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63화 (63/225)
  • 《63화》

    현지 그룹의 정진혁 회장은 자신이 아끼는 손녀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뭐? 미래 그룹의 애송이가 매출의 6%나 달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할아버지, 그리고 3가지 추가 사항을 넣었습니다.”

    “3가지 추가 사항이나? 뭐지?”

    “첫째는 국내외 수출용 자동차를 차별 없이 판매한다.”

    “별 시답잖은!”

    “둘째는 급발진 사고를 인정하고 보상한다.”

    “아니! 그걸 왜 인정해야 하는데?”

    “세 번째는 2차, 3차 협력업체에 단가 후려치기 하던 것을 원상 복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나희의 말에 정진혁 회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빌어먹을 애송이로군, 요즘 국회의원과 사법부가 자기편이라고 이 현지 그룹을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나도 다 계획이 있지. 나가면서 이춘식 실장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정나희가 나가고 나서 바로 이춘식 실장이 들어 왔다.

    “고려 방송 사장, 동수 일보 사장을 부르도록!”

    “알겠습니다.”

    현지 건설의 본사 빌딩 앞에는 유명한 일식집이 하나 있다.

    일 인분에 120만 원쯤 하니 함부로 올 수도 없지만 아무나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런 일식집의 룸 하나를 오늘 정진혁 회장이 통째로 빌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래, 우리 고려 방송 사장님이야말로 잘 계셨는가?”

    “저야 회장님께서 밀어주시는 광고로 잘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감사해야지! 그건 그렇고, 오랜만이지. 동수 일보 사장.”

    “아이고, 회장님. 저번 달에 골프 치며 만나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구먼. 나이 들면 이렇다니까. 하하하.”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전진혁 회장이 회를 한 점 먹고 나서 입을 열었다.

    “요 며칠 전 미래 자동차에서 동영상을 하나 찍었지.”

    “바퀴 없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어떻게 생각하나?”

    “제 사견으로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드론을 이용해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만들어 놨습니다만 느리고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교통 법규와 신호 체계가 확립되어야 하고 추락할 때의 안전성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그러는데 이번에 중국에서 나온 사고 영상들이 많더군, 편집해서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위험성에 대해서 내보내 주게.”

    “하하하, 그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죠. 오늘 저녁에 당장 내보내 드리겠습니다.”

    “역시 말이 잘 통하는군, 자네들 자동차에 한 장씩 넣어 두었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날 저녁 고려 방송의 9시 뉴스 칼럼에서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위험과 마나 에너지에 대한 것을 다루기로 했다.

    요즘 독설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춘식 아나운서가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그렇다면 그런 자동차의 상용화는 얼마나 남았고 위험성은 없을까요?”

    한춘식의 앞으로 입체 영상이 떠오르면서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드론 형태의 자동차가 나타났다.

    총 6개나 달린 프로펠러가 돌더니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여기 보시는 것은 10년 안에 실용화하겠다고 장담한 중국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입니다. 드론을 뻥튀기한 것 같은 이 녀석은 과연 안전할까요?”

    -퍼엉!

    갑자기 6개의 프로펠러 중 하나가 폭발하더니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해 버렸다.

    문제는 추락하면서 주변에 있던 건물을 들이받고 크게 폭발한 것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런 공중 부양 자동차는 추락 시 큰 사고로 이어지는데요. 보통 우리들은 땅에서 운전하는 중에도 사고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공중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드론 형태의 자동차가 여러 대가 나타났다.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서로 충돌하면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충격으로 프로펠러 하나가 운전석을 뚫고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무인 운전이라 다친 사람은 없었다.

    “보셨습니까? 아직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위험해 보입니다.”

    한춘식이 화면 앞에 섰다.

    “지금, 이렇게 위험한 제품을 돈을 벌기 위해 상용화하려는 기업이 있습니다. 아직 교통 법규에 대한 제도도,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만들어 파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 날 아침, 동수 일보에서는 M 사에서 개발한 공중 부양 자동차에 대한 비판을 실었다.

    -돈을 위해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건을 개발하는 M 자동차.

    -마나 에너지는 과연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가?

    -검증되지 않은 마나 에너지의 위험성.

    언론사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한 명이 이런 기사를 쓰니 너도, 나도 비슷한 글을 써 올렸다.

    그러나 성호는 그들이 뭐라 하던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성호는 또 회장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번에는 무, 파, 마늘을 넣고 제대로 국물까지 우려냈다. 거기에다 계란을 풀어 잡내까지 잡으니 국물 맛이 끝내줬다.

    -후루루룩!

    탱글탱글한 면발에 시원한 국물, 그 시원함이 짜르르 목구멍을 타고 길게 이어졌다.

    “끄윽, 역시 라면은 회장실에서 먹어야 제맛이야.”

    최태욱 실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성호 옆에 시립해 있었다.

    “현지 그룹이 너무 나대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이대로 내버려 둬도 되겠습니까?”

    “신경 쓰지 마. 현지 그룹이 나중에 무릎 꿇고 빌러 오기 전에는 만나주지도 않을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진짜 국민들이 반대하면 제품 생산하지 마.”

    “네?”

    “미래 그룹의 정신은 인간다움이야. 국민들이 다 반대하는데 뭐 하러 생산을 해? 하지 마.”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말씀은 언제나 정답이시다.

    “앞으로 미래 자동차가 생산되면 전기가 많이 필요하니까 핵융합 발전소 공사에 신경을 쓰도록.”

    “알겠습니다.”

    “원래 세상일이라는 게 균형이 맞게 되어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성호와 최태욱은 현지 그룹의 언론 공격에 대해서 별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그룹은 끝까지 갈 생각이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계속해서 미래 그룹에 대한 악플과 욕설이 이어졌다.

    모든 것은 현지 그룹의 작전이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지!”

    현지 그룹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론 플레이를 다 동원했다.

    인터넷의 SNS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이용했다.

    현지 자동차 딜러들의 모임인 사바사바 시민 연합, 현지 건설의 인테리어 사장들이 모인 디지요 시민 연합, 현지 여행사에서 만든 굿스 시민 연합, 이 모든 현지 그룹 소속 시민연합 300명이 미래 그룹 본사 빌딩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미 현지 그룹의 힘으로 시위 허가를 받았다.

    플랜카드와 확성기를 동원하며 일대를 점거한 시위대가 난리를 피웠다.

    -인체에 유해한 마나 에너지를 상용화하는 미래 그룹은 물러가라!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천마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라!

    -죽음을 부르는 마나 에너지를 규탄하라!

    시위대는 시위를 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이러다 진짜 워싱 생산을 중단하는 건 아니겠지?’

    ‘시아버지 관절염이 힐러로 나았는데 이걸 보시면 나 쫓겨나는 거 아닌지 몰라.’

    미래 그룹 빌딩에서 시위를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와아!”

    갑자기 엄청난 인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미래 그룹을 수호하자!

    -마나 에너지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세력을 처단하자!

    -식약청의 검사를 통과한 마나 에너지다.

    미래 그룹 앞에 모인 현지 그룹의 시위대는 300명뿐인데 갑자기 몰려온 시위대는 무려 1,000명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서 현지 그룹이 포섭한 시위대는 포위된 형국이었다.

    동수 신문과 고려 방송국 앞에는 더 어마어마했다.

    각각 3,000명씩 몰려들었다.

    -거짓 방송을 하는 고려 방송은 문을 닫아라!

    -국민들을 암에서 해방한 미래 그룹에게 사과하라!

    -내수 경기를 살리는 마나 에너지를 지지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고려 방송과 동수 일보의 시위대가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시위대가 만 명을 돌파하더니 끝내는 5만 명의 군중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모두 한 손에 촛불을 켜고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촛불은 민주주의 운동의 상징이자 비폭력 운동의 상징이다.

    -따라 성호 팬클럽 연합 모임.

    -마나 판매 위촉 연합 모임.

    -통합 시민 연합.

    -해병대 아버지 연합.

    -국민 건강을 사랑하는 자들의 연합.

    -에피루스 판타지 세계 연합.

    총 123개의 시민 연합이 이곳에 모였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광장 중앙에 무대가 만들어졌다.

    무대 위로 빨간 가발을 쓰고 줄무늬 추리닝을 입은 50대 아저씨가 올라왔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민족당의 국회의원이자 성호 님의 팬클럽, 따라 성호의 총무를 맡은 박지명입니다.”

    “와아!”

    “여러분 지금 몇몇 언론사에서 미래 그룹과 마나 에너지에 대해서 선동질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미래 그룹은 세계적 경제 위기가 오는 이때 이 나라를 살리는 기업 아닙니까?”

    공중에 여러 장의 서류들이 입체 화면으로 쫙, 하고 펼쳐졌다.

    “보이십니까? 이게 바로 진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락한 마나 에너지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게 바로 진실이고 저 불한당 같은 놈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이용하는 놈들입니다. 여러분!”

    저녁이 되면서 이제 광화문 광장에 1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명 초등학교 3학년 2반에 다니는 감한별입니다.”

    아주 귀여운 꼬마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저는 한 달 전에 백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입체 영상으로 당시 고통스러워하는 김한별의 사진들이 쭉 흘러갔다.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힐러를 이용해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과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와아!”

    “그렇게 고마운 미래 그룹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혼내 주세요!”

    “와아!”

    일주일간 이어진 시위는 현지 그룹으로 향했다.

    그렇게 해서 벌어진 현지 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의 여파는 무서웠다.

    -현지 그룹의 위기.

    -아무도 현지 건설이 지은 아파트를 사지 않아.

    -현지 자동차 불매 운동으로 재고만 쌓여감.

    -3대 은행에서 현지 건설에 대한 대출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현지 그룹의 정진혁 회장이 두 손을 들었다.

    미래 그룹 본사 빌딩의 회장실로 직접 찾아온 것이다.

    장지혁 회장은 총 30명이 넘는 수행 비서들을 데리고 왔는데 싸움에서 진 뒤에도 그 위세가 대단했다.

    “반갑네, 현지 그룹의 정진혁일세. 자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군.”

    자네라는 말에 성호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왜? 아버지의 학교 선배를 치기라도 하게? 하여튼 나는 반갑네.”

    재계 서열 1위였던 그룹의 회장의 포스는 요만큼도 없고 이제 보니 늙은 너구리 영감이다.

    “전혀 안 반갑네요. 미래 그룹의 이성호입니다.”

    “바쁜 사람 귀찮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구먼.”

    “전혀 안 바쁘지만 귀찮네요.”

    “큼큼, 그건 그렇고 내 손녀는 어떻던가?”

    “저는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하하하, 영웅이 삼서 사첩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

    “저는 한 여자만 사랑하는 주의라서 거절입니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이 만만치 않았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

    손녀에게는 안됐지만 어쩔 수가 없다.

    “쩝, 젊은 사람이 이리 재미가 없어서야. 내가 자네 할아버지하고 형님, 동생 하던 사인 건 알지?”

    “압니다. 할아버지께서 내기 바둑 때 판을 뒤집어엎었다고 복수하라 하신 기억이 있습니다.”

    “쩝, 별걸 다 기억하는군.”

    전혀 들어갈 틈이 없다.

    성호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8%.”

    “8%?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전에는 6%이었는데 말일세.”

    “추가 사항은 다섯까지로 늘리겠습니다.”

    “왜? 다섯이야? 셋이었잖은가?”

    “9%.”

    “아니, 자네 왜 그러는가?”

    “10%.”

    10%라는 말에 정진혁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졌네, 다섯 가지 조건이 뭔가?”

    “전에 있던 세 가지는 동일하고 두 가지를 추가하지요. 하나는 공개적으로 저에 대해서 사과하세요. 회장님께서 일으킨 일이니 알아서 수습해야죠. 그다음은 비정규직 중에서 30%를 일단 정직원으로 채용하세요.”

    -와락!

    순간적으로 정진혁 회장이 앞에 놓인 계약서를 움켜쥐려다가 참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상용화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먹을 기회가 왔는데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좋아! 그럼 전부 허락하도록 하지. 다만 내 부탁도 하나 들어주게.”

    “뭡니까?”

    “그 천마 자동차 한번 보세, 보지도 않고 투자할 수는 없으니까 말일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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