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45화 (45/225)
  • 《45화》

    전 세계가 멸망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가 시작할까?

    멸망의 씨앗이 지랄만 한 곳은 어디일까?

    세계에서 가장 비통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소말리아.

    그곳에서 전 세계의 죄악이 모여들었고 전 인류의 멸망을 부르는 전조가 탄생했다.

    ***

    우리에게는 해적으로 잘 알려진 나라가 바로 소말리아다.

    대다수의 수많은 국민이 비참한 생활을 하는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말리아가 가장 비통한 나라라고 하는 것은 비단 굶주림 때문만은 아니다.

    기본적인 인권과 법의 질서가 없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국가의 법보다는 총을 들고 있는 자가 만든 법이 먼저이다.

    강도와 살인은 당연한 거고, 그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났다.

    일반 시민들이 정상적인 삶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소말리아가 이렇게 된 것은 내전 때문이었다.

    1991년부터 소말리아 내전이 일어났다. 정부가 붕괴했고 사회기반은 모두 박살 났다. 마실 물은 물론 전기조차도 공급되지 않는다. 빈곤과 기아가 기승을 부렸다.

    아이들은 이 참혹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넷 중의 하나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마땅히 전 세계가 도와줘야 했지만, 이슬람 세력이 소말리아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미국도 손을 들어버렸다.

    소말리아는 어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만 팔아도 굶어 죽지 않는다. 그런데 왜 소말리아의 어부들은 해적이 되고 국민은 굶주리고 있는가?

    바로 강대국들의 욕심 때문이다.

    이웃의 아프리카 강대국들이나 유럽국가들은 호시탐탐 소말리아를 탐내고 있었다. 그러다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가 되자 대형 선박들이 무단으로 조업을 시작했다.

    불법이지만 소말리아에서는 그것을 제재할 국가가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 산업 폐기물들을 소말리아 앞바다에 폐기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굶주린 소말리아의 어부들은 해적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소말리아 내전이 한참인 1992년,

    “소말리아에 무기를 팔다니, 아버지는 살인자예요!”

    “난 판매원일 뿐이다. 너도 그 돈으로 잘 먹고 잘살아 왔지 않느냐?”

    멘츄스 그룹의 회장 존 막스와 그의 아들은 크게 다투었다.

    멘츄스 그룹은 미국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세운 기업으로, 역시 소말리아에 각종 폐기물을 버리는 일에 참여했다.

    거기다가 내전을 부추기기 위해 무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다만, 이 사실로 인해 두 부자는 매일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존 막스 회장의 만류에도 자신들이라도 아버지의 죄를 갚겠다며 소말리아로 봉사활동을 떠나겠다고 했던 것이다.

    소말리아로 봉사를 하겠다고 떠난 자기 아들과 며느리, 7살 된 손자를 바라보는 막스 회장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보 같은 녀석, 세상이 그리 쉬운 줄 아느냐? 싸구려 감성적인 생각으로 그 위험한 곳에 가겠다니 말이 다 안 나온다.”

    “아버지는 아직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모르시는군요.”

    멘츄스 그룹의 존 막스 회장은 아들 녀석과 손자가 소말리아로 떠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사업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런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차가운 시체인 아들과 며느리를 공항에서 맞이했다.

    “이게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며느리는 목이 잘려 죽었다.

    자기 아들은 몸에 기름을 뿌려 산채로 불을 질렀다고 한다.

    아들은 죽기 전까지 끔찍한 고통을 받았을 거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부부를 따라간 손자, 폴은 실종되었다고 한다.

    손자를 소말리아 반군이 끌고 갔다는 정보가 있다고 한다.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은 손자뿐이다.

    “어떻게든 손자를 찾아!”

    존 막스는 손자의 시체가 없으니 분명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5년을 찾아다녔지만 자신의 유일한 손자인 폴은 찾지 못했다.

    “저주받은 소말리아! 가만두지 않겠어! 완전히 망가져서 아무도 고칠 수 없게 하여 주지!”

    존 막스 회장은 분노에 휩싸여 소말리아에 무기와 마약을 팔았다.

    그리고 이제 해적질도 지원해줬다.

    다른 곳에서 오는 봉사나 지원을 막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미군을 다 철수시켜!”

    1994년 그렇게 해서 블랙호크 다운이라는 사건을 빌미로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말리아에 가뭄이 찾아왔다.

    10년을 주기로 크게 찾아오는 가뭄에 소말리아의 원주민들 수천 명이 하루에 죽어 나갔다. 물을 얻기 위해 5시간을 걸어갔다.

    오염된 흙탕물에서 물을 길면 그 물을 가지고 집에까지 5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부족민들이 우물을 놓고 전쟁을 시작했다.

    “아주 좋아! 소말리아에 무기를 팔아,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기회를 잡은 존 막스는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존 막스의 무기를 받은 소말리아의 마을은 전쟁이 격화되었다. 굶어 죽는 사람보다 총에 맞아 죽는 수가 더 많았다.

    구호를 위해 국제기구가 어렵게 소말리아를 찾았다. 하지만 반정부군이 그들을 습격했다.

    구호팀이 가져온 식수와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차지한 물건은 소말리아 원주민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반정부 세력이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음식을 일부러 빼앗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무장 지원까지 동원하며 대규모로 구호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구호팀 전원이 학살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기름을 붓고는 불을 질러 산채로 태워 죽였다.

    그 잔인한 모습에 아무도 소말리아에 가지 않았다.

    “좋아, 아무도 소말리아를 돕지 마. 저주받은 곳으로 만들 거니까!”

    존 막스는 광기에 사로잡혀 웃었다.

    그 시각, 소말리아의 불타오르는 어느 마을이 있었다.

    -활활…….

    소말리아의 시골 마을. 이곳은 반정부 세력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다.

    반정부군 100여 명으로 조직된 신반군 세력을 이끄는 자는 바세르라는 자로 큰 눈과 주먹코에 각진 턱이 인상적이다. 덩치는 산만큼 컸다.

    바르세는 불타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다 태워버려.”

    신 반군 세력의 대장인 바르세의 명령에 조직원들이 복종했다.

    그는 습격한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였지만, 아이들만은 따로 관리했다.

    총 쏘는 법과 게릴라전을 가르치며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강요했다.

    그러면서 가장 약해 보이는 아이 한두 명은 꼭 죽였다. 그렇게 아이들을 겁먹게 해서 통제하는 것이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일부러 약을 줬다. 아이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했다. 약 기운이 떨어지고 나면 아이들은 다시 겁을 집어먹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떨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하지만 그 아비규환에서 떨고 있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누가 가서 저 녀석 좀 말려.”

    반군들의 대장인 바르세가 시체가 가득한 마을 어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한쪽에 서 있던 빼빼 마른 흑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총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는 마르고 힘이 없어 보였지만 왼쪽 눈에서 볼까지 이어지는 칼자국 때문에 눈빛만큼은 날카로워 보였다.

    “무슨 악마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바르세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유독 한 아이만이 덜덜 떠는 아이들 무리에 있지 않고 떨어져서 시체 사이에 있었다.

    “미친 꼬마 악마…….”

    명령을 내린 바르세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악마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녀석이 전쟁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진작 죽여 버렸을 것이다.

    “핫사르, 그만해라.”

    빼빼마르고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사내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이에게 말했다.

    시체 더미 위에 있는 아이는 놀랍게도 백인이었다.

    이제 막 열 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다.

    아이는 사내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시체 주변을 돌면서 뭔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마술적인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메르이자 카라듀스 마리튜.”

    소말리아에서 백인 소년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소년은 사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처럼 들리는 것을 계속해서 외웠다.

    그러자 시체 주변에서 붉은 안개가 스물스물 일어나더니 이내 소년에게 빨려 들어갔다.

    사내는 그것이 신기하지도 않은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다시 핫사르를 재촉할 뿐이다.

    “핫사르! 그만하고 가자.”

    “막시므스 형, 방해하지 마.”

    “대장이 더 하면 가만 안 두겠대. 이제 가자.”

    “대장이? 그럼 또 떠나야 해?”

    핫사르라는 백인 소년이 아쉬운 듯이 막시므스를 쳐다보았다.

    평상시 핫사르가 그를 잘 따랐기에 언제나 그를 부르러 오는 것은 막시므스였다.

    “아마도……. 지금 우리 세력에게 복수하겠다고 다른 세력이 추격해 오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곧 끝나.”

    “빨리해.”

    백인 소년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몸은 춤을 추듯 움직이며 시체 주변을 돌았다.

    “마카라샤 아다카루 하차타.”

    시체들에서 붉은 안개가 올라오면서 백인 소년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막시므스는 핫사르가 하는 저 짓을 자주 봐 왔다.

    처음에는 엄청 신기했다.

    아프리카에는 많은 주술이 있지만 저런 건 처음 봤다.

    가장 신기한 것은 지금부터다.

    -사아악…….

    수차례 붉은 기운을 뿜어냈던 시체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핫사르가 밟고 있던 시체들은 말라서 비틀어졌다.

    마치 미라 같이 변한 시체들이 끝내 재로 변해서 흩어졌다.

    “가자, 막시무스 형.”

    핫사르의 눈은 흰자가 없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눈동자에 막시무스는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핫사르는 이상하다는 듯이 막시무스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박였다.

    몇 번 깜박이는 사이 다시 그 푸른 눈으로 돌아왔다.

    그런 눈을 보는 막시므스는 소름이 쫙 돌았다.

    “무슨 악마도 아니고…….”

    막시므스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아이에게 사람을 죽이도록 한 것이 후회되었다.

    핫사르는 총이나 칼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것에 있어서 타고났다.

    이 꼬마가 게릴라전에서 중요한 전력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생명을 두 번이나 구해주지 않았다면 중간에 겁이 나서 죽여 버렸을지도 몰랐다.

    핫사르.

    그의 진짜 본명은 폴 막스 로스차일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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