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강동민과 그의 제자들이자 연구진들은 요즘 매일 같이 꼬박 날밤을 새웠다.
총 인원 352명이나 되는 연구진들은 성호가 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켰다.
회장님의 성격을 강동민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한다면 하고 끝까지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죽어도 하는 성격인 회장님이다.
“회장님아, 이번에는 뭐야?”
“이번에는 좀 더 큽니다.”
“뭔데 그러는데?”
“이겁니다.”
“아!”
강동민은 회장님의 무기 제작을 처음부터 말렸어야 했다.
처음 흑표 전차에 대한 설계 도면과 그것에 맞는 마나 회로 장치들을 받았을 때만 해도 강동민과 연구진들은 흥분했었다.
안 그래도 요즘 새로운 제품 개발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러나 400대 분량의 흑표 전차의 개조는 달랐다.
‘드디어 남자들의 로망인 전차를 만드는구나! 그래, 바빠도 하자, 그 뒤에 밤을 새워서라도 밀린 일을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모두 생산 중인 제품이기에 기존에 있던 것들을 약간의 변형만 가해서 만들었다.
신이 나서 만들다 보니 단 일주일 만에 준비가 되었다.
그 뒤에 밀린 일을 하느라 사흘 동안이나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이야! 우리가 전차 개조를 다 하네.”
“성능만 보면 세계 정복감입니다.”
그리고 한 달 전, 대한민국에서 자체 생산한 FA-50 설계도를 들고 회장님이 왔다.
이번에는 전투기를 개조한다고 한다.
단 70대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부품이 크고 기존에 없던 장치들이 많아 손수 제작해야 했다.
일주일 만에 밤샘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모든 부품의 제조가 끝났다.
강동민 소장과 그의 제자들은 초죽음이 되어 있었지만, 밀린 일을 해야 해서 또다시 일주일 동안 또다시 밤을 새워야 했다.
그런데 회장님이 또 찾아왔다.
“회장님아, 이건 무리다. 무리.”
“그냥 크기만 크게 제작하는 겁니다. 단 한 대지 않습니까?”
“아니, 이게 한 대라지만 이 인원으로 가당키나 하겠어?”
“안에 마나 핵융합을 장착할 겁니다.”
-움찔.
이 움찔거림은 강동민의 병이다. 뭔가 흥미를 느끼면 꼭 저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큼큼,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할 거죠?”
“휴우, 한다. 해!”
“좋습니다.”
“에휴. 항공모함이라니…….”
요즘 미래 중앙 연구소는 바빠도 너무 바빴다.
모두 군수 업체인 미래 MID로 발주가 들어오기에 보너스가 두둑하지 않았다면 모두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개조에 들어가는 돈은 국방 예산에서 소모되기에 공짜는 아니다.
***
문정철, 미래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의 재정팀 팀장이다.
-벌름, 벌름.
“돈 냄새가 나, 아주 큰 냄새.”
그동안 성호의 재산을 22조에서 125조로 뻥튀기 한 사람이 본인이다.
기존에 있던 미래 홀딩스의 주주들이 주식매매권을 행사하자마자 다 사들였다.
그 뒤에 마나를 이용한 제품이 발표되고 주식이 최고조에 올라갔을 때 의결권이 없는 주식 770만 주를 팔아 100조 원을 벌었다.
그런 돈을 가지고 세계의 모든 주식 시장을 돌아다녔다.
“조심해야 해, 거대한 드래곤 레어에 들어온 거니까. 들키면 다 죽는 거지.”
멘츄스 그룹,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로스차일드가가 움직이며 흘린 돈만 200조가 넘었다.
그 돈을 호로록해서 몰래 먹었다.
총 120개가 넘는 분산 투자를 통해 가짜 회사를 외국에 마구 만들었다.
만들어 놓은 이름 없는 회사들을 이용했기에 저 큰 드래곤은 못 봤을 것이다.
저번에 멘츄스 그룹의 회장이 죽으면서 큰 폭으로 떨어진 주식을 날름 주워 먹어 30조의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백악관이 폭파할 때 나스낙과 환매 투자로 100조를 날름 챙겼다.
“크크크…….”
미군이 아시아에서 철군할 때 가장 먼저 오키나와의 미 7함대가 떠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일본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는데 문정철이 뛰어들었다. 당시 투자로만 70조의 이익을 얻었다.
“이거 겁나네…….”
문제는 이 일을 누군가 조작하는 건지, 때를 맞추어 거대한 금융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훑어봐도 10조 달러!
한국 돈으로 1경이나 되는 돈이 바다 아래 흐르는 해류처럼 주식 시장을 장악했다.
암호 화폐와 환율, 거대한 기업 간의 거래를 통해 움직였다.
“이놈들이다.”
1997년, 대한민국을 외환위기로 이끌고 IMF로 내몰았으며 그 뒤에 돈만 날름 삼키고 사라진 놈들!
한국은행에서 외환 방어를 하던 아버지를 죄책감에 자살까지 몰고 간 놈들!
워낙 약하셨던 어머니를 병들어 죽게 한 놈들!
그놈이다.
그런데 놈들이 중국으로 움직였다.
지금까지 백악관이 폭발하고 일본에서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 움직인 돈들이 중국으로 움직였으니 이제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음…….”
문정철은 고심에 빠졌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폐쇄적이고 독불장군처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나라다 보니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엣취! 훌쩍.”
그런데 돈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큰돈 냄새가 말이다.
거대한 드래곤이 중국의 군수 무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공산당이 관여하는 군수 기업은 외국 기업이 건드릴 수 없지만, 공산당 간부가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 14개의 업체를 M&A하듯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 그 바람에 관련 주식들이 급상승하고 엄청난 돈이 증발했다.
‘따라갈까? 말까?’
“아, 진짜 미치겠네.”
저길 들어가면 드래곤의 코앞이다.
문정철은 앞에 펼쳐진 30개의 모니터를 한 번 더 면밀히 살폈다.
“전쟁 관련주다. 전쟁에서 이겨야만 먹을 수 있는 돈들이야.”
그렇다.
지금 저 엄청난 돈들이 들어간 곳은 전쟁 시 필요한 군수 기업, 무기 산업, 그것과 관련된 기간 사업들에 대한 것이다.
옵션 선물 시장도 전쟁에 관한 것들에만 투자했다.
“그런데 누구랑 전쟁하는 거지?”
중국은 근 현대사에 전쟁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1차 2차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청-불 전쟁에서 프랑스에 패하고, 청-일 전쟁에는 일본에 패하는 등 이긴 전쟁이 별로 없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는 일본군에게 뚜들겨 맞기만 했다.
그런데 국민당과 공산당과의 전쟁 이후 계속해서 승전만 해왔다.
공산당이 승리하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도망갔다.
그 이후 중국은 1945년 내몽골을 침략했다.
1949년 대한민국을 침략했다.
1949년 독립국가인 위구르를 침략했다.
1950년 10월 인민해방군을 동원, 티베트를 점령했다.
1962년에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도망가자 인도하고도 붙었다. 당연히 중국이 승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중국은 전쟁으로 인해 커진 땅과 여러 민족을 강제로 통합하느라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공룡이 음식을 삼키고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민족 말살 정책과 동북공정 같은 역사 왜곡으로 말이다.
중국의 국방력은 지금 세계 3위다.
그동안 1위인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니 힘을 쓸 수가 없었고 머리 위에는 2위인 러시아가 버티고 있었다. 뒤통수에는 4위인 인도가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고만고만한 나라들이 즐비하다.
조그만 나라는 모두 중국의 밥이다.
그리고 주변국들은 힘이 없어서 그렇지 자원이 많은 나라가 즐비하다.
당연히 중국은 지난 100년간 군침을 흘리고 있었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미군이 떠났어.”
당연히 전쟁은 난다.
‘어디일까? 어디와 전쟁을 해야 아시아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지?’
문정철은 세계지도를 띄웠다.
그리고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아시아를 겨냥했다.
“어디 보자, 인도는 빼고.”
군사력 4위인 인도를 빼고 손을 이동하자 중심에 단 하나의 나라가 보였다.
-대한민국.
“젠장!”
문정철의 손이 급하게 움직였다.
서둘러 금융 시장의 흐름과 보이지 않는 숨은 돈들을 찾느라 눈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트루스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입체 영상들이 30개에서 50개로 늘어났다.
그래프들이 어지럽게 보이지만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아!”
있었다.
이 무서운 녀석들은 이미 한국이 전쟁에서 패할 것을 예상하고 엄청난 돈들을 선물 시장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건 내 손을 떠났어.”
처음 뉴욕의 월가에서 이놈들을 추격할 때만 해도 외환위기 때처럼 돈놀이하는 줄로 알았다.
놈들의 은밀하고 거대한 움직임을 따라가 보니 대한민국까지 흘러들었다.
이성호 회장을 만났고 미래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재정팀 팀장이 되었다.
엄청난 돈을 위임받았다.
“놈들의 목줄을 물어뜯어요.”
이성호 회장이 120조가 넘는 돈을 넘겨주며 한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 투자로 200조를 벌어 320조의 어마어마한 돈으로 만들었다고 좋아했다.
“전쟁놀이로 가면, 내 손을 떠난 거야.”
문정철은 급하게 전화기 화면을 찾았다.
50개의 화면 중에서 가장 아래의 통화 버튼을 누르자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성호입니다.]
“회장님, 오셔서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가죠.]
성호는 대전에서 출발해서 3시간 만에 미래 그룹 빌딩 35층에 있는 문정철의 사무실을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고생이 많아요. 여기 맥주하고 치킨.”
“와우! 역쉬 우리 회장님이셔엉!”
엉덩이춤을 추며 문정철이 치맥을 받았다.
성호가 들어오자 그 뒤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최태욱 실장이 보였다.
“최 실장님도 오셨네요. 들어오세요.”
“아, 예.”
최태욱은 얼마 전까지 저런 부류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회장님을 따라다니다 보니 조금은 물들었나 보다.
-피식.
그냥 웃음이 났다.
“최태욱 실장님, 치킨이 식으면 맛이 없습니다.”
“그렇죠. 세상이 무너져도 식후 천당입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하하하!”
얼음 땡땡이가 많이 발전했네.
성호에게 노예 마법이 찍힌 사람마다 다 좋게 변하고 있었다.
주인 성격 닮아 가는 거다.
이곳은 문정철이 지간 1년간 틀어박혀 살던 곳이다.
마법사로 치면 던전 같은 곳이다.
안에 들어가자 30평 규모의 방에 책상과 의자, 침대만 있어서 뭔가 허전해 보였다.
문정철이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통닭을 세팅했다.
“회장님이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좋은데요? 뭘.”
성호가 바닥에 앉자 치킨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였다.
역시 치킨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다. 매콤한 양념을 먹다가 바삭한 후라이드를 먹고 그 뒤에 시원한 맥주를 쑥 넘기면!
“크아!”
“회장님 전에 말씀하신 그 녀석들이요.”
“네, 제가 물어뜯으라 했던 그 녀석들.”
“전쟁 준비 중입니다. 돈놀이면 제가 어떻게 해보겠는데 진짜 전쟁 중입니다.”
“중국과 한국인가요?”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누가 이야기를 해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성호가 씩 하고 웃었다.
“다 박살 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