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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52화 (52/225)
  • 《52화》

    중앙 연구소의 지하 5층은 지금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연구원이 자료를 찾고 공부하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지금 핵융합 발전기 주위에는 많은 연구원이 놀라운 자료들이 나올 때마다 감탄사를 터트리며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핵융합을 최초로 성공한 사례이자, 그것을 연구하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밖으로 소문이 나서는 안 된다.

    성호가 직원 카드에 마법을 걸어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세상에 내보여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 보안에 신경 써 주세요.”

    “회장님아, 보안은 지금도 엄청나다고.”

    핵융합 시설은 아직 세상에 발표해서는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이다.

    멘츄스 놈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날에는 미래 그룹의 위기가 빨리 찾아올 수 있었다.

    “자, 그럼 그동안 얼마나 외웠는지 볼까요?”

    성호의 말에 강동민의 얼굴이 노래졌다.

    그동안 강동민은 성호가 주고 간 마나 회로들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멍한 눈과 며칠 씻지 못한 얼굴은 거지라고 볼 수도 있었다.

    “저기, 그게, 거시기……. 아직이야.”

    미래 연구실의 소장으로 임명된 강동민은 지금 머리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성호가 주고 간 노트에는 총 24개의 기호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기호로 인해 파생된 1,576개의 기호를 외워야 한다.

    그리고 331,776개나 되는 결합 법칙을 이해하고 연결할 줄 알아야 했다.

    이것이 바로 마나라는 에너지를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복잡한 회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것을 성호는 마나 회로라고 가르쳤다.

    이 1,576개의 마나 회로도 기호들이 331,776개의 연결을 위한 결합 법칙은 따로 만들어졌는데 이 또한 사용법이 전부 달랐다.

    그다음으로 331,776개의 연결 고리를 위한 기호는 그냥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환경 요소를 제어하는 7,962,624개의 조절 기호들에 숙달해야 했다.

    이런 기호들을 통해서 제어되고 연결되는 경우의 수는 무려 2,641,807,540,224개나 된다.

    노트에는 달랑 24개의 기호가 그려져 있을 뿐이지만 기호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기호를 생성하는 방법을 성호가 강동민에게 알려 주었다.

    조금이라도 연결이 잘못되면 마나 회로는 실행되지 않거나 폭발한다.

    “지금까지 알려 드린 건 9단계 중에서 3번째 단계일 뿐입니다.”

    “회장님아! 9단계나 있었어?”

    강동민이 놀라서 외쳤다.

    그의 눈에는 성호가 천재 중의 천재였다.

    10만 명이 넘어가는 미래 그룹의 직원 프로필을 다 외우고 다니는 기억력, 슈퍼컴퓨터 저리 가라 하는 엄청난 계산 능력, 무심코 지나간 사람들의 가슴에 꽂혀 있던 볼펜의 숫자와 색상과 머리 스타일, 수십 개의 화면을 인지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끄집어내는 인지 능력은 거의 신 급이었다.

    거기에다가 마나라는 에너지에 대한 가르침이 이어질수록 성호는 강동민 연구원에게 거의 신과 마찬가지로 변해갔다.

    “아마 지금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모든 수식을 알려 드렸으니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제가 이번에 설계한 엔진입니다.”

    성호가 강동민 연구원에게 USB를 건네주었다.

    이 USB도 마법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강동민 연구원이 아니면 열리지 않는다. 성호가 특별히 만든 것이다.

    “세터 엔진을 모양을 흉내내서 만든 겁니다. 겉모습만 세터 엔진이고 내부는 마나 엔진입니다.”

    눈만 멀뚱거리는 강동민을 보고 성호가 씩 웃었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사탕을 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강동민이 성호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는 가솔린이나 디젤이 아닌 순수한 마나를 이용해서 엔진을 돌릴 겁니다. 폭발과 흡기, 배기 같은 것은 필요 없고 그냥 운동에너지를 바로 바퀴에 바로 전달하는 거죠.”

    “그럼 이 엔진의 겉모양은 왜 세터 엔진이야?”

    “눈속임이죠. 그냥 우리들이 상식선에서 움직이는 엔진이라는 이미지만 줄 겁니다.”

    “아하! 그러니까 지금은 오버 하이테크놀로지니 눈속임으로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자는 거군.”

    “그렇죠. 마나 엔진을 냉각시키는 것도 마나 에너지를 이용하고 사일런스 회로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소음도 없습니다. 마나를 이용해서 형상을 기억하게 하거나 강화 마법을 이용해서 강도를 높일 수도 있죠.”

    “회장님아, 마나 만으로 움직이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전력 사정은 잘 알지?”

    “잘 압니다. 이대로 가면 아무리 많은 발전소를 지어도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핵융합 발전소와 마나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아! 그래서 핵융합과 마나 배터리가 한 세트군.”

    “전과 같이 전문가들을 불러 엔진 개발 부서를 만드세요. 전문가들이 봐야 더 세밀한 디자인이 나올 겁니다.”

    “엔진의 이름은 지었어? 그게 있어야 프로젝트 이름이 나오지.”

    “이 마나 엔진의 이름은 천마(天馬)로 할 생각입니다.”

    “왜 천마야?”

    “여기서 천마라는 것은 천마총에 그려진 그 천마(天馬)를 말하는 겁니다. 고구려 장천 1호 고분에 그려진 천공을 날며 구름 위를 힘차게 달리는 백마(白馬)를 말하는 거죠.”

    “아! 그 천마! 그런데 왜 그 천마냐니까?”

    “그냥 제 마음입니다.”

    “뭐? 그냥 멋진 이름 달지?”

    “제겁니다. 제가 이름을 달겁니다.”

    “아놔 이 고집 불통 회장이!”

    “하여튼, 처음 만들었으니 천마 엔진 V-1 이 되겠네요. 엔진도 만들고 그에 따른 자동차도 새롭게 디자인해 주세요. 자세한 건 저보다 전문가들이 더 잘하니까요.”

    “그건 당연하지. 회장님아의 디자인 감각은 영 꽝이니까”

    “큼큼……. 하여튼, 생산라인에 올리는 순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준비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판타리아 대륙에서는 마법사들이 모여서 통신용 수정구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번거로운 짓을 해야 했다.

    들어가는 재료도 구하기 힘들었지만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렸다. 그것도 여러 명이 달라붙어 마법진을 새기고, 조립하고, 부품을 만들면서 말이다.

    테일러가 만들어낸 기간트는 더더욱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 달에 겨우 하나의 마나 엔진을 만들 수 있었다. 다른 부품까지 생각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관절이며 각각의 힘 조절 장치, 기사와 연결된 오러와 마나의 연동 장치들을 만드는 데만 적어도 2~3년은 휙, 하고 지나간다.

    그 당시에도 국가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타이탄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서 그런 물건을 찍어 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현대에서 가장 발달한 것은 바로 분업을 통한 대량 생산이다.

    이 어마어마한 생산성에 성호가 마법 물건을 만들어 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미 마나를 생성하는 반도체 칩인 OtherWorld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거기에 이를 바탕으로 마나를 이용하는 마법진을 새겨 넣은 장치들이 만들어진다.

    그것도 대량으로 말이다.

    워싱과 트루스 같은 물건은 아주 간단한 마법진으로 만든 녀석들이다.

    그보다 복잡한 마법진이라도 현대의 생산 라인이라면 금세 만들어질 것이다.

    종국에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기간트가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이제 마법 아이템이 일상생활로 쏟아질 것이다.

    ***

    4월, 미래 그룹이 마나를 이용한 제품 출시 후 두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전 세계가 경제적인 불황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도 고도성장을 하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단 하나의 기업 때문에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고용 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그 기업이 바로 미래 그룹이다.

    미래 그룹이 이성호 회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면서 새롭게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 그룹의 워싱이라는 제품 하나 때문에 벌어들이는 순수익이 무려 한 달 동안 5조 원에 달했다.

    이는 일 년이면 60조라는 뜻이다.

    그러나 트루스에 비하면 워싱은 장난 수준이다.

    트루스라는 제품이 전 세계의 모니터 시장을 점령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너무 많은 이익을 내다보니 집계조차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생산 공장을 한 달 사이에 4개에서 12개로 늘리고, 그다음에는 32개로 늘렸다.

    그냥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었다.

    전 세계의 디스플레이 시장은 총 1,500억 달러 규모로 이를 한화로 계산하면 155조 7,450억 원이다.

    이 시장을 대부분 미래 전자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것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다.

    이제는 누구라도 트루스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입체 동영상을 즐겼다.

    게임도 안경처럼 쓰는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공간에 투영되는 입체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게 편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이제 사각형의 외장하드 크기로 줄어 버렸다.

    트루스의 입체 영상과 동작 감지 센서를 통해서 모니터, 키보드 등이 공중에 홀로그램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주머니에 노트북을 넣고 다녔다.

    길거리의 간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시에 하나둘 입체적인 모양을 한 간판들이 나타난 것이다. 길을 가다가 늘씬한 미녀가 술집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것부터 영화 포스터가 입체영상으로 바뀌면서 극장 앞에 거대한 드래곤이 입체 영상이 날아다녔다.

    하나둘 간판들이 입체적으로 변해가자 거리가 난잡해져 버렸고 그에 다른 법과 기준들이 생겨났다.

    이런 법은 옛날과 다르게 변화된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모두 성호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래 그룹에서 많은 생산 라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을 채용했다.

    실업자 수가 줄고 나라 전체의 경기가 살아났다.

    설거지와 빨래가 해결되자 주부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

    부산의 최고다 학원.

    이곳은 학원비가 워낙 싸서 많은 학생이 찾는 학원이다.

    “저분이 왜 우리 학원에…….”

    이제 막 고3 수험생인 명자는 자신의 학원 수업 시간에 나타난 강사를 보고 놀랐다.

    지금 인터넷에 엄청 유명한 강사인 박우진 강사가 나온 것이다.

    수업료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해서 다니고 있는 자신의 학원에 말이다.

    [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시는데……. 서술이 없는 경우도 있고…….]

    진짜 눈앞에 박우진이 있다.

    학원의 유명한 강사가 인터넷을 통해서 강의를 올리고 보는 거야 옛날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실제 학원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전국의 185개의 학원에서 동시에 말이다.

    이것은 미래 그룹이 기획한 ‘트루스를 통한 전국 학원 강의’라는 상품 때문이었다.

    트루스는 입체 영상과 실체가 구분이 잘 안 되니 스타 강사가 실제로 코앞에 있는 듯했다.

    심지어 개인용 학습 전용 트루스를 구매하면 자기 집에서 실제와 같은 학원 강사가 나타나 강의를 한다.

    그중에서 미녀 강사들이 나오는 개인 학습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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