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꿈에도 그리던 스텔스 전투기인 해동청이 처음 전투에 출동하는 날이다.
서산 공군비행장으로 신명현 공군 참모 총장이 직접 왔다.
간단한 사열식이 끝나고 작전 회의실에 해동청 전투기의 조종사들이 모였다.
이번 북한의 내전과 중국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전설적인 비행사이자 120 전투 비행 대대 의문성일 대령이 나서서 작전을 설명했다.
“이번 임무는 해동청 신형 전투기만 투입된다. KF-16이나 F-15K의 지원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데 다른 전투기와 다닐 이유가 없었다.
“작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공중에 입체적으로 대한민국의 지도가 떠올랐다. 주변에 중국과 일본까지 그려진 지도에는 수많은 붉은 점과 파란 점, 그리고 녹색 점이 한 가득이었다.
“첫 번째는 북한의 제공권을 장악한다. 이를 위해서 제7, 8편대는 원산. 5, 6편대는 평양, 3, 4 편대는 함흥으로 이동하여 제공권을 장악한다.”
해동청 전투기는 딱 100대뿐이다.
그래서 10대씩 구성된 10개의 편대로 나누었다.
그중에 3, 4, 5, 6, 7, 8편대는 북한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동쪽의 원산, 서쪽의 평양, 북쪽의 함흥을 기점으로 출격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서해 앞바다에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를 치우기 위해 1, 2편대가 움직인다.”
중국은 지금 압록강의 끝자락과 남포항이 있는 곳까지 날아다니면서 위협 비행 중이다.
이로 인해서 북한의 해군 및 공군들은 고개도 못 내밀고 있다.
해동청 1, 2편대가 그날 파리들을 처리하기 위해 출격한다.
“나머지는 혹시 모르는 일본의 도발이나 중국 남해 함대를 경계하며 대기한다. 질문 있나?”
“왜 이번 출격에 미 공군이 함께 해유?”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창훈 소령이다.
해동청은 대한민국이 만든 비밀 병기다.
그런 것을 다른 나라에 대놓고 보여줘야 하는 게 불만이다.
“다들 의문이 많을 것이다. 감춰야 하는 비밀 병기를 아군이라는 이름 때문에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의 명령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이었다.
미국이 대한민국의 신무기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같이 비행하기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명령이지 부탁은 아닐 것이다.
안 하면 미사일을 수출 안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내가 한마디 하겠네.”
신명현 공군 참모 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군들, 우리의 신무기 해동청은 정말 강력하지. 그러나 숫자가 적네. 아직은 독불장군마냥 미국을 무시할 수 없지.”
신명현이 은색 안경을 올려 쓰며 비장하게 말했다.
“다만, 쫓아올 수 있어야 감시도 하는 거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확실히 보여 주면서 미국 전투기를 따돌려라. 앞으로 대한민국을 무시하지 않게 말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다.”
“근디, 미 공군에서는 어떤 전투기가 와유?”
“랩터다.”
“!”
서산 공군 비행장의 활주로에 검은색의 해동청 전투기들이 줄지어 나왔다.
옆구리에 하얀색으로 해동청의 그림이 마크되어 있었다.
-우웅!
수직 이륙한 뒤에 인비저블 비행을 시작하자 기체가 약간 반짝이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창훈 소령은 해동청을 이륙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랩터라…….”
랩터는 스텔스 전투기 중에서 최강이라고 생각되는 전투기다. 그런 전투기와의 조우는 해동청이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 말해줄 수 있는 증거였다.
투명화 마법과 스텔스 기능, 사일런스 시스템이 작동하면 아군의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
오직, 성호가 마련해준 마나 레이더로만 보이고 다른 어떤 레이더도 해동청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산 공군기지 상공에서 정확한 시간에 만나기로 했지만, 미국의 F-22 랩터가 늦게 출발함으로 기다려야 했다.
“미국 녀석들 거들먹거리느라 지각하는 거 아녀? 바비큐 파티나 하는 거 같단 말이여.”
“설마?”
F-22는 기상 문제로 출발이 조금 늦어진다고 한다.
사실은 진짜 바비큐 파티를 하느라 늦은 거지만 말이다.
해동청 전투 편대는 주변을 선회 비행하다가 5분이나 지나자 그냥 엔진을 끄고 공중에 대기했다.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서 하늘 한가운데서 정지해 있는 것이다.
만일 해동청이 이런 상태로 잠복하고 있다면 6시간 이상을 숨어있을 수 있다.
당연히 투명화와 스텔스 모드를 작동한 상태였다.
기다린 지 30분이 지났다.
“대장 심심하다. 핸드폰으로 게임하면 안 되죠?”
“안 디여, 우리 지금 잠복근무 중이여.”
“언제 공군이 이렇게 잠복근무를 해봤어야죠.”
“아, 심심해.”
“다들 정신 차려, 상대는 F-22 랩터여. 녀석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신호를 보낼지도 모른단 말이여.”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은 자도 되지요?”
“안 디여!”
요코타 비행장에서 출발하는 F-22 랩터가 해동청의 레이더에 보였다.
마나 레이더는 대전에 있지만, 무려 1000㎞나 떨어진 곳에 있는 요코타 비행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곳에 있는 민강 항공기부터 전투기, 전투함까지 다 보였다.
손가락으로 조금만 확대하면 요코타 비행장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까지 보인다.
“에휴, 이제야 움직이유.”
요코타 비행장의 활주로로 6대의 F-22 랩터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F-22 랩터 4195, 2번 활주로에서 이륙을 허가한다.”
“로저, 금방 갔다 올 테니까 그때 다시 한잔하자고.”
“알았다. 로저, 엔진 시동을 허가한다. 택싱 준비되었으면 보고 바란다.”
택싱이란 이륙하기 위하여 활주로로 비행기를 몰고 가는 일을 말하는데 그 전에 작동 테스트가 포함된다.
F-22 랩터의 엔진이 켜지고 꼬리 날개와 주 날개가 움직이고 통제 장치들의 테스트가 이어졌다.
날개가 움직이며 서서히 활주로로 나간 F-22는 뒤로 주춤하더니 시속 300km의 속도로 튕겨 나갔다.
-쿠아앙!
하나의 F-22가 이륙하자마자 바로 뒤에서 다른 F-22가 이륙을 준비했다.
10분도 안 되어서 6대의 F-22 편대가 모두 공중에 모였다.
“여기는 편대장 마이클 대령이다. 우리는 이 시간부터 비밀 임무에 투입되었다. 평양까지 한국이 개발한 신형 전투기를 감시한다.”
“알겠습니다.”
“북한이나 중국과의 교전을 허락하지 않으며 어떤 전쟁 수행에 대해서도 허락하지 않는다. 명심하도록.”
“옛써!”
이건 다 된 밥에 숟가락 얻는 정도다.
아군이니 도와주었다는 생색내기는 하고 전쟁은 바라지 않는 태도다.
F-22 랩터가 일본에서 출발해 약속된 위치인 서산 공군기지 근처를 지나갈 때 레이더에 공중 순찰을 하는 한국의 전투기 편대가 보였다.
KF-16이었다.
다이아몬드 편대 비행으로 4대가 날아가고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경계비행을 하고 있었다.
만일 랩터와 근접전에서 붙는다면 거의 막상막하이거나 KF-16이 유리하다. 이런 전투기가 대한민국에서 130기 정도 운영되고 있다.
“구름 뒤로 숨는다.”
“옛써!”
F-22 랩터 전투기들이 구름 사이로 숨으며 사라졌다.
한국의 전투기에 행적이 노출되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름 사이로 숨은 것이다. 레이더에 안 보이니 눈에 보이지만 않으면 감쪽같이 지나가는 거야 일도 아니다.
랩터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해동청 전투기와 가까워졌다.
이창훈 소령은 바짝 긴장했다.
“녀석들이 왔시유, 다들 긴장해야 되유.”
랩터는 여유 있게 마하 1.0 정도의 속도로 2분도 안 되어서 해동청 전투기들이 잠복하고 있는 공중을 지나쳐 갔다.
-휙!
200m 전방에서 F-22 전투기들이 해동청을 지나 북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뭐지?”
숨바꼭질하다가 친구가 집에 가버리고 남겨진 아이의 느낌이랄까?
장난감 사준다고 마트에 쫓아왔는데 그냥 집에 온 느낌이 이럴까?
“이창훈 소령님 그냥 지나가는데요?”
“우리를 못 본 것 같습니다.”
“참내……. 어쩔 수 없네유, 다들 투명화 기능 해제허유.”
F-22 랩터 6대가 삼각형의 대형을 이루며 서산 공군기지 상공을 배회했다.
“어디 있는 거야. 한국의 신형 전투기는?”
아무리 자신들이 늦었다고 먼저 출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반도 상황을 볼 때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대령님 지금 뒤에 2개 편대 12기의 전투기가 보입니다.”
“우리의 목표가 그거다.”
미국 F-22 편대장 마이클 대령이 레이더 화면을 확인했다.
“응? 어떻게 50km 거리에서야 레이더에 잡힌 거지?”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 공군 백두산이다. 독수리 나와라.]
어눌한 영어로 대한민국 신형 전투기 쪽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영어와 충청도 사투리가 섞여서 이상한 발음이었다.
“여기는 F-22 편대 독수리다. 수신 상태 양호하다. 그쪽은 이창훈 소령이라고 들었는데 나 마이클이다. 기억하나?”
[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자네와 붙어서 32전 32승을 기록했으니까.]
“하하하……. 그때는 같은 F-16이었지만 지금 나는 랩터를 끌고 왔네.”
[그래? 나도 신형 전투기일세. 심심한데 한판 붙을까? 모의 전투로.]
“좋지. 나야 대한민국의 신형 전투기의 성능을 알아보는 게 임무니까.”
[그래? 감시하려고 붙였단 말이지? 그럼 작전할 때나 봐. 호락호락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기대해 보지. 자네가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F-22 랩터의 편대장 마이클 대령의 눈에도 해동청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더에는 FA-50표 표시가 되지만 가까이서 보니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전투기의 어깨 부위에 해당하는 곳이 두툼하게 변한 것이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보였다.
볼록한 부분이 어깨 부위에서 엔진까지 이어진 것을 보니 엔진을 개조한 것 같았다. 그리고 검은색 도료를 칠한 것을 보니 스텔스 기능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을 사로잡은 것은 몸체 옆에 그려진 해동청의 마크였다. 흰색으로 날개를 활짝 편 해동청이 그려져 있고 그 주변으로 둥글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Republic of Korea Air Force, ROKAF」
12대의 해동청 전투기의 느낌은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전쟁은 겉멋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뒤에서만 쫓아가겠다.”
“알았다. 내 엉덩이만 보고 쫓아오도록.”
해동청이 작전을 위해 앞서 출발했다.
“스텔스 전투기인가?”
레이더에 선명하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스텔스는 아닌 것 같았다. 보통 스텔스는 특이 사항이 없는 한 평상시도 그냥 스텔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다른 방법으로 스텔스 기능을 장착한 전투기를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Su-57이다.
“조니, 저 신형 전투기 Su-57에 있다는 플라즈마 스텔스 같은 걸까? 서산 비행장에서 이륙한 줄 알았는데 비행경로 상 50km 안쪽에서 나타났어. 그건 말이 안 돼.”
“그래서 온, 오프 스위치로 작동하는 스텔스일 것이다?”
“맞아! 스텔스 기능을 온, 오프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무전을 했어, 우리를 먼저 발견할 방법이 있다는 거지.”
F-22 랩터 편대장인 마이클이 해동청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하는 동안 해동청의 편대장 이창훈 소령은 짜증이 났다.
F-22 랩터를 기다린다고 공중에서 마냥 기다린 시간만 1시간이었다.
모든 엔진을 끄고 반중력 추진 장치를 이용해서 공중에 마냥 떠 있었다.
스텔스 기능과 투명화 기능을 하고 있어서 아무도 이들이 서산 공군기 상공에 떠 있는 줄 몰랐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F-22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해동청이 처음으로 다른 나라 전투기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그것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A 랩터와 말이다.
“젠장, 괜히 긴장했시유.”
F-22 랩터가 그냥 옆을 휙, 하고 지나가자 그걸 세워 보겠다고 스텔스 기능과 투명화 기능을 해제했다.
해동청이 무려 1시간이나 공중에서 기다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F-22 랩터의 마이클은 경악했을 것이다.
“스텔스와 투명화 기능만 가지고 F-22를 가지고 놀겠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