 소문난 1군단이 모여들었다.

    1군단의 김송철 상장이 평양의 내전을 막고자 움직이자 많은 군 장성들이 그 뒤를 따랐다.

    “내레, 중국 때 놈들에게 우리 조국을 바치느니 차라리 같은 민족인 남조선 동무들과 손을 잡갔어! 그카면 인민들이 배 곪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갔어?”

    “굶지 않는 세상! 저는 찬성입네다.”

    김성은이가 살아 있었다면 생각도 못 할 생각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총살감이니 말이다. 그러나 김성은이 죽고 북한 군부는 그동안 너무 많이 굶주렸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잘사는 남한에 대해 알고 있는 북한 군인들이 많았다.

    “우리는 김송철 대장만 믿갔어.”

    김송철 상장을 따라나선 북한 군부대들이 늘어나자 그 인파들이 평양을 향해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서 최전방에 있던 기갑 여단과 포병 사단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황당해한 것은 대한민국의 군인들이었다. 자신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포병과 전차 부대가 북으로 올라가면서 사라져다.

    대한민국도 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습이 아닌 실전이다.

    손톱과 머리카락을 자신의 유서로 사용될 편지 봉투에 넣는 국군 장병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10월 15일 오전, 전군은 북진한다.”

    “북한의 내전을 종식하고 재건을 돕는다.”

    “본 작전명은 ‘여명’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내전에 참전하는 여명 작전이 시작되었다.

    북한을 침략하는 게 아닌 도와주러 가는 거다. 그러니 너무 과한 전력은 도리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국민의 여론의 움직임도 조심해야 했다.

    -우리 아들, 번개 부대에 있는데 어떻게 해.

    -나는 전쟁 결사반대.

    -북한을 돕기 위해 목숨 버리는 장병들이 불쌍하다.

    -대한민국을 떠나야지, 같이 떠날 사람 구함.

    -님 만 떠나 삼 나는 나라 지킴.

    -정신 차려, 중국의 다음 목표는 대한민국이여.

    -예비군 모두 소집 대기 중이니 불러만 주라.

    -나 내일 제대인데 눈물 남.

    이런 상황을 국회의원들과 사회 지도자들, 미래 그룹이 돕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중국은 이미 대한민국까지 공격하기로 하였습니다.

    -북진해서 막는 것이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장병들이 잘 싸우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께서 일상에 전념해야 합니다.

    -국민에게는 총알 하나, 미사일 하나 날아오지 않게 하겠습니다.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의 승리를 응원합니다.

    대한민국은 무려 70년간 분단국가였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져 있었다. 언제든지 전쟁의 위협이 계속되다 보니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전쟁 참전에도 평상시처럼 쇼핑했고 여행을 갔다.

    물론 많이 위축되고 사재기가 성행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안정되어 갔다.

    그러나 그건 일반 시민의 일이다.

    제2기갑여단 충성부대가 K200A1 보병 수송 장갑차와 육군 트럭에 보병들이 실려서 먼저 출발했다.

    그 뒤를 따라서 BMP-3 전투 장갑차가 이들을 호위하듯 떠났다.

    -부아앙!

    군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언제나 전쟁을 생각해 본적은 많지만 실제로 전쟁터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두려움과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지금 북한에서는 내전이 일어났다.

    중국의 군대들이 북한의 함경북도를 시작으로 침략 전쟁을 시작한 상황.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때를 기다리던 대한민국의 군대가 개성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최전방에 있던 북한의 군대들이 이 소식을 듣고는 길을 열어 주었다.

    개성으로 남한의 대규모 기갑사단이 이동하자 북한 초소의 북한군들이 다 나와서 이를 구경했다.

    “이거이 황당하구만기레.”

    “글치? 남조선이 먼저 내전이 나서리. 우리가 내려갈 줄 알았는데 말이지.”

    “고거이 김송철 상장의 뜻에 따라 길을 열어 주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 아니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통일 대교를 대한민국의 군인들과 기갑 사단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던 북한 쪽의 초소 군인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남한 기갑전력은 새것이었고 신식 장비들이었다.

    낡아서 기름칠하고 페인트를 덕지덕지 발라서 간신히 돌리던 북한의 무기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거기에다가 군인들의 체격이 북한의 군인들하고는 전혀 달랐다. 북한 군인들의 평균 키가 150cm다.

    그런데 대한민국 군인들의 평균 키는 175cm다.

    25cm 정도 차이가 나니 애들하고 어른 같은 느낌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저거이 뭐이드매?”

    그때 북한군 눈에 특이한 전차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온통 흰색으로 도장을 한 이 전차는 국방색의 다른 전차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다른 전차에 달여 있는 번개 부대 표시가 아니라 도깨비 얼굴이 그려져 있어 괴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흑표 전차이지만 흑표가 아닌 전차.

    K-3 백호 전차다.

    엔진은 사일런스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옆에 지나가도 소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소리가 안 나게 고안된 것이 아니라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기능인 것이다.

    백호의 무장으로는 플라즈마 포를 장착했다.

    플라즈마 포에서 발사된 플라즈마 볼은 순간적인 고온을 내며 상대 전차 절반을 순간적으로 증발시켜 버리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때 엄청난 양의 물체들이 고열에 증발해 버리면서 팽창 폭발이 일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유도 기능이 있어 정면을 향해 쏴도 뒤에 있는 적군을 맞출 수 있다.

    스텔스 기능과 투명화 기능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실드가 내장되어 있어 능동 방어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한 적의 공격을 이차적으로 차단하게 설계되었다.

    북한 군인들이 이 전차의 생김새에 놀라고 너무 조용해서 한 번 더 놀랐다.

    옆으로 지나갔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난다.

    “저거이 그냥 옆으로 다가올 때까지 모를 수도 있갔어.”

    “설마? 저렇게 큰데 말이네?”

    “지금 소리가 들리네? 안들리지비?”

    “그렇구나야.”

    “생각해 보라우. 깜깜한 밤에 저렇게 아무 소리도 안 나는 전차가 부대 바로 앞에까지 와서 포를 갈기는 거 말이디.”

    “넌 엄폐도 모르네? 저거이 흰색 아니네? 그게 가능하갔어?”

    “그렇긴 하구나야. 왜 남한 동무들은 탱크를 흰색으로 했지?”

    이들이 투명화와 스텔스, 실드 기능까지 알게 되면 놀라 까무러칠 것이다.

    개성의 시내를 나와서 고속도로라지만 허름한 도로를 지나갈 때였다. 북한의 장갑차와 군인들이 길가에서 호위하듯 대기 중이었다.

    “인민군 제6사단 1연대, 박로명 중좌입네다. 남조선 군인 동무들을 호위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네다.”

    “반갑습니다. 제2기갑여단 충성부대의 이혁봉 대대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로명은 개풍군에 있다는 제6사단 소속이었다.

    대규모의 장갑차와 군인들이지만 17사단 번개 부대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북한으로 넘어 온 이상 서로 얼굴을 붉히기는 어려웠다.

    이혁봉 대대장은 트럭에 싣고 온 상자 열 개를 열었다.

    “이게 뭐이드레요?”

    “초코빵입니다.”

    “아! 그 유명한 쵸코빵!”

    금방 두 군대가 친해졌다.

    제2기갑여단 충성부대는 지금 길가에 호위해 있는 북한의 군대들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서로 총부리를 대고 산지 70년이 넘는 지금, 이렇게 휴전선을 지나 북한군이 호위하는 가운데 평양으로 진격하니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다.

    -바바바바바!

    대한민국의 K1A2 전차 상공 위로 AH-64E 아팟치 헬기 4대가 날아갔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AH-1S 코브라 헬기 12대가 뒤를 따랐다.

    아팟치 헬기는 한국에 총 36대가 2015년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미군이 사용하던 것을 물려받은 것일 뿐 새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코브라 헬기는 이미 30년이라는 오래된 나이가 문제였다.

    그러나 육군에서 운영하는 이 두 가지 공격 헬기가 전차들에는 절대로 만나기 싫은 녀석임은 틀림없다.

    “남조선 직승기가 대단하구만.”

    “글구 저 뒤의 허연 전차 봤습네까? 내레 충격으로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립네다.”

    “나도 봤지비, 그 무거운 전차가 어드렇게 그리 조용하고 빨리 움직이는지 안 놀라는 놈이레 누가 있갔어.”

    작전 수행을 하기 위해 백호 전차가 다른 전차들을 앞지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보통 북한에 있는 전차들은 평균 시속 50~60km밖에 안 된다.

    그런데 백호 전차가 100km 이상의 속도로 앞으로 쭉쭉 달려 나갔다.

    더 놀라운 건 소리가 전혀 안 난다는 것이다.

    대열을 벗어난 백호 전차는 속도를 올려 150km로 달려가며 평양으로 먼저 올라가기 시작했다.

    K1 전차들의 행렬이 끝나는 부분에는 작전 지휘 장갑차 K-277이 뒤를 따랐다.

    다양한 통신망을 구축해서 무선 전투 지휘가 가능하고 지휘소 천막을 휴대해서 필요하면 즉각 작전 지휘본부로 사용할 수 있다.

    K-277장갑차 안에는 이번 여명 작전을 위해 출동한 제2기갑여단 충성부대를 인솔하는 이혁봉 대대장(중령)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대대장님께서는 아직도 멀미가 심하지 말입니다.”

    “몰라, 이 새끼야. 거의 10년 만에 장갑차를 탔는데 당연히 멀미하지.”

    “저는 안 하지 말입니다.”

    “그래, 너 잘났다. 임혁필, 너 이 자식 육군 사관학교 동창이지만 대대장에게 자꾸 말대꾸할래!”

    “시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기갑부대의 대대장께서 지휘 장갑차 안에서 멀미하시는 건 좀 아니지 말입니다.”

    “끄응…….”

    자동차를 너무 많이 타고 다녔나 보다. 오랜만에 장갑차를 무려 3시간을 타고 가니 멀미가 났다.

    “그런데 명령이 이상하지 말입니다.”

    “뭐가?”

    “그냥 북한군 따라서 평양까지 갔다가 오라고 하는 거 말입니다. 포를 쏘거나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점령한 곳을 찍고 오라고 하는 거 같단 말입니다.”

    “그거? 그건 다 이유가 있지. 우린 전쟁 안 해, 나중에 올라오는 민간인들 경호만 한다.”

    “네? 그럼 중국 땅개하고 북한 쿠테타 세력과는 누가 싸웁니까?”

    “너 앞서 출발한 백호라는 신형 전차 봤지?”

    “봤지 말입니다.”

    “그거만 평양을 공격하고 나서 북진한다고 하더라고. 그 녀석만 중국 군대를 공격한단다.”

    “네? 말이 안 되지 말입니다. 제가 봐도 숫자가 50대던데, 그거 가지고 그런 짓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말입니다.”

    “저 백호 전차가 어떤 괴물인지 넌 모를 거다.”

    “저도 봤지 말입니다. 빠른 기동성에 조용하니 대단하긴 대단하지 말입니다.”

    “너 백호 전차처럼 아무 소리가 안 나는데 투명하게 변하기까지 하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기습 공격하면 못 막지 말입니다.”

    “거기에다가 보호막도 있어서 미사일도 막는단다.”

    “하. 하. 하, 이 정도에 저는 안 속지 말입니다. 이혁봉 대대장님도 이 전쟁 중에 농담을 다 하시지 말입니다.”

    “농담 같이 들리냐? 너 흑표 전차가 모두 모인 적이 한 번 있지?”

    “한 달 전에 모두 소집된 적이 있지 말입니다.”

    “그때 모인 흑표 전차만 400대다. 그 400대 전부가 백호 전차로 개조되었다.”

    “정말 대대장님 농담도 잘하지 말입니다.”

    “정말 농담 같으냐? 실제로 백호 전차를 보고도?”

    “…….”

    “우리는 사리원시에서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대기한다. 알았지……. 우욱.”

    “멀미에는 제가 있지 말입니다.”

    이혁봉 대대장(중령)이 입을 급하게 막고는 비닐봉지 안에 구역질해댔다. 그런 그를 불쌍한 눈으로 임혁필 소령이 등을 두들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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