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54화 (54/225)
  • 《54화》

    대한민국의 모든 군대를 통솔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을 보좌해 군대를 통솔한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은 문민 통제로 군 출신이 아닐 뿐 아니라 임기가 짧은 편이다. 그래서 실제 진짜 군대를 지배하는 사람은 합참의장이다.

    이 실세라고 볼 수 있는 합참의장 김동선은 오랜만에 후배를 초대해서 장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장군일세, 얼마나 남았다고 하던가?”

    “멍군입니다. 길어야 반년이랍니다.”

    “암이 무섭긴 무섭네. 내 생명이 반년이라니, 상장일세!”

    강직해 보이는 턱, 가칠하고 검은 피부, 곧은 자세에서 그가 진정한 군인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4성 장군 김동선, 39기 육사 출신으로 특이하게 707특임대를 나왔고 해군과 공군을 거쳐 합참의장이 된 특이한 이력의 군인이다.

    그가 있었기에 문정인 정부의 북한과의 평화 정책 속에서도 북한이 도발하지 못했다. 평화의 뒤에는 언제나 준비된 전쟁 억제력이 준비되어야 한다.

    1년 전부터 자라나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치료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것도 남 몰래 하느라 들어간 치료비가 수억이다.

    나라의 위기를 알기에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그를 언제나 따르던 후배, 육군 참모 총장 남종태는 진정한 군인이자 사나이인 김동선 장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슬퍼했다.

    “상을 거저 주시다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포가 날름 날아와서 장기 알 중에서 상을 가져가 버렸다.

    “젠장, 한 수 물리지?”

    “낙장불입입니다.”

    “젠장, 지게 생겼네. 종태야, 러시아에서 날라 온 암호가 ‘바이나 빌리스카’라지?”

    “그렇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먹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 이번에 비공개 협상이 잘 되면서 ‘바이나 발리스카’ 즉, 전쟁 임박 암호가 배달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막을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중국을 못 막지 않습니까? 대장님, 거기 두시면 차가 죽습니다.”

    “알아, 차 하나 정도는 그냥 주지. 냉큼 먹게!”

    “제가 바봅니까? 먹으면 외통인데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진철이하고 명현이는 미군이 움직이면 북한으로 진격하려고 할 겁니다.”

    최진철은 해군참모총장이고 신명현은 공군 참모 총장이다.

    “바보 같은 녀석들 같으니라고, 내가 떠나고 나면 자네들이 이 대한민국을 지켜 주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죄송합니다. 외통입니다.”

    “어라, 뭐야 이거? 한 수만 물러!”

    최진철, 신명현과 육군 참모 총장인 남종태까지 세 명인 이들은 같은 고향 출신에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며 절친한 술친구들이다.

    처음에는 같은 고향에서 자라고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다 가끔 모여서 술 한잔하는 사이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마음이 맞아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 우정이 깊어지더니 서로 못살아 죽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로 인해서 육해공의 합동 훈련이 놀라울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런 그들을 그동안 밀어주고 이끌어 준 자가 바로 김동선 합참이었다.

    “군인으로 버틸 때까지 버티다 떠나자.”

    김동선은 은퇴하기 전에 한 번 더 병원에 들르기로 했다.

    자신이 암이라는 것은 비밀이다.

    이순신도 자기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한국 대 병원의 장기영 박사는 자신의 고향 후배이자 친구의 동생이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비밀을 잘 지켜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동선 형님. 검사 결과를 보니 암이 많이 퍼졌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암이 많이 퍼졌다는데 장기영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장기영, 내 나이가 이제 쉰아홉이다.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치료보다는 군 임기를 다 채우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까무잡잡한 그는 결심을 굳힌 듯 단호한 표정이었다.

    “고통 없이 떠날 수 있게만 도와주게.”

    김동선이 고개 숙여 부탁했다. 노장의 비참한 부탁이었다.

    “허허허, 그런데 제가 김동선 형님의 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무슨?”

    “치료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뭐?”

    ‘이 사람이 지금 농담하나?’ 하는 표정으로 김동선이 장기영 박사를 쳐다보았다.

    “형님은 요즘 TV도 안 보시나요? 암 같은 건 일주일이면 다 낫습니다.”

    “뭐라고?”

    김동선의 눈이 이렇게 커진 것은 아마 낙하산 훈련 때 끈 떨어지며 추락할 때 이후 처음일 것이다.

    “요즘 힐러라는 의료 기기가 나와서 암뿐만 아니라 에이즈까지 치료합니다.”

    “말도 안 돼.”

    김동선은 입원 후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 뒤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힐러라는 기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치료의 전부였다.

    그 독하다는 항암치료도, 칼로 살을 가르고 자르는 수술도 없었다.

    “완치되었네요. 여기 이 CT 결과를 보시면 이 부위와 요 부위에 암이 있었는데, 없죠? 의사인 제가 봐도 신기합니다. 미래 그룹에서 이 제품을 만들 때만 해도 의사들은 다 옷 벗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자네 덕분에 받은 새 생명 소중하게 쓰겠네.”

    “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힐러는 미래 그룹에서 만든 겁니다. 요즘 미래 그룹의 회장인 이성호를 모르면 간첩입니다. 요전에 테러로 난리가 났었는데 모르십니까?”

    “알지, 거기 회장이 직원들을 구한다고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지. 어쩐지, 그렇게 훌륭한 회장님이 있으니 이런 놀라운 제품도 나오는 거로군.”

    김동선 합참의장은 일주일 뒤 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 그룹에서 나오는 제품을 애용하겠다는 결심을 굳게 다졌다.

    “이성호 회장이 이제 막 20대라고 했지?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김동선 합참의장은 그 언젠가가 되면 한 번쯤은 그를 전적으로 도와주리라고 생각했다.

    김동선 대장과 같이 불치병을 치료하고자 외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힐러를 이용하겠다고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만 한 달에 십만 명을 넘겼다. 그들이 쓰고 간 돈만 계산해도 한 달에 수천억이 넘었고 경제적 이익은 더 컸다.

    그중에는 돈 많은 갑부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치료 대기표는 언제나 평등하게 나눠줬다.

    그것이 이성호가 이끌어가는 미래 그룹의 정신이었다.

    중국에서 온 웨이정은 조선족이지만 호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돈만 밝히다 보니 호텔의 안전은 엉망이었고 끝내는 큰 불이 났다. 그때 사무실에 있는 금고에서 돈을 챙겨 나오다가 한쪽 얼굴과 팔, 손가락에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되었다.

    당시 중국의 의사들은 흉터는 아무리 치료해도 없어지지 않으며, 손가락은 절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에서 힐러라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이 끔찍한 화상도 완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치료된 사례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1,235,787번째라고? 반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한국에 와서 보니 대기자 명단이 1,235,787번째다.

    위독한 환자는 언제나 500번 안쪽의 순번으로 지정해주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으면 무조건 순서대로다.

    “언제까지 기다릴 순 없지.”

    그래서 183번째 환자와 돈을 주고 순서를 바꾸기로 계획했다.

    “급해서 그러니까, 백만 원에 바꿉시다.”

    “바꿀 수 없을 겁니다.”

    “그러면 천만 원으로 합시다.”

    “아니, 절대로 못 바꾼다니까요.”

    “일억으로 합시다.”

    “아니, 이 양반이! 미래 그룹에서 인적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치료를 하는데 어떻게 순서를 바꿔요? 그러다 걸리면 둘 다 대기자 명단에서 꼴찌로 밀리는 거 알아요, 몰라요? 그리고 아저씨, 저는 말기 암환자에요. 오늘내일한다고요.”

    이성호 회장이 내세운 미래 그룹의 철학은 단 한 가지였다.

    인간다움.

    그래서 미래 그룹에서 일하는 일용직과 파견직을 없애 버렸다.

    비정규직도 죄다 없애버렸다. 자금 문제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비정규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성 세력의 문제를 몽땅 해결해버렸다.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마법 제품으로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구조 조정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계열사들을 묶었다.

    -5월 1 일부로 청소 용역 업체 직원을 전부 정규직화함.

    -5월 3 일부로 보안 업체 전부를 정규직화함.

    -5월 6일 부로 미래 전자, 미래 자동차, 미래 건설의 일용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함.

    -5월 8 일부로 미래 에너지, 미래 조선, 미래 쇼핑, 미래 통신, 미래 금융의 일용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함.

    -일용직 근로자에는 파견직과 용역 업체 직원을 포함한다.

    정규직화 공문이 올라오자마자 미래 그룹 전체가 들썩거렸다.

    “나 오늘부터 정규직이야!”

    “흑흑, 우리 아들 이제 빚 안 지고 대학교 보내도 되겠어.”

    “이성호 회장님 사랑합니다.”

    이 모든 일은 이제 막 청년이 된 이성호라는 회장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

    카이스트의 E3-3동, 미래융합소자동.

    성호는 오늘 카이스트에 찾아왔다. 기획팀의 팀장이자 미래 연구소 소장인 강동민의 아버지이신 강덕형 교수를 찾아온 것이다.

    “안녕하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은 갈수록 더 대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세가 나날이 높아지시니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12년 전에는 아버지의 구조조정본부 기획팀장이던 강덕현 교수다.

    “동민이는 사고 안 치고 잘 있습니까?”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들으셨겠지만 마나 에너지에 대한 발명으로 다음 해의 노벨상 후보에 올라갈 겁니다.”

    “동민이가 노벨상? 마나 에너지 발명?”

    보통 자신의 자녀가 노벨상 후보라고 하면 엄청나게 기뻐했을 것이지만 강덕현 교수는 아들 강동민을 너무 잘 알았다.

    고개를 좌우로 갸웃하더니 정리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장님, 동민이를 제가 잘 압니다. 마나 에너지를 발명한 건 녀석이 아닐 겁니다. 마나 에너지를 진짜 발명한 건 회장님 아니십니까? 동민이를 만나기도 전에 마나 배터리를 들고 오신 분도 회장님이시고 말입니다.”

    “역시 예리하시네요. 비밀인 건 아시죠?”

    “당연히 비밀로 해야죠. 이래 봬도 눈치가 루트 플러스 9단입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성호가 호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수정을 꺼냈다.

    “이번에 제가 온 것은 요 녀석 때문입니다.”

    강덕현 교수가 얼마 전에 연구가 성공했다며 보내온 것이다. 그것을 보곤 교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실그래콘입니다. 실리콘과 그래핀의 합성어죠.”

    “가격이 비싼 편입니까?”

    “아닙니다. 저렴한 이산화규소를 이용해 그래핀을 3차원 입체 형태로 대량 합성해서 만들어낸 겁니다.”

    실그래콘.

    강덕현 교수가 만들어낸 합성 복합 결정이다. 이상화규소, 불화 칼륨, 용융 마그네시아, 산화알루미늄, 탄산칼륨을 가공해서 얻어지는 결정에다가 레이저를 이용해 그래핀 패턴을 만들어 낸 것이 실그래콘이다.

    “이 실그래콘은 실제 들어가 있는 그래핀의 양도 적고 대부분이 규소 결정입니다. 어느 회사든지 만들기 쉽고, 싸고, 구하기 쉬운 물질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손쉬운 재료를 먼저 뒤지다 보니 이 녀석이 얻어걸렸습니다.”

    “하여튼 감사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래 그룹 차원에서 교수님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연간 1,000억 원 지원인데 어떠십니까?”

    “1,000억이요? 너무 많으신 거 아닙니까? 저야 감사하긴 한데…….”

    성호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하나 더 꺼냈다.

    노란색 금속인데 반짝이고 길어서 둘둘 말려 있었다.

    “그리고, 이건 구리 선입니다.”

    “구리 선이야 잘 알죠.”

    “제가 알고 있는 금속 중에선 마나 에너지를 가장 잘 통하는 금속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것보다 몇 배 이상 마나 에너지를 잘 흐르게 하는 소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가장 효율적인 마나 에너지 전달 물질을 찾아 달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구리로 마법진을 만드는 것은 엄청 비효율적이다.

    세모난 바퀴를 달고 움직이는 자전거와 같고 젓가락으로 노를 저어가는 것과 같다.

    앞으로 5 서클 이상의 마법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리 말고 미스릴같이 마나를 잘 전달하는 물질이 필요했다.

    특수 소재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강덕현 교수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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