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55화 (55/225)
  • 《55화》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고 용량을 크게 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있었다. 실제로 관련 기술도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배터리가 발전해도 실제 전자 기기들을 뜯어보면 배터리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무게를 경량화하려고 해도 안전성 때문에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 그룹이 ‘미래 배터리 설명회’를 열었다.

    미래 전자의 김상욱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이번 배터리에 대한 설명회 및 런칭을 준비했다.

    그동안 미래 그룹에서 보여준 워싱, 트루스, 힐러 등의 제품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을 보이자 많은 기자가 그다음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터리라고 한다.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런칭쇼가 열리는 대전의 컨벤션 센터로 몰려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래 전자를 맡은 김상욱입니다.”

    김상욱 사장은 오른쪽 턱에 흉터가 있어 호감형은 아니었지만 남자답게 생긴 데다가 까무잡잡한 피부와 운동을 했는지 단단해 보이는 체격으로 강한 인상을 전해 주었다.

    이 모든 이미지가 그를 믿음직하게 보이도록 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핸드폰 배터리는 요 정도의 크기였을 겁니다.”

    손바닥만 한 검은색의 배터리를 높이 들어 보였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핸드폰 배터리였다. 용량은 4,000Ah로 보통 하루 종일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배터리는 요겁니다.”

    모든 기자가 김상욱 사장의 손을 자세히 봤다.

    정말 작은 단추 정도 크기의 뭔가가 있었다.

    “보이시나요?”

    솔직히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 배터리의 이름은 마나이온 전지입니다.”

    김상욱 사장의 뒤로 트루스를 이용한 입체 화면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김상욱 사장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마나 배터리를 볼 수 있었다.

    “요 단추 구멍만 한 배터리의 용량이 아까 보신 손바닥 크기의 배터리의 두 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드디어 떴다. 미래 그룹의 마법.”

    “또다시 전자 기기 시장을 뒤집는구나.”

    “젠장, 이제 우리 회사는 망했네.”

    인터넷으로는 이번 미래 그룹의 마나이온 배터리에 대한 런칭쇼가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중이었다.

    “자, 그럼 요 단추만 한 배터리가 전기 자동차에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크기여야 할까요?”

    김상욱 사장이 다른 손을 호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뭔가를 꺼냈다.

    당구공만 한 투명한 구슬 형태였는데 표면에 금색의 이상한 모양의 패턴이 그려져 있었다.

    김상욱 사장이 이 구슬을 잘 보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다.

    「자동차용 마나이온 배터리」

    김상욱 사장의 뒤에선 입체 화면이 미래 전자의 자동차용 마나 배터리를 크게 확대하여 보여 주었다.

    “요 정도 크기의 배터리가 840kWh 정도의 용량입니다. 이 배터리로 자동차가 시속 100㎞로 달린다면 1,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충전 시간은 1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번쩍번쩍!

    사방에서 이 장면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한 번의 파란이 예고되었다.

    ***

    미래 자동차 연구소.

    미래 자동차 개발 부서는 전에 있던 낙하산들을 쫓아내고 능력 위주의 인사개편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되자 서로 자신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능력을 뽐냈고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자동차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는 언제나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디자인이라는 일은 일하는 시간보다는 능력으로 증명하는 자리다.

    빨리 일을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디자인의 차가 만들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예술적인 부분이 많으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한가하게 그려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전해 받은 조그만 배터리 설계도를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이건 뭐지?”

    주먹만 한 녀석인데 12V 배터리를 기준으로 840Wh 정도의 양이란다.

    “요 조그만 게 자동차를 시속 100km의 속도로 1,500km나 갈 수 있다고?”

    지금 무슨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건가?

    물론 디자인 부서이기에 배터리의 원리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것을 누군가에게 말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다.

    사실 성능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본업은 언제나 자동차 디자인이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너무 작아서 자신이 그동안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자동차 디자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젠장, 자동차 배터리 공간을 어떻게 만들라고 전기 자동차에 이런 괴물 같은 걸 달아!”

    보통 전기 자동차라면 거대한 배터리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하부 공간 대부분과 엔진 룸까지 배터리 공간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런 공간이 전혀 필요 없어져 버렸다.

    “그래, 다시 그리자.”

    무려 12시간 동안의 작업을 통해서 조금 더 날렵하고 튼튼한 자동차의 디자인이 나왔다.

    -띵동!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

    「천마 V-15 엔진에 대한 변경으로 엔진룸 디자인 변경 요청」

    “또 뭐야 이거!”

    이번에는 바퀴를 구동하는 엔진의 설계도였다. 처음에는 무슨 장난감인 줄 알았다. 너무 작아서 밥통만 했으니까 말이다.

    “엔진의 크기가 요만하다고?”

    설명서에는 시속 350km까지 달릴 수 있고 순간 가속이 100m에 도달하기까지 7초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토 변속기와 일체형이란다.

    “젠장, 엔진룸이 필요하기는 한 거야? 그래, 아예 없애 버리자.”

    ‘이 정도의 일이라면 껌이지’ 하면서 일주일간 밤샘 작업으로 미래형태의 자동차의 외관을 디자인했다.

    오직 안전과 실내 편의성만 강조해서 만들어진 디자인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띵동!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뭐야?”

    「반중력 추진 장치로 인한 설계 변경 요청」

    “이게 지금 장난하나? 하나둘도 아니고 상상한 대로 막 설계를 하라니, 실제 작동되는 설계도를 줘야지! 안 해, 안 그려!”

    -띵동-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아놔! 이번에는 방어막 실드야?”

    미래 자동차의 모든 부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부품마다 그것들을 적용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었다.

    ***

    「신검 통지서」

    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 선택 안내문이 성호에게 도착했다. 아무리 대기업의 회장이라지만, 성호도 군대는 가야 했다.

    “회장님, 의사나 병역 심사관 직원들을 매수할까요?”

    “죽을래? 내 성격 몰라? 그냥 군대 간다.”

    “넵, 알겠습니다. 당장 구조조정본부를 소집해서 이 사태를 조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이번에 일을 얼마나 크게 만들려고……. 나 혼자 갈 테니까 나 신검받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명령이니 토를 달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최태욱이다.

    성호는 홀로 병무청으로 향했다.

    -덜덜덜…….

    낡은 아판테 자동차를 타고 온 성호는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내렸다.

    요즘 따라다니는 기자들이 많아서 마스크와 모자는 필수로 착용하고 다닌다.

    마법으로 얼굴을 바꿀 수도 있지만 마나는 언제나 전기로 충전해야 하니 소모하며 돌아다닐 수는 없다.

    “종로구니까 제2 병역판정검사장이네.”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신분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다.

    “모자하고 마스크는 벗으셔야 합니다.”

    퉁명스러운 병무청 직원의 말에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붉은 머리카락과 성호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저기 혹시…….”

    “이성호입니다.”

    -벌떡!

    병무청 직원 서정수는 이성호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회장님, 평소 팬입니다.”

    꾸벅 인사하더니 악수까지 청했다.

    “아, 예……. 저도 반갑습니다.”

    뒤에서 무슨 일인가 하고 바라보던 다른 신검 대기자들도 깜짝 놀랐다.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

    미래 그룹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뛰어넘어 이 시대의 영웅이자 닮고 싶은 위인인 이성호다.

    그가 이곳, 병무청 신검을 받으러 왔다.

    “대박, 회장이 군대에 가?”

    “설마?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면제받지 않을까?”

    “이성호 회장 깜놀이다.”

    “저랑 사진 한 장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이마에 싸인 한 방 쏴 주세요!”

    여기저기서 성호에게 싸인을 요구하거나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달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줄 안섭니까! 오늘 집에 가기 싫어요?”

    병무청 직원 서정수의 고함에 신검 대기자들이 투덜거리며 줄을 섰다.

    “저쪽에서 이걸로 탈의하시고 이쪽으로 줄을 서시면 됩니다.”

    무슨 찜질방 옷 같은 것을 받고 탈의실에서 갈아입었다.

    그가 나오자 그를 따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TV에서만 보던 미래 그룹의 회장이다.

    키와 몸무게를 검사받았다.

    「키 183cm, 몸무게 84kg」

    “그새 3cm 가 더 컸군.”

    1년 전만 해도 성호는 구부정한 몸과 빠삭 말라 가죽만 남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성호를 바꾼 것이 바로 흡혈불괴신공이다.

    “이걸로 오른쪽 눈을 가리시면 됩니다.”

    시력 검사를 받았다.

    “제가 가리키는 숫자나 모양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4, 오른쪽, 6, 비행기, 자동차, 1…….”

    시력을 측정하는 군의관은 손이 아래로 계속 내려가도 너무 쉽게 말하자 점차 당황스러워했다.

    이제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이성호 회장님 양쪽 다 2.0이십니다.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아래 LogMA이 뭔가요?”

    “뭐요?”

    “LogMA 말입니다.”

    성호의 말에 시력검사표를 자세히 보던 군의관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발견한 모서리에 아주 작은 글씨, 시력 2.0의 글자보다 절반 이상 작아서 절대로 볼 수 없는 그것이 바로 ‘LogMA Chart’였다.

    “아! 이게 보이십니까?”

    “네, 잘 보입니다.”

    “LogMA는 이 시력검사표를 만든 회사입니다. 보통 시력 검사할 때 방해될까 봐 구석에 아주 작게 쓰는데……. 이게 보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의사와 면담을 끝으로 모든 검진이 끝났다.

    결과는 당연히 1급, 현역이다.

    성호가 밖으로 나가자 같이 신체검사를 받던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나왔다.

    따라 나왔지만, 성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에 다가가지는 못하고 따라오기만 했다.

    “와, 진짜 개 잘생겼다.”

    “진짜 재벌 2세도 아닌 회장이 직접 신검받으러 왔어.”

    “1급 판정받았는데도 담담한 표정을 보니 내가 다 부끄럽다.”

    이 중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입니다. 그분이 지금 서울 병무청에 신검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신검 현장은 보안상 촬영이 안 되지만 제가 직접 같이 신검을 받으며 확인했습니다. 이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한 획을 긋는 놀라운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이 핸드폰으로 성호를 찍느라 난리가 났다.

    무료 주차장까지 쫓아온 많은 인파를 뒤로하고 성호는 무덤덤하게 차에 탔다.

    아판테, 22만 킬로를 달리고 15년이나 굴러간 중고차 중의 중고차가 바로 성호의 애마다.

    “내가 뭘 본거지?”

    “얼굴만 이성호 회장이랑 닮은 사람 아냐?”

    “저 오래된 차가 아직도 굴러가네!”

    이 모든 장면이 SNS를 통해서 사방에 퍼져 나갔다.

    이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급하게 달려왔지만 성호는 이미 아쉽게도 떠난 뒤였다.

    -깨톡!

    집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깨톡이 날아왔다.

    [너 어디야?]

    수지다.

    성호에게 있어서 수지는 특별했다.

    12년 동안 감금 생활과 악몽은 정상인 사람도 미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광기가 성호 안에 내재하여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말도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성호다.

    그리고 미쳐 있는 마음을 치료하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존재가 바로 그녀다.

    [집에 가는 중]

    [전화 당장 받아!]

    바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야! 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군대에 가? 너 죽을래?”

    “…….”

    고함에 귀가 다 먹먹하다.

    “왜 나한테 말 안 했는데?”

    “지금 가는 건 아니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미안.”

    “흐흑……. 너 군대 가면 나 어떡하라고! 나 너 보고 싶어 어떻게 하라고. 엉엉엉.”

    성호는 말없이 수지의 울먹이며 투덜거리는 것을 한참 들어 줬다.

    수지는 우는데 왜 성호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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