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미래 그룹의 모든 연구는 대전에 있는 중앙 연구소에서 진행한다.
지상 3개 층과 지하 5개 층으로 지어진 연구소에는 총 100명의 연구진과 200명의 보조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보안을 위해서는 직원 카드를 항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직원 카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진실성을 꾸준하게 올려주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서 보안과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높은 편이다.
미래 연구소의 옆에는 자동차 테스트용 서킷이 만들어져 있었다.
땅을 파고 약 10m 지하에 지어졌는데 옆에 있는 조그만 산과 연구동에 교묘하게 가려져 내부를 볼 수 없게 만들어 놨다.
보안 때문에 성호와 정진혁 회장 단 둘만 왔다.
그곳에 천마 1호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검은색에 엔진룸이 없고 정면에서 시작해 뒤에까지 이어진 곡면 처리된 유리창은 천장과 옆, 뒤에까지 이어졌다.
차체는 근육처럼 유려한 곡선이 아름답게 이어졌다. 바퀴가 없이 약간 떠 있는 상태까지 감탄이 나오는 디자인이었다.
“이 녀석이 그 천마 자동차인가?”
“그렇습니다. 이 녀석이 천마 자동차입니다.”
“동영상에서 보면 붉은색이던데 이건 검은색이군.”
“트루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천마 자동차는 색상을 취향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성호가 천마 자동차의 문에 손을 대자 입체 화면이 공중에 떴다.
“여기 보시면 내가 원하는 어떤 색상이든지 바꿀 수 있고 좋아하는 그림으로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놀랍군, 나는 그냥 빨간색으로 하지.”
“제 찹니다.”
“하하하……. 무슨 색인들 어떤가? 오! 이 녀석 진짜 바퀴가 없군, 그런데 엔진 룸하고 앞 범퍼는 왜 없는 건가? 충격 흡수나 안전을 위해서 있는 게 좋지 않겠어?”
“보호막 기능이 있습니다.”
“보호막? 막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오는 그 보호막?”
“그렇습니다. 이름을 프록실드라고 지었습니다. 충격 흡수 기능이 있어서 시속 200㎞의 속력으로 정면충돌할 경우의 충격을 대부분 흡수합니다.”
프록실드는 보호하다는 뜻의 프록티브(protective)와 방패라는 실드(shield)의 결합어다.
과거 미래 그룹이 테러를 당했을 때 일반 실드 마법으로는 폭발을 다 흡수하지 못한 것을 개선해서 만든 마법이다.
“놀랍군. 타 봐도 되지?”
“제 차입니다만.”
“젊은 사람이 이렇게 딱딱해서야. 한 번만 태워 주게, 닳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좋습니다. 이왕에 태워 드리는 거 테스트도 겸사겸사하겠습니다.”
슈퍼카들만 단다는 위로 열리는 날개 문을 달았다.
안에 타 보니 실내가 생각보다 넓었다.
“엔진 룸도 없고 조정석도 없군?”
“모두 인공지능 컴퓨터인 에고가 처리합니다.”
“조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주인의 성향이나 기분까지 파악해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이성호 회장, 일단 한 번 달려 보지.”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이건 테스트입니다.”
“물론 알지, 테스트.”
사실 정진혁 회장은 천마 자동차가 궁금했다. 지금은 기술이 없지만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천마 1호, 서킷을 한 바퀴 돌아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정도의 기능이야 요즘 나오는 자율 주행 차에는 다 있는 기술이다.
[어느 정도 속도를 원하십니까?]
“250 km”
[알겠습니다.]
-우웅…….
약간 떠오른 천마 자동차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오호! 진짜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군, 그리고 생각보다 빨라.”
“아직 제대로 속력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슈슈슈슝……!
곡면 유리창으로 앞뒤, 천장까지 커버해서 그런지 주변으로 움직이는 경치들이 시원하게 보였다.
“와우! 엄청 빠르구만”
“지금 시속 250킬로미터입니다.”
“이게?”
믿어지지 않았다.
소음도 없고 속력으로 인해서 생기는 뒤로 밀림도 없다. 심지어 코너링 때의 쏠림도 없었다.
주변의 사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만 아니라면 안에 타고 있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이런 속도로 달리는 자율 주행차라니!’
중국이 세상에 내보인 자기부상 자동차는 대부분 비행 모드로 제트 엔진을 쓰기 전에는 엄청 느렸다.
그리고 지상에서 달릴 때는 특유의 날개를 접었는데 모양이 별로였다.
“지금부터는 천마 자동차의 테스트 가동을 진행하겠습니다. 시속 250㎞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기동 시험을 진행할 예정인데 시험용 장애물을 몇 개를 놔뒀습니다.”
주차된 승용차, 버스, 트럭들이 줄지어져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테스트용 마네킹 더미도 보였다.
자동차들은 지그재그로 주차되어 있었고 그 뒤에 보이는 더미들은 사방팔방 질서 없이 세워져 있었다.
“심장은 튼튼하십니까?”
“왜? 내가 겁이라도 집어 먹을까 봐? 나는 괜찮으니 뭐든 해봐.”
“죽을까 봐요.”
“나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닐세.”
“알겠습니다.”
주차된 자동차와 버스 사이를 천마 1호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시속 250㎞다.
“와악!”
거대한 버스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 천마 자동차가 커다란 트럭 옆을 지나 승용차 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자동차들을 피한 천마 자동차가 이번에는 수많은 더미 인형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악!”
좌우로 순식간에 움직이며 더미들을 피한 천마 자동차는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50m 상공으로 떠올랐다.
-부웅.
“이번에는 급정거 테스트입니다.”
“급정거?”
이렇게까지 높게 나는지 몰랐던 정진현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우……웅.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자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기 마냥 위이잉, 하는 바람 소리가 나는 듯했다.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안 나지만 말이다.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천마 자동차는 250㎞의 속도를 유지했다.
“아악! 멈춰!”
땅에 거의 닿기 전에 천마 자동차가 급정거했다.
시속 250㎞의 속력에서 급정거했는데 안에 타고 있는 성호와 정진혁은 앞으로 쏠리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충격도 없었다.
“하악하악……. 죽을 뻔했네. 그런데 이거 뭔가? 급정거했는데도 전혀 쏠림이 없어.”
“자체 중력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응? 자체 중력이라니?”
“이 천마 자동차에는 중심에 중력 장치가 따로 있어서 우주에 떠 있는 지구와 같습니다.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변을 돌고 있음에도 우리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원리와 같은 겁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기술력이라니, 무슨 외계인의 뇌를 삶아 먹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이런 기술들이 갑자기 나온단 말인가?
“지금부터는 충돌 테스트를 할 겁니다.”
“응? 뭘 한다고?”
또다시 천마 자동차가 서킷을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는 안전을 위해서 150㎞로 낮추겠습니다.”
“150 킬로미터의 속도가 뭐가 안전해! 충돌 테스트라며!”
천마 1호 자동차는 150㎞의 속도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멈춰! 아아아악!”
-퍼어억!
천마 1호 자동차가 콘크리트 기둥에 부딪힌 뒤 30m를 튕겨 나갔다.
그리곤 타이어가 가득 쌓여 있는 벽면을 들이받고 나뒹굴었다.
“으아아아!”
“시끄럽습니다. 이제 그만 비명을 지르셔도 됩니다.”
“응?”
주변이 온통 거꾸로 보였다.
천마 자동차가 뒤집어져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거꾸로 있는 건가?”
“아까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자체적으로 중력이 있다고 말입니다.”
“아!”
원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체험으로 터득하기 마련이다.
“나 토할 것 같네.”
“천마 1호, 빨리 처음 장소로 이동한 뒤 주차한다.”
[알겠습니다.]
거꾸로 뒤집혀 있던 천마 자동차가 알아서 정상적으로 세워진 뒤에 원래 위치로 이동해서 섰다.
“우웩!”
천마에서 내리자마자 정진혁 회장이 구토했다.
“으윽, 난 출시되고도 이 차는 절대 안 탈거야.”
“안 태워 드립니다. 이 차는 제 겁니다.”
“뭔 소리야?”
“천마 1호는 제 것이고 그 뒤에 고급 세단을 모티브로 하는 천마 임페리스, 중형 세탄인 천마 모리아스, 소형차인 베이스까지 여러 가지 콘셉트로 나눌 겁니다. 그 뒤에 트럭과 특수 공사 기계들까지 만들 생각입니다.”
“?”
여기까지는 생각도 못 했다. 성호의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천마 자동차가 출시되기 전에 충전소 문제, 도로 법규의 확충, 신호 체계의 완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걸 현지 건설이 도와주시면 리베이트를 6%만 받죠.”
“콜!”
현지 그룹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기술력에서 밀리면 어떤 사업이든 끝이다.
***
-미래 배터리의 판매 시작.
전 세계로 미래 배터리가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사용하는 배터리는 단추만 했는데 그 정도 크기 안에 8000mAh의 전기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충전 없이 3일간 사용이 가능했는데 화면을 트루스로 바꾸면서 일주일간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워낙에 트루스가 전기 소모가 적었기 때문이다.
충전기가 작아지고 충전 용량이 늘어나자 세상의 모든 전자 제품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번 충전하고 한 달간 사용한다고 해서 충달이라는 제품군이 나왔다.
-스마트 워치를 한번 충전으로 한 달 사용.
-노트북을 한번 충전하면 한 달 사용.
-한 달에 한 번 충전하고 계속 쓰는 드론.
한번 충전하고 일 년간 사용한다고 해서 충년이라는 제품군도 나왔다.
-한 번 충전으로 일 년을 사용하는 후레쉬와 형광등.
-한 번 충전으로 일 년을 사용하는 헤드셋.
-한 번 충전으로 일 년을 사용하는 전동 칫솔.
-한 번 충전으로 일 년을 사용하는 전기면도기.
그 다음으로 한번 충전하면 고장 날 때까지 쓴다고 해서 충망 제품군이 나왔다.
-충전이 필요 없는 전자시계
-평생 쓰는 무선 마우스, 키보드
-평생 쓰는 리모컨
이 정도의 성능을 가졌으니 세계의 모든 배터리 시장을 잠식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어느 정도일까?
일단 자동차 배터리만 보자, 20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한화로 치면 22조 5천억 규모의 시장이다. 그걸 다 미래 배터리가 먹었다.
핸드폰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100억 달러 정도 한다. 한화로 치면 11조 원의 시장이다.
그것 이외에도 잡스러운 배터리 시장들을 모두 미래 그룹이 잠식하기 시작했다.
-배터리의 혁명.
배터리의 형태가 소형화되고 충전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우주 개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인해서 우주로 쏘아지는 연료는 늘어나고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들의 무게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배낭만 한 충전지 하나로 한 달간 우주에서 다섯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문제는 꼭 이런 좋은 것을 무기에 써먹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 연구소는 마나 배터리를 이용해서 레일건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엄청난 전기를 충전하기 위해 거대한 컨테이너 크기의 충전기가 세 개나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냉장고 크기 정도면 충분하게 되었다.
미국의 최첨단 전함인 줌 왈트(DDG-1000),
한 대당 가격이 75억 달러가 넘는 줌 왈트함은 스텔스 전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도 때문에 전파 반사가 일정하지 않아 스텔스 기능이 온전하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화력 지원할 때는 사거리 안에서 육안으로 보이기 때문에 스텔스의 기능이 있으나 마나였다.
그래서 지상에 대한 화력지원을 생각으로 155mm 첨단함포 체계(AGS)를 제거하고 레일건을 장착하려고 했었지만, 배터리의 크기로 인해서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이제 가능하게 되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지고 200km 밖에서 레일건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발사 후 마하 5의 속도, 초당 1.7km의 속도로 날아가서 단 2분 안에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