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60화 (60/225)
  • 《60화》

    일본의 섬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많은 아픔을 가진 곳이다.

    처음부터 오키나와는 일본 땅이 아니었다.

    류큐 왕국으로 불렸으며 1890년대 일본에 병합당하기 전까지 엄연한 독립국이었다.

    류큐는 조선과 인연이 깊다.

    류큐 왕국의 건국 전설에 의하면 북쪽에서 선신이 내려와 농사와 의학을 가르치고 백성들을 덕으로써 가르쳤다고 하는데 현재 사학계에선 선신의 나라를 조선이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많은 문화적인 유물과 역사적 자료가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본토에서는 오키나와 원주민을 왕따 시켰다.

    오키나와 원주민들은 나라를 잃고 이도 저도 아닌 힘없는 민족이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일본 군인들이 오키나와 원주민에게 항복할 거면 다 자결하라고 명령할 정도로 엄청난 거리감이 있었다. 자국민이라고 생각도 안 한 것이다.

    오키나와 나하시 근처에 있는 미군 제36 해병항공단 기지, 그곳에서는 지금 많은 미군이 짐을 싸고 있었다.

    이미 많은 전투기가 대만에 있는 임시 기착점으로 떠난 상황이다.

    대만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중동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정말 고향 같은 곳인데 떠나게 되네.”

    “하기스 상사님이야 여기서 10년도 넘었으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런데 작전 내용을 보니 중동 전체하고 전쟁을 할 판이야. 무슨 십자군 전쟁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게요.”

    “이번에 오는 에이사 축제에 못 가서 야시누가 서운해하겠어.”

    에이사 축제는 오키나와에서 추석 이후에 열리는 가장 큰 축제다.

    “그분들도 이해할 겁니다.”

    미군들도 오키나와를 떠나긴 싫었다. 이곳에서 거의 10년을 넘게 근무를 한 미군들은 고향같이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오키나와 원주민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서로 시위를 하거나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 경계하는 모습으로 지내 왔다. 미군과 친하지 않은 오키나와 원주민은 그렇다고 일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세월이 무려 2~30년이 넘다 보니 서로 친한 사람들이 생겼고 이제 같은 섬 주민으로서 많은 행사와 축제를 같이 할 정도로 친해진 것이다.

    10만 명이 넘는 미군이 오키나와섬을 떠나자 길거리는 썰렁하게 변했다. 무슨 유령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미군기지 이전을 외쳤는데 테러 한방에 이전하다니 말이야.”

    “그러게, 이제 비행기의 시끄러운 소리는 안 듣겠네.”

    “그건 그렇고 누구에게 밥을 팔지?”

    오키나와에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주둔 중이었다.

    미 7함대 소속의 조지 워싱턴호는 원자력 발전으로 움직이는 핵 추진 항공모함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많은 아시아의 나라들을 경계하고 미국 본도로 오는 길을 차단하고 방어하기 위해 오키나와 해군 기지에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 조지 워싱턴호와 그를 따르는 항모 전단이 중동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는 축구장 3개 크기다. 거기에다가 항공기 60여 대를 탑재하고 있어 바다 위의 군사기지로 불린다.

    항공모함이 움직일 때는 혼자 이동하지 않는다.

    구축함, 순양함 등 12척의 군함들이 호위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모든 전투 함정을 합해서 항모 전단이라고 불린다.

    그런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조지 워싱턴호가 남중국해 한가운데를 지나가자 주변국들이 초긴장하는 분위기였다.

    항공모함의 최고 지휘관은 함장이 아니라 항모전단의 지휘관, 제독에게 있었다.

    항모 전단을 지휘하는 제독은 항공모함에 탑승하여 모든 명령을 하달한다.

    “그라프 제독님 워싱턴에서 1급 보안 통신입니다.”

    흰 수염을 산타 할아버지처럼 기른 50대로 보이는 이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호의 항공모함 전단을 지휘하는 그라프 제독이었다.

    그가 집무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는데 그를 보필하는 찰스 대령이 그라프 제독을 찾았다.

    워싱턴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1급 보안이니 그라프 제독에게 보안 통신을 요구한 것이다.

    “그래? 밖으로 나가 주겠나. 특별 보안이니 말일세. 지금부터는 이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넵, 제독님.”

    찰스 대령이 밖으로 나가자 그라프 제독이 직접 일어나 그가 닫고 나간 문을 한 번 더 잠그며 점검했다. 그리고 안쪽에서 잠가 절대로 밖에서 열리지 않도록 했다.

    보안 통신은 그의 집무실 책상 아래에 있는 전화기로 오직 워싱턴의 백악관과 통신이 가능하며 핵폭탄 사용이나 전쟁 때의 전략적인 명령이 전해지곤 한다. 그라프 제독이 통신 보안 전화를 붙들었다.

    “그라프 제독입니다. 하얀 독수리는 둥지를 떠났습니다.”

    [독수리가 없으면 참새가 왕이 되지요. 반갑소. 마틴 테일러요.]

    암호 구문이 불리고 본격적인 통신이 이루어졌다.

    코맹맹이 소리의 마틴 테일러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틴 테일러 대통령 각하. 무슨 일이십니까?”

    [물건을 잘 놓고 왔는지 궁금합니다. 절대로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물건은 이미 일본 해상 자위대에 넘겨주었습니다. 그게 미국에서 전달된 것이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부속과 외형을 바꾸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아마 일본에서 개발한 것으로 발표가 나도록 조치를 위해 놓았습니다. 일본 총리와도 그렇게 하기로 이미 이야기가 된 상태입니다.”

    [좋습니다. 아마 주인님께서도 이번 일로 기뻐하실 겁니다.]

    “다행입니다. 주인님께서 기뻐하신다니. 그럼 이번에 헤븐으로 제가 또다시 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가시게 되겠지요.]

    그라프 제독의 눈이헤븐이라는 말에 충혈될 정도의 갈망에 사로잡혔다.

    몸이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헤븐이라는것이 무엇이기에 미국의 항모전단을 이끄는 그라프 제독을 이 정도로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헤븐은 폴 막스가 만든 욕망의 장소다.

    섹스와 살인, 환각과 욕구 해소를 할 수 있는 장소!

    아니, 인간의 궁극적인 열망을 채워 주는 장소였다.

    막스는 자신의 종이 된 자들을 모두 이 욕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어떤 사람은 황금산으로, 어떤 사람은 수백 명의 미녀와 섹스로, 어떤 사람은 각종 저질스러운 살인이나 욕망의 해소로 밀어 넣는다.

    이곳에서는 환각제가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거의 미쳐 갔다. 처음에는 그냥 들어가지만 나갈 때는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곳이 헤븐이다.

    그런 헤븐을 나갈 때는 폴 막스가 직접 나와서 주술을 걸고 종으로 만든다.

    “난 너의 주인이고 넌 나의 종이다. 믿느냐?”

    “믿습니다.”

    이 중대한 의식은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에서 나오는 주술 같은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대단해서 아무도 폴 막스를 배반하지 못한다.

    폴 막스의 종!

    백악관이 폭파되는 순간 그의 종 마틴 테일러가 대통령이 되었다.

    부통령이었던 마틴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폴 막스의 종들이 조작하고 계획했다.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마틴 테일러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잡음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폴 막스의 종들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아프리카 등에 흩어져 있었다.

    중동으로 이동하는 미군의 엄청난 행렬에 전 세계가 긴장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한 번도 이렇게 대규모로 미군이 움직인 역사가 없었다.

    KBC1 TV에서 이제 막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요즘 잘나가는 뉴스 앵커가 인사를 하며 나타났다.

    [지금 일본이 핵무장을 선언했는데요. 이로 인해서 동북아 평화가 깨지고 또다시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배경으로 일본의 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보였다. 미쓰비시에서 만든 콩고급 이스함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일본이 자주국방을 외치며 이스함 도입과 함께 대형 잠수함뿐만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것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제는 핵무장을 한다고 합니다.]

    화면에 거대한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 잡혔다.

    이번에 일본이 개발했다는 핵미사일 다이요노야였다. 다이요 노야(太陽の矢)는 태양 화살이라는 뜻으로 핵폭탄을 뜻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핵무장을 선언하자 이를 미국이 아무런 태도를 취하지 않음으로 묵언의 허락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입니다.]

    성호는 회장실에서 라면을 먹다가 TV에서 이 뉴스를 보았다.

    옛날이라면 일본에 별 관심이 안 가지겠지만 자신의 태생이 마지막 조선 황제인 고종의 후예라는 생각 때문에 관심이 갔다.

    “일본이 별짓을 다 하네.”

    뉴스를 보던 성호는 뉴스를 보며 전체적인 상황을 머리에 그려 보았다.

    이미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찾아온 맥스와 파크를 통해서 폴의 존재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뉴스를 접하자 뭔가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미군 철수, 중동의 기름 시장 장악, 아시아의 전쟁.”

    성호의 뇌는 이미 사람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다.

    천재라는 말도 아까운 상태이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서 아시아의 세력 간 시뮬레이션이 펼쳐졌다.

    “대한민국은?”

    현재 육군은 52만 명의 병력, 3,000대의 전차를 가지고 있다. 자주포와 야포, 다연장포를 합하면 6,000문이 넘는다.

    해군은 6만 8천 명 정도이고 이순함 급의 이지스함을 6척, 광개토대왕함급의 구축함이 3척 있다. 초계함이나 호위함을 합하면 100척이 넘는다.

    공군은 F-15K가 60기, KF-16이 134기, F-16C/D 35기 정도가 있다. F-35K는 스텔스 최신 전투기이지만 너무 높은 가격과 미국에서 수출에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10대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군사력이면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을까?’

    성호는 이런 흐름 속에서 전에 느낀 사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전체의 흐름이 그런 기운에 의해서 움직여 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런 흐름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든 것이다.

    “이게 녀석이 꾸미는 짓인가?”

    성호의 눈이 깊어졌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었다.

    “역시 라면에는 밥을 말아 먹어 줘야지.”

    그리고 한마디를 툭, 하고 던졌다.

    “그리고 밥 먹는데 건들면 다 엎어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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