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68화 (68/225)
  • 《68화》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고 김동선은 성호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믿어도 되는 걸까?

    돈만 아는 회장은 아닐까?

    아냐, 이성호 회장은 뭔가 다르다.

    눈이 너무 맑고 정순하다.

    목이 탔는지 차를 한 모금 마신 김동선 대장이 입을 열었다.

    “비밀리에 해외에 움직이는 정보조직이 있다네. 이름은 ‘아잘래’의 약자인 AZL 라고 지었지.”

    “아잘래는 라틴어로 진달래군요.”

    김동선 합참은 라틴어를 바로 알아맞히는 것에 약간 놀란 표정이다.

    “그래, 라틴어야. 5년 전부터 AZL은 러시아에서 이상한 첩보를 받았는데 중국의 외교부장인 양츠형이 왔다는 내용이었지. 비밀 회담이었고 그 회담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AZL 요원 한 명이 전사했다네.”

    김동선 대장의 말이 이어질수록 성호의 얼굴도 심각하게 굳었다.

    정보를 꺼내오기 위해 사람이 죽을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니다.

    “그 둘이 대화한 내용은 중국이 북한을 침공할 때 발생하는 이익 배분에 대한 것이었고, 총 12번의 비밀 회담이 이어졌지.”

    “!”

    “그 뒤로 중국의 제79 집단군과 제78 집단군들이 북한 쪽으로 대규모 이동을 시작했고 엄청난 양의 기계화 부대와 무기들이 추가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네.”

    “저도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대단한 것 같았는데 그동안 뉴스에서 열심히 떠들던 내용이다.

    “큼큼, 사실 뉴스에서 많이 떠들었지, 그 정보를 우리가 흘렸거든.”

    이건 뜻밖이다. 군대가 정보를 일부러 흘리다니 말이다.

    “대통령이 경각심이 없어서 말이야. 내가 언론에 제보했지. 하여튼 아직 그 상태로 2년 동안이나 대기 중이야.”

    “중국과 러시아의 협의가 무산된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 아무리 봐도 뭔가를 기다리는 느낌이었거든.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걸까?”

    “그런데 이번에 미군이 아시아에서 철군하고 있다?”

    “빙고!”

    아시아에서 미군이 떠나자마자 아시아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아시아는 언제나 화약고였다.

    욕심 많은 강대국이 3개나 몰려 있었다. 중국, 러시아, 일본이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언제든지 서로를 물어뜯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몇 달 뒤에는 미국의 군대가 철수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을미사변, 을미늑약!

    어찌 잊을 수 있는가? 일본에 빼앗긴 대한민국의 얼이여!

    일본은 대한민국의 꽃다운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데려다가 창녀처럼 강제로 군 위안부로 동원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런 위안부에 끌려간 소녀들 대부분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좀 나을까?

    해방 직후 6.25 전쟁은 소련과 중국의 욕심과 만행을 여실히 알게 해준 사건이다.

    소련의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이런 명령을 했다.

    -남한 내에서 빨치산 활동을 강화하고 반동체제의 파괴와 남한에서 인민봉기의 확산, 그리고 북한군의 강화에 최대한 노력을 집중하라.

    -잘 훈련된 병사와 현대 장비로 무장된 정예사단을 만들어야 한다.

    1950년 6월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남한을 침공했다.

    그것이 바로 6.25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19세기 몽골, 티베트, 위구르를 정벌하겠다며 군대를 파견했다.

    그리고 북한 출병을 주장하는 마오쩌뚱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 10월 19일 중국군은 드디어 압록강을 넘었다.

    그것이 6.25 전쟁 말미의 1·4 후퇴 사건이다.

    당시의 비밀문서들을 보면 유엔군과 미군을 한순간에 몰아내고 대한민국을 중국의 영토로 합병하려는 시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군이 철수하면서 이 3개의 괴물이 우리에서 풀려났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이 하나로 이어졌다.

    -미래 MID, 미래 BT를 인수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전쟁의 이익을…….

    -미군 철수, 중동의 기름 시장 장악, 아시아의 전쟁, 세계 정복!

    이성호는 모든 줄거리가 하나로 이어지자 소름이 돋았다.

    “그럼?”

    “한 달 전에 러시아의 AZL에게서 암호 전문이 긴급으로 내려왔는데 제목이 ‘바이나 빌리스카’였다네.”

    “러시아어군요. 한국어로 하면 전쟁 임박?”

    “그렇지. 보고서에는 김성은이 죽자마자 북한으로 진격하기로 했으며 러시아는 발트해에서 미국을 잡고 있겠다는 협약 내용이었지. 그 대가로 자원과 여러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말이다.”

    “중국은 아시아의 권력 구도의 정점에 설 것이고,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미국을 넘어서려는 계획이 성공하겠군요.”

    “정답! 그러나 대한민국은 중국이 북한을 꿀꺽하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그렇겠죠. 상대는 중국이니까.”

    “한민족의 땅이 짱개 놈들에게 넘어가는데도 손쓸 수가 없다는 거지. 그런데 그 뒤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마 중국의 속국이 되겠죠.”

    “맞아. 이걸 막겠다고 참전하면 많은 장병이 희생되고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속국이 되겠지.”

    “애국심과 인간애 사이에서의 갈등이군요.”

    “그렇지. 많은 장병을 희생하느냐, 아니면 나라를 중국에 넘기느냐의 갈등이지. 그런데 세계 군사력 3위인 중국과는 싸워 봤자 이길 수 있겠나?”

    “그럼,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요전에 만년호 사건은 알지? 미래 자동차의 반중력 추진 장치가 사용되었으니까 잘 알아야 할 거야.”

    만년호의 승객들을 구하겠다고 나섰다가 미래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반중력 추진 장치를 선전해 주는 꼴이 되었다.

    “끄응, 그 상표 하나 때문에 귀찮은 일이 많네요.”

    “그 일로 미래 그룹을 조사해 봤지.”

    이건 좀 의외였다.

    만년호 사건 때문에 미래 그룹의 홍보과가 마비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미래 그룹의 힘은 마나 에너지에서 나온다. 그리고 모든 마나 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대전에서 있는 미래 중앙 연구소에서 한다.

    그리고 모든 정보는 마법으로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 아십니까?”

    성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촌부처럼 보인다고 해도 한 나라의 군사력을 움켜쥔 합참의장이다.

    “이성호 회장, 오해하지 말게. 내가 조사한 것은 그냥 인터넷으로 검색했다는 뜻이니까 말이지. 요즘 민간인 사찰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러는가?”

    “아!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도리어 내가 미안하고 더 감사하지. 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암 환자였으니까. 그런 내가 미래 그룹에서 만든 힐러의 도움으로 완치가 되었어. 늦었지만 내 정식으로 이렇게 감사드리겠네.”

    김동선 대장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는 워싱부터 요즘 이슈가 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까지 알아봤는데 보면 볼수록 놀랍더군. 과학적인 상식을 뒤집어엎는 놀라운 기술들이지.”

    “감사합니다.”

    “이성호 회장, 마나 에너지는 놀라운 기술이기는 한데 그런 것을 지킬 수 없다면 다른 나라는 탐을 내게 되어 있네.”

    “빼앗으려 들겠지요.”

    “그래서 그런 기술들은 대부분 군사력 발전으로 이어지지. 이성호 회장이 도와주면 난 중국의 침략에서 북한을 지킬 수 있다고 믿네.”

    “전쟁하면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안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끝내 나라까지 빼앗기지.”

    김동선 대장의 눈은 순박하지만 강직하다.

    둘은 서로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성호는 그동안 무기를 생각하며 준비해 온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건 미래 MID를 통해서 할 계획이었다.

    “이성호 회장이 입대해서 마나 무기를 개발해 주게.”

    “전 군 입대 후 이병입니다. 이병이 뭘 하겠습니까?”

    “마나 국방과학 연구소를 하나 만들 생각인데 거기 책임자로 자네를 뽑을 생각이네. 직위는 소위 임관으로 입대 조치하겠네.”

    “전 직권 남용 하는 걸 싫어합니다.”

    “직권 남용은 아니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장교로 임관시키는데요?”

    “잘 듣게, 군인사법의 제 12조 5항에 보면 기술 분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해당 전공 분야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을 장교로 임용할 수 있게 되어 있네, 미래 그룹의 업무를 보는 것부터 출퇴근 및 월급까지 챙겨주지.”

    “그래도…….”

    “안 하면 최전방일세, 바로 중공군과 싸우게 해주지.”

    “상관없습니다.”

    “아마 전쟁 중이라 오랫동안 미래 그룹으로 돌아오기 힘들 걸세.”

    “끙.”

    “어차피 입대는 해야 하지 않나?”

    “에휴, 좋습니다. 하도록 하죠. 다만 기간은 현역 군 기간만이고 김동선 합참의장님의 명령 이외에는 안 받겠습니다.”

    “콜, 그렇게 하도록 하지.”

    성호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허락을 했다.

    “이성호 회장, 염치에도 불구하고 하나 더 부탁하지.”

    “뭡니까?”

    “도깨비 부대를 가끔 빌릴 수 있을까?”

    “도깨비 부대요?”

    “거 있잖은가? 도깨비 가면을 쓰고 휙휙 날아다니던 녀석들 말일세.”

    “도깨비 부대가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성호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태연하게 김동선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만년호 사건 이후 도깨비들이 대한민국 특공대인 줄 알아.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대통령까지 내가 만든 부대인 줄 알더군.”

    “!”

    “그런데 나는 도깨비 부대를 만든 적이 없고 만년호에는 미래 그룹의 반중력 추진 장치가 달려 있었으니 뻔한 거 아닌가? 도깨비들은 이성호 회장의 사람들인 거지, 안 그래?”

    “끄응.”

    “그런 위험한 존재들을 데리고 있는데 확 그냥 경찰이나 국정원에 찔러? 일 년에 한두 번만 부탁드림세.”

    “불가합니다.”

    “왜 또?”

    도깨비들은 대학민국 범죄조직을 통일한 녀석일 뿐 아니라 입이 거칠다.

    작전을 하면서 무전으로 육두문자가 난무할 거다.

    통신중에 개나리, 해바라기, 젖갈이라는 단어가 오가면서 엉망이 될꺼다.

    그리고 절반이 군대를 나오지 않아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다.

    “녀석들도 할 일이 많아서요. 대신 비슷한 거 하나 만들어 드리지요.”

    “오! 그럼 더 좋지, 정식으로 도깨비 부대가 창설되는 거군.”

    성호는 다음 날 수지를 만나기로 했다.

    군대 이야기도 해야 했고 여러 가지 말할 것들이 많았다.

    보통 남자 사람 친구라면 영화도 보고 대학가에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성호가 세상에 너무 알려져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 운전면허 땄어!]

    수지의 깨톡이다.

    [기념으로 야외로 나가 보자.]

    오늘은 수지가 운전면허를 딴 기념으로 강화도에 가보기로 했다.

    수지의 차는 요즘 잘 팔린다는 작은 소형차를 샀다.

    -부웅…….

    “어때? 잘 달리지?”

    “앞을 봐 앞, 앞!”

    “왜?”

    “나보지 말고 앞을 보라고!”

    “뭐?”

    이 둘은 드라이브만 하면 걱정이 앞선다.

    성호는 너무 과속해서 탈이고 수지는 앞을 보지 않고 달려서 탈이다.

    중간에 성호가 실드 마법까지 사용해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앞에 시원하게 바다가 보였다.

    초록색의 작은 등대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근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 입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뭐? 군대에 간다고? 신검받고 한참 뒤에 간다며?”

    “그래도, 남자라면 어차피 가야 하는 거고…….”

    “훌쩍.”

    “어! 너 울어?”

    “훌쩍, 나 남겨 두고 군대 가겠다고? 성호 넌 바보야!”

    고개 숙인 수지의 볼을 따라 눈물이 뚜뚜둑 떨어졌다.

    성호에게는 대한민국의 군권을 다 가진 김동선 대장보다 이 눈물이 더 무섭다.

    “미안.”

    성호는 수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것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났는데 수지의 깨톡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뭐해? 군대 안 가?]

    [훈련받다가 내 생각하면서 펑펑 울어라!]

    [널 기다리는 내가 있으니 군대 가서 딴짓하기만 해봐!]

    [너 편지 보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보내면 고무신 신을 거야!]

    [친구가 그러는데 요즘 군대는 핸드폰 있다며? 손가락 부러졌어? 왜 문자가 없어!]

    [벌써 보고 싶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자신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수지는 성호의 애인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걸까?

    [난 출퇴근해.]

    [방위 같은 거야? 울 아빠가 방위 나왔다던데.]

    [뭐……. 비슷하지.]

    [그런데 소위라며? 소위가 방위야?]

    [하아, 방위가 아니고 보충역이라고 하는 거고…….]

    [그런 성호 너 보충역이구나]

    [보충역은 아닌데…….]

    [그럼 왜 입대했는데 출퇴근해?]

    ‘이걸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지?’

    [하여튼 출퇴근하니 매일 만날 수 있는 거네.]

    [그래.]

    [너 보충역이라 별거 없나 봐?]

    […….]

    순식간에 성호는 보충역이 되었다.

    수지는 언제나 어려운 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버리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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