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65화 (65/225)

《65화》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찾아왔다.

인천의 연한여객선 터미널에는 많은 여행객으로 붐볐는데 그중에 어린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인천에 있는 홍도 고등학교 2학년들이었다.

홍도 고등학교는 남녀 합반으로 총학생 수 1,120명에 2학년만 385명이다.

9월 초에 있던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수학여행을 온 것이다.

만년호,

길이 152m에 너비만 25m인 여객선이다.

배수량 7100t, 최대 속도 21노트이며 정원이 900명이지만 실제로는 600명만 탑승한다. 왜냐하면 제재가 강화되고 과적일 경우 벌금을 크게 때리기 때문이다.

이날 만년호에는 622명의 승객과 120대의 각종 화물차, 20개의 컨테이너를 실었다.

요즘은 과거 여객선 침몰 때문에 많은 조치가 이루어졌다.

신원 조회도 철저히 했고 여객선 내부의 관리나 구명조끼, 구조 보트 등의 설치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대박, 엄청 크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큰대?”

남학생들은 처음 보는 커다란 여객선에 관심을 가졌다.

“끼야! 남원희 선생님이다.”

“이번에 교원 선생으로 오신 남자 선생님?”

“응, 엄청 남자답게 생기지 않았냐?”

여자들은 이번에 따라오게 된 교원 선생님, 남원희에 관심을 가졌다.

약간 수줍은 말투와 큰 키, 그리고 웃을 때 보이는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뿌아앙……!

커다란 기적 소리와 함께 만년호는 인천에서 제주도를 향해 출발했다.

만년호의 조타실에는 선장과 삼등 항해사, 조타수 이렇게 3명이 돌아가면서 일을 했다.

“딸꾹, 아이고, 술병 왔나 보다.”

만년호의 선장인 이만석 선장은 배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나 자고 올 테니까 삼등 항해사가 조타실을 맡아. 항해 일지는 알지?”

“예예, 선장님은 조타실에서 근무 중이십니다.”

“크크크,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네. 네~”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저렇게 술을 진탕 마셔 놓고 자러 간다.

-펑펑, 쾅쾅!

갑판 위에서는 승객들을 위해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맹자야, 폭죽 대박이다.”

“이야! 신난다.”

“배 타고 제주도 가는 것도 괜찮은데?”

폭죽놀이가 끝나고 아이들은 하나둘 선실로 들어갔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먼저 주무세요. 사랑해요.]

[엄마, 신발 왔어? 그거 수학여행 때 신으려고 했는데 못 신고 갔어.]

저녁 12시, 만년호의 중앙에는 매점과 식당, 안내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시간에 수학여행을 와서 자는 고등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니들은 잠도 없니?”

이번에 교생으로 와 있는 남원희는 여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매점으로 왔다.

“선생님, 요거 하나만 사주세용!”

그중에서 맹자라는 아이는 쾌활하고 애교도 많은 편이라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매점에 모인 친구들이 12명이나 된다.

“그래, 대신 이것만 먹고 바로 자야 한다.”

“네~.”

그렇게 순식간에 남원희이 호주머니에서 5만 원이 날아갔다.

“휴우, 내 피 같은 돈…….”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니들, 꼭 방에 들어가자마자 자는 거다. 늦게 자는 거 걸렸다간 내일 제일 늦게 내리게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네엥!”

만년호는 밤새 항해를 계속했다.

-꾸벅…….

“하암!”

삼등 항해사인 박필지는 졸린 눈을 비볐다.

저 너머로 해가 뜨기 시작했다.

“하암, 밤을 꼬박 셌네.”

저 빌어먹을 술쟁이 선장만 아니었다면 교대로 근무하면서 2, 3시간 정도는 눈을 붙였을 것이다.

저 앞에 졸고 있는 초보 조타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야 정신 안 차릴래?”

“음냐, 박 항해사님은 잠도 없으십니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조금 지나면 맹골수도야. 거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

맹골수도(孟骨水道)!

전라남도 진도군에 있는 섬 중에서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물길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유속이 빠른 해협이다.

암초는 없지만 10년 동안 40번의 이상의 선박 충돌 사고가 났고 그중에 전복이 7번, 좌초는 6번이나 일어났다.

특히 그때의 사건이 가장 컸는데, 304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여기가 거긴가요?”

“그래, 나도 오기 싫은데 기름 아낀다고 꼭 여길 지나가라잖냐.”

맹골수도에 들어서자마자 만년호의 선체가 약간 기울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앞에 다가오는 화물선과 충돌할 위험이 있었다.

“조타수 140도로.”

“하암, 졸려. 125도요?”

신입 조타수는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비볐다.

“아니, 140도라고, 지금은 145도로 맞춰.”

“145도요? 어?”

-쿠앙!

갑자기 만년호가 급회전하면서 흔들렸다.

-콰다당!

박필지는 순간 몸이 붕 떴다가 구석으로 처박혔다.

“끄응, 야 이 개새끼야! 뭘 건드린 거야?”

머리를 만져 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 저기 그게……. 제가 변침을 잘못한 거 같아요.”

“젠장!”

앞을 보니 묶여 있어야 하는 컨테이너가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배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만년호, 여기는 진도VTS, 감도 있습니까?]

옛날 같지 않게 모니터링을 잘하나 보다. 바로 무전이 날라 왔다.

박필지는 바로 무전을 집어 들었다.

“여기는 만년호, 지금 급변침으로 인해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만년호, 여기 진도VTS입니다. 지금 라이프래프트 및 구조 보트를 준비해 주십시오. 경비정이 10분 뒤에 도착합니다.]

“알겠습니다.”

무전이 끝날 때쯤 선장인 이만석 선장이 머리를 부여잡고 조타실로 들어왔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배가 급변침을 하고 지랄이야!”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선장이 큰소리다.

배는 점점 기울기 시작하더니 똑바로 서기 힘들 정도로 기울어졌다.

맹자는 친구들을 데리고 구명조끼를 찾아서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야, 뭐해 위로 올라가야 해! 일어나!”

“짐은 챙기지 마!”

누군가 이런 일을 경험이라도 한 듯 아이들을 챙켰다.

과거의 아픔은 미래의 아픔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다.

희생한 사람들의 넋이 이들을 이끄는 듯했다.

객실에 있던 홍도 고등학교 학생들은 바로 객실을 나와서 위로 올라갔다.

-쿠쿠쿵……!

뭐가 잘못되었는지 배가 갑자기 더 기울어졌다.

너무 갑작스러운 기울어짐에 승객들이 나뒹굴었다.

“끼야!”

비명과 함께 학생들이 난간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전등이 깜박거리기 시작하고 만년호는 너무 기울어서 손발을 이용해서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가 되었다.

만년호의 너비는 25m나 되는데 반대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개의 객실을 지나야 했다.

“야! 이거 잡고 올라와라.”

남자 학생들이 어디서 구해 왔는지 소방 호스를 아래로 내렸다.

만년호로 또다시 무전이 들어 왔다.

[만년호, 현재 물이 얼마나 차 있습니까?]

이번에는 이만석 선장이 직접 무전을 받았다.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브리지에서 좌우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여서 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 구조하러 언제 옵니까?”

전혀 그런 상태는 아님에도 엄살을 떨었다.

[경비정 도착 5분 전입니다. 방송하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만석 선장이 자신의 가방을 등에 메더니 브릿지 밖으로 나섰다.

“야! 짐 챙겨 해경이 구조하러 온단다.”

“선장님, 승객들은?”

“알아서 구하겠지. 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라이프래프트라도 작동 시켜 보겠습니다.”

“이렇게 배가 기울어 있는데?”

“도망가시려면 혼자 가십시오.”

삼등 항해사 박필지는 조타실을 나와 난간을 잡고 갑판을 이동했다.

그곳에 흰색의 원통 모양의 라이프래프트가 있었다. 그런데 자물쇠와 와이어로 단단하게 묶어 놨다.

“젠장!”

박필지는 주변에 공구가 있는지 급하게 찾았지만 마땅한 것이라고는 몽키 스패너가 다였다.

-까앙!

몽키 스패너로는 아무리 때려도 자물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위를 보니 이미 탈출을 시도한 많은 사람이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안에 탄 사람은 무려 600명이다.

그런 사람들이 다 저 난간에 전부 올라설 수는 없을 것이다.

배는 이제 점점 기울기 시작해서 기어오르기도 힘들어 보였다.

목포 해경 소속의 183경비정은 빠른 속도로 만년호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네 대의 경비정이 뒤따랐다.

총 길이 30미터쯤 하는 50톤급 경비정들이 가장 빠르기에 먼저 도착한 것이다.

“이런…….”

생각보다 많이 기울어진 배를 보며 이정수 정장은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

“빨리 저 배에 경비정을 붙이고 밧줄 준비해!”

“이 정장님, 그렇게 하면 침몰하는 여객선에 빨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너 수영하지?”

“넵.”

“그럼 빨리 붙여, 이 자식아!”

“넵!”

다섯 대의 경비정이 만년호에 다닥다닥 붙는 순간 저 멀리서 고깃배들이 다가왔다.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달려 온 것이다.

“여깁니다! 여기요!”

그때 갑판 위, 브릿지로 올라온 사람들이 하얀 천을 휘두르며 구조를 요청했다.

“저기 사람들이 보입니다. 빨리 구하러 가죠.”

“저기는 조타실이다. 승객이 아니고 승무원이야. 가장 늦게 구조한다.”

“넵!”

해경들이 신속하게 밧줄과 망치를 들고 만년호로 올라탔다.

그러나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진 만년호는 타고 올라가기도 만만치 않았다.

-풍덩!

일부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어선들이 움직였지만 많은 사람이 뛰어 내리자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뛰어내린 사람은 많고 어선들은 적었다.

-슈악!

그때 갑자기 붉은색의 텐트 같은 것이 바다 위에 펼쳐졌다.

끝내 삼등 항해사 박필지가 라이프래프트를 작동한 것이다.

“빨리 올라타요!”

박필지자 고함을 질렀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두두두두……!

그때 하늘에서 하얀색과 붉은 줄무늬를 가진 헬기가 나타났다.

S-92 구조헬기였다.

과거의 그 사건을 계기로 구매하게 된 헬기였다.

S-92 대형 수색구조 헬기는 우리나라에 단 2기 밖에 없으며 최대운항 시간이 6시간 정도이고 최대탑승 인원은 21명이나 된다.

그 뒤로 3대의 팔콘 소형 구조 헬기들이 도착했다.

만년호의 침몰 소식은 모든 방송사에서 긴급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만년호 급속변침으로 침몰 중.

-과거의 아픔이 되살아나나.

-만년호에 탐승자만 600명이 넘어.

-홍도 고등학교 학생들 380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성호는 운동을 갔다 와서 회장실로 들어가는데 뭔가 소란스러워 알아보니 만년호 침몰 소식이었다.

“쉽지 않겠어.”

이건 과거와 다르게 너무 많이 기울었다.

600명의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성인이 밧줄을 이용한다고 해도 50도가 넘는 절벽을 오르기는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생들이 많았다.

“최태욱 실장, 도깨비들을 불러.”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동민 소장에게 반중력 추진 장치를 있는 대로 다 모아 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도깨비들 41명 전원이 도착한 시간은 단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인님, 도깨비 전원 도착했습니다.”

“긴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바로 이동한다.”

“존명!”

-우웅!

오랜만에 마나 배터리를 몸에 장착했다.

전에는 구리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수정처럼 생긴 실그래콘을 사용한다.

실그래콘은 강덕현 교수가 만들어낸 규소와 그래핀의 합성 물질이다.

전보다 10배나 많은 양의 마나와 충전 속도를 자랑한다.

-텔레포트!

거대한 마법진이 두 겹, 세 겹 만들어지고 빛과 함께 성호와 도깨비들이 사라졌다.

“잘 다녀오십시오.”

이제 회장실에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최태욱만 남았다.

성호는 가장 먼저 대전에 있는 미래 연구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공중 부양 마법 장치를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강동민은 성호의 명령에 바쁘게 그동안 만들어 두었던 반중력 추진 장치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렇게 모은 것이 153개 정도다.

-우웅…….

미래 그룹 중앙 연구소 지하 5층의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한 겹, 두 겹씩 만들어지더니 밝은 빛과 함께 성호와 41명의 도깨비가 나타났다.

“회장님아 왔어?”

21세기의 인첸트 학파 후계자인 강동민은 과거 메테오 마법도 본 적이 있었기에 이 정도에는 놀라지 않았다.

“회장님아 공간이동이지.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연구에 대해 미쳐있을 뿐이다. 성호의 손을 붙들고 난리도 아니다.

“급하니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상황이니까.”

“공중부양 마법진은 모아 두셨습니까?”

“모두 153개뿐이야. 가능하겠어?”

만년호의 자체 무게만 6천 톤이다.

거기에다 승객과 차량 무게를 더하면 만 톤은 넘어갈 것이고 물까지 차 있다면 상상도 안 된다.

“음, 나머지는 몸으로 때워야겠군요.”

“그런데 진짜 공간 이동할 거야? 거기 지금 생방송 중이던데 텔레포트하는게 다 보일거야.”

지금까지 공개된 마법들은 많은 사람에게 거부감도 없었고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 마법이나 공간을 넘나드는 텔레포트와 워프, 운석을 떨어뜨리는 메테오, 지진을 일으키는 어웨스트 같은 것이 공개되면 문제가 된다.

아직 자신에게는 적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바닷속으로 텔레포트 한 것이다.

“바닷속으로 공간 이동할 겁니다.”

-우우웅……!

거대한 마법진이 또다시 만들어졌다.

그리고 빛과 함께 성호가 만년호로 공간 이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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