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그럼 이제 슬슬 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 볼까나.”
성호는 구조 조정 본부의 모든 사람과 미래 그룹의 계열사 사장들 및 임원들을 모았다.
미래 그룹의 15층에 마련된 거대한 회의장에는 1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이 어린 회장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지금은 눈 씻고 보아도 우려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나이 어린 회장님의 경영 성과는 미래 그룹을 몇 배 이상 성장시켰다.
그러니 모든 사장과 임원들의 충성심은 저절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회장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붉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기른 성호가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약간의 소란이 있고 난 뒤에야 모두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중대한 발표가 있어서 다 모이라고 했습니다.”
1년 동안 미래 그룹이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며 주가 그룹 전체의 총액이 5배 이상 올라가고 지주 회사인 미래 홀딩스는 이제 총액이 140조가 넘어갔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 770 만주를 판매해서 벌어들인 금액만 13조나 된다. 그 돈으로 전 세계의 자동차 공장과 전자 기기 공장을 사들였다.
그렇게 사들인 중소기업은 미래 그룹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발표로 엄청난 속도로 주식이 올랐다.
이제 성호의 재산은 50조를 넘기고 있었다.
물론 미래 홀딩스의 주식인 120조는 빼고 말이다.
“먼저 저 입대 합니다.”
-쿠쿵!
회장님께서 신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입대는 나중에 하실 줄 알았다.
“소위로 임관하기로 했고 출퇴근 문제는 병행하기로 협의가 끝났습니다. 그냥 직업 군인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출퇴근으로 군대 생활을 한다면 미래 그룹에 영향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성호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쿠웅!
이건 좀 더 충격이 컸다.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이때 회장이 군대에 가는 일도 큰일인데 전쟁이 난단다.
이건 미래 그룹의 위기였다.
“전쟁은 미군이 아시아에서 완전히 철군하는 3달 뒤로 예상되며, 일주일 안에 끝날 겁니다. 그때까지 각 계열사는 동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호가 전쟁 기간을 일주일이라고 말했다.
이건 무슨 자신감일까?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부탁이 아니고 명령입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단호하고 무서운 회장님이다.
“미래 MID는 미래 중앙 연구소와 함께 5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전쟁 무기 개발을 서두릅니다. 무기 투자금은 전쟁 후 나라에서 받으면 되니 손해는 아닐 겁니다.”
“알겠습니다.”
“미래 쇼핑은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전쟁 중 벌어지게 될 사재기 물건들을 확보합니다. 시민들이 전쟁 중 공황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가장 앞에 있던 미래 에너지의 윤재현 사장이 손을 들었다.
“회장님, 넉 달 뒤에 핵융합 발전소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요즘 핵융합 발전소의 건설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래 에너지의 윤재현 사장이다.
핵융합 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는 앞으로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마법진 때문이다.
그리고 멘츄스 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 사업을 폭삭 망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기름으로 돌아가는 에너지 사업이 이제 핵융합으로 돌아서면 멘츄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은혜는 천배로, 원안은 만 배로 갚는 게 성호다.
“전쟁은 일주일 후 끝날 것으로 예상되니 계획대로 갑니다. 핵융합 발전소는 일단 윤재현 사장님과 강동민 소장이 함께 발표하는 것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형님처럼 여기는 김동선 대장의 암이 치료받아 건강해진 것만으로도 기쁜 일인데 이렇게 같이 점심을 같이하자니 기분이 더 좋았다.
“다들 잘 지냈지?”
“그럼.”
남종태가 들어서자 그의 술친구들인 최진철, 신명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 주었다.
“형님은?”
“오는 중이시라는데?”
“그래? 이번에 형님이 진철이 너하고 같이 대통령 표창 하나 받는다며?”
해군 참모 총장인 최진철은 턱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는데 평상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며 길렀다고 한다. 그런데 산적같이 변한 건 아이러니하다.
“만년호 사건에 이바지하는 바가 커서 준다는데, 안 받으려고.”
“왜? 그 좋은걸.”
“김동선 합참의장님이 뭐라고 하셨을 것 같아?”
“뭐라 하셨는데 그래?”
“거기 해경하고 학생들, 선생님들이 영웅이란다. 그러니 우리는 나서 봐야 욕먹는다고 조용히 짜져 있으래.”
“오! 맞네, 맞는 소리 하셨네.”
오늘은 이곳에는 그동안 절친하게 지내던 해군 참모 총장의 최진철 제독, 공군 참모총장인 신명현,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가 모였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합동 참모 김동선이 오기로 되어 있다.
“다 모였구만.”
“형님, 오셨습니까?”
까무잡잡한 피부에 남자답게 생긴 김동선이 들어 왔다.
“하하하, 이렇게 다시 보니 좋구만.”
김동선이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거 다 죽어 가시던 분이 이렇게 신수가 훤해도 되는 겁니까?”
그랬다. 암 투병으로 다 죽어가던 김동선은 지금 예전의 팔팔하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나야 완치되었으니 팔팔해야지. 안 그런가? 그건 그렇고 아직 안 왔어?”
“누가 더 오기로 했습니까?”
공군 참모 총장 신명현이 김동선의 외투를 받아 주면서 말했다.
원래 깔끔한 이미지의 신명현은 언제나 정확성과 깔끔한 일 처리를 좋아했다.
“오늘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이성호 회장의 면접 때문이네.”
“네?”
지금 모인 사람들이 누군가?
대한민국의 군부 전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모아 놓고 면접을 하겠다니 무슨 일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이성호 회장에게 부탁했으니 자네들이 이해하게.”
이들 3명에게 김동선은 하늘 같은 분이다. 그런 분이 이해하라는데 이해는 해야 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형님,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자네들도 다 알겠지만 요즘 미래 그룹에서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제품들이 세상을 들썩거리고 있네.”
김동선 대장이 차로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의 제작을 내가 부탁했네.”
“형님은 아직 중국을 막아 볼 생각이신 겁니까?”
남종필은 김동선과 많은 면에서 비슷해 보였다.
그도 707 특임대를 역임했고 현장직 대령이었다가 소장이 되고 지금의 육군 참모 총장이 된 인물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단단한 외모까지 정말 비슷했다.
“그래.”
“미군 7함대가 지금 오키나와를 떠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도와주면 모르지만, 우리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아니, 나는 이성호 회장에게서 희망을 보았네. 그에게 이 나라의 운명을 걸어 볼 걸세.”
“형님이 정 그러시면 저희는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육해공 참모 총장들은 김동선의 말이라면 목숨이라도 걸 수 있다.
-드드득…….
“손님,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미닫이문이 열리고 붉은 머리를 가진 성호가 들어 왔다.
“안녕하십니까. 미래 그룹의 이성호입니다. 주차 문제로 좀 늦었습니다.”
“응? 주차?”
“제 차가 좀 낡아서 이곳으로 출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다.
성호의 차는 15년이나 된 중고차 아판테다.
금화정은 보통 요정집이 아니라 최상급의 고급 요정집이다.
그런 곳의 주차장에는 아무 차나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근처에 주차하고 오느라고 좀 늦은 것이다.
“아니, 이것들을!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김동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 것을 성호가 말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김동선은 성호의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고는 뻘쭘하게 자리에 도로 앉았다.
성호는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과시하는 것을 싫어한다.
“큼큼, 일단 인사하지. 이쪽은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 대장.”
“반갑다. 남종태다.”
“반갑습니다.”
시원시원한 성격 같았다.
“이쪽은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
“반갑습니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입니다.”
“반가워, 난 자네 팬일세, 갈 때 싸인 한 장 부탁하지. 껄껄껄”
통통한 체격에 수염이 풍성하게 자라서 해군 참모 총장이 아니라 무슨 산적 같다.
“저 깐깐해 보이는 인간이 공군 참모 총장 신명현일세.”
“반갑습니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신명현이다.”
서로 인사를 하며 인사를 한 뒤에 자리에 다시 앉았다.
“보안은?”
“이미 애들을 사방에 풀었습니다.”
그냥 장소를 정해서 이곳에 모인 듯하지만, 식당 주변에는 기무사들이 쫙 깔려 있다.
국군 기무사령부가 군사 안보지원 사령부로 이름을 바꿔 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정보수집, 수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사 정보기관이다. 군사보안 지원, 방첩, 군 관련 첩보, 특정범죄 수사 등을 담당한다.
“일단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다 군사 기밀일세.”
“전 아직 군인이 아닙니다만.”
“면적은 합격일세, 이제 군인이지. 됐지?”
“…….”
얼떨떨해하는 성호에게 산적같이 생긴 최진철 제독이 껄껄거리면서 웃었다.
“껄껄걸, 소위가 된 걸 축하네.”
“16주 훈련은?”
“한 걸로 치세.”
뭐야, 이 막 나가는 상황은?
“자네는 모르지만 이미 국방의 전력 대부분이 자네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네. 하찮은 거에 놀라지 말게. 사실 외국의 군사 고문을 초빙해도 그 정도 대우는 해주는 편일세.”
외국의 군사적인 기술 고문을 초빙할 경우 군사 훈련 열외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소위가 아닌 대위로 임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네를 위해서 미래 MID에 군사 개발비 10조를 투입했네. 일 년 국방 예산의 30%지.”
“!”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 직속이고 생산은 미래 MID에서 할 계획이고 말일세.”
“제가 뭘 만들지도 모르는데 투자 먼저 한다고요?”
“뭐, 어떤가, 어차피 못된 놈들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장관 몇몇이 모여서 FX사업이니 뭐니 하면서 벌써 몇조를 해 먹었어. 그리고 나는 자네를 믿네.”
“끄응, 알겠습니다.”
“자네 담당은 마나 국방연구소 팀장으로 했네. 내 직속이라 요 녀석들도 함부로 못 할 걸세.”
요 녀석이라는 게 육해공 참모 총장이다.
“이미 707 특임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12명을 뽑아 놨네.”
“네?”
“도깨비 부대 만들어 준다며? 준비만 되면 바로 보내주지.”
“끄응.”
“하하하, 그래, 일단 자네 이야기를 들어 보지. 뭐부터 만들어 줄 텐가?”
“전에 김동선 대장님께서 미군이 완전히 떠나면 중국이 움직인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지.”
“앞으로 미군이 완전히 떠나기 위해서는 3개월이 걸리고 그 전에 무기들을 생산해서 배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호의 이야기에 4명의 대장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서 붙이는 형태의 마나 무기들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 말에 3명의 육해공 참모총장들이 의아해하며 성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미래 그룹에서 마나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물건들을 생각하면 분명 놀라운 물건들이 탄생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붙이는 형태라니 감이 안 잡혔다.
“일단 마나라는 에너지에 대해서 무지하시니 제가 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성호가 호주머니에 작은 보석 같은 결정 두 개를 꺼냈다.
“이건 마나 배터리라는 겁니다. 전기와 마나 에너지를 보관하죠.”
그리고 구리로 된 판을 하나 꺼냈다.
“마나는 일정한 도형을 지나 성질이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워싱, 트루스, 클린, 힐러 같은 제품들이 나오는 거구요.”
성호가 구리판에 쇠젓가락을 이용해서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마법진을 그렸고 마나 배터리를 연결했다.
“지금 이 구리판에 그려질 마나 회로는 인비저블이라는 것으로 투명화 장치입니다.”
4명의 대장이 성호가 하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예를 들어 이 구리판을 제 몸에 붙이고 실행하면 투명하게 되는 겁니다.”
성호가 구리판의 위쪽 버튼 부분을 눌렀다.
-우웅…….
약간의 진동과 빛이 흐르더니 성호의 몸이 점점 사라져 갔다.
그리고 끝내 성호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게 바로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투명화시킨 거죠. 이 상태로는 레이더뿐만 아니라 적외선, 열추적, 감마선까지 피할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들리는 성호의 말에 4명은 입만 벌리고 있었다.
평생 이런 것을 어디서 봤겠는가?
-캔슬!
성호가 마법을 해제하자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건 스텔스보다 더 대단한 거잖아!”
“뭐야, 이거? 이걸 입혀서 적에 침투하면 누가 막아!”
“이런 엄청난 걸 왜 아직도 몰랐던 거야!”
가장 먼저 손이 빠른 공군 참모 총장인 신명현이 구리판을 뺏어 들었다.
신명현은 그동안 스텔스 전투기를 얼마나 만들고 싶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 하나 주면서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 자존심이 확 상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방금 스텔스 장치를 본 거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
“구리판 위에 달린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신명현은 바로 시험해 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과 발이 점점 사라지더니 없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물론 주변에 있는 숟가락이나 그릇을 만져 보니 진짜 손이 없어진 것은 아닌 것은 확인되었다. 진짜 몸이 투명하게 된 것이다.
“와! 이건 미친 거야!”
그다음으로는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가 시험해 봤고 그러고 나서 최진철과 김동진까지 놀라워하며 사용했다.
“앞으로 무기 개발에 이걸 이용할 겁니다.”
“오! 이 투명화 장치를 말인가?”
“그렇습니다. 장착만 하면 되는 마나 회로를 만들 생각입니다.”
“기발하구만, 그럼, 마나 에너지로 뭐부터 만들 생각인가?”
“전차부터 하죠.”
탱크라는 소리에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가 관심을 가졌다.
“어떤 전차?”
“전차라면 당연히 흑표죠.”
“오! K-2 흑표!”
흑표 전차는 현템에서 생산하는 전차로서 55t이나 나가는 전차다.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최대속도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으며 한 번의 주유로 450Km까지 달릴 수 있다.
무장으로는 120mm 55구경 활강포가 달려 있고 40발 적재에 자동장전이다.
“그럼 다 모아 주실 수 있나요?”
“왜?”
“이미 준비가 끝나서 장착만 하면 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