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79화 (79/225)
  • 《79화》

    작은 테이블이 설치되고 간이 의자가 마련되었다.

    “동무, 우리가 서로 총부리 겨눈 지 얼마나 되는지 아네? 70년이 넘었어야.”

    “알아.”

    “우리네 동무들이 기분 나쁘다고 포탄을 남한 동무들에게 쏠 수도 있어야.”

    “알지.”

    “기래도 하간?”

    “김송철 상장을 믿도록 하지.”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던 김송철이 갑자기 웃었다.

    “하하하, 역시 이 동무레 담이 커야. 인물은 인물이고만 기레. 먼저 김동선 동무의 의견을 말해 보라우. 어케할 거네?”

    “먼저 서해를 봉쇄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해군 제2함대와 3함대로 중국 해군을 붙잡는 동안 대한민국 공군과 육군이 김 상장을 도와서 내전을 끝낸다는 계획이지. 그리고 전쟁은 무조건 우리가 이길 거야.”

    “고거이 꿈이지 않네.”

    “진짜다.”

    김송철과 김동선의 눈이 또 마주쳤다.

    “진짜고만 기레? 뭐이네, 이 자신감은?”

    “자세한 것은 이야기 못 하지만 여기 있는 미래 그룹 회장이 신무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지.”

    “미래 그룹에서?”

    “그래.”

    김송철 상장이 이성호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저 짧은 붉은 머리는 반항아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리고 운동을 했는지 몸의 형태가 잘 잡혀 있었다.

    “이 회장이 직접 말해 보라. 어떨 거 같네?”

    “중국을 밀어내는 것에서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어드레?”

    “대한민국에서 제공권 장악을 하고 김송철 상장을 돕게 되면 북한의 내전은 바로 진압될 겁니다.”

    이 정도란 말인가?

    그러나 이렇게 되면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난다.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난다니끼니 고저 갑자기 걱정이 하나 생기는데…….”

    “뭔지 압니다.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까 걱정하시는 거 아닙니까?”

    “동무 말이 맞소. 우리네 북한 군대라는 게 낡은 무기들뿐인데 중국 군대까지 이긴다는 남조선 동무들의 상대가 되갔소?”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분리된 우리 민족을 합치는 겁니다. 어차피 북한은 망합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서 남북통일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김송철 상장께서 거절하시면 대한민국은 중국이 침략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남한은 그냥 밀고 올라가도 되는데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느라 기다려 준 거다.

    한동안 셋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김송철 상장은 성격이 불같다고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그의 성격은 상식이 통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런 사람이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카믄 우리네 가진 핵미사일이레 어떻게 할 생각이네?”

    핵미사일은 북한의 자존심이다. 유일하게 남한 전력을 뛰어넘는 무기고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무기다.

    “이미 중국이 움직여서 회수 작전 중인데 1시간도 안 되어서 털릴 겁니다.”

    “뭐이래? 우리 북한의 경보 교도지도국 아새끼들이 지키고 있어야. 깔보지 말라우.”

    “경보 교도지도국(특수부대)의 최경성 상장이 중국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성호의 말에 김송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종간나가 중국 편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라믄 우리 조선인민공화국의 핵미사일은 어떻게 하네?”

    “제가 직접 가서 회수할 겁니다.”

    “동무가?”

    “네, 대한민국에는 도깨비라는 부대가 있습니다.”

    “나도 들었어야. 남조선의 만년호 침몰 때 나타났다는 남조선 특수부대들 아니네.”

    “그렇습니다. 저와 그들이 함께 작전에 투입될 겁니다.”

    도깨비라는 한국의 특수부대는 만년호 침몰 사건 때 생중계로 만천하에 알려진 특수 부대다.

    90도 각도인 배의 옆면을 평지처럼 올라가고 3겹의 방탄유리를 주먹으로 부수고, 해치로 작동되는 배의 문을 손으로 뜯어낸다.

    다들 대한민국의 특수부대가 미국에서 개발했다는 스켈레톤, 근력 증강 갑옷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깨비들이 투입되었다면 믿을 만 했다.

    “이성호 동무, 핵미사일을 탈취하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는지 알지비?”

    “압니다. 녀석들은 핵폭탄을 가져갈 수 없다면 터트릴 겁니다.”

    “그래도 할 거네?”

    “제가 가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북한의 내전이 발발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게 핵폭탄을 회수하고 해체할 수 있는 부대는 흔치 않다.

    “이 동무도 보통이 아니구만 기레, 마음에 들었어야.”

    “감사합니다.”

    “좋소, 이성호 회장을 믿어 보갔서. 내레 우리 조선 인민 공화국 아새끼들 밥 굶기면 알아서 아라우. 내래 남조선 아새끼들 다 조지갔어, 알간?”

    김상철 상장 생각에 이미 북한을 지탱하던 영도자, 아니, 독재자 김성은이 죽었다. 그러니 내전이 끝나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로 인해서 많은 북한의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이 눈에 선했던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제가 밥 한 끼 사죠.”

    “하하하, 좋아! 남조선에서 돈 잘 번다는 회장 동무가 사는 밥 한번 먹도록 하지.”

    김성은이 죽고 내전이 일어난 이후 김송철은 죽음을 생각했다.

    중국군이 북침한 순간에는 이미 뒤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죽음은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제 아군을 얻었다.

    “김동선 대장님, 김송철 상장님, 중요한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성호가 진중하게 말을 꺼내자 김송철 상장과 김동선 대장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중국을 몰아낸 뒤에 바로 남북한 연합군을 만들어야 합니다.”

    “따로따로 운영하면 되지 안 갔어?”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따로따로 운영되는 남북 연합군이 아닙니다.”

    이 둘은 서로 총을 겨눈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둘의 결합?

    대한민국의 군대와 북한의 군대가 어떻게 연합할 수 있을까?

    “이성호 회장, 그게 가능하겠소?”

    이번에는 김동선 대장이 놀라서 물었다.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다음 중국이 또 밀고 내려올 때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일본도 대한민국을 노릴 겁니다.”

    “그라문 답은 정해져 있구만기레.”

    “잘해봅시다. 김송철 상장.”

    성호의 이야기를 들은 김송철과 김동선이 악수를 하며 약속했다.

    이제 모든 협의와 조율이 끝났다.

    북한의 내전을 막고 중국의 침략군을 몰아내는 일만 남았다.

    청와대, 이규철은 요즘 약간의 흥분 상태였다.

    원래 역사는 영웅만 기억한다.

    어차피 전쟁은 벌어질 것이고 중국은 끝내 대한민국까지 먹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미래 그룹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를 개발했고 참모진들의 의견대로라면 중국 군대를 몰아낼 가능성이 높다.

    “크크크, 전쟁을 핑계로 연임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거 너무 좋은 기회로군.”

    그의 머리에는 전쟁으로 죽어 나갈 장병들은 머리에 있지도 않았다.

    -삐리리……. 삐리리…….

    그때 집무실 책상 위에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미국 백악관의 핫라인입니다.]

    “좋아, 바꿔주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특유의 혀 차는 소리가 나는 미국 대통령인 마틴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 합중국 대통령인 마틴이요.]

    “대한민국 대통령 이규철입니다. 마틴 대통령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첩보부에서 대한민국의 신무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오.]

    “!”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이규철은 태연하게 웃었다.

    “하하하……. 대한민국이 자체 개발한 무기라 별거 아닙니다.”

    [이미 서산비행장에서 저희 쪽 요원들이 확인했습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아마도 비행장에 있는 일부 직원이나 군인들이 미국의 스파이였나 보다.

    [미래 그룹에서 만든 스텔스 전투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기술을 넘기시오. 아니면 전쟁 중 무기 수출은 없을 거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전쟁 무기라는 것은 대부분 미사일을 말한다. 함대함, 함대지, 공대공, 공대지 등 많은 종류의 미사일을 미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지금은 북한의 내전과 중국과의 전쟁을 해야 할 판이다.

    이럴 때 미국에서 갑자기 미사일을 수급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미사일이 없어 손을 들어야 할 거다.

    “저도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락하는 즉시, 500만 달러가 들어 있는 스위스 계좌가 문자로 찍힐 거요.]

    “하하하, 제가 미래 그룹의 회장과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잘 생각했소. 내일 북한으로 출격하는 비행에 F-22가 함께 출격하면서 한국의 신형 전투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거요. 그렇게 알고 작전에 참여하겠소.]

    “그건…….”

    이 이야기를 하면 그 깐깐한 김동선 합참의장이 길길이 날뛸 거다.

    [이건 통보요.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겠소.]

    “알겠습니다.”

    이 인간은 역대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독선적이다.

    “이런 개 같은 인간이 있나!”

    -띵동!

    문자로 스위스 계좌가 찍혔다. 비밀번호까지 말이다.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해당 계좌를 확인했다.

    [5,000,000$]

    “하하하!”

    한국 돈으로 치면 56억 정도 하는 돈이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갑자기 공돈까지 생기자 기분이 좋아졌다.

    ***

    주일 미군의 공군 기지 요코타 비행장,

    도쿄의 다마 지역에 있는 주일 미군 사령부가 이곳에 있다. 일본에 주둔하는 모든 미군을 총괄하는 미국 태평양 사령부 예하 통합전투사령부이다.

    그리고 주일 미 공군 제5공군과 항공자위대의 항공 총대가 주둔하고 있다.

    일본은 군사 조직을 보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미군의 군대가 유일하게 주둔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 80% 이상의 미군이 일본에서 철군했다.

    “조니, 폴 대장이 출격하래. 편대 대형이 델타니까 6대가 출격해야 해. 대원들 준비시켜.”

    “알았어. 마이클, 그런데 고기 다 먹고 출격하면 안 돼?”

    마이클은 미국에서 촉망받는 공군 대령이지만 그의 성격 때문에 위험인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의협심이나 정의감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융통성은 없는 사람이었다. 자제력이나 이성적인 부분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고, 끝내 사고를 쳤다.

    상관이 부당한 것을 요구하다가 다툼이 일어나면 주먹으로 해결하려 한다거나 또는 테러리스트가 있는 건물에 민간인 한둘이 있다는 이유로 폭격 작전을 취소하고 회항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조니의 신세도 비슷했다. 반항아들이기에 다들 철군할 때 일본에 남은 것이다.

    “안 돼, 빅 대디가 당장 출격 준비하래.”

    “어디로 간대?”

    “대한민국.”

    “거기는 왜? 지금 내전 중인 북한을 중국이 침략 중이라고 하던데…….”

    “그냥 한국 신형 전투기에 대한 데이터 모으려는 정찰 비행이래.”

    “그래? 그럼 한국 공군보고 좀 기다리라 그래.”

    “그게 가능하겠어?”

    “그럼? 남은 고기랑 맥주는 어떻게 하라고.”

    여기 모여 있는 랩터의 조종사들은 대부분이 실력은 뛰어나지만, 문제가 있어서 한국으로 배치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조용히 명령을 듣는 자들이었으면 여기에 남지도 않았다.

    바비큐를 다 먹고 화장실까지 간 뒤에야 비행 준비를 했다.

    -우웅…….

    격납고에 있던 F-22가 느린 속도로 활주로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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