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서산공군 비행장에는 이번 시험 비행을 위해서 관중석이 마련되었다.
시험비행을 위해 이창훈 소령과 그의 후배인 이편문 소령이 준비를 했다.
200명이 자리에 앉는 내내 보안 때문인지 주변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요원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을 위해서 기지 내의 최소 인력만 빼고 내보냈다.
붉은 머리에 하얀 가운을 입은 성호가 무대 앞에 섰다.
“일단 시험 비행하기에 앞서 몇 가지 설명을 하겠습니다.”
성호의 뒤로 트루스를 통해 거대한 입체화면 3개가 만들어졌다.
“왼쪽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군이 사용하는 레이더입니다. 그냥 일반적인 레이더지요.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이번에 새로 개발된 마나 레이더입니다. 중앙에 있는 것은 지금 시험 비행 중인 FA-50에 달린 카메라 화면입니다.”
“마나 레이더가 뭔가?”
요즘 마음이 급해진 신명현 대장이 손까지 들고 직접 질문을 했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 자체를 파악하는 레이더입니다.”
“성능은 역시 뛰어나겠지?”
“측정 거리는 1,000km이고 물체의 에너지 성질에 따라 표시가 되기에 매우 정확합니다.”
성호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확대하자 서산 공군기지에 있는 사람들이 파란 점으로 잡혔다.
그리고 다시 축소하자 대한민국 전체를 볼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뀌면서 파란 점과 노란 점, 그리고 붉은 점들이 지도에 표시되었다.
“저기 보이는 파란 것은 공군, 노란색은 해군, 붉은색이 육군입니다. 표기되는 종류와 색은 나중에 설정이 가능합니다. 미래 중앙 연구소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통합 관리가 가능하고 총 1,000개 이상의 다른 곳에서 따로따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성호가 스위치를 만지자 마나 레이더에 일본에서 훈련 중인 전투기들이 보였다.
통상 하루에 한 번씩 출격하는 일본 항공 자위대의 정찰 비행이었다.
「F-35 BJ」
문제는 이 정찰 전투기가 F-35라는 것이다.
“이 레이더는 물체 본연의 에너지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아 식별 기능뿐만 아니라 스텔스 기체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신 분인가 보다. 또 신명현 대장이 손을 들고 일어났다.
“그럼 지상 최고의 전투기 F-22, 랩터도 레이더에 잡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 레이더만 있으면 스텔스 전투기의 시대는 끝난 겁니다.”
“맙소사!”
신명현 대장이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저거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공군력은 엄청난 발전을 한 셈이다.
“일단 테스트에 대한 순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기동 테스트를 한 뒤에 스텔스 기능 및 투명화 기능, 블링크, 프록실드의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성호가 손짓하자 이창훈 소령이 FA-50의 엔진을 켰다.
-슈웅!
약간의 진동이 있고 난 뒤에 전투기의 엔진이 작동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서 분사구에서 나오는 열기가 아니면 켜진 지도 모를 뻔했다.
“오!”
너무 조용한 엔진음에 관중석에 있던 장성들이 감탄사를 내보냈다.
-우웅!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FA-50!
“와!”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놀라워했다.
수직 이착륙이었다.
그것도 제트 엔진이 아니라 마나 에너지의 반중력 추진 장치로 인한 부상 능력이라 너무 부드럽게 올라갔다.
이 정도면 독도함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보였다.
-슈가가가……!
50미터 정도 떠오른 FA-50이 앞으로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위스트 비행과 급정지 비행, 급격한 수직 상승과 하강이 이어졌다.
주변을 한 바퀴 선회한 FA-50이 관중선 앞으로 다시 이동했다.
“지금부터 보여 드릴 기능은 인비저블입니다. 투명화 및 스텔스 기능으로 열추적, 적외선, 감마선, 사람 눈에 감지되지 않으며 오직 마나 레이더로만 볼 수 있습니다.”
-파악!
약간의 빛이 FA-50을 감싸더니 그 형체가 서서히 없어져 갔다.
그러더니 완전히 눈에서 사라져 버렸다.
열기로 뿜어져 나오는 아지랑이만 아니라면 그곳에 있는지도 모를 뻔했다.
“뭐야!”
관중석에 있던 장성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이제 눈과 입이 벌어져서 닫히지 않는다.
조금 전에 있던 FA-50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앞에서 보시는 레이더와 자체 장착된 카메라의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FA-50은 여러분들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으며 기존의 레이더에는 식별되지 않습니다. 오직 마나 레이더에서만 볼 수 있죠.”
보통 대한민국 공군이 사용하는 레이더는 전국적으로 약 스무 군데 이르는 장거리 공역탐지 레이더를 이용하는데 네트워크로 통합해서 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레이더는 FPS -117 위상배열레이더인데 이 레이더는 탐지거리 400Km 이상을 가진다. 그리고 200개 이상의 목표를 동시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레이더에 시험 비행 중인 투명한 FA-50은 잡히지 않았다.
“오, 스텔스!”
-짝짝짝짝!
신명형의 신이 나서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지금부터는 최고 속도로 여수 상공을 선회하고 다시 돌아오는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슈우웅……!
강한 바람이 일며 FA-50이 서산공군 기지를 떠났다.
공군이 가진 모든 레이더에는 FA-50이 잡히지 않으니 무엇으로 여수 상공까지 도착한 것을 확인할까?
오직 마나 레이더만이 FA-50을 잡고 파란 점으로 표시해 주었다.
그리고 FA-50 자체에 달린 3대의 카메라를 통해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돌산 대교와 그 옆에 보이는 장군도!
도착 시각을 보니 3분밖에 안 걸렸다.
진짜 마하 3의 속도다.
“지금 FA-50은 마하 3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당 60㎞ 이상을 움직이니 여수 상공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넉넉히 잡아도 6분이면 될 겁니다. 또한 반중력 추진 장치의 도움과 엔진의 성능을 올리는 노력을 통해 작전 반경이 4200km로 늘어났습니다.”
관중석에 있는 공군 장성들은 더 놀랄 힘도 없는지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단 6분 만에 서산 공군기지로 돌아온 FA-50은 스텔스 기능을 해제하고 공중 뜬 상태로 대기했다.
“FA-50은 공중에서 6시간 동안 임무 대기가 가능합니다.”
“이성호 소위, 공중에서 왜 임무 대기가 필요하지?”
“이건 이창훈 소령의 의견이었습니다. 잠복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어느 한 장소를 선점해서 방어하거나 지나가게 함으로 포위 섬멸하는 작전이 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오! 일리 있군.”
FA-50 하나가 서서히 기동을 시작하더니 비행장 주변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테스트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블링크 기능입니다.”
빠른 속도로 선회하던 FA-50에서 뭔가 번쩍하고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앙!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빛을 내뿜던 FA-50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100m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뭐야!”
“순간 이동이야?”
“대박!”
이미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다 일어난 상태!
거기에다가 입이 한 자만큼 벌어져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블링크는 최대 12번 사용이 가능하고 미사일 방어 체계인 기존의 디스펜서와 결합할 시 18번 이상의 미사일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서는 레이더를 교란하는 채프, 열추적을 막기 위해 불덩어리를 뿌려대는 플레어가 있다.
전투기의 경우, 이 두 가지 장치인 디스펜서가 필요한데 6발 정도가 장착될 뿐이다. 따라서 6번 이상은 미사일에서 도망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방어막 테스트입니다.”
블링크로 순간 이동한 FA-50을 향해서 반대쪽에 대기 중이던 FA-50이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M197이 발사되었다.
-바바바바……!
M197 기총은 코브라 헬기(AH-1)에 사용하는 기관포인데 이를 분당 1,500발을 발사하도록 개선한 녀석이다.
-팅팅팅팅!
FA-50 앞에 투명한 막이 만들어 지면서 20mm 총알을 사방으로 튕겨냈다.
“여기서는 안전상 보여 드리지 못하지만, 저 방어막은 미사일도 막아냅니다.”
-짝짝짝짝!
무슨 말이 필요하랴.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크윽, 나 눈물 나오려고 그래.”
“저게 대한민국 전투기라고?”
“젠장, 다시 현역으로 돌아가고 싶네.”
“뭘,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야?”
“믿어야 할 겁니다. 저거 앞으로 대한민국 공군이 쓸 거니 말입니다.”
이 정도일 줄 상상도 못 했다.
이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F-22 랩터를 찜 쪄 먹을 성능이다.
“이것으로 FA-50의 성능 테스트를 끝냅니다. 그리고 명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새인 해동청으로 하였습니다.”
해동청.
떴다 하면 전 세계가 벌벌 떤다는 해동청이 탄생했다.
육군에 이어 공군이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를 얻었다.
***
생긴 건 산적 같지만 언제나 느긋한 성격인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 제독은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띵동!
[부러우면 지는 거다.]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의 문자였다.
“이 친구가 뭐 때문에 이렇게 호들갑이야?”
남종태가 문자로 인터넷 주소를 찍어서 보냈다.
군 보안이 가능한 인터넷 주소였는데, 암호를 기입해야 들어갈 수 있는 인터넷 서버다.
암호를 찍어 넣자 연결된 것은 한 동영상이었다.
「백호 전차 성능 테스트 동영상」
30분간 이어진 동영상에는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백호 전차의 테스트 영상이 담겨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런 전차만 있다면 지상전은 이미 승리한 것과 진배없다.
-띵동!
[부러워 뒤질 꺼다.]
이번에는 성격 급한 깔끔쟁이 공군 참모 총장 신명현이었다.
「해동청 전투기의 성능 시험 영상」
‘뭐야, 이 친구들은 둘이 짠 거야?’
갑자기 이렇게 문자를 보내다니 말이다.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클릭한 최진철 제독은 이번에는 놀라서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건 거의 경악 수준이다.
“순간 이동이라니!”
투명화 정도야 지금도 프로토 타입으로 연구 중이니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보호막도 영국의 모 기업이 고전류 플라즈마 방어막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었다.
물론 총이나 포탄의 방어가 아닌 화재 방지 정도지만 말이다.
그런데 순간 이동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 최진철의 표정이 한순간 풀어지며 피식하고 웃었다.
“애들 소꿉장난이군!”
산적처럼 털보 수염을 기른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 제독이 친구 녀석들의 자랑에 슬쩍 웃었다.
“이것들이 쪼맨한 거 가지고 호들갑은, 나는 항공모함이야.”
대한민국에는 항공모함이 없다.
그러나 주변국은 항공모함을 하나둘 가지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랴오닝호 항공모함(遼寧號航空母艦)이 3척이나 있다.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샀고 이걸 다시 중국이 샀다. 그런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 바로 랴오닝호 항공모함이다.
중국은 개조에 개조를 더해서 끝내 신형 항공모함 두 척을 더 만들어 냈다.
일본은 그동안 운용 중이던 이즈모급 호위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해서 F-35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벌서 3척이나 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한 대의 항공모함도 없다.
상륙함인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을 개조해서 경항공모함을 제작한다는 것은 숟가락으로 밥그릇 만들기만큼 어렵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총배수량도 안 되고 갑판도 싹 뜯어고쳐야 한다.
3년 전, 그것을 지적한 최진철 제독은 신형 항공모함에 대한 수주를 국회에 상정해 놓았다. 이제 국회 예산안만 통과하면 대한민국도 항공모함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중국과 일본이 항공모함 전력화를 서두르는 지금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군비 증강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이다.
이유는 주변국이 대한민국을 경계할 수 있으니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으니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과 일본은 침략을 위해 만드는 거 아닐까?
최진철은 끈기가 있는 사내다.
매년 항공모함이 필요하다고 예산안을 올렸는데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1년 전,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더니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연도 예산에 항공모함 개발이 허가되었다.
“전차? 전투기? 쪼만한 거 가지고 호들갑은! 난 항공모함 만든다. 이것들아! 크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