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44화 (44/225)
  • 《44화》

    테러리스트들은 너무 쉽게 발견되었다.

    폐허가 된 공사장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두 테러범이 주변에 총을 난사하고 죽어 있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은 테러리스트들의 꼬리 자르기라고 발표했고 언론사들은 국제 테러 조직들에 대해서 연일 떠들어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성호는 퇴원할 수 있었다.

    세상은 아직도 성호 때문에 몸살이었고 그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한국 병원을 나서는 날 많은 기자가 몰려왔지만 미래 그룹의 경호원들이 동원되면서 성호 근처로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계단 아래에 선 성호가 경호원을 물리고 기자들 앞에 섰다.

    “저를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들이 성호를 사진에 담기 위해 달려 들었다.

    “저는 약간의 부상이 남아 있지만 회사 일이 바빠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또한 일주일 뒤에 신제품 런칭쇼에서 정식 인터뷰를 준비 중입니다. 그러니 그때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차에 타는 성호를 많은 카메라가 찍어댔다.

    그중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이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잘생겼다.

    전에는 피투성이에 검댕이 묻어 얼굴이 잘 안 보였는데 지금 보니 정말 미남이다.

    -회장 정도면 서민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죠?

    -저 막창 골목에 있는 서울 막창을 운영하는 사람인데요. 이성호 회장님 저희 집에 운동복 입고 가끔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회장님이 미래 그룹 사장님들과 회식도 했습니다.

    -회장이 막창을 먹어요?

    -막창은 음식 아닌가?

    -그래도 미래 그룹 회식인데 좀 그렇지 않나?

    사장단 회식이면 비싼 돈 주고 엄청난 것을 먹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소탈한 성호의 회식 장소가 의외였다.

    -저희 회장님, 항상 구내식당에 오셔서 드셨어요. 그때는 회장님인 줄 몰라서 추리닝 입고 빨간 머리라 뭐라 막 그랬는데 죄송해요.

    -미래 빌딩 1층 편의점 알바입니다. 회장님 라면 좋아하십니다. 새벽에 가끔 오셔서 라면 사가십니다. 그때도 추리닝 차림이라 회장님인 줄 몰랐음.

    추리닝 차림을 하고 편의점에서 라면 사가는 회장님이라니 상상이 안 간다.

    -추리닝이면 설마……. 강남 운전면허증 시험장에서 본 거 이성호 님 같아요. 백수라고 생각해서 나 그냥 지나쳤는데.

    -제가 도로 주행 시험 감독이었어요. 운전 개 잘해서 확실히 기억함.

    -회장 정도 되면 돈 주고 운전면허증 살 수 있지 않나?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는 마리아 보육원의 수녀님들의 댓글이 올라왔다.

    -여기는 고아들을 돌보는 소망 어린이집입니다. 여기서도 이성호 회장을 본 거 같아요.

    -거긴 그래도 대기업이니까 돈 좀 주고 사진 찍었나 보네.

    -그게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봉사활동하고 가세요. 특히 이불 빨래를 잘하셨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미래 그룹의 회장이 빨래라니요?

    못 믿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자, 사진이 올라왔다. 아이들과 뛰어노는 빨간 머리 이성호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대야 위에서 빨래를 발로 밟는 성호의 모습도 나왔다.

    -대박.

    -민족당 국회의원 김만호입니다. 진짜 다들 믿지 않으시는데 저희 국회의원 대부분이 이성호 님에 의해 개과천선하여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쇼하는 거 아님?

    -이제 가면을 벗지?

    -저는 조금 믿기 시작함.

    -재산 터는 거 보니 진짜 같음.

    -저 국회의원 아들인데 개 억울함, 용돈 없어서 알바함.

    -윗분, 당연한 걸 이제야 하다니 드디어 정신 차린 듯.

    평택에 납골당이 새롭게 지어졌다.

    미래 건설에서 만들고 미래 그룹이 관리하는 납골당이다.

    그곳에 미래 그룹 테러로 인한 36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다.

    성호는 36명의 영정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녀석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죽이고 대한민국 군수 기업을 노리고 있었음을, 멘츄스 그룹이 조용히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생각했다.

    대한민국 안에 있기에 절대로 이 정도의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떨리는 손으로 향초에 불을 붙여 휘휘 돌리자 연기가 주변을 배회하다가 흩어졌다.

    성호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해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미안합니다.”

    뭐가 어쨌든 이들은 자신 때문에 돌아가신 거다.

    성호가 내려가자 최태욱 실장과 구조조정본부, 136명의 미래 그룹 사장단이 도열하고 묵념을 올리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강동민 팀장.”

    “응, 회장님아.”

    “어떻게 되었지?”

    “이미 만들어 놨지. 그런데 그게 뭐야?”

    “도착하면 말해 주지.”

    “알았어.”

    성호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기다려 멋진 걸 보내주지.”

    이미 멘츄스 그룹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냥 가만히 있다면, 성호가 아니다.

    ***

    1월, 겨울이 따뜻했는지, 아니면 봄이 빨리 오는지 매화꽃이 자라기 시작했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이겨내고 꽁꽁 언 땅 위에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냈다.

    매화 향이 은은하게 퍼져가는 언덕 위에 강동민 소장이 땀을 닦아내며 잠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휴우…….”

    성호는 강동민을 시켜서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라고 시켰다.

    위치는 원자력 발전소가 몰려 있는 울산에 있는 한울원자력발전소다.

    한울원자력발전소는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로, 미래 에너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미래 에너지에서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를 울진 원자력 발전소 옆에 건설한다면서 이 부지를 사들였다.

    비상시에 예비 전력을 수급해서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15일 전만 해도 그냥 공터였다.

    그런 곳에 일주일 만에 태양열 발전소가 만들어졌다.

    아니, 이곳은 엄밀히 말해서 태양열 발전소는 아니다.

    보통 태양열 집열판들은 사각형으로 위치를 잡는데 둥글게 위치를 잡고 설치했다.

    그리고 각각의 집열판을 자세히 보면 마나 회로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태양열 발전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법진인 셈이다.

    이번에 만들고 있는 마나 회로는 규모도 규모지만 그 복잡함에 혀를 내둘렀다.

    마법진의 크기는 무려 지름이 150m나 되고 마법진을 이루는 구리판만 해도 5톤 분량이다.

    마나 충전기 수백 개가 연결되었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하십니까?”

    “회장님아, 뭘 만든 거야?”

    성호는 언덕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그림자처럼 최태욱 실장이 시립해 있다.

    “위험한 물건입니다.”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이곳으로 전기가 들어올 것이다.

    그래서 5만 볼트 전기도 견디는 두툼한 전선이 지하에 깔려 있다.

    성호는 거대한 마법진을 살폈다. 작은 실수가 엄청나게 큰 문제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야 하죠.”

    “회장님아,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강동민의 눈에서 궁금증을 꼭 풀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어디까지 알아냈죠?”

    “13,268개의 결합 회로도들이 다른 모양으로 서로 겹쳐있고 그중에서 3,123개의 명령을 찾았지. 그런데 이게 무슨 마나 회로야?”

    성호가 밝게 웃었다. 이 정도로 조사하려면 보통의 머리로는 안 된다.

    거의 천재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이 장치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이름은 메테오, 우주에 떠다니는 운석을 찾아 엄청난 속도로 지상에 낙하시키는 장치입니다. 탐색과 염력 두 가지 작용이 주된 것이고 그 이외에 38가지 서로 다른 작용이 일어납니다. 또한 우리가 원하는 곳에 적당한 크기의 운석을 낙하시킬 수 있죠.”

    “아! 운석을 지구에 낙하시키는 장치라고. 딸꾹! 우케켁! 이, 이게 그런 장치라고?”

    강동민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이 메테오 마법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려 12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전기의 양만도 어마어마하다. 그 파급력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운석 5m 정도 크기가 건물 하나 파괴할 수준이라면 10m는 도시 하나 박살 내는 수준이다.

    2배로 커질 때마다 무게와 부피는 8배로 커지고 그로 인한 중력의 가속도와 파괴력은 64배로 증가한다.

    50미터짜리 운석 하나면 제주도 같은 섬은 단번에 사라질 것이다.

    그것보다 큰 100미터급 이상이면 어느 정도일까?

    한반도 절반은 날아가고 그로 인한 여파로 수억 명이 죽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5m 정도의 운석 딱 하나를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리는 장치입니다.”

    “너무 위험한 장치 아냐? 누가 회장님에게 큰 잘못을 했나?”

    성호의 침묵에 강동민은 누군가 잘못한 놈이 생각났다.

    “설마?”

    “멘츄스 그룹이라는 곳이 있죠.”

    성호의 음성은 담담했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야수가 사냥감을 노려보는 순간에 느껴지는 피 말리는 긴장감이 흘렀다.

    “제 아버지를 죽이고 날 죽이려 했죠. 미래 그룹의 빌딩을 폭파해서 36명의 무고한 직원들을 죽였습니다.”

    “그럼 녀석이?”

    “목표는 멘츄스 그룹의 회장 자택입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녀석들은 계속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강동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강동민 소장의 걱정이 뭔지 압니다. 민간인이 있는 곳에는 안 떨어트릴 거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운석이 도시에 떨어지면 그 파괴력은 대륙 간 탄도 미사일 수준이다.

    그런 녀석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 떨어뜨릴 수는 없다.

    “나는 회장님아의 편이다. 이보다 더 한 일을 저질러도 믿을 수 있지.”

    테러 현장에는 강동민도 같이 있었다.

    그때 들린 비명소리, 죽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본 장본인이다.

    국가의 공권력도 무시하는 녀석들의 행동들을 볼 때 이 방법뿐일지도 모른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성호는 강동민을 뒤로하고 태양열 집열판으로 위장한 메테오 마법진 중앙으로 걸어갔다.

    “시작합니다.”

    성호가 메테오 마법진에 빠르게 좌표를 입력했다.

    단 한 인물만을 목표로 했다.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멘츄스 그룹의 존 막스 회장은 의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가 잘 때는 저택에 아무도 들어 올 수 없도록 한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엉뚱한 희생자는 없을 것이다.

    성호가 작동 스위치를 누르자 마법진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우웅…….

    -콰지지지직.

    마법진 전체가 밝은 빛을 내면서 전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메테오!”

    성호의 외침에 메테오 마법진이 작동하면서 엄청난 양의 전기가 흡수되었다.

    -쿠아아앙!

    1월 20일 오후 2시경, 울산의 한 바닷가에서는 엄청난 빛줄기가 대한민국에서 쏘아지며 우주까지 날아갔다.

    6 서클에 불과한 성호가 9 서클인 메테오를 실행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성호가 일반 마법사가 아니라 인첸트 학파의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마법을인첸트하여 사용하는 마법사 말이다.

    만일 9 서클에 해당하는 마나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마법진만으로도 메테오를 실행할 수 있다.

    테일러가 살던 차원에서야 마나석을 엄청 소모해야 해서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지구라면 전기가 있다.

    전기만 충분히 공급되면 메테오 몇 방 날리는 거야 충분하다.

    다만 메테오 마법의 단점은 시간이다.

    적당한 운석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이상이고 그 찾은 운석을 지구에 떨어지도록 궤도까지 수정해야 한다.

    물론 장점은 엄청난 파괴력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정도의 파괴력인 것이다.

    메테오 마법의 원리는 이렇다.

    처음에 적당한 운석을 분석하고 찾아낸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일 정도가 걸릴 것이다. 마나 스캔이라는 마법과 비슷하지만 더욱더 상위의 마법을 사용한다.

    운석이 발견되면 엄청난 염력으로 운석을 움직인다. 좌표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한 운석은 점점 빨라져 끝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그다음 그 운석 앞에 지구와의 워프 게이트를 만든다.

    그러면 운석이 지구의 중력장으로 빨려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바로 메테오다.

    메테오라는 마법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9 서클 마법으로 엄청난 수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리는 마법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1m 미만의 운석을 다량 소환하여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벽에 새겨진 대방어 마법진을 뚫을 수가 없기에 야전에서 사용되어 왔다. 한계가 있는 방법이지만 지구에는 대방어 마법진이 없으니 그냥 맞아야 한다.

    두 번째는 메테오익스프로션.

    이것도 9 서클 마법으로 5에서 10m 정도 크기의 운석을 소환해서 떨어뜨리는 마법이다.

    단 하나의 운석만 소환되지만, 정확성이 높고 강력한 파괴력을 선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메테오가 익스프로션 급이다.

    마지막으로 기가 메테오가 있다.

    이건 9 서클이 아니라 10 서클 마법인데 운석의 크기는 주변에 떠다니는 운석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은 것이 100미터에서 크게는 수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운석을 소환한다.

    마법이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느 정도의 파괴력인지 알 수가 없기에 위험한 금단의 마법이다.

    만일 100m 정도의 운석이면 나라 하나 파괴하는 수준이지만 수 킬로미터 급이 날아오면 인류 멸망이다.

    이번에 성호는 새로운 메테오 마법을 만들었다.

    운석 크기의 정확성을 높이고 목표물을 더욱 정밀하게 타격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특별히 성호가 이름을 붙였다.

    메테오의 이름은 알로디바로, 한국말로 ‘미안합니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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