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58화 (58/225)

《58화》

토론 100전은 요즘 한창 인기가 오른 토론 쇼이다.

저녁 10시에 MBS에서 반영되는 토론 100전은 전문가 10명과 일반인 100명이 대결하는 TV 토론 프로그램이다.

이번 주 주제는 미래 그룹에 대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변화에 미래 그룹 이성호 회장이 관련된 것을 시작으로 미래 그룹의 전대 회장이자 작은 아버지였던 이용찬과의 법정 싸움, 그리고 미래 그룹의 빌딩 테러가 이어지며 엄청난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위기의 미래 그룹은 혜성처럼 등장한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제품들로 인지도로는 국내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토론을 이어나가는 MC 윤재석이 톡톡 튀는 음색으로 사회를 이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토론 100전의 윤재석입니다.”

-와아!

“오늘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미래 그룹의 가족사와 이용찬의 미국 추방 중 밝혀진 비사에 대해서 다뤄 보겠습니다.”

사건 정리는 그동안 9시 뉴스의 앵커를 하던 왕존명 아나운서가 나와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동안 미래 그룹 하면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알아주는 기업이었는데요. 오늘은 그 기업의 오너 일가의 비사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오늘 방청석에는 동계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선수들과 코치들이 나오셨습니다.”

-와아!

“먼저 스켈레톤으로 유명하신 윤빈성님께는 미래 그룹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래 그룹이야말로 최고의 기업이죠.”

“컬링의 영웅 이은경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미래 그룹은 이 시대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는데요. 이건 모두 이성호 회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도대체 미래 그룹은 얼마나 크게 성장한 걸까요?”

자료 화면으로 미래 그룹이 그동안 마나 에너지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이로 인해서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경제 영향에 관해서 설명이 이어졌다.

성호가 회장이 된 이후 잠시 주춤하더니 지금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윤천일 교수님은 미래 그룹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래 그룹은 일본의 앞잡이 그룹입니다.”

과거 기자이자 평론가로 일했던 윤천일 교수의 말에 방청석이 시끄러워졌다.

“미래 그룹이 친일파란 건가요? 지금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고 얼마 전에는 이성호 회장으로 인해서 국회의원이 개과천선한 일도 있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

윤천일 교수가 뒤에 있는 대형 화면에 오래되어 보이는 종이 하나를 띄웠다.

“이건 출생 신고서입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이만식이라는 이름 말입니다. 그리고 이 출생 신고서는 일본 도쿄의 것입니다.”

“이만식이라는 이름만으로 미래 그룹 초대 회장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미래 그룹의 초대 회장 이만식 회장이 확실합니다. 이 출생신고서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십니까? 대한민국으로 입국 당시 사용한 여권과 사업 허가증 등에 제출된 출생 등록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래 그룹의 초대 회장 이만식이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이란다.

“아니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전부 친일파입니까?”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만식 회장이 6·25 이후 어떤 돈으로 미래 그룹을 시작했는지 아십니까? 바로 고텐사이켄이라는 일본 기업이 지원해준 돈으로 시작했습니다.”

‘뭐지, 이건?’

윤천일 교수의 말대로 미래 그룹은 순식간에 친일파 기업이 되어 버렸다.

당장 불매 운동을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기업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다.

-미래 그룹 이거 개판이네.

-우리나라 애국 기업인 줄 알았는데 지렸다.

-미래 그룹에서 나온 제품 사지 맙시다.

이 이야기가 미국 LA에 있는 한인 타운에까지 전해졌다.

한인 타운에서 유통업 및 숙박업을 하는 리턴임페러라고 불리는 회사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날 무렵에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기업으로 창립자가 독립 운동가 김박규였기에 더 유명했다.

“조국 독립이 될 때까지 내 것은 없다.”

그가 언제나 달고 살던 말이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하고 대한민국이 독립하자 그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무너져 가는 집과 10만 달러가 넘는 빚뿐이었다. 모두 독립운동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그 뒤에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자신을 대한민국으로 못 들어오게 막아서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 대가로 그나마 LA 타운에서 잘 사는 기업인이 되었다.

이제 김박규는 죽고 그의 아들이 리턴임페러를 운영하고 있다.

김박규의 아들 김충일의 얼굴은 검버섯이 가득했고 몸은 덜덜 떨려 왔다. 그의 나이도 이제 90세다.

“아무래도 한국에 가봐야겠어.”

침대에 누워 생활한 지 무려 10년이 지났다.

“아버지 그 몸으로는 무립니다. 제가 대신 다녀오겠습니다.”

밝은 갈색 머리를 가진 60대 중반의 서양인 사내가 그 앞에 있었다.

그가 바로 김충일의 아들 브라이언 김이다. 그의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아들이다.

“그래, 내가 갈 수는 없겠지. 네가 다녀오너라. 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나서 네 막내 동생 김사라의 무덤에도 갔다 오고.”

“알겠습니다.”

김충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상자 하나를 침대 아래에서 꺼냈다.

“이건 네 조카 이성호의 것이다.”

“이건?”

“알 거 없다. 절대 열어 보지 말고 꼭 성호에게만 전해 주어야 한다.”

매우 낡은 상자다.

브라이언 김은 상자를 소중하게 받아 챙겼다.

독립운동 가셨던 증조할아버지가 소중하게 여기셨던 물건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브라이언 김은 한국에 도착했다.

그가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MBS에 미래 그룹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것이었다.

직접 찾아가 담당 PD에게 해명을 하며 증거 자료를 넘겨주었다.

-미래 그룹 창립 자금을 전달한 고텐사이켄이라는 일본 회사의 창립자는 독립 운동가 김박규 입니다.

-그리고 고텐사이켄이라는 뜻은 황제 재건이라는 뜻에 대한 제국 황실의 재건을 이루겠다는 뜻에서 만든 이름입니다.

-미국으로 넘어온 저희 회사는 리턴임페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 또다시 토론 100전이 방영되었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사과문이 먼저 올라갔다. 미래 그룹이 친일 그룹이라는 내용이 잘못되었으며 일본에 있던 독립운동가의 자본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저번 주에 방영된 미래 그룹의 친일파 건은 너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윤재석과 출연진들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고텐사이켄이라는, 한국말로 황제 재건이라는 일본 기업이 독립 운동가들을 돕는 내용이 이어졌다.

또한 고아인 이만식을 김박규가 양자 삼아 키웠으며 16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을 한 사실들이 나열되었다.

또한 독립 운동가들을 미래 그룹 초기에 중용하고 6·25 이후에 참전 용사들을 후원하는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이 일로 SNS가 발칵 뒤집혔다.

-지렸다. 이성호 회장이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었어?

-뭐여 이거 친일파라고 엄청 욕하고 다녔는데.

-친일파라 그래서 미래 통신에서 LB 통신사로 옮겼는데 오~똑케.

-저보다는 다행입니다. 저는 차를 바꿨습니다. 크윽.

-저는 이 일로 부부싸움하다 아내를 바꿨습니다.

-부럽습니다. 1

-부럽습니다. 22

-부럽습니다. 333

토론 100전이 촬영되는 스튜디오는 난리가 났다.

“아니, 윤천일 교수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미래 그룹을 친일파로 만들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는 하차하겠습니다.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과 미래 그룹 이성호 회장님께 이렇게 사죄합니다.”

윤천일은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밖으로 나갔다.

“아니, 그럼 미래 그룹은 독립 운동가가 세운 회사가 되는 건가요?”

“그런 기업이 왜 이렇게 가족 간 살인 교사, 감금 같은 일이 생겼는지 의문이네요.”

“아마 거대 기업으로 커가면서 생긴 권력욕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니, 그걸 누가 몰라요?”

“이성호 회장은 나라에 이바지한 바가 크지 않습니까?”

“무슨 나랏일을 말하는 겁니까?”

“이번에 국회의원들이 개과천선하면서 나라가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그리고 미래 빌딩 테러 때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피투성이가 된 것도 안 봤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습니다.”

토론은 성호로 인해 변한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성호는 세상이 자신을 뭐라 하던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에 할아버지는 푼수 덩어리 할아버지일 뿐이다.

성호가 5살 때 돌아가신 이만식은 100세를 넘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앞니가 없어서 웃을 때 표정이 너무 웃겼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웃음이었다.

순박하고 언제나 가식이 없던 할아버지를 성호는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독립 운동가를 돕고, 6.25 참전 용사를 도왔다.

그리고 말단 직원에게까지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다.

그 할아버지에 대해서 남들이 뭐라고 욕해도 성호가 보기에는 순박한 늙은이일 뿐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못 보지만 말이다.

미래 그룹의 5층에 있던 식당은 폭탄 테러로 완전히 박살이 났었다.

사고가 있고 난 뒤 한 달 동안 새롭게 리모델링 작업이 들어가면서 한동안은 빌딩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구내식당이 다시 문을 열었다.

유럽식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높은 천장은 식사하기에 쾌적해 보였다.

총 3가지 코스로 만들어진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미래 그룹의 정직원이 되었다.

그래서 새롭게 정직원이 된 사람들을 위해서 더 넓게 만들어졌다.

그곳에 성호가 왔다.

“회장님이다앙!”

“대박! 싸인 하나 해주세요.”

“저, 회장님처럼 빨간 머리 했어요!”

성호가 회장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처음에 구내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어떤 소란이 일어났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성호를 보겠다고 몰려온 직원들 때문에 식당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아이고, 회장님! 여기 이거 하나 더 드세요.”

“감사합니다.”

돈가스를 유독 좋아하는 것을 알던 식당 아주머니가 하나 더 챙겨 주었다.

최태욱 실장부터 구조조정본부 직원들 20명이 앉았는데 그들을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둘러싼 상황이다.

“큼큼……. 회장님 앞으로 요 앞에 있는 한정식집을 섭외 하도록 하겠습니다.”

“왜? 난 여기가 좋은데.”

“알겠습니다.”

전부터 사람들 눈치는 요만큼도 안 보는 회장님이다.

거기에다가 구내식당 돈가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성호다.

절대적으로 점심은 구내식당이다.

자주 먹다 보면 다들 적응하리라 생각했다.

“클린은?”

“집안을 깨끗하게 하는 클린은 80% 이상 출시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일단 이번에 새로 지어지는 미래 건설 아파트에 설치하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이미 시제품은 만들어져서 실생활에서 실험 중이다.

실험을 위해 10명의 시험 단원을 모집했고 그들의 집에 클린을 설치했다.

당연히 보안은 철저하게 이뤄졌다.

클린은 평수마다 그 크기가 다른데 천장에 설치하게 되어 있고 트루스를 이용한 입체 영상으로 조절한다.

초기에 정리정돈 및 청소가 완벽하게 된 상태를 만들고 설정하면 세팅과 설치가 끝난다.

사용법은 버튼을 누르고 청소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여 자기 위치로 이동을 시작하고 먼지나 더러운 것은 쓰레기통으로 모인다.

그렇게 해서 정리정돈부터 청소까지 처음 설치 상태로 만들어 준다.

다만 처음 설정 이후에 새로 가져다 놓은 새로운 물건들이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마법진을 손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러 물건을 종류별로 정리하는 방법과 관리하는 것을 설정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다.

책은 책꽂이에, 리모컨이나 휴대폰은 어디에, 옷이나 이불은 어디에 같은 이런저런 설정을 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나마 요즘 컴퓨터가 잘 되어 있어서 자료 업로드나 리스트 만드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광고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미래 그룹이 요즘 하는 광고의 트렌드는 티저 광고 형식이다.

빌딩이 가득한 서울 배경의 광고 포스터에 ‘마법이 이뤄지는 집’이라는 문구를 보여주고 그게 무엇인지, 어떤 상품인지 보여주지 않았다.

그동안 미래 그룹이 보여 주었던 많은 제품을 생각할 때 기대감은 점점 올라가서 최고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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