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성호는 미래 빌딩의 회장실에 있었다.
밖에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전쟁이 터졌지만 다들 할 일은 하며 살았다. 직장도 다니고 학교도 다녔다.
데이트도 즐기고 쇼핑도 즐겼다.
휴전이라는 전쟁 직전의 상황을 70년 넘게 보낸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의 무서움에 무뎌졌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런데도 일상적인 생활은 계속했다.
이런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안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굳은 얼굴로 말을 내뱉은 성호가 책상에 앉았다. 그러자 바로 공중에 컴퓨터 화면이 떠올랐다.
“사용자 이성호.”
[마나 스캔을 통하여 이성호 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보안을 위해 마나 스캔을 이용해 락 장치를 걸어 두었다.
세상의 어떤 해커가 와도 성호의 컴퓨터는 부팅시킬 수 없다.
게다가 에고 기능을 가진 성호의 컴퓨터는 12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
“메테오 프로그램 실행.”
[메테오 프로그램이 실행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화면이 떠오르고 울진에 있는 메테오 발사 시설이 보였다.
그냥 보기에는 태양열 발전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메테오라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발사하는 장치다.
지름 150m 정도의 원형 모양으로 지하에 이번에 대규모 공사를 통해 거대한 마나 배터리를 매설했다.
메테오라는 것은 우주에 있는 운석을 워프를 통해서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이동시켜 지상을 공격하는 마법이다.
운석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종류가 다양하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많은 수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리는 메테오다.
메테오 익스프로션은 단 하나의 5m에서 10m 정도 크기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리는 마법이다.
기가 메테오는 100m에서 크게는 수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운석을 소환한다. 너무 큰 운석을 소환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그런 메테오 마법진을 원격으로 실행하는 화면이다.
“발사할 수 있는 메테오의 수는 단 일곱 개.”
재료의 한계 때문에 메테오 마법은 8개가 한계다.
8개를 발사한 후에는 마법진이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린다.
아직까지는 구리로 만들어진 마법진의 한계였다.
전에 멘츄스 그룹의 회장이 사는 저택에 하나 쏴줬다.
그리고 이제 메테오 마법진은 일곱 번을 더 사용하면 망가진다.
“전기세 5억 정도야 그냥 써주자.”
메테오는 엄청난 전력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동안 충전해 놓은 거대한 마나 배터리로도 감당이 안 된다.
마법을 실행시키는 마나의 양을 헤르로 계산한다.
7개의 메테오 마법을 발사하면 총 90만 KWH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는 한 시간에 100만 KW를 생산하기 때문에 모든 전력을 끌어다 써야 하는 전력이다. 이를 만들어내는데 드는 전기세만 5억이 넘어간다.
“지도.”
공중에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이 보이는 지도가 떠올랐다.
“어디가 좋을까?”
어디 떨어져야 저 중국의 대군이 진격을 멈출까?
“천안문에 있는 인민대회당!”
천안문 광장의 서쪽에 있는 인민대회당은 중국 공산당 회의, 국제적인 행사 등이 열리는 중요한 장소다. 지금 전쟁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지휘하는 곳이 이곳이다.
“이곳에 떨어지면 중국의 수뇌부는 몰살당한다.”
성호는 이미 12년간의 악몽을 통해 무수한 전쟁을 경험했다.
전쟁을 일으킨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 성호는 아니다.
그동안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참았을 뿐이다.
“수뇌부가 없는데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과거의 군·구 체계라면 불가능해도 지금의 전구 체계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육군 위주의 군·구와는 달리 전구 체계는 육해공을 결합한 독립된 군대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5개로 나누어진 전구 형태의 군대는 각각 따로따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마든지 집단군 단위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산둥성 지난시에 있는 북부전구보다는 각각의 집단군 작전 지휘부에 떨어뜨리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북부 전구의 지린성 창춘시에 있는 78 집단군에 한 방, 랴오닝성 라오양 시에 있는 79 집단군에 한 방, 산둥성 웨이팡시에 있는 80 집단군에도 한 방씩 날려 줘야겠군.”
이렇게 되면 북부 전구는 일단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안전부(MSS)가 있는 후베이성 우한에 한 방 날려줘야 어느 정도 정보 수집을 못 할 거고 이로 인해서 시간을 벌 수 있다.”
중국의 국가 안전부는 미국의 CIA 같은 조직이다.
성호가 빠르게 좌표를 입력했다.
메테오가 떨어지는 곳은 이제 총 다섯 군데가 되었다.
전쟁의 상황을 통제하는 인민대회당, 중국의 정보망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MSS), 78, 79, 80 집단궁의 지휘소가 있는 건물에 하나씩!
“두 개가 남네.”
아껴 둘까?
아니다. 이런 건 빨리 쓰고 새롭게 메테오 발사 장치를 만드는 것이 낫다.
지금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또 쏴도 된다.
“어디가 좋을까?”
-깨톡.
마침 수지에게 문자가 왔다.
[뭐 해?]
“일하는 중.”
[전쟁 났는데 방위가 총 들고 북한으로 간 거 아니지?]
“회사야.”
[일하는 중이었나 보네?]
“응, 뭔가 좀 결정할 일이 생겨서.”
[그래? 나는 오늘 레포트 쓰느라 정신없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 중에 휴학하는 학교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중간고사도 그대로 진행되고 말이다.
“레포트 주제가 뭔데?”
[일본 역사학자 중에 구마다 고로라고 알아?]
“아니, 잘 몰라.”
[문제가 그 사람에 관해서 서술하라는 건데. 아는 사람이 없네, 시간도 없는데……. 나는 이만 레포트 쓰러 갈게~]
“응, 그래.”
수지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인터넷을 열었다.
“일본 역사학자 구마나 고로?”
마침 포털 사이트가 그 사람 때문에 시끄러웠다.
구마다 고로,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로서 요즘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군사력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조선은 일본이 통치하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속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 말 때문에 요즘 인터넷이 시끄럽다.
그리고 일본의 총리인 사배와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클릭하니 더 가관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통틀어 서양의 제국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청일전쟁은 결코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며, 러일전쟁은 러시아제국주의에 대한 통쾌한 일본의 반격이었다.]
“이게 미쳤나?”
아래로 내리니 동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영상을 클릭하니 일본 총리인 사배가 구마다 고로를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마다 고로 역사학자님의 말씀대로 대 일본 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게 아닙니다. 서양의 제국주의에서 아시아를 해방한 겁니다.]
침략을 저렇게 뻔뻔하게 말할 수도 있구나.
[이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의 애국자 영웅들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참배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입니다.]
영웅이 아니라 전범이겠지. 애국이 아니고 망신이고.
[지금 일본 기업이 어려운 것은 다 한국 기업 때문입니다.]
지금 미래 그룹이 일본 기업들을 무너뜨리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전자기기, 모니터, 배터리 시장을 완전히 박살 내고 수입 대부분을 쪽쪽 빨아 먹고 있으니 말이다.
[종군 위안부 문제는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으니 배상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성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걸 죽여 살려?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일본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무슨 사과입니까?]
성호가 자기도 모르게 좌표 두 개를 클릭했다.
“앗! 나도 모르게 그만.”
충동 구매와 홈쇼핑이 이래서 무섭다.
광고를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으니 말이다.
나중에 일본에 운석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자 친구의 레포트 때문이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뭐, 일단 최대한 작은 거하고, 민간인 지역은 피하면 되겠지.”
성호가 빨간색의 발사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울진에 있는 메테오 마법진이 실행되었다.
지하에 매설해 두었던 엄청난 크기의 마나 배터리가 밝은 빛을 내며 에너지를 내뿜었다.
땅이 전부 빛으로 둘러싸여 장관을 이루었다.
태양열판 뒤에 가려진 마법진들이 푸른빛을 내며 빛을 내며 아름답게 빛났다.
-슈웅!
그날 10분 간격으로 하늘로 총 7개의 빛이 우주로 날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메테오 마법진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는지 줄줄 녹아내리며 파괴되었다.
일본은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일본은 섬나라다.
그런데 그 섬이 지금 한해에 2~3cm씩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따라서 언제나 대륙을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쿠릴 열도, 센카쿠 열도, 독도를 가지고 영토 분쟁을 계속 일으키는 이유가 뭘까?
그건 전쟁을 향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군이 철군을 시작하자 자주국방을 외치며 군수 공장에서 마구 무기들을 뽑아냈다.
장거리 미사일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고 탱크와 야포, 이지스함 같은 무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핵무장을 했다고 선언까지 했다.
일본은 이번 기회에 욱일승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미 핵미사일도 있고 신무기들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과거 해상을 누비던 미국의 폐항공모함까지도 사들였다.
중국이 북침을 시작했으니 이제 북한은 망한 것과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 진퇴양란에 빠진 남한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고 끝내 중국은 남한까지 쳐들어갈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일본이 놓칠 수는 없었다.
일본의 천왕이 기거하는 천황궁, 고쿄!
도쿄에 있는 이곳은 넓은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는 많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126대 천왕인 구로히토 앞에는 일본 총리인 사배를 비롯한 30명의 일본 정치인, 20명의 군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일본 자위대의 이름은 이 시간부터 일본군으로 이름을 바꾼다.”
“옙, 천황 폐하!”
“자위대를 해산하고 일본군을 편성한다.”
“넵, 천황 폐하!”
“우리는 중국의 군대가 북한을 점령하고 남한까지 공격할 때 제주도와 부산, 독도를 점령한다. 일본 해상군은 상륙함을 준비하고 항공 총대는 이를 지원하라.”
“옙, 천황 폐하! 지금 중앙 집단 제1 공정단과 중앙 특수 작전군이 준비 중입니다.”
“일본 제국이 부활하는 중요한 시기다. 일본의 욱일승천하는 기운을 담아 철저하게 준비하라!”
“넵!”
“우리 일본은 100년 만에 아시아를 제패할 기회를 얻었다. 필사의 각오를 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넵!”
일본 자위대가 일본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일본은 의원내각제(議院 閣制)를 폐지하고 천왕 군주 체제로 바꾼다는 발표를 했다.
일본의 시민들은 평상시에도 천왕을 신처럼 모셨고 알게 모르게 정치적인 영향을 발휘해왔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도리어 강해져 가는 일본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