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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67화 (67/225)
  • 《67화》

    김동선 대장은 대한민국의 합동 참모 총장이다.

    합동 참모 의장은 군사령부(육해공), 해병대사령부, 정보사령부 등 3개 합동부대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평시 작전통제권까지 있는 군의 최고 수장이다.

    한마디로 군대는 김동선 대장이 움직인다.

    김동선 합참은 며칠 전에는 암으로 죽을 뻔했었다.

    그것도 위암 말기! 암이 여기저기 퍼져서 반년도 살기 힘들다고 했었다.

    미래 그룹에서 만든 힐러라는 치료기계가 아니라면 암으로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다.

    단 일주일간의 힐러로 치료받은 뒤 말기 암이었던 김동선 합참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미래 그룹에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새 생명을 받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그런데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이 신검을 받았단다.

    그룹의 회장이 병역을 회피할 생각도 없이 신검을 받아 1등급을 받았다.

    미래 빌딩에 테러가 생겼을 때만 해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알아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었다.

    국회의원을 어떻게 그렇게 정신 개조시켰는지 모르지만 아주 국민들의 노예로 만들어 놨다.

    거기에다가 그가 회장이 된 이후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알아보니 검소하기까지 했다.

    “딸이라도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군.”

    다 장가를 간 아들놈들뿐이라 아쉬웠다.

    “부르셨습니까!”

    군기가 바짝 든 저 대머리는 김동선 대장의 5년 후배이자 육군 인사 사령관인 중용철 중장이었다.

    “이성호 회장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회장이라는 업무 수행을 병행하고 편한 보직을 생각하여 행정병을 생각 중입니다.”

    “좋아. 입영 후 그렇게 조치하게.”

    “넵!”

    -따르르릉!

    그때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렸다.

    김동선 대장은 아직도 저런 벨 소리가 좋았다.

    [저 진철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최진철 해군 참모 총장이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김동선이 전화기를 바로 잡았다.

    “뭔데 그래?”

    [600명 승객을 태우고 가던 여객선이 침몰 중입니다.]

    “뭐?”

    순간 김동선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 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른다.

    “진철아! 통영함은?”

    [통영함은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UDT 대원들도 헬기로 이동 중입니다.]

    “잘했다.”

    전화기는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또다시 울어댔다.

    -따르릉!

    “청와대로군.”

    급하게 수화기를 들자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장인 오만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동선 대장님, 600명의 승객을 태우고 가던 여객선이 침몰 중입니다. 국가 재난 상황입니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가동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선은 전화를 끊자마자 정복을 챙겨 입고 용산 국방부 본청을 나섰다.

    현지 자동차의 고급스러운 자동차에는 붉은색의 번호판이 달려 있었는데 황금색의 별 네 개가 반짝였다.

    그의 관용차가 움직이자 양쪽으로 모터사이클 헌병들이 호위하며 청와대로 이끌었다.

    비상 상황이라 신호기를 조작해서 그냥 통과해서 달렸는데도 20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 도착했다.

    청와대의 지하에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김동선 합참의장.”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각하.”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규철은 얇은 입술에 동그란 얼굴, 금테 안경 너머에 약간은 얍삽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사람이었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회의장의 사방에는 여러 가지 입체 영상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각종 방송 화면과 만년호의 상태를 보여주는 영상까지 다양했다.

    -조타수의 급변침으로 인한 침몰로 추정.

    -과거와 달리 빠른 대응으로 구조되는 승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생각보다 만년호가 가라앉는 속도가 빨라.

    -이미 통영함과 UDT 대원들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좋아! 과거 정권보다는 빨리 모였군.”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지지율이 급 상승할 겁니다.”

    그의 옆에는 그의 측근 중의 측근 민정수석 유명철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좋아, 그럼 일단 몇 명이나 구했지?”

    “벌써 400명을 넘겼다는 보고입니다.”

    사방에 각종 방송사의 화면들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해경들의 옷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서 구조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하하하, 600명이 타고 있었으니 희생자의 수가 200명 이하로 나오겠네? 이거 내 인기가 급상승하겠어.”

    “축하드립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동선 대장은 마이크를 던지려다가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말이다.

    인기로 당선이 된 대통령의 한계였다.

    -갑자기 만년호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

    -창문을 통해 선내로 바닷물이 급격히 유입.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급격하게 기울어가는 만년호!

    만년호 위에서 사람들을 밧줄로 끌어 올리던 사람들의 손이 빨라졌다.

    방송 화면에는 바다로 뛰어드는 승객들과 헬기를 통해 구출되는 모습들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쿠쿠궁!

    만년호가 완전히 누워 버리고 실내로 바닷물이 무섭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위급한 상황에서 모든 경비정과 배들이 만년호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건 또 왜 그러는 거야? 구조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냐?”

    “저건 아마도 만년호가 바다로 가라앉으면서 생긴 조류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한 조치 같습니다. 지금 만년호의 침몰 속도는 매우 빠른 편입니다.”

    “그래? 그럼 몇 명이나 구했는지 자세하게 알아봐.”

    “넵, 당장 현장 담당자와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민정수석 유명철은 공중으로 떠오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지금 만년호 위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을 이정수 정장이었다.

    “여기는 청…….”

    [바쁜데 어떤 개자식이야! 끊어!]

    -뚜뚜뚜뚜…….

    “…….”

    스피커폰이라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들었다.

    “큼큼, 바쁜 모양이군.”

    -침몰하는 만년호!

    -500명의 사람이 구조됨.

    -100명의 사람이 아직 구출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

    주변에 떠 있는 방송사들이 완전히 침몰하기 시작하는 만년호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아직 구출되니 못한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희생자들이 100명뿐이고 대응도 빨랐으니 내 인기는 최고가 되겠어.”

    “축하드립니다.”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김동선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저런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은 자신이 다 한심했다.

    “어!”

    “뭐야 저거!”

    “우와!”

    갑자기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소란스러워졌다.

    이미 가라앉기 시작해 일부만 보이던 만년호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촤아아아!

    기울었던 만년호가 바로 세워지면서 안에 들어 있던 물들이 밖으로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방송 화면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경비정에 있는 CCTV에는 밝게 빛나는 뭔가가 만년호의 한쪽 벽에 무수히 붙어 있었다.

    그때였다.

    도깨비 가면을 쓴 괴인들이 수면에서 갑판 위로 올라온 것은 말이다.

    -퍼엉, 펑!

    도깨비들이 만년호의 창문과 문을 뜯어내자 엄청난 물줄기들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무지개를 만들어 냈다.

    -만년호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남.

    -가라앉던 배가 수면으로 다시 올라오는 기적이 일어남.

    -도깨비들은 대한민국 특공대로 추정.

    -만년호 희생자 없이 전원 구조.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에 있던 모든 사람은 지금 입을 한자만큼 벌리고 다물 줄을 몰랐다.

    개인 방송을 하던 사바나 TV의 내용이 이어지면서 미래 그룹이 관여한 것이 알려졌다.

    반중력 장치에 미래 그룹이란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만년호를 수면으로 끌어 올린 것은 미래 그룹의 반중력 추진 장치로 알려져.

    -미래 그룹 또 사고 침.

    -미래 그룹과 군부대와의 커뮤니케이션.

    -미래 그룹의 기술력이 도입된 도깨비 부대.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군부대 탄생하나?

    그다음에 여러 방송국에서 떠들어 대는 소리에 김동선 대장은 정신이 없었다.

    도깨비 부대?

    그런 게 있을 턱이 없다.

    “오! 역시 김동선 대장입니다. 언제 또 저런 특수 부대를 다 만드셨습니까?”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뭐라 해야 하지?

    “아, 예…….”

    “아마 전에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이 신검까지 받더니 뭔가 거래가 있었나 보죠? 덕분에 제 인기는 기록 경신입니다. 도깨비 부대, 앞으로 기대합니다. 하하하.”

    “아, 예…….”

    미래 그룹과 거래라니?

    다 자기 같은 줄 아는가 보다.

    그건 그렇고 도깨비 부대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하나 만들어야 하나?”

    그래서 이성호 회장을 만날겸 입영 통지서를 직접 전해주기 위해 김동선 대장이 움직였다.

    오랜만에 양복을 꺼내 입었더니 어색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강직해 보이는 턱, 순박해 보이는 눈을 보면 시골에서 막 상경한 농사꾼이었다.

    미래 빌딩의 남색의 유리창으로 인해 반짝이는 아름다운 경관과 김동선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김동선은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하고 이성호 회장과 미팅을 신청했다.

    성호는 군의 합참의장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그를 바로 회장실로 모셨다.

    “안녕하십니까? 이성호입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반갑습니다. 김동선 합참입니다.”

    성호도 김동선 합참을 알고 있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육사 출신임에도 특공대에 지원해서 707 특임대의 지휘관이 되었다.

    그 뒤에는 해군인 UDT를 지원하여 근무하더니 SSU를 거쳐 해외에서 많은 작전을 펼쳤다고 알려져 있다.

    나중에는 공군의 CCT와 SART를 자원해서 들어갔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장직으로만 10년 넘게 육해공을 넘나든 인물이다.

    그리고 육군참모 총장 남종태, 해군 참모 총장 최진철, 공군 참모 총장 김명형과 매우 친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군사지휘권을 꽉 잡은 사람이 바로 김동선 합참이다.

    “이성호 회장님, 이렇게 보니 젊고 잘생기셨습니다.”

    솔직히 저 붉은 머리는 의외이긴 했다. 그래도 눈빛을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니다.

    “말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한참 어립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한 그룹의 회장이신데 말입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지.”

    “합참의장께서 기업에 왜 찾아오신 겁니까?”

    성호는 성호 나름대로 정치인이나 나랏일 하는 사람이 미래 그룹에 찾아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 바람에 기자들의 집중 사격을 받지 않았는가 말이다.

    “전에 군대 신검을 받았더군.”

    “네, 받았습니다. 제 입대 문제로 찾아오신 것이라면 전, 해병대 아니면 최전방을 지원할 겁니다.”

    “응?”

    “저희 아버지께서 해병대 출신이십니다.”

    “큼큼, 그렇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내가 이렇게 이성호 회장을 찾아온 것은 도움 받을까 해서 온 걸세.”

    “도움을요?”

    성호와 김동선 대장간에 시선이 교차했다.

    마음의 창이라는 눈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군인이라는 배경만 없다면 어디 시골 농사꾼 같은 저 순박한 외모에는 거짓이나 가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말씀하시지요.”

    성호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악인은 악인의 대우를, 의인은 의인의 대우를 하는 것이 성호의 좌우명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일급 보안 등급의 내용이라네. 자네 비밀은 꼭 지켜 줄 수 있지?”

    “말씀하시지요.”

    성호의 눈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좋아. 내가 이성호 회장을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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