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성호가 만든 백호 전차에 대한 소문은 바로 김동진 합참의 귀에 들어갔다.
그가 아끼는 남종태 육군 참모 총장이 직접 찾아와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프하하하! 이성호 회장이 일을 냈구만, 냈어!”
얼마나 좋은지 무릎을 손으로 치며 크게 웃는 김동선 대장이었다.
“이름이 백호 전차라고?”
“네, 지금 보안 최고 등급 상태에서 훈련 중입니다.”
“하긴, 이게 이웃 나라에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난리가 날 테니까.”
너무 강력한 무기는 독이 되기도 한다.
아직 대한민국은 힘이 없다.
-벌컥!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어떤 놈이 합동 참모 총장의 방에 이렇게 들어올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급하다 보니…….”
공군 참모 총장 신명현이 급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밖으로 도로 나갔다.
그를 따라 들어 왔던 보좌관이 얼굴이 창백해져서 따라 나갔다.
-똑똑!
“명현아, 그냥 들어와라.”
김동선 대장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신명현 공군참모총장이 들어왔다.
“흠흠, 죄송합니다.”
“급하긴 급했나 보구나?”
“네, 꿈의 스텔스 비행기 제작입니다. 제가 성급했던 점 죄송합니다.”
신명현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너도 왔으니 이번에 이성호 회장이 만들었다는 백호 전차의 동영상을 한 번 봐봐.”
“제가 전차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도 봐봐. 놀라서 뒤로 넘어가지는 말고.”
신명현은 싱글벙글하며 전해주는 남종태의 핸드폰을 받았다.
「신형 백호 전차의 성능 테스트 동영상」
기동 테스트부터 시작한 장면부터 마지막에 실드를 테스트하는 장면까지 너무 놀라운 성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부럽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갑자기 배가 아파진 신명현이다.
“졌다.”
“부러워할 거 없다. 다음 차례는 너다.”
김동선 대장의 말이 맞았다.
“지금 이성호 소위는 어디 있습니까?”
“어디긴, 미래 빌딩이지.”
신명현은 바로 공군이 사용하는 의전용 헬기를 띄웠다.
-두두두두!
미래 빌딩 옥상으로VH-60P가 떴다.
파란색의 꼬리에 대한민국이라고 쓰여 있는 이 헬기는 대통령이나 고위 장성급 등의 이동에 자주 투입되는 기종이다.
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1t이 넘는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뭐지, 이건?”
성호는 미래 빌딩 옥상에 착륙한 VH-60P 블랙 호크 VIP 수송 헬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프로펠러로 인한 바람 때문에 옷이 펄럭이는 신명현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정복을 입은 그의 가슴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달렸고 칼 같이 잡힌 옷의 주름은 그의 성격을 보여 주는 듯했다.
“어서 오게, 이성호 소위.”
자주 듣다 보니 소위라는 입에 쩍쩍 붙었다.
“잘 계셨습니까? 신명현 총장님.”
“하하하, 나야 잘 있지, 난 자네가 어떤 무기를 만들어 줄지 매우 기대가 된다네. 가면서 이야기를 하지.”
“네.”
시끄러운 헬기 소리 때문에 헤드셋을 쓰고 이동했다.
“그래, 우리 공군은 어떤 전투기를 개조할 생각인가?”
“FA-50입니다.”
“아니, 왜 FA-50인가? 더 좋은 전투기도 많잖아? F-35, F-15K, F-16 같은 거 말일세.”
“우리나라에서 운용하는 F-35, F-15K, F-16 같은 경우 모두 부속 하나까지 조금만 개조하려면 미국의 허락이 떨어져야 합니다. 그걸 허락받으려면 당연히 마나 에너지에 대한 일정 부분을 공유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에 있는 전투기 대부분은 미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인데 완제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소한 개량도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
“하긴 그렇군, 유일하게 FA-50이 라이센스 생산이 2020년에 풀렸지, 미국이 F-15E를 미국이 팔아먹으려고 말이야.”
“그래서 마음 놓고 개조할 수 있는 전투기는 FA-50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FA-50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좋은 성능을 가진 녀석입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FA-50을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와 비교해 보면 기동성은 출력 대비 수호이보다 훌륭하지. 그런데 무기 장착 능력과 항속 거리, 레이더 탐지 거리에서 좀 달리지만 않는다면 말일세.”
FA-50은 복좌형 2인 탑승 형태이고 엔진은 F404-GE -102 엔진을 생산해서 달았다.
엔진은 F-16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실제로는 한참 떨어졌다.
무장할 수 있는 무게는 총 5.4t이며 미사일은 공대공 미사일, 공대지 미사일, 정밀 유도탄 등을 여러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를 달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런가? 잘 부탁하네.”
VH-60P 블랙 호크 VIP 수송 헬기는 서산에 있는 서산전투비행장으로 향했다.
서산전투비행장은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면적은 약 350만 평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공군기지이다.
2.7km 길이의 활주로 2개가 있으며 제20전투비행단이 비행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곳에 갑자기 FA-50 100대가 연달아 착륙했다.
전국에 있는 모든 FA-50을 모은 숫자였다. 1시간 동안 줄지어 착륙하는 장면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성호에게는 또다시 숙소와 자동차. 운전병, 행정병 등을 배정받고 정비를 도와줄 12명의 부사관이 배정되었다. 대부분이 대위와 소위 계급이라 성호보다 계급이 높았다.
제82공군 정비창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산 공군기지에 있는 제82 항공 정비창은 1998년 창설된 곳으로 대구에 있는 81 항공 정비창이 수용 한계를 넘어가자 만들어진 곳이다.
“여기 있는 소위 이성호는 잘들 알겠지만, 미래 그룹의 회장님이기도 하다. 또한 합참의장님 직속으로 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이다. 마나 국방연구소의 팀장님이시기도 하니 소위라고 함부로 하지 말도록.”
“넵!”
제82 항공 정비창에 있는 군무원들은 뭔가 고급 장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중 가장 훌륭한 이창훈 소령일세.”
키도 크고 잘생긴 중년인이었다.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비행기 조종사인 이창훈 소령이었다.
“잘 부탁허유.”
아!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만 빼면 완벽한 남자다.
성호가 비행기 격납고에 모여든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개조해야 하는 것이 100대뿐이지만 상대가 전투기다. 더 복잡하고 부속이 많았기에 서둘러야 했다.
거대한 테이블에 FA-50의 설계도가 펼쳐졌다. 전과 같이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둔 도면이다.
“지금부터 보시는 것 모두, 듣는 것 모두 일급 보안 사항입니다. 유출될 경우 본인의 생명과 나라가 위험해지니 꼭 명심하실 바랍니다.”
“넵!”
직급은 낮아도 성호가 팀장급 인사라고 인정했다. 그것도 합동참모본부 소속이다.
“FA-50에 장착할 부품은 모두 아홉 가지입니다.”
성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 엔진의 윗부분을 탈착하고 마나 엔진을 장착할 겁니다.”
FA-50의 단발 엔진의 윗부분을 둘러싸는 형태였다.
“콘포멀 연료탱크와 구조가 비슷하군요.”
콘포멀 연료탱크라는 것은 기체 등 부분에 장착 할 수 있는 장치로 추가 연료 탱크 및 공중 급유 장치가 결합한 형태다.
미국에서 FA-50에 달기 원했지만, 예산 문제로 도입되지 못했다.
“모양은 비슷해도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진 장치입니다. 다음 부속은 날개에 답니다. 반중력 추진 장치를 달아서 속도 및 선회의 성능을 높입니다.”
“제 소견으로는 비행기 몸체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전차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그래서 비행기 자체를 강화하는 장치를 같이 달 겁니다. 그게 세 번째 부품이네요.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던 강도의 10배 이상의 강도를 가지게 됩니다.”
“오!”
“다음 네 번째 부품으로 조정석에 자가 중력 장치를 달아 급격한 움직임 중에도 조종사를 보호하고 가속 중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뒤에서 고개만 끄덕이던 이창훈 소령이 뒤늦게 이 말의 뜻을 깨닫고 눈이 커졌다.
공중에서 적기와 근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속 기동 능력이다. 그중에서 비행기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조종사가 느끼는 중력이다.
“그럼, 조정사는 가속 및 급선회할 때 중력을 전혀 못 느끼는 거유?”
“그렇습니다.”
“대단하네유.”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라는 이창훈 소령!
정비 장교도 아니면서 왜 여기 있는 거지?
“워낙 전투기에 관심이 많아서 있는거유, 신경 쓰지 마유.”
“큼큼, 그러시군요. 다섯째는 무기를 달 겁니다. 날개 아래에 장착할 거고, 기가 볼트라는 장치를 달 겁니다. 이름과 같이 백만 볼트 번개를 적에게 날려 보내는 장치로 사거리가 150km 정도이고 유도 기능이 있습니다.”
“번개를 쏴유? 그게 유도가 되고유?”
이제 성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점점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는 앞부분에 설치할 예정으로 블링크라는 장치입니다. 순간적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장치로서 적의 미사일이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공간이동? 놀랍네유. 실제로 작동하는 건 맞쥬?”
“작동도 안 되는데 뭐 하러 달겠습니까?”
“하긴 그렇네유.”
“일곱 번째는 중앙에 설치하는 프록실드 기능입니다.”
“이름 그대로지유? 방어막?
”소령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음 여덟 번째는 인비저블 장치로서 투명화 및 스텔스 기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앞에 장착하는 마나 레이더입니다. 마나 레이더는 에너지를 가진 모든 사물을 분석하고 보여주는 레이더로서 측정 거리를 800㎞ 정도로 예상합니다.”
“…….”
성호의 설명이 끝나고 조금 지나서야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감탄을 터트렸다.
“와아! 이거 놀랍네요. 방어막 기능이라니!”
“공간이동? 그런 기능이 가능하다니 놀랍습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투기를 한국에서 만들다니!”
“어떻게 그런 성능의 레이더가 있을 수 있죠?”
“놀랍고 또 놀랍습니다.”
전과 마찬가지고 미래 중앙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부속들이 서산공군 기지로 속속 도착했다.
전보다 더 많아진 장비 때문인지 컨테이너가 20개나 되었다.
FA-50의 엔진 상부를 뜯어내고 마나 엔진 및 마나 배터리를 달았다.
특히 마나 배터리를 곡선 형태로 만들어서 윗부분 장착하고 나니 모양이 어색하지 않았다.
뭔가 알아야 더 좋은 성능의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이창훈 소령이 성호를 데리고 F-15K에 태워 창공으로 날랐다.
그러다가 직접 조정법까지 알려줬다.
“전투기가 생각보다 시끄럽군요.”
“그렇지.”
“장치를 하나 추가로 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일런스 마법을 추가했다.
사일런스는 마나 에너지의 용량 때문에 제외했었다.
전투기는 장거리에서 공격하기 때문에 필요 없을 것 같아 안 달았는데 직접 전투기를 몰아 보니 너무 시끄러웠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FA-50 전투기에는 모두 10개의 마나 에너지 장치가 달리게 되었다.
전투기는 전차보다 개조 기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육군과 다르게 인원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복잡한 설계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한 달 뒤, 오늘 성호는 연구소 직원처럼 하얀 가운을 걸치고 정비창 앞에 섰다.
등 뒤에는 MaNa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라는 글자가 원형으로 동글게 쓰여 있었다. 마나 국방 연구소라는 뜻이다.
“이 소위, 고생했네.”
“아닙니다. 공군 정비창 군무원분들이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덕분에 전투기 조종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지고 좋았습니다.”
“소개하지, 모두 대한민국의 전투기 조종사들 중에서 소령 이상의 비행사들과 그에 관련된 지휘자들이네.”
신명현은 자신들이 아끼는 작전 사령부 부하들을 다 데리고 왔다.
제1, 8, 10, 11, 16, 17, 18, 19, 20, 38 전투 비행단의 공군 준장들과 비행사들이 왔다.
모두 200명가량의 사람으로 모두 대한민국의 전투기에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좀 많네요.”
“보안은 걱정하지 말게, 다 내 사람일세.”
생각보다 신명현 대장의 인덕이 훌륭한가 보다.
“잡소리만 나도 전투기로 폭격해 버릴 걸세. 걱정하지 말게.”
“…….”
“큼큼, 이게 그건가?”
비행기 격납고에는 검은색의 FA-50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전투기의 옆구리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인 해동청이 흰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여기 보시는 해동청의 외형은 FA-50과 비슷하지만, 위쪽 부분에 마나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마하 3.0으로, 작전 반경은 4200㎞로 상승했습니다. 수직 이착륙 기능과 함께 스텔스, 투명화, 방어막, 블링크, 사일런스라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여기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은 성호의 말을 50%만 알아들었다. 나머지는 이해할 수도 없고 실행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무장은 기존에 설치된 M61 A1 기관포, AIM-9 M 공대공미사일, AGM-65G 공대지미사일, 하드 포인트 등의 무기 장착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만 앞쪽에 기가 볼트라는 신형 무기가 장착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성호의 설명을 그냥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이성호 소위, 설명을 들어서는 잘 모르겠네. 먼저 준비된 시험 가동 먼저 보도록 하지.”
신명현은 요즘 마음이 좀 급해졌다. 육군은 지금 마나 에너지로 만든 백호 전차를 테스트하느라 신이 나 있지 않은가 말인가?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활주로에 총 두 대의 FA-50 전투기가 출발 준비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