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언론 통제니, 언론장악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의 김성은 사망과 그로 인해 벌어진 내전, 중국의 북침 내용이 여과 없이 전해졌다.
-봤냐? 중국이 미쳤다.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음.
-김성은이 죽자마자 밀고 내려오네.
-북한은 왜 같은 편끼리 싸우는데?
-아놔, 나 내일 입대인데.
-중국이 우리나라 아이돌 납치하러 오는 거임.
-설마 중국이 날?
-전쟁이라고, 이 미친 것들아.
대통령이 이번 중국의 북한 침공에 대해서 기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몰려들었다.
좁은 청와대 영빈관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특유의 푸른 배경의 벽면에는 트루스를 통한 입체 화면이 떠오르면서 한반도의 지도뿐만 아니라 북한, 그 위의 중국까지 그려졌다.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 이규철이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다.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 이규철입니다.”
-번쩍번쩍!
사방에서 그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10월 10일 오전에 북한의 김성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파악하였고 당일 오후 1시를 기하여 중국이 북한을 침공하였습니다.”
또다시 엄청난 플래시가 터지자 이규철 대통령이 얼굴을 찌푸렸다.
화면 뒤에는 김성은의 사망 시간과 그 뒤에 일어난 중국의 북한 침공에 대한 영상이 이어졌다.
“정부는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입체 화면으로 중국 외교부에서 날아온 전문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은 서로 다른 나라이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내전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대한민국이 항의하는 것은 주권 침해이다.」
잠시의 침묵이 있은 다음에 이규철이 입을 열었다.
“북한은 지금 내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참전하기로 하였습니다.”
-쿠궁!
이규철의 말에 기자회견장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10월 11일 지금 이시간부로 대한민국은 전쟁에 참전하며 이에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던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정지했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라니?
참전이라니?
계엄령이라니?
다른 나라 이야기 아니었어?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전쟁에 동요하지 마시고 일상생활을 계속하셔야 합니다. 사재기를 삼가시고 통제에 잘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대통령의 기자 회견이 끝났다.
한국의 증시가 요동쳤다.
환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외국자본들이 본격적으로 투기를 시작했다.
그 중심에 문정철이 뛰어들었다.
모든 자금을 긁어모았다. 이성호 회장이 자신에게 맞긴 자금은 총 320조!
“그래, 아작을 내주마, 들어와! 들어와!”
자금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거대한 드래곤이 꼬리를 휘두를 때마다 하루에 3조의 돈이 훅, 하고 사라졌다.
1조의 돈이 어느 정도인지 문정철은 알았다.
조선 왕조 500년, 500년 동안 500만 원씩 365일을 사용해도 9,125억일 뿐이기에 875억이 남는다.
1만 원짜리 지폐로 지구를 2바퀴 반을 감을 수 있는 규모의 돈이다.
그게 3개씩 날아갔다.
“후아, 이거 가슴 쫄려서 못 해 먹겠네.”
단 한 번이다. 이성호 회장이 말했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면 뜯어먹어요.”
문정철은 금융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도 전쟁은 모른다.
그 잔인한 전쟁에 대처할 자신도 없고 상대할 힘도 없었다.
그런데 그 미친 이성호 회장이 무기 몇 개 만들더니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이렇게 방어만 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선물 시장, 외환 투자, 국고채 및 주식 투자까지 떡밥을 깔아 놨다.
만약 드래곤의 꼬리를 잘라낼 수만 있으면 진짜 천문학적인 돈이 생긴다.
“으아……. 이 돈 냄새.”
그리고 문정철은 모여드는 돈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랴오닝함, 중국군이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은 원래부터 다롄에 정박해 있었다.
“조잡하구만. 하하하”
중국 인민해방군 랴오닝 항공모함 전대를 맡은 웨성정 대교은 북한의 전투선을 보고 마구 웃어 댔다.
북한에서 서해를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고깃배 수준이었다.
총 80여 척의 북한 전투 함정은 대부분이 고속정으로 그중에서 싸울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신형 전투함이라는 나진 급 1척이 보였다.
북한의 남포 급 초계함은 2014년 취역한 북의 최신예 군함이다. 전장 76m에 11m의 이 함선은 대잠 능력을 가진 헬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고 배수량이 1000t이다. 무장으로는 금성3호 대함미사일을 탑재했다.
배수량만 봐도 중국의 항공모함 전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로 공격할까요? 저희를 볼 수도 없을 겁니다.”
“놔둬, 어차피 북한 전투함들은 대한민국 해군을 공격할 때 총알받이로 써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북한의 공군은 하나도 안 보이네?”
“기름도 없는데 정찰 비행을 하겠습니까?”
“하긴 그렇군.”
북한군이 중국 편과 북한 편으로 나뉘어 내전이 일어났지만, 해군만은 온전히 중국의 편을 들지 않았다.
중국 해군이 기침하면 북한의 해군은 뒤집어졌고 대한민국의 해군은 난리가 났다.
서해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제2함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먼저 3000톤급 구축함인 을지문덕 함이 움직였다.
그 뒤로 FFG-811 인천 급 호위함 4대가 뒤를 따랐고 익산, 부천, 제천, 영주, 신성, 공주로 불리는 초계함이 대기했다.
고속정들이 주변 해역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바닷속에서는 손원일급 잠수함, 장보고급 잠수함이 중국 함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공중에서는 30분 간격으로 F-15K 편대가 정찰을 시작했고 해병대들이 상륙 훈련을 했다.
그런데도 중국의 해군이 움직이면 한 시간을 버티기 힘들다.
대한민국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은 턱수염이 산적이 난 데다가 몸도 산적 같은 사람이다.
그가 성호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급한 대로 이렇게 하시죠.”
성호의 말에 최진철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모든 일이 자기 생각 같이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세상일이라는데 어디 그렇게 움직이던가.
“끄응, 달랑 세 가지 기능만 넣자고?”
육군의 남종태는 백호 전차를 가지게 되었다고 신이 나 있었다.
다섯 가지의 기능을 추가했을 뿐인데 세계 최강이다.
공군의 김명현은 해동청이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얻었다.
무려 열 가지나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점점 늘어나는 기능에 해군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넣을까’라며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기에게는 달랑 3가지 능력만 준다는 건가!
“하나만 더 하지?”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중국의 항모 전단이 북한 서해 앞바다에 있는 거 아시죠?”
“끄응.”
욕심은 나지만 시간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두를 걸 그랬다.
“대신 항공모함은 끝내주게 만들어 드리지요.”
이미 항공모함으로 쓰기 위해 뼈대는 준비된 상태다.
보통 항공모함 하나 만드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배를 만드는 대한민국은 1년이면 만들 수 있다.
1년 전부터 뼈대를 준비해 놨다.
최진철은 욕심은 나지만 상황을 읽을 줄은 알았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도록 하지. 설치는 미래 조선과 미래 MID에서 하면 되지?”
“그런데 미래 조선이 거제도에 있습니다. 제2함대를 개조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거제도면 남해에서도 구석이다. 서해에 있는 제2함대와는 엄청나게 먼 거리다.
“끄응, 그래서?”
“남해를 책임지는 제3함대에 장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해주게.”
목포 해군 기지를 떠난 제 3함대 소속 광주함이 바다를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함장님, 지금 전쟁 중인데 왜 거제도에 있는 미래 조선소로 가는 겁니까?”
“신무기를 장착하러 간다고 하더군.”
“신무기요?”
“일급 비밀이니 나중에 듣게.”
거제도에 있는 옥포항으로 들어서자 이제 막 개조가 끝난 전북함이 출항을 하고 있었다.
-부앙……!
경적이 울리고 갑판에 해병들이 나와 서로 경례를 붙여 인사를 했다.
광주함이 정박을 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빨리, 빨리. 시간이 없다.”
미래 MID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광주함이 정박하자마자 그 앞으로 거대한 컨테이너 하나가 도착했다.
“와, 저게 뭐야.”
“신무기라던데.”
사람들은 그 거대한 규모에 긴장하며 컨테이너 안에서 나오는 물건의 정체에 집중했다.
컨테이너에서 나온 것은 보통 드럼통의 3배 정도 되는 거대한 원통형의 물체였다. 크레인으로 옮겨져 전북함의 헬기 격납고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격납고에 옮겨진 물건은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한 뒤에 전기선들까지 연결되었다. 조타실까지 굵은 통신망이 연결되고, 준비된 마나 레이더가 설치되었다.
그곳에 붉은 머리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총지휘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성호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성호가 여기에 있자 광주함 함장인 원효길이 놀라워했다.
서로의 인사가 끝나고 성호가 강동민을 소개했다.
“여기 계신 강동민 소장이 이번에 제3함대의 전투함을 개조할 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래 중앙 연구소의 강동민입니다.”
오랫동안 깎지 않은 수염, 눈 아래에 있는 다크서클, 꾀죄죄한 몰골에 먼지가 가득한 하얀 연구복을 입은 강동민은 아무렇게나 기른 곱슬머리를 뒤로 묶었다.
“아, 예. 원효길 함장입니다.”
“여기 설명서입니다.”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뭔 종이를 건네준다.
원효길이 황당해하며 종이와 강동민을 바라봤다.
「무기 체계에 대한 이론 및 설명서」
달랑 한 장의 A4용지 한 장이다.
설명서를 건네주고 강동민은 원효길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장비를 설치하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해하십시오. 워낙 일에 미쳐 사시는 분이라…….”
“예, 그런데 이게 답니까?”
“바빠서 짧게 적었을 겁니다. 기능은 3가지밖에 안 되니 금방 알게 될 겁니다.”
“그래도 뭔가 설명이…….”
“지금 뒤에 초계함인 전남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가면서 보시면 됩니다.”
“…….”
옥포항으로 제3함대의 초계함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서귀포 앞바다에 속속 모여든 함정들은 신무기에 대한 설명서를 전부 받았다.
A4 용지 한 장에 쓰여 있는 다섯 줄의 설명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프록실드 기능을 실행하면 보호막이 만들어져서 미사일 공격도 막는다.
-사일런스 기능을 작동하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 음파가 탐지되지 않는다.
-인비저블 기능은 투명화 및 스텔스 기능이며 가동 이후에는 마나 레이더만 사용할 것.
-마나 엔진 없어서 배터리로만 움직임, 30분만 작동됨, 항상 배터리 용량을 확인할 것.
-마나 레이더는 스마트폰 어플과 사용법이 비슷함으로 설명 안 함.
‘뭐지, 이 성의 없는 설명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