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48화 (48/225)

《48화》

전 세계가 중동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석유 가격이 폭등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한국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꼭 대중들의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스포츠나 연애인들의 스캔들이 많이 애용되었다.

때로는 정치 비리나 과거 연쇄살인범을 잡기도 했다.

그런데 미래 빌딩이 테러를 당하자 가장 좋은 건수가 하나 생겨 버린 것이다.

거기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킬 인물도 하나 나오고 말이다.

-국회를 변화시킨 단 한 사람.

-20세의 나이에 한국 10대 재벌 그룹의 회장이 된 사나이.

-소탈한 국민 회장.

-테러 현장에서 직원들의 생명을 구한 회장.

갑자기 그의 인기가 상승하자 기자들은 그의 기사를 쓰기 위해 뛰어다녔다.

성호에 대한 것은 언제나 베일에 싸여 공개되지 않아 기사를 쓰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성호 회장 본인이 기자 회견을 약속했다.

인터넷과 방송국에서 이 소식은 빠른 속도로 퍼졌고 많은 방송사가 앞 다투어 기자회견에 대해서 미래 그룹에 문의했다.

최태욱 비서실장은 언제나 주인 편이다.

이번 기자 회견을 통해서 미래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제품 소개를 할 계획이다.

주인님의 언질도 받았으니 더욱더 화려하고 커야 했다.

방송국마다 전화했고 해외의 방송국에도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움직였다.

이성호 회장에 포커스를 맞추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신 국민의 원성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어 활활 타오르는 꼴이 되었다.

거기다 미래 그룹이 TV에 광고까지 했다.

-이성호 회장님의 인터뷰 및 런칭쇼

모두 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광고 전략이다.

“이번 인터뷰는 MBS 방송에서 할 겁니다.”

“무슨 개 풀 빠는 소리입니까? 당연히 이런 인터뷰는 공영 방송인 KBC입니다.”

“보통 이런 방송은 중앙방송인 CBC에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러 방송사가 자신들이 기자회견을 주도하겠다고 나섰지만, 결정은 미래 그룹에서 하는 것이다.

“통합하죠.”

방송사들이 이성호 회장의 인터뷰를 통합하기로 했다.

인터뷰 당일.

미래 그룹의 본사 빌딩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려 100여 개의 언론사가 연합했다.

국내의 언론사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언론사에서도 신청 문의가 쇄도했다.

붉은색의 줄이 쳐지고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 레드 카펫이 깔렸다.

방송국 차량에서 카메라들 수십 대 돌아가고 방송국들은 인터뷰 상황을 생중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기 온다!”

“지금 막 이성호 회장이 미래 그룹의 본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수백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붙들고는 연신 지금 들어오는 성호에 대해서 알리고 있었다.

아마 전 세계에 생방송 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딸칵.

고급스러운 밴트리 자동차가 주차하더니 문이 열리면서 붉은 머리카락의 성호가 내렸다.

-번쩍!

-찰칵찰칵!

차에서 내리는 성호를 사진에 담느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남색의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성호의 모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짧고 까칠하게 뻗어 있는 붉은 머리카락이었다.

180은 되어 보이는 키, 떡 벌어진 어깨, 균형 잡힌 몸매는 모델 같았다.

그런 그가 당당하게 기자들 사이를 지나갔고 그 뒤를 최태욱 실장이 따랐다.

“신제품은?”

“무대에 대기 중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성호는 한 번 더 이번 런칭쇼를 위해 준비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기자회견의 인터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신제품 런칭쇼가 더 중요했다.

무너져 가는 미래 그룹을 살리기 위해 마법 제품들은 꼭 필요하다.

미래 그룹의 1층 로비는 지금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중앙에는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향해서 조명과 방송 카메라 수십 대가 대기 중이었다.

무대 위에는 두 명의 남녀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한 명은 국민 MC인 윤경석이었고 나머지 여성은 신인 탤런트 채여림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민 귀염돌이 윤경석입니다.”

윤경석은 요즘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최고의 MC로 각광받는 사람이다.

“이번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이 너무 궁금해하시니까.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채여림입니다. 부족한 저를 이곳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 여림 님도 이성호 님 팬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떠신가요?”

“네, 전에는 회장, 회장 하니까 뭔가 나이 들어 보이고 끌리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찍힌 사진을 보니 딱 내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럼 단순히 잘생겨서 팬이 되신 건가요?”

“아뇨. 잘생긴 것보다는 테러 사건 때 직원들을 구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에 반한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그 모습에 반해 버렸습니다.”

-와아!

입구 쪽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자 MC 윤경석과 채여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도 이제 막 들어오는 성호를 발견한 것이다

푸른 고급 양복에 까칠해 보이는 붉은 머리카락 인상적이었다.

큰 키와 균형 잡힌 몸에서 마성과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지렸다.

-저렇게 잘생겨도 되는구나.

-으……. 내가 졌다.

미래 그룹의 회장이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보여서 그랬는지 사람들의 머리에는 아이돌 스타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그가 황태자 같은 모습으로 미래 빌딩 1층 로비로 들어오고 있었다.

성호가 무대로 올라오며 윤경석 MC와 채여림 탤런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성호입니다.”

“아, 예. 윤경석입니다. 와, 이거 진짜 요즘 그렇게 유명한 미래 그룹의 회장님이 맞으신 거죠? 너무 젊어서 제가 다 놀랐습니다.”

성호의 인사에 윤경석과 채여림이 급하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성호가 얼굴까지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뒤집어졌다.

“요즘 회장님과의 인터뷰가 쉽지 않다고 기자들이 난리였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이죠.”

“평상시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게 있는데요? 질문드려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윤재석이 긴장된 표정으로 성호에게 물었다.

“개과천선 국회의원, 어떻게 하신 겁니까? 정말 소문처럼 국회의원들에게 약을 먹였다거나, 아니면 최면을 걸거나 마법을 건다거나 한 건 아니죠? 하하하”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마법으로 국회의원들을 전부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마법으로 노예들로 만들 때 국민들의 노예가 되라고 명령했을 뿐인데 이렇게 된 겁니다.”

“하하하! 회장님 농담도 잘하십니다.”

“진짭니다.”

성호의 태연한 표정에 윤경석 MC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하하……. 아이고 배야, 큼큼,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서 회장님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하시는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성호 회장은 누구인가?”

주변의 등이 꺼지고 무대 뒤에 있는 거대한 화면이 밝아졌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 의사당에 쭉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20xx 년 7월, 국회의원들이 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성호의 훈계를 통해서 개과천선하게 되었고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을 위해 뛰겠다고 이야기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국회의원 전부가 한목소리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성호를 찬양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쭉 나열되며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변화가 미래 그룹의 젊은 신입 회장의 훈계를 받아서라고 한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설득된 훈계는 과연 무엇인가?]

[믿을 수 없는 변화들.]

국회의원들이 변하면서 그 파장은 엄청났다.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면서 재산의 50%를 사회에 환원했다.

뇌물을 주는 족족 검찰과 경찰에 자진 신고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뇌물 수수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 수백 명이 새롭게 생겨났다.

파견직, 용역 업체에 대한 축소 방안이 통과되면서 정직원 열풍이 불어 닥쳤다.

실업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내수 경기의 위기를 걷어 냈다.

국회의원들 전원이 나라에서 주는 관용차를 반납하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에서 어떤 국민은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하기도 하고 억울한 것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미래 그룹의 회장은 누구인가?]

검은 연기에 휩싸인 빌딩이 화면에 나왔다.

미래 빌딩 테러 사건, 그곳에 그가 있었다.

검은색 그을음이 가득한 얼굴, 와이셔츠와 양손은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다.

소방 호스를 잡으며 이를 악다문 사내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미래 그룹의 테러 사건 때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성호의 모습이었다.

[저게 우리 회장님이다.]

동영상이 꺼지고 무대의 조명이 다시 들어왔다.

“정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여기서 채여람 씨가 이성호 회장님께 질문을 드려 보도록 하죠.”

옆에 있던 채여림이 여러 개의 쪽지를 들고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는 각 방송사에서 궁금해하던 것들을 모아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좀 긴장되는군요.”

“102개 방송사가 지금 여기 와 있는데요. 그중에 102개의 방송사 전부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102개의 방송사 전부가 궁금해한 게 뭘까?

“여자 친구 있습니까?”

“있습니다.”

“어머, 정말 있어요?”

“아직은 그냥 친구고, 얼마 전 병원에서도 저를 간호해 주었습니다.”

“아! 여자 사람 친구……. 아직은 진짜 여자 친구는 없는 거네요? 저는 어떠세요?”

“채여람 씨 정도만 해도 굉장한 미인이시지만 저는 아직 바쁜 일이 많아서요.”

“어쩔 수 없죠. 저와는 다음에 한가해지면 사랑하는 걸로?”

“쿨럭…….”

성호가 물을 마시다 말고 뿜을 뻔했다.

“다음 질문입니다. 67개의 방송사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요 며칠 전 수능 만점자의 이름도 이성호였는데 본인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와, 정말 수능을 만점 맞았어요?”

“네, 그런데 대학교는 나중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얼굴이 너무 알려져서 지금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성호는 어머니의 소원 때문에 대학교에 가고는 싶었지만 갈 수는 없을 듯했다.

얼굴이 너무 알려지면서 수업을 들을 수조차 없을 거다.

그리고 테러를 당하고 나니 대학교에 다닐 생각을 접었다.

언젠가는 어머니의 소원이니 가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총 65개 방송사에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머리카락은 왜 붉게 물들이고 다니시는 겁니까?”

“이건 제가 인공적으로 물들인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그렇게 자란 겁니다. 일종의 부작용 같은 겁니다.”

“부작용이요?”

“제 삶이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저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죽을 고비를요?”

성호는 잠시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하다가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제가 어렸을 때 일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7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작은아버지는 저를 정신병원에 감금했습니다.”

“아! 들은 적 있습니다. 과거 재판 내용이군요? 재산이 탐나서 작은아버지가 정신병원에 가두었다는 그 사건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작은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했다는 그 사건으로 한때 난리가 났었죠.”

“제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모든 사건의 후유증 같은 거였습니다.”

“어머,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이 붉게 변한 건가요?”

“다른 면에서는 비슷한 겁니다.”

“이건 거의 드라마나 영화 스토리 같은데요. 정말 그런 삶을 살아왔나요?”

“그렇죠. 사람들은 다들 제가 지금까지 해외에서 공부하고 좋은 집, 좋은 차, 많은 돈을 쓰면서 잘 살았을 것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7살 때 감금당한 뒤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 삶을 사셨다니 저희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을 구하실 때의 모습도 이해가 가네요.”

성호의 말에 지금 생방송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충격을 먹었다.

성호의 삶은 그들이 상상하던 엘리트의 삶이 아니었다.

가정교사를 둔 적도 없고 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 풍요로운 삶을 산적은 더더욱 없다.

처절했고 비참했으며 불쌍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작은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혀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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